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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On Air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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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On Air

저자: wincechesters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1172713/chapters/2417936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캐스와 딘은 로렌스에서 두번째로 인기 많은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이다. 그들은 지난 몇 년간 타 방송사에서도 공동 진행자로 함께 일해왔으며, 현재는 단지 '친구일' 뿐인데도 동거중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선지, 대부분의 청취자들은 그들이 친구 이상일 거라고 여기며 가족들은 그들이 비밀리에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외적인 단 한 번을 제외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은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진행중에 벌어진 진실 혹은 대담 게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뀌고 만다 (더불어 광고판도 톡톡히 제 몫을 해낸다).





Chapter.2



딘이 '사고'라고 부른 일이 일어난 지 약 일주일 뒤 토요일 밤. 그는 샘과 함께 로드하우스에서 햄버거와 맥주를 주문했다. 샘은 법학 학위를 따고 시내에서 변호사 일을 맡게 된 뒤로 홧김에 이사를 가버려, 그들은 서로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기로 합의했다. 그 약속으로 인해 딘은 동생을 놀릴 수 있게 됨과 동시에 앨런에게는 그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므로 일석 이조였다.




딘이 임팔라를 몰고 샘이 자신의 사무실 옆에서 일하는 금융 회계사 메디슨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 사이, 딘의 시야에 한 광고판이 잡혔다. 딘은 샘의 시끄러운 불평을 무시하며 임팔라를 휙 돌려 세 개의 차선을 가로질러 광고판 앞에 멈춰세웠다. 그는 가까스로 시동을 끄고 광고판을 제대로 보기 위해 차에서 나왔다. 




딘은 미끄러지듯이 걷다가 멈춰 서서 흰색의 큰 광고판을 쳐다보았다. 입이 저절로 떡 벌어지고 눈은 의혹으로 점점 커졌다. 잠시 후 뒤따라 나온 샘은 그의 옆에 서서 형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광고판 밑에는 캐스와 딘의 쇼, 101.5 FM 더 믹스라는 글자가 파란 글씨로 쓰여져있었고, 딘의 섹시한 상반신 사진이 떡하니 붙어있었다. 사진 속 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매력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딘은 그것이 2주 전에 찍었던 사진임을 알아보았고, 그 사진을 찍으면서 블루 스틸 표정같지 않냐고 드립쳤던 걸 기억해냈다. 포토그래퍼는 캐스가 눈을 굴리며 가슴 위로 팔짱을 끼고 있는, 화내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을 느닷없이 찍었더랬다. 그들은 서로 등지고 있었고 캐스의 머리는 딘쪽으로 기울어져 그 경멸의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탐탁찮은 표정 안에는 친근한 애정이 담겨있어 딘의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만들었다. 전광판을 보는 동안 그의 가슴속에는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하지만 광고판의 가장 왼쪽에 달린 문구를 보자, 그 기분은 바로 사라졌다. 딘의 얼굴에는 미소가 싹 사라져 울긋불긋해졌고, 의혹으로 인해 입이 벌어졌다.




사귀는 걸까, 아닐까?[각주:1]




"젠장." 그는 불평하며 자신의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빌어먹을, 거쓰!" 누가 이 남자한테 마켓팅을 시켰단 말인가?




그는 '사고' 당시 캐스가 수 천명의 청취자들에게 - 그것도 실시간으로, 방송 중에 - 딘과 함께 섹스한 적 있다고 말한 뒤로 이제야 막 진정된 참이었다. 그리고 그건 거쓰의 잘못이기도 했다. 그가 바로 거지같은 진실 혹은 대담 게임을 하자고 말을 꺼낸 장본인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또다시 모든게 뒤바뀌고 말았다. 빌어먹을 광고판 때문에.




샘은 자신의 형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형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러니까, 괜찮은 마켓팅이잖아. 그냥 받아들여도 돼." 




딘은 눈을 굴렸다. 물론 그랬다. 언어의 마술사 캐스는 그들의 청취율을 확 올렸고 그들의 프로그램을 청취하는 청취자들 (대부분은 각약각색의 젊은 여자들이었다.)은 캐스와 딘이 실수로 본인들의 관계의 실체를 드러내길 바라고 있었다. 딘이 얼마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든 말든 상관없이 결국 그들의 관계는 실체를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친구였으니까. 




"캐스와 나 사이를 곤란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잖아." 그가 투덜거렸다. "게다가, 캐스는 여자친구도 있는데 몰랐어? 이거보고 그녀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그는 휙 뒤돌아서서 임팔라로 걸어가 광고판을 보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을 하기 위해 운전석 문을 급히 열었다. 그는 평소보다 세게 문을 닫았지만, 그것보다 더 괴팍해져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으므로 문을 다시 열고 제대로 쾅 닫았다. 그의 임팔라에게는 나중에 사과해도 될 것이다.




샘은 그보다 천천히 따라와 자리에 앉았지만 안전벨트를 바로 매지는 않았다.




딘은 임팔라의 시동을 걸고는 앞 유리에 비친 샘의 눈을 단호하게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성급하게 톡톡 두드렸다. 마침내, 그는 눈을 다시 굴리고는 자신의 동생이 있는 쪽으로 고개 돌렸다. 




"제기랄, 왜?"




샘은 대답하기 전에 그의 얼굴을 골똘히 살펴보았다. "이거가지고 왜 짜증내는 거야? 이 일이 일어나기 전에도 사람들은 캐스랑 형이 커플이라고 생각했잖아."




"아무것도 아니야, 샘. 제발 그 안전벨트 매고 아무거나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고."




샘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 "딘, 내가 형을 아는데. 거짓말 하지 마."




딘은 묵묵히 시선을 돌려 가죽 시트만 쳐다보았다. 




"다프네 때문에 그래?"





딘이 얼어붙자 샘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거 였네! 형 다프네 싫어하지!"





"걔를 싫어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딘이 항의했다. 그게 아니었으니까. 약속한 대로, 캐스는 며칠 뒤 저녁 식사에 다프네를 초대했고 딘은 처음으로 그녀를 보게 되었다. 초록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귀엽고 상냥하고 예뻤으며, 웨이브된 머리는 그녀의 얼굴 주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심지어 약간 재치도 있어서 딘은 그녀에게 확실히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만약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다면, 캐스가 그녀와 정착해 이사가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은 뒤 딘의 알러지 때문에 키울 수 없던 고양이를 키우길 바랐을 것이다. 




예쁜 얼굴과 미소,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빌어먹을 다프네는 딘이 캐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었다. 매혹적인 그놈의 다프네는 딘이 미워할래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를 싫어한다는 건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 왜 그러는데?" 샘은 여전히 재밌다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결국 캐스와 사랑에 빠졌다는 걸 인정하기로 한거야?"




"뭐?" 딘이 샘과 눈을 홱 마주치며 소리 질렀다. 그의 심장은 일 분에 백만 번씩 뛰는 것 같았고, 피는 귀까지 솟구쳤으며, 그는 자신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을 것임을 알았다. "나 캐스한테 반한 거 아니야."




괘씸한 동생은 껄껄 웃어댔다. "그러겠지, 딘. 뭐라고 말하든 간에. 다음 번에는 나한테 파이 안 좋아한다고 말하지 그래?"




딘은 조수석 문을 열고 샘을 내팽개친 뒤 혼자 차를 몰고 가는 건 어떨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래도 그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길 잃은 강아지 마냥 울망울망한 눈빛을 쏘아대면 누군가는 데려다 줄테니까. 물론 그는 지금 딘이 여태껏 봐온 것 중 가장 심한 빗치페이스로 이해 해. 남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눠보자고. 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라니까." 딘이 동생의 눈을 피하며 투덜댔다. 물론 그는 그들이 실수로 함께 잤던 그 날 밤에 대해 생각을 가질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예 수문이 열려 기억의 홍수가 머릿속에 들어차 그 일을 강제로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캐스를 떠올리며 자위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뭐? 누군가와 자길 원하는 일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캐스는 꽤나 섹시했지만, 그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건 딘이 그와 사랑에 빠졌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형, 내 말 들어봐." 샘이 참을성있게 말했다. "원한다면 그렇게 계속 거짓말해도 돼.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잖아. 그치? 나, 앨런 아줌마, 조, 게다가 바비 아저씨까지도. 찰리한테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할 걸."





딘은 고개를 휙 돌렸다. "다들 알고 있어?" 딘이 사실을 부인하는 것마저 잊어버리고 충격에빠져 물었다. "그리고 아무도 나한테 안 알려줬다고?" 




샘이 크게 웃자 입가에 보조개가 생겼다. 그의 동생은 넌더리날 정도로 귀여웠고 딘은 왜 그한테 여자가 줄줄이 서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겠어, 딘. 우리는 형이 직접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샘이 장난삼아 위로하듯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가 약간 과대평가 했나보다." 




딘은 그의 팔에 주먹을 날렸다.




"아오, 형! 아프잖아!" 샘은 그의 형에게 빗치페이스를 드러내며 팔을 성질 사납게 문질렀다. "우리는 형들이 이미 사귀는 줄 알았다고, 적어도 캐스가 다프네를 데려오기 전까지는 말이야. 언제쯤 제대로 발표하나 했지. 그럼 결국 형들은 그냥 같이 일만 하는거네?" 




딘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지난 8년 간 정말 일만 같이 해왔다는 것을. 물론 캐스는 딘이 그들의 집을 돼지우리처럼 만들어 놓는다면 소리지를 것이고, 그에 대한 복수로 딘이 먹으려고 남겨둔 우유를 다 먹어치워 딘은 영문도 모른 채 건조한 시리얼을 우걱우걱 씹어먹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캐스는 딘이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좋은 맥주 대신 싸구려 맥주를 사와 딘이 고래고래 소리지르도록 만들 것이고, 그럴 때면 캐스는 그저 눈만 굴리며 우리는 백만장자도 아니고 이 맥주가 더 싸며 네가 싫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말할지도 몰랐다. 사실, 캐스는 딘이 뭐라 말하려고 입만 벌리면 눈을 굴리곤 했지만 딘은 그 표정 아래에는 유머가 깔려있음을 파악할 정도로 그를 잘 알고있었고, 그럴 때면 딘은 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기 위해 더 약올리려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 맙소사, 그는 카스티엘과 사랑에 빠졌다.





"이 망할 자식." 딘은 낙담하며 자신의 얼굴을 마구 문질러댔다.




"결국 그거지." 샘은 조용히 말하고는 딘의 어깨를 진지하게 토닥여주었다.




"나 망했어, 샘." 딘은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말했다. "진짜 좆됐어." 이 웃지 못할 상황은 이미 딘이 캐스와 자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때부터 안좋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절친과, 심지어 여자친구까지 있는 친구와 사랑에 빠졌다고? 이보다 더 나쁠 순 없을 것이다.




그는 손을 내리고는 임팔라를 몰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안전벨트나 매, 새미. 로드 하우스 다시 가서 위스키나 주문해야겠다. 집에 돌아갈 땐 네가 운전해."





~~~





딘은 로드 하우스에서 거하게 취했고, 불쌍한 샘은 몇 시간 동안 술에 취해 무례하게 구는 형을 견뎌야만 했다. 다음 날이 되면 딘은 부끄러워 해야 마땅할 것이며 그를 집으로 데려와준 샘에게 사과하는 의미로 점심을 사줘야 할 것이다. 





샘이 비틀거리는 그를 부축하며 문까지 데려다 줬을 때는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 샘이 예전에 쓰던 방은 그들의 집에 아직도 있었으므로 딘은 그의 동생이 어디서 자야될 지 걱정하지 않아도 됐지만, 지금까지 끌려오는 데에 너무 힘이 든데다 제대로 몸을 가눌 수가 없었으므로 샘이 뭐라 항의하기도 전에 소파에 얼굴을 풀썩 묻었다. 




"여기 너무 멀어." 딘은 샘이 그를 위해 가져와 준 베개 밑에 팔을 집어넣고 얼굴을 묻었다. "그래도 좋지 않냐, 새미."





샘은 코웃음치고는 소파 밑에서 담요를 휙 끌어당겨 형에게 덮어주었다. "잠이나 자, 멍청아." 그가 말했다. "깼을 때 커피 포트 올려놓을게. 그거 마시는 게 나을 거야."





딘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로 손을 흔들어댔다. "잘 자, 새미!" 





"닥쳐, 딘." 그가 쉿하는 소리를 냈다. "캐스 깨우겠어!"





딘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은 뒤 머리 밑에 깔린 베개를 꽉 움켜쥐었다. "걔 여기 없어. 다프네 집에 있을 걸." 그가 불쾌하다는 듯이 다리를 차자 담요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샘은 한숨을 내쉬고 담요를 다시 들어올려 딘에게 덮어주고는 말했다. "애처럼 굴지 마." 그가 투덜댔다. "난 자러 갈게."





딘은 베개에 얼굴을 더 깊게 묻었다. 샘이 계단을 올라가는 발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그의 머릿속은 알코올로 흐릿해져 견디기를 거부했고, 그는 윙윙대는 느낌에 빨려들도록 자신을 놔두었다.





다음에 그가 기억하는 건, 현관 문이 닫히는 소리와 마루 바닥을 삐걱이게 만드는 발 소리에 깼다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 그를 괴롭히던 격렬한 숙취는 거의 가신 상황이었다. 얼마나 잤든지 간에, 그는 배를 뒤로 굴려 부엌에 불이 켜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눈부신 빛을 가리기 위해 팔을 들어올렸다. 부엌에서는 서랍을 여는 소리와 냄비와 후라이팬이 부딪혀 누군가가 짜증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딘?"





딘은 마지못해 팔을 치우고 눈을 뜨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뒤로 기울였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가 문틀 사이로 나타났다. 캐스는 재미있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소파에서 뭐해?" 캐스의 목소리는 낮았다. 딘은 그의 목소리를 감상하며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댔다. 





딘은 끙끙대며 자리에 앉아 눈가에서 무언가가 번쩍하자 움찔했다. "계단 오르기 힘들어서." 그는 쓸모없는 짓임을 알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고통을 없애기 위해 콧대를 누르며 대답했다. 





캐스는 코웃음 쳤지만 그의 입술은 즐거움을 억누르기 위해 씰룩댔다. "일어난 김에, 계란 먹고 싶어?"





음식 얘기를 듣자마자 딘의 뱃속은 요동쳤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담요를 어깨에 둘렀다. 그는 부엌으로 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식탁에 엎드렸다. 





"힘들었나 봐?" 캐스가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며 물었다.





딘이 팔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힘없이 끄덕이자 캐스는 킬킬 웃어댔다. "그렇게 술 마시기엔 이제 좀 늙지 않았어, 딘?" 




딘은 고개를 들어올려 한쪽 눈을 흐릿하게 떴다. "첫번째, 나 안 늙었어." 그는 쉰 목소리로 투덜댔다. "두번째, 힘든 일 있을 때 늙었다고 술 못마신 적도 없고. 세번째, 그냥 닥쳐."





캐스는 가스레인지 쪽으로 뒤를 돌았지만 그 전에 딘은 그의 애정이 담긴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훌륭하게 후라이팬 가장자리에 계란을 부딪혀 쪼갰다. "그럼 샘이 데려다 줬겠네?" 그는 껍질을 버리고 다른 세 개의 계란들도 똑같이 만든 다음 플라스틱 주걱으로 휘저었다.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걔 방에 있어. 내일 집에 데려다주려고. 아니, 오늘인가. 아무튼." 딘은 캐스가 냉장고로 돌아가 무언가를 꺼내 가스레인지에 올렸던 다른 후라이팬에 넣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다. 캐스는 요리에 능숙한 편이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침을 만들 줄은 알았고, 부엌에서 풍겨오는 기름진 냄새는 딘의 입가에 군침이 돌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집에서 뭐하는 거야?" 딘은 캐스가 후라이팬에 올려진 계란을 휘젓는 동안 그의 셔츠 아래 움직이는 등근육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물었다. "다프네 집에 계속 있을 줄 알았는데."





캐스는 오른쪽 어깨 너머로 딘을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 돌려 으쓱했다.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어."





그 말에 딘은 마침내 식탁에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의견 차이'가 '엄청나게 소리지르면서 싸웠다'는 뜻인가?"





"아니, 딘. '의견 차이'는 그저 '의견 차이'일 뿐이야."




캐스는 가스레인지에서 등을 돌려 딘의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제서야 딘은 캐스가 자신을 위해 베이컨과 계란 요리를 해줬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딘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베이컨 요리를 해줬다. 너무 바삭바삭하지 않고 기름지고 부드럽고 맛있게. 캐스는 물잔을 그의 옆에 놓아준 뒤 둥글고 작은 식탁 맞은편에 앉았다. 그의 접시에는 베이컨이 따로 없었으므로 딘은 캐스가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준 음식임을 깨달았다. 




딘은 음식을 먹기 전 물을 마시며 그에게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베이컨을 뭐든 간에 자신을 혼자 내버려두라는 뇌물로 받아들이고는 캐스에게 다프네와의 일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무도 의견차이가 있다는 말을 섹스하고나서 따뜻한 몸 옆에 누워 잤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진 않을 테니까). 그들 사이에는 오직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마침내, 캐스가 침묵을 깼다. "다프네가 광고판을 봤어." 그는 마치 계란이 그들을 화나게 만든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접시를 내려다보며 빈 포크를 허공에 빙빙 돌리면서 말했다. 




아하. 딘이 옳았다. 그녀는 그와 캐스가 있는 광고판이든 뭐든간에 달가워하지 않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의 머리가 덜 울리고 덜 지치기만 했어도, 그는 지금 상황에 대해 매우 흡족해했을 것이다. 그는 아침에 다시 깨어나면 새미에게 자신이 논쟁에서 이겼음을 전해주기로 마음에 새겼다.




"나도 아까 똑같은 거 봤는데." 딘이 물잔을 입에 가져다대며 대답했다. 




캐스는 날카로운 눈빛을 그의 얼굴에 고정시켰다. "그래서 그렇게 술 마시기로 한거야?" 




맞아, 정확해. 딘이 생각했다. 왜냐하면 난 분명히 너 좋아하는 거 맞거든. 그리고 나, 어쩌면 너도 빼고 모두가 다 알고 있더라. 6번가에 있는 광고판이 정확히 내 속을 긁어댔지. 딘은 완고하게 고개를 저은 뒤 자신의 얼굴이 붉어졌음을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바랐다. "아냐, 캐스. 별로 신경 안 써." 그는 거짓말했다. "그냥 홍보용이잖아."




"나도 다프네한테 그렇게 말했어." 캐스가 이미 붕 뜬 머리를 더 띄우며 머리를 긁적인 뒤 말했다. 그는 딘의 빈 접시와 자신의 접시를 들고선 싱크대에 가져다놓았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다프네는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걱정하는 모양이더라." 그는 한숨 쉬고는 딘을 향해 돌아보며 싱크대에 몸을 기댔다. 




딘은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캐스의 남자친구임을 암시하는 광고판에 내걸리고 싶지 않았다. "그냥 거쓰를 탓하자. 난 그렇게 할래." 




캐스가 피식 웃자 딘도 왼쪽 눈에서 느껴지는 아픔은 무시하며 능글맞게 웃었다. 그들은 한 쌍의 바보들처럼 서로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러다 캐스가 얼굴에서 미소를 싹 지우며 목을 가다듬었다.




"뭐, 어쨌거나 지금은-" 캐스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새벽 두 시네. 바로 잘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같이 영화 볼래?"




"좋아. 대신 난 금방 잠들지도 몰라." 딘이 경고했다.




캐스는 눈을 굴렸지만 입가에 걸린 그의 미소는 다정했다. "좋아. 그렇다면, 영화는 내가 고를게." 그는 딘이 일어서기도 전에 거실로 향했다. 




"불공평하잖아." 딘이 그를 따라가다 비틀거리며 투덜댔다. "너한테만 너무 유리한 거 아니야? 병자도 좀 배려해줘라, 좀!"




캐스가 콧방귀끼는 소리가 부엌까지 들려왔다. "숙취가 동정받을 일은 아니잖아, 딘." 그의 말에 딘은 캐스가 자신을 볼 수 없음을 알고 씩 웃었다.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캐스가 반지의 제왕 DVD를 꺼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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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


원래는 어디서 끊어야할지 몰라 걱정하다가....그냥 요쯤에서 끊는 걸로... 더 번역하자니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ㅅ;...

어쨌거나, 이제 딘은 자신이 캐스를 좋아하게 됐음을 명백히 깨닫게 됐는데, 반면 샘은 놀리고나 앉아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데스티엘 픽 보다보면 샘은 주로 딘한테 "형 캐스 좋아하잖아 이제 인정해" 이렇게 말하는 역할로 많이 나오던데 참 귀여워욬ㅋㅋㅋㅋ이 형제는 투닥거려야 제맛이라몈ㅋㅋㅋㅋ

한편, 캐스가 반지의 제왕을 꺼내다니 +_+ 선수인가!! 


참고로 이 글 번역하면서 Poster the People의 Don't stop을 노동요로 썼는데 분위기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구요...ㅋㅋㅋ 블로그 자체 BGM으로 쓰기에는 너무 강한감이 없지않아 있어서 놔뒀지만 시간 날 때 한번 들어보시구요!


교정은 천천히 하겠습니다 X)


*각주

  1. 원래는 Are they, or aren’t they? 인데 살릴 말이 없어서 이렇게 표현하게 됐네요 ㅠㅠㅋㅋㅋ캐스가 했던 말을 제대로 비꼬는 문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