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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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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56653.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이후. (2014년) 퓨쳐캐스와 딘이 나옵니다. 말투 조심!

또한 시즌5 파이널 이전에 나온 글이라 약간의 설정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6. Lawrence ~ Indianapolis (3)




"오, 그거 아주 완벽했어.




카스티엘은 식탁에서 고개를 들며 눈부신 햇살에 눈을 깜빡였다. 상황에 적응될 때까지는 방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식탁 맞은편에 걸터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딘을 발견했다. 식탁 위에 놓여있는 위스키 빈 병을 쳐다보는 그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 서려있었다. 




"좋은 아침." 카스티엘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인사했다. "잘 잤어?"




"술 끊은 줄 알았는데?"




카스티엘은 콧방귀를 끼고는 턱에 묻은 침을 닦아냈다. 머리는 지끈거렸지만 숙취는 적당히 가셨기에 딘에 말에 피식 웃게 된 것이다. "그랬었지. 삐끗해서 떨어지는 바람에 입에 쏟아부은 거고." 




딘은 병을 집어들어 쓰레기통에 휙 던졌다. "너 이런 모습 보기 싫어." 그가 툴툴댔다.




"전부터 그랬던거 기억난다." 카스티엘은 킬킬대며 스스로에게 놀랐다. "나도 이러는거 싫다고. 하지만 누가 알겠어? 이게 난데."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 기지개를 쭉 폈다. 




"잘 하는 짓이다." 그렇게 말하는 딘의 목소리는 살짝 침울했다. "너 이런 거 넘긴 줄 알았는데."




카스티엘은 코웃음쳤다. "뉴스 속보입니다, 딘 윈체스터씨. 저는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걸 견뎌낸 적도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거 알아? 나 마약에도 중독됐다! 게다가 섹스 중독 같기도 해. 지금보니 재미난 것들은 다 가지고 있네. 인생이 무슨 파티같다."




딘은 한동안 그를 응시하다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그는 의자를 끌어 앉다 어젯밤에 한 일 때문인지 살짝 움찔했고, 그의 얼굴에 드러난 아픔은 카스티엘을 웃게 만들었다. 그는 술에 취했을 때면 상황이 즐겁게 돌아가지 않더라도 낄낄 웃어대곤 했다. 그 모습은 딘을 캠프에 있을 때부터 미치게 만들었다.




"내 잘못이지?"




"그렇지." 카스티엘이 그를 향해 빈 유리컵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딘은 한숨지었다. "미안해.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래도 첫번째로 하는건 이것보단 좀.... 덜 이상하길 바랐다는 건 나도 알아."




"맞는 말씀이야." 카스티엘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못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었잖아." 




카스티엘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었지. 하지만 널 어떻게 거절해." 그가 또 킬킬 웃어댔다. "가끔은 네 아빠가 된 기분이라니까."




딘의 눈썹이 휙 올라갔다. "오. 참 적절한 표현이네, 캐스. 도대체 무슨 뜻이야?"




"넌 뭔가 잘못됐다고 느낄 때마다 벌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잖아. 네가 일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을 땐 아빠같은 사람이 필요한거고."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일종의 무의식적 행동이지."




딘의 얼굴이 빨개졌다. 완강한 눈빛을 보내는 그는 의자에 뒤로 기대며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를 냈다. "나랑 같이 자달라고 했었지, 캐스. 때려달라고 한 게 아니었잖아. 그건 그냥 섹스였다고. 다른 문제잖아." 




"아니. 전혀 아니야. 내가 널 다치게 만들길 원했잖아. 벌 받고 싶어했었다고. 샘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치루기 바라는 것처럼." 그는 손에 들린 잔을 내려다보고는 한숨지었다.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 그렇게 안하고 싶었어. 널 다치게 함으로써 기분을 좋게 해주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고." 




딘은 짜증난다는 듯이 손을 쫙 펼쳤다. "그럼 왜 떠나지 않은건데?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었잖아!"




"이해 못했어? 아직도 그걸 모르는 거야? 널 거절할 수 없다고, 딘. 널 거절할 수 있던 적은 절대 없었어.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거고. 우리가 여기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나한테 뭔가를 해달라고 하면 해줄 수 밖에 없어. 내 의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네가 슬프면...." 그는 허공에 잔을 흔들었다. "나도 슬퍼. 어떻게 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야, 딘. 단지 그럴 뿐이야."





딘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거 별로 안좋아, 캐스. 진심이야. 그거 좀....무섭다고. 넌 네 삶을 찾을 필요가 있는거지 내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 필요는 없잖아."




카스티엘은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알아, 안다고. 내 머릿속에서도 논리적인 부분은 여기서 벗어나서 내 삶을 찾으라고 늘 말해.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그는 딘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널 응징할 다른 방법을 찾을거잖아. 나도 마찬가지고."




딘은 무슨 말이라도 하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이내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카스티엘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가 분노를 삭이기 위해 자신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딘에게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데다 힘들어 보였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무릎만 쳐다보았다. 말을 꺼내는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나에 대해 잘 알고있는 모양이다, 응?"




"내 손바닥 보듯이 알고있지." 카스티엘이 투덜댔다. "몇 년 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에 축 늘어져 당혹감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 모습에 카스티엘은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약속 하나 하는 건 어때?"




그의 말에 카스티엘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뭔데?"




"내가 술 안마시면 너도 술 끊는거야."




"좋아."




"그리고 다음번에 내 기분이..." 딘은 말을 멈추고는 입술을 낼름 핥았다. "지난 밤에 그랬던 것처럼 된다면, 강요하지 않는 대신 직접 말해줄게." 




"그것도 좋아."




딘은 그를 보며 미소지었다. 비록 억지로 지어낸 듯한 표정일지라도 카스티엘에게는 충분했으므로 같이 미소 지어주었다. 




"어젯밤에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딘이 약간은 어색하게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게... 보호해준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말이지." 




카스티엘은 식탁쪽으로 눈을 내렸다. "검사 받아 봐야할 것 같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잠깐 통제력을 잃었었거든."




"어쨌거나,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랑 잤던거야?" 




딘이 그에게 묻자 카스티엘은 고개를 들어올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 질문은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온것임이 분명했으나, 그는 서서히 죄책감을 느꼈다. "꽤 많이." 그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대화 주제 바꾸면 안 될까?"




"난 일년 하고도 이틀간은 여자랑 잔 적 없어." 




딘이 갑자기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리자 카스티엘은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그거 꽤 긴 시간인데. 거의 최장기록 아니야?"




"그렇지." 딘의 얼굴은 씰룩거렸다. "캐스, 어쩌면 이 말 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어서."




"어젯밤보다 더 불편한게 있기나 할까?" 카스티엘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할지 걱정되는데."




딘은 초조하게 침을 삼켰다. "나 있잖아, 어.. 못해. 그러니까 섹스말이야."




카스티엘은 그를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응?"




딘은 눈을 굴리고는 말했다. "서질 않는다고, 이해했어?"




그러자 이어지는 약간의 침묵. "아." 카스티엘이 마침내 말했다. "그러면 너... 어찌됐든 간에... 병원은 가봤어?"




"의사가 필요한 게 아니야, 캐스.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머릿속의 문제지." 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악몽이랑 비슷해. 스트레스 때문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렇게는 안되더라고. 심지어 어젯밤에도. 네가 키스하면서 그런.. 그런 소리를 냈을 때도, 젠장. 그거 되게 좋았는데 내 몸은 무슨 힐러리 클린턴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나 봐." 




"참 예쁜 이미지네." 카스티엘은 생각에 잠겨 말하다 몸을 기울여 그의 손을 꼭 잡은 뒤 깍지를 꼈다. "그래도 괜찮아질거야. 음, 악몽이랑 비슷한 거니까. 모든 일은 끝났고, 너한테는 내가 있잖아. 우리 내일 여기서 나온 다음 다시 사냥하자. 예전처럼. 좋은 팀이 될거야."




딘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럴 것 같네." 그 말과 함께 그들은 키스했고 이내 딘이 입술을 떼고 혀를 날름거렸다. "너한테서 위스키 냄새나. 가서 양치하고 자는 건 어때." 




카스티엘의 다리가 술로 인해 후들거리는 바람에 딘은 그가 계단 올라가는 것을 부축해주었다. 





~~~





카스티엘이 일어났을 때 그는 집에 혼자였다. 딘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지난 몇 년간 처음으로 홀로 남겨진 기분은 들지 않았다. 손으로 욱신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간 그는 식탁에 올려진 메모를 발견했다. 묘지에 이것저것 치우러 간다. 어두워지기 전엔 돌아올게. 뭐라도 먹어, 이 멍청아. 




그가 베이컨 롤을 만들어 거의 다 먹었을 때쯤 미주리가 집에 도착했다. 그녀는 부엌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와 그를 한 번 쓱 보고는 쓰레기통 위로 삐죽 튀어나온 위스키 병을 쳐다보며 새침하게 말했다. "혼자서 그렇게 즐거웠니?"




"안녕하세요." 카스티엘이 말했다. 




그녀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 미소지었다. "그래서 그 애가 멍청이처럼 안 굴든?"




"오, 걘 아직도 여전해요." 카스티엘이 인정했다. "그래도 저만의 멍청이죠." 




"그것 참 듣고 싶었던 말이구나." 




"저희 내일 떠나기로 결정했어요. 너무 갑작스럽게 들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미주리는 그의 팔을 툭툭 두드려주었다. "바보처럼 굴지 마렴, 애야. 내가 원하는 건 너희가 원하는 일을 찾아내는 거였단다. 이제 그렇게 됐다면, 다시 여행을 떠나도 충분하겠지."




"저희는 원하는 일을 찾은 것 같아요. 그렇게 된게 맞는 것 같구요."  




"잘됐구나. 이제..." 그녀는 가방으로 손을 집어넣어 휴대폰을 꺼냈다. "아기 메리가 어떤지 한번 보렴. 예쁘지 않니?"




그들은 미주리가 부엌을 치우며 식사를 준비할 때까지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카스티엘이 생각에 잠겨 뒷문에서 정원을 바라보고 있을 때, 미주리가 다가와 부드럽게 물었다. "왜 그러니, 카스티엘? 나한테 묻고 싶은 거라도 있니?"




한숨을 내쉰 그는 그녀를 향해 뒤돌았다. "아직도 제 안에 천사로서의 힘이 남아있다고 하셨었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지."




"얼마나 있는데요?"




미주리는 그저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주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것 같구나. 그래도 강한 힘일 거야." 




"제가 왜 못느끼는 거죠?"




그녀는 자신의 뺨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렇단다. 네가 느끼려고 있는 게 아니야. 하느님이 필요할 때면 널 부르기 위해 있는 힘이지."




카스티엘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그분은 더 이상 안계세요, 아주머니."




"아니란다, 애야. 전혀 아니야." 그녀는 카스티엘의 손을 붙잡고는 가슴에 닿지 않게 자신의 심장 부근으로 끌어당겼다. "여기 있단다."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카스티엘의 심장에도 손을 가져다댔다. "여기에도 있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미주리는 그를 향해 씩 미소지었다. "그렇단다."




~~~




다음날 미주리는 남자 두 명이 평생을 먹어도 다 해치우지 못할 양의 파이를 그들에게 전해주었고 - 물론 딘은 열심히 먹어치우겠지만 - 그녀를 두고 떠나는 그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카스티엘은 조수석 시트에서 몸을 틀어 차가 커브길을 돌 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미주리도 문간에 서서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카스티엘은 머릿속에서 그녀의 미소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는 짓은 아직도 어린애네." 그가 시트에 제대로 앉는 사이 딘이 코웃음치며 말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가는 살짝 흐릿해져 카스티엘은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마을을 빠져나오기 위해 공동묘지를 통과하는 동안 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밤에 한번 더 묘지를 찾아가 낙서를 지우고 무덤을 다시 덮은 뒤 사방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치웠지만, 여전히 샘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애초부터 가망은 없었다. 이미 몇 달 전에 일어난 일일 수도 있었으니까. 자취를 찾기엔 너무 늦어버렸으므로 딘은 그저 견뎌내야만 할 것이다. 공동묘지 문을 지나치는 동안, 카스티엘은 그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7개월 전 샘의 무덤앞에 무릎 꿇고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도했던 일을 떠올렸다. 불쌍한 샘. 그는 죽어서도 안식을 찾지 못했고 카스티엘은 딘이 느끼는 것과 맞먹는, 쓰라린 고통을 느꼈다. 




그들은 미주리 주에 도착할 때쯤 서로 말다툼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럴 만한 일이었다.




"우리 바로 사냥 못나간다고, 캐스!" 신기하게도 차가 막히는 70번 국도를 달리는 동안 딘은 미심쩍다는 듯이 그에게 말하며 속력을 줄였다.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니까!" 카스티엘이 손을 쫙 펴며 소리질렀다. 




"너 다 낫지도 않았잖아, 그게 문제라고, 이 멍청아. 리퍼가 찾아왔던게 불과 몇 주 전이었는데 지금 바로 악마랑 싸우러 간다고? 너 아직도 죽고 싶어?"




카스티엘은 반항적으로 팔짱을 꼈다. "악마랑 싸우러 가고 싶은게 아니야, 딘.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거지. 나도 모르겠지만 -조사를 한다던지 네 뒤를 봐준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야. 쓸모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나도 힘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싸우면 안 된다는 거 알아. 멍청하진 않거든."




"그래도 너무 위험해. 네가 어떤지 아는데 말이야, 캐스. 위험한 징조가 보이면 바로 달려들 거잖아.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그럼 난 그냥 차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야겠네? 사이드킥처럼?" 카스티엘은 그를 노려보며 투덜댔다.




"그렇지." 딘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네가 로빈이야."




"무슨 로빈?"




"세상에, 캐스 - 너 나랑 육 년동안 같이 지냈으면서 배트맨 관련된 걸 아직도 모른다고?"




"딘, 넌 육 년동안 그 짓을 해왔다고."




"그럼 내가 배트맨인 것만 알아둬." 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는 또 왜 그래?"




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크리스찬 베일 따라하는 거잖아, 캐스. 그냥 닥치고 지도나 봐주면 안 될까? 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거든." 




그들은 인디아나 주로 향했고 밤이 되자 카스티엘이 발견한 모텔 앞에 멈춰섰다. 지난 몇 달 간 봐온 것 중에 노숙자들이 없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1년, 인디아나 주는 엄청난 지진을 겪었지만 이제는 그 일에서 벗어나 거의 회복된 것처럼 보였다. 여기까지 지나오는 동안 건축공사하는 모습을 번번이 볼 수 있었으며 인디아나폴리스의 지평선의 대부분은 크레인들과 반쯤 지어진 건물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비록 며칠 전에 뉴스에서는 미국 정부의 재활 프로그램은 전 북미를 파산 위기에 만들 것이라고 했지만, 어쨌거나 그런 부지런한 모습은 기운을 북돋게 해주었다. 그런 불행 속에서 희망은 제자리를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딘은 그를 미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래서, 오늘 밤엔 뭐하지?"




"무슨 뜻이야?"




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침대 하나할래, 두 개할래?"




"아." 카스티엘은 고심끝에 대답했다. "한 개. 카운터에 있는 사람이 받아줄 지는 모르겠지만."




"종말도 견뎌냈는데 설마 그런 걸 이해 못해주겠냐." 




카스티엘은 그가 이안과 잤을 때 빌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들이 종말을 이겨냈다고는 해도 깨달은 게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방을 잡은 뒤 카스티엘과 함께 차에서 짐을 내렸다. 그 차는 오래되고 낡은 도요타였지만 지금까지 딘은 한번도 그에 대해 불평한 적 없었다. 카스티엘은 그가 루시퍼를 쓰러트려야한다는 의무감에 냉혹한 사람으로 변했을 때부터 임팔라를 포기하고 주어진 삶에 맞는 차를 갖기로 한건지 궁금해했다. 임팔라는 그에게 있어 샘과 바비만큼 가족같이 소중한 존재였으니까. 카스티엘은 지난 몇 년간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었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마치 샘이 루시퍼를 승낙한 뒤로 딘의 소중한 한 부분 한 부분이 떨어져나가 완전히 사라진 것만 같았다. 어떻게 보면 딘이 냉혹한 모습으로 바뀐 건 카스티엘이 천사에서 인간으로 바뀐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었다.




"대박. 여기 포르노도 있네." 딘이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맨 처음 꺼낸 말이었다. 그는 TV옆에 놓인 카드를 집어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다 다시 내려놓았다. "나한텐 잘 된거지 뭐."




카스티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신 딘에게 파이가 가득담긴 그릇을 집어던졌다. "자, 먹어. 이거 먹으면 설지도 모르잖아."




딘은 콧방귀를 내뿜고 침대에 걸터앉았고 카스티엘은 식탁 앞에 앉았다. 그들은 파이를 먹으면서 방을 둘러보다 서로의 눈과 마주쳤다. 




"침대 어느쪽에서 잘래?" 딘이 파이를 한 입 가득 물고 물었다.




"네가 있는 옆에서." 




딘은 싱긋 미소지었다. "우리 오늘 밤에 잠 제대로 못 자겠다."




~~~




기묘한 일이었다. 카스티엘은 미주리의 집을 떠난 뒤 많이 기진맥진한 상태였고 딘은 언제나 피곤했기 때문에, 그들은 잠시동안 키스했고 카스티엘은 딘의 몸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다 딘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자 눈꺼풀이 서서히 쳐지기 시작했다. 그는 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가장 편안하게, 곤히 잠들었고 다음 날 아침 그들이 깼을 때 딘은 밤새도록 잤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는지 카스티엘이 침대를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말도 안돼." 카스티엘이 목마르다고 투덜대는 동안 딘이 말했다. "이렇게 깊게 자본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너 무슨 행운의 부적이야?" 




"그냥 네가 껴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카스티엘은 한숨을 내쉬고는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물병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딘은 그의 팔을 밀쳐낸 뒤 자기가 집어들어 뚜껑을 대신 열어주고 그에게 갖다주었다.




카스티엘은 불쾌하다는 듯이 콧잔등을 잔뜩 찡그렸다. "나도 네가 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는데, 딘. 물병 따는 건 나도 할 줄 안다고." 물을 꿀꺽꿀꺽 마신 그는 딘에게 병을 다시 전해주었고, 딘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그런거지." 딘이 잘난체하며 말했다.




그가 옆에 다시 눕자 카스티엘은 꿈틀대며 그와 얼굴을 마주한 뒤 이불을 덮은 딘의 다리 위에 자신의 다리를 올려놓았다. "이제 그만 돌봐줘도 돼. 나 정말 괜찮아진 거 맞아." 




딘의 표정은 살짝 어두워졌다. "알아. 그래도 내가 이렇게 하게 놔둘수는 있잖아, 캐스. 네가 아팠을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를거야. 잊기 힘든 일이라고."




"잊어버려. 알았어? 괜찮다니까."




"캐스..." 딘은 한숨을 쉰 뒤 고개를 돌렸다.




카스티엘은 손을 내밀어 그의 턱을 쿡 찔렀다. "뭐?"




딘은 말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 것처럼 보였다. "척이 나한테 너 많이 아프다고 전해줬을 때, 널 못볼까봐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내가 거기 도착하기도 전에 네가 죽어버릴까봐. 끔찍했다고.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니까." 




"그래도 왔잖아." 카스티엘이 그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그러자 딘은 고개를 저었다. "거기 도착해서 네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데... 방에 들어가는 동안 발작하고 있더라. 그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넌 상상도 못할거야. 네 코에서 나는 피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쉬는데다 너무 말라서 그게 정말 너라고 믿을 수도 없었어. 사람들이 다, 다른 이를 데려온 줄 알았는데 경련을 멈추고 소,소리지르는 게 딱 너, 너더라...."  




"쉿, 딘. 이제 괜찮아." 말을 더듬는 그의 모습에 놀란 카스티엘은 몸을 숙여 조심스럽게 입맞췄다. "다 끝났어. 이젠 괜찮아."




딘은 손을 들어올려 그의 머리를 감싸쥐었고, 카스티엘은 맹렬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 모습에 살짝 두려움을 느꼈다. "아무데도 가지마, 캐스." 그가 요청했다. "절대, 절대 날 떠나면 안돼. 알았지?" 




"나도 너한테 똑같이 말하고 싶은데."




딘은 고개를 저었다. "황소고집이네, 캐스. 황소고집이야."




카스티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거 배트맨 관련된 농담이라고 하지는 말아줘."




"아무도 나한테서 널 떼놓을 수 없을 거야." 딘이 미소지었다. "넌 어떻게 많은 걸 알면서도 제대로 아는게 없냐."




"넌 맨날 만화책이나 노래 가사나 영화 대사같은 것만 말하잖아." 카스티엘은 그의 양 입가에 입맞춘 뒤 부드럽게 말했다. "세상 모든 언어와 모든 생물들의 행동, 한 쌍의 날개로 바다를 어떻게 제대로 날 수 있는지 알게되면 행복해질 걸."




"웃기시네." 그들은 느긋하게 키스하며 서로에게 녹아들었다. 그들은 천천히, 나릇하게 키스하다 눈을 마주쳤고 머리카락을 서로 얽히게 만들거나, 코를 문지르며 미소짓기 위해 멈추고는 키스로 인해 촉촉히 젖은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잠시 후 카스티엘은 이불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혀놀림과 박자를 맞추며 딘의 그곳을 어루만졌지만, 손가락이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말했지." 딘이 절망적으로 말했다. "포기하는게 낫다니까."




"황소고집이네, 딘." 카스티엘이 미소지었다. "황소고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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