맨오브레터스 - 샘 윈체스터의 일기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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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 인생 어느 날 (A Day In The Life)







일어나보니 내 얼굴이 온통 낙서투성이다. 



우리의 장난은 8년 전, 아버지를 찾으러 로드 트립을 막 시작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우리를 둘러싼 문제거리들은 뒤로 한 채, 모든게 정상적인 것처럼 행동하고 싶을 때 이런 장난을 치곤 한다. 이미 꿰뚫어버린 패턴이다.



그게 바로 딘이 이런 짓을 하는 게 싫은 이유다. 이럴 때면 형이 어떤 기분을 느꼈을 지 알 수 있으니까. 형은 분명 잭 다니엘(위스키 이름)을 마시고선, 잠들지 못한 채 캐스에게 기도를 했을 터였다. 



그래서, 이게 바로 내가 당한 일이다.



나는 형에게 복수할 예정이다. 형은 화난 척 하겠지. 그럼 나는 여기서 그만 하라고 말할테고. 우린 옛날 영화를 보며 손에 맥주병을 들고 웃게 될 것이다.



모든게 괜찮은 듯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소처럼.




P.S. 딘이 지난 번처럼 네임펜을 쓰지 않았길 바라야겠다. 형이 내 얼굴에 휘갈긴 낙서들을 지워내는 데에는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





#5 내 책상 위의 천사 (An Angel At My Table)







캐스가 또다시 실종되었다.



며칠 전, 우린 복부에 큰 상처를 입어 상태가 말이 아닌 캐스를 벙커로 데려왔었다. 나로서는 그가 어떻게 우리를 찾아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딘은 자신이 인정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도를 캐스에게 했을 것이고, 그에게 우리가 있는 장소를 말해줬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 아침 카스티엘은 우리에게 진 빚을 갚고 싶어했지만, 당연하게도 딘이 받아주지 않았다. 어쨌든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딘은 결국 그를 용서할테니까. 무슨 말을 해도 형은 언제나 그래왔다.



사실 캐스를 함부로 판단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뭐라고 그를 판단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그와 나는 공공 선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몹쓸 짓을 벌여왔고, 친구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깊이 믿고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나에게 그 빌어먹을 석판 문제를 다루라고 했으면 캐스와 다르게 행동했을지조차 의문이 든다. 잘 모르겠다.



그저 그가 괜찮길 바랄 뿐이다. 이건 딘도 마찬가지겠지. 형은 그 사실을 떳떳하게 인정하느니 맨 손을 달궈진 다리미에 가져다대겠지만. 






#6 곤경 (Bad Time)






오늘 밤, 베스라는 이름의 꼬마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다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에 서서히 잠이 들었어야만 했다. 대신 그녀는 아빠의 눈물과 함께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 말을 이해하기엔 그녀는 너무 어리다. 아픔이 뒤늦게 찾아올테고.



우리가 망쳤다. 평소보다 크게. 지난 수년 간의 경험을 통해 일을 그르치는 것은 이제 윈체스터 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는 걸 신만이 아실 것이다. 사람들을 구해주고, 사냥도 하고.. 가족 사업이라니, 바보같은 소리다. 우리가 가까이 했던 모든 이들은 이제 6피트 아래에 잠들어있다. 엘런, 조, 바비, 베니... 제대로 된 리스트를 적으려면 며칠이 걸릴 것이다.



딘과 나는 죽음을 전염병으로 만드는 기적을 행했다. 적어도 이 점에선 노벨상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사라는 죽었다. 제니와 토미도 마찬가지다. 아바돈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캐스와 메타트론이 어디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크라울리는 우리를 앞지른 상태다.



딘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가 지금까지 한 일은 빈 위스키 병과 술잔 두 개를 벽에 집어던진 것 뿐이다. 내가 형에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실패하기엔 이미 멀리 와 버렸으므로.





#7 9시간 (Nine Hours)





9시간.



크라울리를 쳐부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9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8 무명작가 (Paperback Writer)







행동개시 9시간 전.




몇년이 지난 지금 이 빌어먹을 슈퍼내추럴 소설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어? 크라울리는 우리가 구한 사람들과 사라에 대해 조사 하기 위해 그 책을 사용했다. 그 책에 나온 정보들을 조합해서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테고.



딘과 나는 그 형편없는 책들을 모두 불태우기로 결심했다. 찾을 수 있는 모든 책들을 주문한 우리는 하다못해 슈퍼내추럴 컨벤션 장에 가서 '샘과 딘'처럼 행동하는 코스어들에게서 사본을 뺏기도 했다. 그러는 데에는 몇 달이 걸렸다. 모든 인쇄본을 없앴다는 생각이 들 때면 우리가 묵던 모텔 앞 벼룩 시장에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바퀴벌레보다 끈질긴 생명력이다.



이제 책과의 싸움은 완전히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에서도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태블릿으로 볼 수 있는 PDF와 mobi 형식의 모든 전자책을 착한 가격, 0.99달러에 즐기세요." 심지어 웹에는 발행되지 않은 책들도 나와있다! 이제 독자들은 내가 루비와 가진 은밀한 순간과 형을 죽음으로 내몰 뻔 한 뒤에 지옥에 간 모습을 즐기겠지. 끝내주는 문학작품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쓰레기를 읽을 수 있을까? 진심으로, 어떻게 이 '팬'들은 우리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즐길 수 있지? 필력이 끔찍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의 문체는 장르 문학에 불명예를 안겨다 주었으며, 책 표지에 실린 삽화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엿먹으시지, 척. 네가 어디에 있든 간에.



하지만 가장 슬픈 사실은 우리가 죽고 나면 우리를 떠올리게 해줄 물건이 바로 이 거지같은 책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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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