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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Water, Sunlight, T.L.C. -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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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Water, Sunlight, T.L.C. (물도 주고 빛도 주고 가꿔줘야해) 

저자: youaresunlight  /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2681108

등급; Teen And Up Audiences

줄거리: 캐스는 마녀회와의 작은 충돌로 인해 식물로 변하고 만다. 한나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딘과 샘에게로 그를 데려오고, 딘은 캐스를 돌보는 동안 새로운 감정을 깨닫는다. (시즌10 초반 배경, 스포주의)



6.



딘은 자신의 신중함이 이례적인 어린 시절의 징후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어렸을 적 그들은 개는 물론이요 기니피그조차도 키우지 못했으니까. 딘은 샘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일이 많았다. 만일 딘이 정상적인 삶을 살았더라면 - 하다 못해 어항 속 금붕어를 키우는 삶을 살았더라면 - 창 하나 없는 벙커에서 식물을 키우는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딘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원인을 돌렸다. 그러지 않는다면 어리석고 로맨틱한 생각에 사로잡힐게 뻔했다. 그는 치료법을 찾기 전에 캐스를 잃어버릴까봐 머릿속에 걱정만 한가득이었다. 몇 년간 쌓아온 긴장감을 물 주는 걸 깜빡했다거나 하는 잠깐의 부주의함으로 날려보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캐스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샘에게서 램프를 뺏어가 캐스가 지루하지 않게 말을 걸어줘야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었다... 뭐, 딘이 잘하는 일 중 하나엔 애 돌보기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처음엔 단순히 "아침이야, 캐스." 라던가 "잘자, 캐스."라는 말로 시작된 그 말은 이내 "있잖아, 캐스. 밥 먹으러 갔다와야 하거든. 그래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야." 하는 식으로 변질되었는데, 누가보면 미쳐보이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캐스한테 자기 상황을 설명하는 딘이라니. 캐스가 갑자기 휘리릭 날라가는 일이 없을 것임을 알았지만 그렇게 하는게 좀 더 안심이 되었다. 다시 돌아왔을 때 캐스가 사라지고 없을까봐 늘 걱정이 되었던 딘은 왜 자신이 이러는 것인지 굳이 파고들지 않으려 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들을 샘이나 한나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았고, 그 일은 당연하게도 닥터 섹시를 몰아보던 중 꾸벅꾸벅 졸다가 실수를 저지르는 것으로 이어지고야 말았다. 딱히 놀라울 건 없는 상황이었다. 소파에 앉아있던 딘이 캐스를 껴안듯이 끌어안고 있었다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그는 샘의 폰 연속촬영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고 한나마저도 터져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애써 가리며 말했다. "귀엽네."


캐스를 끌어안은 채 그들을 쏘아보던 딘은 휘청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램프 옆에 캐스를 내려놓은 딘은 "팬픽"이니 "그런 맥락"이니 하는 것들에 빠져버린 참담한 기분을 느꼈다. 





7.



그럼에도 캐스를 되돌릴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네가 말대꾸를 못한다는건 정말 좋지만" - 그의 말에 이파리가 살짝 곤두서는게 보였다. "네가 그리워. 진짜 너 말이야. 이런- 이런 느낌의 너 말고... 보고싶다."


식물도 웃을 수 있다면 캐스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딘에게는 왠지 그런 모습이 연상되긴 했지만 말이다. 언젠가 딘이 '절대 변하지 마'라고 했던 그 때처럼 공기중에는 따뜻한 향이 감돌았고 식물 모습을 한 캐스의 모습은 화사해보였다. 딘은 오래 전의 그 기억에 마음이 저며오는 것을 느꼈다.


"지난 번 네가 왔을 때 여기 머물러 달라고 했었어야 했나봐. 난- 네가 한나에 대해 얘기했을 때- 모르겠어. 난 확실히 하고 싶었는데 네가.. 떠났거든."


축 늘어진 캐스의 모습에 병원에서 엎질러진 'SORRY!' 게임 보드판과 흩뿌려진 조각들을 주섬주섬 주워담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소리치자 보여주던 주눅든 모습 말이다. 안 좋은 기억이었다.


"캐스, 널 비난하지 않을게. 알았지? 그건 그냥- 우리가 함께 지냈던 때가 그리워. 그리고 네가 맨날 휙휙 나타났던 때도. 요새는 내가 그렇게 깜짝 놀란 적이 없었잖냐." 딘은 킬킬대며 웃어댔다. "네가 화초로 나타나서 놀라게 한 거 말고."


그 말에 동요되었는지 캐스는 왠지 슬퍼보였고 딘은 실제 캐스가 지었을 표정을 머릿속에 그릴 수 밖에 없었다. 캐스의 말 없이도 감정이 전해오는 것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그는- 그래, 멜로드라마같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한 스스로에게 조용히 웃었고 캐스는 자신의 잎사귀로 딘의 손끝을 어루만지며 그를 안심시켰다.




8.



비록 일방통행이긴 해도 그 대화가 이뤄진 이후로는 딘의 어깨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화초에게 애착을 보인다는 게 이상한 일이긴 했지만 - 저주가 그렇게 성가실 수 없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 딘은 기쁜 마음으로 온실을 꾸미는 데에 마음을 쏟았다.


벙커의 1인실은 캐스를 편안하게 만들어주기엔 너무나도 큰 공간이었다. (딘은 어떻게 하면 식물을 안심시켜줄 수 있을지 몰두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언제부터 이런 일을 신경썼다는 말인가?)


어찌되었든, 딘은 36x36 사이즈의 아늑한 온실을 만들었고 캐스가 만족스럽다는 듯 살랑거리며 그곳에 적응하자 캐스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채고 기뻐하는 자신에게 참 우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자료 조사하는 동안 여기서 쉬고 있어."


그 말을 하며 천사로서의 캐스였다면 날개를 접었을거라는 생각을 하는 딘이었다.


그렇긴 해도, 딘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전보다는 몇배로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그에게 찾아왔다.


일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는데 - 그래, 캐스에게 노래를 불러주면서 - 정신을 차려보니 캐스가 꽃을 피운 것이다. 한마디로 꽃봉오리가 터졌다는 뜻이다. (닥치시지, 콜) 


캐스는 그만의 온실에서 아늑하게 지내던 참이었고 딘은 요리하기 전 모든 물건들을 주방으로 옮겼다. 어쩌면 온실이라는 환경과 적당한 온도 때문일지도 몰랐지만, 딘은 화들짝 놀라 파스타 면을 건져내다 바닥에 쏟고 말았다. 그동안 초록색의 자그만 캐스는 의기양양하게 자신을 뽐내며 AC/DC 노래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는 듯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샘은 AC/DC 노래를 부르는 딘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한나는 분무기로 캐스에게 물을 뿌려주었다.


"파란색이야, 딘." 한나가 꽃잎을 가리키며 말했다. "파란색, 떠올려봐."


딘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분무기까지 포함해서. 

 

그 일이 있은 후 딘은 캐스와 계속 함께 지냈다. 나머지 두 사람을 믿지 못해서도 있지만 캐스가 더욱 더 낯선 존재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은 그들을 싫어했기 때문에 소문이 일사천리로 퍼졌다.


그간 낯선 사람들에게만 이상하게 반응하던 것과는 달리, 캐스는 이제 딘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손을 대려고 하면 시들어버렸고 딘은 캐스에게 신경쓰느라 기력이 빠져버렸다. 


[네 노래소리가 남자친구를 깨웠다는 소식을 들었어.] 콜이 문자를 보냈다. [어쩌면 네가 마법사라도 되나보지. 네 남친 마음을 싹트게 했길 바라, 디노.]


딘은 폰을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눌러참았다.




9.




"식물학 관련된 주문을 찾아봤는데." 일주일 뒤 샘이 말했다. "찾을 수 있는 건 없었어. 아마 우리가 장난이 심한 마녀를 상대하고 있나봐. 어쩌면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신생 마녀회일 수도 있겠지."


"그래도 캐스를 돌려놓을 방법이 있어야 해." 딘의 항의했다. "아무리 주문들이 한낱 장난에 불과하다고 해도, 캐스를 언제까지고 저 모양으로 놔둘 순 없잖아."


"나도 알아." 피곤에 찌든 얼굴로 한숨을 짓는 샘의 모습에 딘은 자기만 캐스를 챙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찝찝해졌다. "한나랑 같이 마녀회를 다시 찾아볼게. 어디쯤에서 열리는지 기억할테니까 뭔가 나오는게 있겠지."


"그래." 딘도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좋은 생각이네." 그는 테이블에 올려진 캐스를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무력감에 죄책감을 느꼈다. 빌어먹을 마녀들.


"형?" 샘이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딘의 시선은 여전히 캐스에게 가있는 상황이었다.


"딘." 샘이 다시 부르자 딘은 저도 모르게 "뭔데, 사만다?" 라고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샘은 그를 얼빠진 듯이 쳐다볼 뿐이었다. "뭐하는 거야?"


"네 멍청한 얼굴 보고있잖냐."


샘이 눈동자를 굴렸다. 


"아니, 형 지금 캐스를-"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렇게 문지르지 마!"


샘의 시선을 따라 캐스를 쳐다본 딘은 자신이 엄지와 검지로 캐스의 잎을 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azalea53(진달래53)이 실내 식물과 인간의 접촉에 대해 작성한 기사를 보고난 뒤 그런 행동을 해왔고, 샘이 음란한 생각으로 오해한거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식으로 보지 마, 새미. 과학에 따르면 이게 최선의-"


그 순간 캐스가 꽃가루를 공중에 흩뿌렸다.


영겁과도 같은 3초 동안 벙커는 침묵에 잠겼고, 샘은 연달아 재채기를 하며 "미친!"을 외쳤다.


"이거 절대- 나는-"


"음, 그래. 내일, 우리가- 알았어." 샘은 쏜살같이 방을 빠져나갔다.


뒤에 남은 딘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앉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캐스의 잎이 부끄러워하듯 움츠러드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딘은 "미, 미안해 캐스. 내가 그만- 적어도 화초로서 숫총각으로만 남은건 아니잖냐- 그치? 그래도 미안해." 라고 말하며 스스로도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딘이 캐스를 톡톡 가볍게 다독여준게- 그게 성적인 접촉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맙소사.) 캐스는 주저하다 (그는 화초였다, 화초였다, 화초라고.) 자신의 잎사귀로 딘의 손가락을 꽉 잡았다. 이해한다는 듯한 캐스의 제스쳐에 딘은 의도치 않게 '그런 일'을 하게 됐음을 깨달았고, 그게 바로 샘이 그에게 한숨쉬며 열두살 짜리 같다고 말하는 이유였다.




10.




다음 날 아침, 캐스를 돌볼 겨를이 없던 딘은 구제할 길 없는 못된 놈이 된 기분에 사로잡혔다. 조디가 비교적 가벼운 사건으로 그들을 불렀기에 고의적인 건 아니었으나- 벙커를 나서면서도 한나에게 신신당부를 하던 딘은 운전을 하면서도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어젯밤 일 때문에 그래?" 조수석에 앉은 샘이 그를 구슬렸다. "형, 지금 도로도 안 보고 있잖아!"


"내 운전 방식에 왈가왈부 하지 마." 으르렁대던 딘은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어젯밤 일 때문이다."


그는 곁눈질로 샘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형, 난 형이 누굴 사랑하기로 했던 신경 쓰지 않아. 하물며 그게 식물이라 하더라도 말이야. 형을 응원하고 있다고."


딘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너 정말 싫다." 


웃음을 터뜨린 샘은 거대한 문어처럼 다리를 쭉 폈다. "그래도, 그건 시간 문제란 말이야. 둘이서 서로 뜨거운 눈빛을 보낼 때 내가 얼마나 속이 뒤틀렸는지 알아?"


"우리 그런 적-" 딘은 뭐라 항변하다 객관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을 멈췄다. 샘의 표정과 그가 찌푸린 이마는 그의 말이 틀린게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형도 인정하면 용서해줄게." 샘이 텀블러에 담긴 차를 마시며 흡족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누가 헌팅 트립에 차를 가져온단 말인가? 오직 자기만이 다 알고있다는 듯이 잘난체하는 그의 동생뿐일 것이다.


"그냥 조디를 성가시게 만드는 녀석을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알았어? 치고 빠지는거지."


"알았어." 샘은 활짝 미소지었고, 딘은 과장된 헛기침을 숨기려 애썼다.




11.



48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 내에 사건을 해결했다는 신기록을 세운 그들은 카페인에 의존해 겨우 깨어있는 상태였다. 샘은 한나가 조사한 내용들을 확인하고선 내일 마녀회를 찾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딘은 그들의 대화를 듣다 이내 온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온실에 들어서서 캐스의 모습을 본 딘은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캐스는 마치 넥타이처럼 주위에 파란 리본을 두른 채였다. 


"솜씨 좋네." 그가 리본을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말했다.


캐스는 그를 향해 서서히 몸을 돌리며 그를 감쌌다. '보고싶었다, 딘'이라고 하는 듯한 그 모습에 딘은 마음 속으로 그의 시리도록 파란 눈동자와 선한 미소를 떠올렸다. 


"나도 보고싶었어, 캐스." 딘은 캐스가 아기 고양이라도 되는 듯 그를 감싸 안고 눈맞추며 말했다. "이런 얘기 다시 하게 하지마." 딘은 캐스를 안고 복도로 나서며 수줍게 덧붙였다.


딘은 캐스를 침대 옆 서랍위에 올려 놓고선 집으로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이제 당분간 식물원에 갈 필요 없겠지?" 


그는 캐스가 그말에 화를 냈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12.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다음 날 아침 화초는 다시 캐스로 돌아오게 되었다. 다만 잔인하고 가차없는 세상이 그를 맨몸으로 되돌려놓는 바람에 그가 침대 옆 서랍에 기댄채 있었지만 말이다.


깜짝 놀라 허겁지겁 자기가 덮고있던 담요를 캐스에게 던진 딘은 그가 제대로 돌아온게 맞는지, 다른 주문의 징후가 없는지 확인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지만 캐스는... 충격적이게도 상태가 좋아보였다. 아니, 좋은 것 이상이었다. 딘은 여지껏 캐스를 그런 식으로 바라본 적 없었지만, 그날 밤 그런 일이 있은 뒤 부드러운 살결과 매끄러운 근육을 보고 있노라니... 


"캐스." 한동안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던 딘이 정신을 차리고 그를 깨웠다. "캐스, 일어나."


캐스의 어깨를 잡고 흔들던 딘은 천사가 몸을 꿈틀대자 숨이 멎는 것 같았고, "딘,"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잠긴 목소리에 그 말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서 와." 부스스한 머리를 한 캐스의 모습에 딘은 그간 내내 캐스가 그런 모습을 했었는데 그간 알아차리지 못한건지 아닌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건..." 캐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손가락들을 다시 보게 되다니 기쁘군." 


딘은 그간 가장 보고싶던 캐스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겠지. 그래서, 음.. 아침 먹고 싶어? 아니면..."


"먹는게 좋겠군, 아사할 지경이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좋아." 캐스의 말을 대신 끝낸 딘은 목부근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계란 후라이 해올게. 괜찮지?"


캐스는 고개를 숙이며 미소지었다. 그의 모습은 놀랍도록 사랑스러워보였다. "그게 좋겠다, 딘."


"좋아." 침대에서 일어난 딘이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선 그에게 건네주자, 캐스는 얼굴을 붉혔다. "옷 다 입으면 주방으로 와." 딘이 덧붙였다. "샘과 한나도 네가 돌아왔단 걸 알고싶을거야."


"알겠다." 딘이 건네준 셔츠를 끌어안는 캐스였다. 딘은 회색 옷을 입은 캐스가 얼마나 멋져보이는지 쳐다보지 않기 위해 애써야만 했다.




13.



예상대로 샘과 한나는 이파리나 줄기, 꽃가루가 없는 캐스의 모습을 보는게 기쁜 모양이었다. 꽃가루는 결국 소용 없던 거였다며 지껄이는 샘의 말에 딘은 서둘러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고, 캐스의 얼굴은 홍조로 물들었다. 무서울정도로 사랑스러운 그 모습에 압도당한 딘은 그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욕망에 간절히 사로잡혔다. 그러다 늘 그래왔듯 캐스가 어깨를 감싸며 걱정하는 모습에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혼란에 빠져 후라이팬 속 요리를 쏘아보았다. 


캐스는 언제나, 처음부터, 그가 걱정된다는 듯이 "내가 지켜보겠다."같은 말을 해왔었고 그 말은 이제 부담보다는 구제가 되어 그에게 다가왔다. 캐스가 식물로 변하게 된게 어쩌면 그의 헌신에 보답하라는 뜻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딘은 그간 이기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딘, 괜찮은 것인가."


걱정된다는 듯 쳐다보는 캐스의 푸른 눈은 마찬가지로 푸른 빛을 띄던 꽃을 연상시켰다.


"응, 괜찮아." 그가 대답했다. "뭐 좀 생각하느라고."


캐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된다는 눈빛이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다, 딘.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식물이 아니므로... 네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이제, 이제는 너와 대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하고 싶다. 네가... 걱정을 덜고 싶다면 말이다."


그러자 딘은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캐스가 잘생겼거나 섹시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아서가 아니라, 캐스는 언제나 그를 걱정하며 챙겨주었고, 딘이 아무리 괜찮다 해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관심을 쏟아주었기 때문이었다. 캐스가 늘 그래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딘은 이제 그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딘은 "나도 마찬가지야."라고 답했고, 그의 말을 들은 캐스의 얼굴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화색이 돌았다. 그 모습을 본 딘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깨닫기엔 약간의 밀어붙임이 - 주문이라던지 하는 - 필요한 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샘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그들을 보며 씩 미소지었고, 한나는 그보다는 소극적이지만 맑은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만족스럽게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14.




그날 밤, 복도에서 둘 모두 수건과 칫솔을 붙들고 있을 때 딘이 캐스에게 돌진했다. 캐스의 입술은 촉촉했고 딘의 머리 끝 역시 젖어있었으며, 딘이 먼저 운을 떼기 전까지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있잖아, 음. 원한다면 내 방에서 잘래?"


크게 떠졌다 이내 선해지는 캐스의 눈빛은 아름다웠다. "좋다." 부드러운 그의 대답은 딘이 듣고 싶던 말이었다. 


딘은 침실로 갈 때까지 말을 아끼다 입을 열었다. "돌아와서 기뻐."


"고맙다." 캐스가 웅얼거렸다. "불편하긴 했어도 상상했던 것만큼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음악을 좋아한다 이거지?"


"그랬지." 캐스가 웃으며 인정했다. "그보다는... 너와 있는 걸 즐겼다는 편이 맞겠군."


"글쎄,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였어. 그러니까, 넌 꼭-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만지거나- 잡거나- 내가 아니면 시들었잖냐." 


"그랬지." 캐스가 진지하게 수긍했다. "그 또한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는 천천히 딘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 그에게 천천히 허리를 감싸안았다.


 "너에게 날 돌봐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가 미소지었다.


"음." 입을 뗀 딘의 목소리는 살짝 갈라져있었다. "뭐 그런걸 가지고. 그건 정말 시험이나 그런 느낌은 전혀-"


캐스가 그에게 키스했다


다정하고 부드럽게 시작된 입맞춤, 캐스의 갈라진 입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따뜻했다. 딘은 이 순간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깊이 들어가길 주저하다 자신이 캐스를 원하는 것처럼 캐스도 자기를 원하길 바랐기에 급격히 마음을 바꿨다. 


"딘." 손으로 그를 더듬다 꽉 끌어안은 캐스의 말은 입술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한 손으로 딘의 머리를 감싼 채 목선을 타고 내려가는 캐스의 입술에 딘은 달콤한 마찰을 즐기며 신음을 흘렸다. 


손가락이 셔츠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몸 이곳저곳을 탐색하자 딘에게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캐스였다. 그의 손은 딘의 머리카락을 헤집었고 키스하는 동안 유연한 입술이 밭은 숨을 내뱉자 딘은.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드럽게 혀를 집어넣었다.


꿈만 같은 시간이 흐르고, 캐스는 목울대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필사적으로 뜨겁게 밀어붙였다. 캐스가 아랫입술을 깨물어오자 딘은 난생 처음으로 전기가 몸을 관통해 혈관을 타고 흘러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캐스가 내는 신음을 삼키며 쿵쿵 빠르게 뛰는 심장이 닿을 정도로 꽉 껴안는 것 뿐이었다. 


"캐스, 네가... 네가 더 이상 식물이 아니라는게 다행이네."


캐스는 가볍게 웃어 넘기고선 또다시 그에게 키스했다. 


"그래도," 그 다음 입술이 떨어졌을 때 딘이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꽃가루 관련된 건 무서울 정도로 재밌었다니까."


"글쎄," 반쯤 풀린 눈동자를 한 캐스는 그 어떤 모습보다 섹시해보였다. "인간의 몸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군."


"오, 당연하지." 그 말에 씩 미소지은 딘은 캐스를 침대로 밀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