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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Grey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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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68961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엠프렉+앵슷+딘의 POV (딘의 시점)+슈내 시즌9 까지의 스포 주의.







18. (continued)




루퍼스의 오두막까지 가는 내내 캐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두막에 도착하자마자 샘은 스프레이를 늘어놓고 문에 에노키언 문양을 그려놨으며, 딘은 창틀 쪽에 작은 문양을 직접 긁어 만들었다.



"그래서, 캐스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지?" 천사의 도청에서 벗어나자마자 샘이 물었다.



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샘. 한동안 캐스는 캐스가 아닌 것 같았거든."



그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샘이었다. "정말로?"



샘은 아직 캐스의 스토커성 행동과 최근의 부재에 대해 알지 못했을 뿐더러, 딘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를 강박증이 있는 사람처럼 만드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 이게 뭔지 모르겠어. 하지만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건 확실해."



그의 동생은 생각에 잠겨 웅얼거렸다. "미친 캐스같이, 아니면 거짓말을 하던 캐스같이?"[각주:1]



"나도 모르겠다." 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아차린 거라도 있어? 캐스가 천사든 아니든 따지고보면 형은 캐스의 메이트고..."



"그래. 걘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런 느낌이 와." 딘이 동의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있어. 낯선 향이 난다는 말이야. 레비아탄이 씌였을 때처럼." 



"그렇다면 형은 캐스가 누구와 엮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에 씌인 것처럼?" 샘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딘을 쳐다보았다.



"악마스러운 건 아니야." 딘이 대답했다. 지옥과 불구덩이의 냄새와는 거리가 먼 편이었으므로. "딕 로만과 아이들이 있었을 때보다 판단하기 어려워. 그래도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해."



"그러면 조종당하는 거겠네." 샘이 말했다. "그런데 누가? 악마가 아니라면 천사를 견제할 사람이 또 있어?"



"다른 천사라면?" 딘이 아이디어를 냈다. "위쪽에서 캐스를 성경 캠프로 보낸 건 처음이 아니란 말이지." 또 다시 캐스와 함께 천사들에게 맞선다는 생각은 그를 무척이나 피곤하게 만들었다. 샘은 여전히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동안 샘이 아멜리아라는 여자와 함께 라이언 고슬링이 나올 법한 로맨스물을 찍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떠올린 딘이었다.



"널 기다리는 여자가 있지 않아?" 딘이 물었다.



샘은 화들짝 놀라며 조심스럽게 딘을 쳐다봤다. "맞아. 그런 것 같네. 그런데... 형이 언제부터 아멜리아까지 신경썼다고?"



딘은 스스로도 자신이 동생의 여자 관계를 지지하는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어쩌면 그동안 너무 호되게 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샘이 다른 여자와 만나는 모습을 쭉 지켜보기만 하기엔 지친 것일수도 있었다. "몰라." 그가 말했다. "싸우기엔 지쳐서 그래. 또 우리 둘 중 하나는 행복해야 할거 아니냐."



"아멜리아 덕분에 행복한 건 맞지." 샘이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석판으로 모든 악마들을 보낼 기회가 있는데... 손 놓고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



"허." 딘은 조금 놀랐다. 



딘이 연옥에서 빠져나왔을 무렵 샘은 헌터 생활을 청산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강아지와 아멜리아와 함께 소꿉놀이를 하던 그 일년 동안, 그가 한 일 중 헌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기껏해야 딘을 연옥에서 빼오기 위해 루퍼스와 바비가 남긴 물건을 찾아다니는 것 뿐이었다. 그렇기에 딘은 동생이 자신의 축복을 받아 도망쳤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샘이 정말 그러길 바랐다. 딘이 천사나 악마를 쫓아선 안 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계획을 세우고 이 일에서 빠져나오려는 그의 일부는 이따금씩 아멜리아와 개가 있는 교외의 저택에서 지내는 것을 생각해보곤 했다. 안전한 곳에 대한 일종의 동경으로.



그는 생각의 방향을 바꿔 샘에게 언제 자신의 사정을 말하게 될지, 데오드란트와 향수가 제 구실을 못하게 될지 떠올렸다. 그의 바지는 이미 꽉 맞게 된지 오래였다...



"정말이야." 샘은 딘의 머릿속이 생각들로 윙윙 울리고 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대답했다. 



딘은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게임에서 벗어나 샘에게 조언을 해주려 애썼다. "글쎄, 네가 결정 내린 건 말 그대로 결정 내린거지. 발을 넣든 빼든 말이야. 중요한 건 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거고." 그가 한 말에는 숨겨진 뜻이 있었다. 샘이 하고 싶은 대로 쭉 하라는 뜻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때로는 무언가를 하는 것보는 낫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딘이 힘들게 얻은 교훈이기도 했다.



"그래. 전부터 쭉 듣던 소리네." 샘이 말했다. "난 그냥... 좀 걷다 올게. 머리도 식힐 겸."



샘이 자리를 뜬 뒤 딘은 소파에서 기지개를 쭉 켰다. TV는 켜져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빛줄기 사이로 위에 쌓인 먼지와 거미줄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의 일부는 그저 뛰쳐나가고 싶어했다. 샘과 케빈, 빌어먹을 석판을 놔두고 딘 스미스의 삶처럼 이 모든 일이 존재하지 않던 지루한 삶을 살고 싶었다.



샘은 차를 타고 아멜리아에게 돌아가는 대신 오두막으로 돌아와 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딘은 샘이 그 일을 후회하지 않길 바랐다.




~~~




그들의 할아버지가 옷장에서 튀어나왔다.



할아버지는 시간 여행의 마법사인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 비슷한 것인거나. 정체를 알아내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고 딘은 요 근래 감정을 제어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헨리 윈체스터는 헌터로 자란 자신의 손자인 샘과 딘에게 크게 감명받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피를 토해내며 자신이 존을 두고 갔을 때의 윈체스터식-희생을 설명했다. 



딘은 할아버지가 죽는 동안 그를 품에 안았다. 그는 실제로 딘보다 어렸다. 



그들은 저주받았을 지도 몰랐다.



그들의 혈통은 대부분 죽었다. 윈체스터 가부터 캠벨 가까지, 가문의 씨앗 전부 다.



딘은 아직 평평한 배에 손을 얹었다. 그는 이'것'만큼은 그 저주에서 비켜가기를 바랐지만 자신의 아이라면 그가 무엇을 하든 결국 피투성이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19. 




루퍼스의 오두막은 언제나 임시 대피소같은 느낌을 줬었다. 그와는 달리 지식의 사람들 벙커는 어쩌면 집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주었다. 샘과 딘, 그리고 그들의 빌어먹을 인생에 딱 들어맞는 맞춤형 장소인 것처럼.



벙커는 안전했다. 어쩌면 딘이 그동안 머물렀던 곳 중 가장 안전한 장소인지도 몰랐다. 메이트가 없어도 견딜만 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 어떤 악마나 띵즈도 침입할 수 없었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하 감옥이 그들을 가둘 것이었다. 점점 패닉상태로 변하는 그의 마음 속 오메가는 그 사실에 진정하고 기쁨을 느꼈다. 그의 본능은 계속 여기에, 안전하고 따뜻한 이곳에 머물러 다시는 떠나지 말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케빈과 그의 엄마도 이사를 왔다. 벙커에는 서재부터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수많은 방이 있었다. 트랜 부인이 그들에게 거의 60년 간 먼지가 쌓인 방을 청소시키기 위해 소리지르고 엄하게 군 결과 벙커는 그녀의 입맛에 맞게 다시 깔끔해졌다.



샘과 케빈은 트랜 부인이 듣지 못하게 툴툴대곤 했지만, 딘은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집을 가지지 못했던 입장에서 집안일이란 신선하게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최고의 크리스마스라도 찾아온 것인양 방을 골라 자기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짜릿한 일이었다. 그는 4살 이후 방을 가져본 적 없었다.



벙커에는 더플백 대신 옷장과 서랍이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욕실에 칫솔과 면도기를 놓고 나와도 되었다. 총이나 칼은 청소부나 모텔 고용인이 발견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 없이 놓고 싶은 곳에 놔도 되었다 (비록 트랜 부인은 부엌 벤치에서 그것들을 발견할 때면 혀를 차며 쏘아보곤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한밤 중에 샘이 코고는 소리나 방귀뀌는 소리 때문에 깰 필요도 없었고 악몽 때문에 잠에서 깨도 애써 악몽을 꾸지 않은 척 가장할 필요도 없었다.



가스레인지나 배트맨에 나올 법한 작전 회의실, 지하 감옥 같은 것을 제외하면 벙커에서 가장 끝내주는 부분은 바로 진짜 부엌이 있다는 점과 오래된 세탁기로 세탁을 할 수 있으며 욕실 바닥이 초록색이라는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것들 대부분이 구식이긴 했지만 모두 튼튼하게 잘 가동되었다. 트랜 부인은 쇼핑에 샘을 데려가 커피 머신을 비롯한 현대식 물건을 몇개 사왔다. 그렇게 이곳은 천국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딘은 요리를 아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햄버거나 스테이크, 아침식사 같은 기본 적인 요리에는 능했다. 심지어 냉동 피자라고 할지라도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진짜 접시에 놓고 먹는 지금 이 순간 어느 때보다 훨씬 나았다.



딘은 이 모든것을 사랑했다. 스스로가 얼떨떨할 정도로. 




Next


*옮긴이의 말


다음 편에는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분량을 맞추기 위해 쉬어가는 느낌으로 여기까지...

이미 한번 다 읽어본 스토리라 그런지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하네요ㅠㅠ 아무리 행복한 장면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안에 잔잔한 슬픔이 깔려있어 더 슬픈 것 같습니다. 딘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각주

  1. 여기서 말하는 미친 캐스는 시즌7의 멘탈캐스, 거짓말을 하던 캐스는 시즌6의 배신 캐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