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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Scarlet and Gold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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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Scarlet and Gold

저자: Ren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286159/chapters/2275194

등급: General Audiences (전체관람가)

줄거리: 딘 윈체스터는 막 호그와트 5학년이 된 마법사다.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의 새 주장이 된 뒤 그의 꿈은 후플푸프와의 대결에서 이겨 우승컵을 따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모든 것은 후플푸프의 학생 카스티엘 밀튼을 만난 뒤 바뀐다. 캐스는 수줍음이 많고 유머감각이 뒤떨어진 학생이고 딘은 무턱대고 나서다가 사고를 치고 마는 학생이다. 그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친구가 되기 시작하며, 딘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퀴디치 우승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자각하게 된다.





Chapter.4 호그스미드에서의 주말




호그와트에서의 한 달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교수들은 O.W.L에만 신경쓰는 모양인지 학생들에게 산더미같은 과제를 내주곤 했고, 딘은 시험일이 한참 남은 상황에서 미리 공부를 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수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마어마한 과제와 퀴디치 연습하는 시간을 빼고나면 실질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올 해의 첫번째 시합은 래번클로와의 대결이었고, 래번클로가 가장 약한 퀴디치 팀이라는 것은 다들 인정하는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만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또한 동생의 기숙사를 상대로 진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딘은 끔찍했던 기숙사 배정식 이후 최대한 샘을 피하려했다. 다행히 두 기숙사의 시간표는 완전히 다른데다 숙소도 성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샘을 피하는 일은 꽤 쉬웠다. 딘은 연회장에서 식사하는 동생을 멀찌감치 쳐다보다 이내 동생이 아직도 살아있고 아무도 변신술 수업에서 순록같은 종류의 동물로 바꿔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래번클로와의 시합 전 날 아침, 새미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다가왔다. 딘은 이미 곧 열릴 시합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으므로 동생이 다가와도 모르는 체 하고 베이컨을 우걱우걱 씹었다.




"형." 샘이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지 주저하며 말했다. 딘이 돌아보지 않자 샘은 지원군이라도 불러올 것처럼 래번클로 테이블을 두리번거렸다. 불행히도 그는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아빠한테서 부엉이가 왔어." 샘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또 형이 편지 받았는지 궁금해하셔." 




그 말에 딘은 스크램블 에그를 먹다 말고 고개를 휙 들어올렸다. "아, 제길!" 그가 짜증내며 포크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편지쓰는 거 깜빡했어." 그는 이미 몇 주 전에 왔던 존의 편지에 빨리 답장을 하고 싶었지만 수업과 퀴디치 연습 사이에서 짬을 내기란 힘들었다. 쓰다 만 편지는 완전히 잊혀진 채 기숙사 어딘가에 쳐박혀 있었다.




"그럼 아빠한테 별 일 없다고 답장해도 돼?" 샘이 물었다.




"그럼 나야 고맙지." 딘이 언짢게 중얼거렸다. "시합 끝나면 꼭 답장드릴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샘의 표정은 불편해보였는데, 그건 아마 딘 때문이거나 다른 기숙사를 배척하는 그리핀도르 학생들의 시선 때문일 것이었다. "내일 잘 해." 그가 겨우 중얼거렸다. 




"고마워." 샘은 대화할 때 상대방이 입안에 음식을 가득 넣고 있는 모습을 싫어했으므로 딘은 포크로 베이컨을 싹싹 긁어모았다. "그래도 내가 빗자루에서 떨어지길 바라야 할 걸. 그래야 래번클로가 이기지."




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래번클로도 잘 했으면 좋겠어." 진심에서 우러나온다고 보기엔 긴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말했다. "잘하는 팀이 이기겠지." 




래번클로의 수색꾼인 애쉬는 딘과 마찬가지로 5학년이었지만 알다가도 모를 학생이었다. 어쩔 때 애쉬는 굉장히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곤 했지만, 때로는 컨펀더스 참[각주:1]에 걸린 것처럼 비행하곤 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실력은 별로였으므로 래번클로가 이긴다면 딘은 덤스트랭으로 전학가거나 퀴디치를 영원히 관둘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샘은 아직 래번클로 퀴디치 팀의 실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모양인지 딘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처럼 보였다. "잘하는 팀이 이길거야." 그가 반복해서 말했다.




샘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샐쭉했지만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가는 대신 딘의 옆에서 머뭇거리며 얼쩡거렸다. "별 일 없는 거지?" 잠시 후 딘이 래번클로 학생들을 쏘아보며 그에게 물었다. 그는 윈체스터 형제들을 염탐하지 않은 척 급하게 등을 돌린 베키와 인사차 손을 흔들고 있는 애쉬를 발견했다. "만약 네 기숙사가 불편하면..."




"그런 거 아니야." 따돌림을 당하는 거라면 래번클로 기숙사에 고슴도치를 풀어놓겠다는 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샘이 대답했다. "별 일 없어. 래번클로도 마음에 들고. 그냥, 첫 날부터 형이랑 싸우고 싶지 않았거든..."




샘이 우울한 표정을 짓자 딘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죄책감이 들게 만드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같이 굴며 딘과 그리핀도르에 있는 대신 래번클로를 택한 건 샘이었고, 이제는 그리핀도르가 최고의 기숙사인 걸 모르는 듯이 자신의 기숙사가 마음에 드는 척하고 있었다. 하지만 샘은 그의 동생이었으므로 딘은 동생의 바보같은 행동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도 다투고 싶지 않아." 딘이 말했다. 요즘 그는 후플푸프 학생들과 절반 이상은 슬리데린 출신인 밀튼 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고 고든마저 인내심을 벅벅 긁어대고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누군가와 언쟁을 벌인다면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딘은 동생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빌어먹게도 그 일은 샘의 잘못이었으니까. 




"그럼 화해하는 거지?" 샘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물었다. 그놈의 망할 입.




"그래, 물론이지." 그 말에 샘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미소를 지었지만 딘은 전교생이 있는 앞에서 동생을 껴안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므로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접시로 시선을 돌렸다. "감동적인 순간이네. 이제 그냥 갈래, 아니면 음식 앞에두고 펑펑 울어버릴까?" 




샘이 음식을 먹으면서 말하지 말라며 뭐라뭐라 중얼거리고는 떠나자 딘의 기분은 훨씬 나아졌다. 다음 날 그는 애쉬를 무참히 짓밟고 단 십 분만에 스니치를 잡았다. 샘의 축하를 받은 그는 동생이 자리에 앉혀 아빠에게 편지 쓰라고 강요하자 확실히 화해하게 된 것 같다고 느꼈다.




~~~




첫번째 호그스미드 방문은 시합이 끝난 일주일 뒤로 결정되었다. 딘은 하루 빨리 성에서 벗어나 퀴디치 운동장이나 교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평소처럼 빅터와 고든과 함께 종코의 장난감 가게를 돌아다니는 건 어떨까하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허니듀크와 스리 브룸스틱스를 들린 다음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으로 가서 서로의 담력을 테스트 한다면 완벽한 일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빅터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미안해, 딘." 기숙사에서 옷을 갈아입는 동안 그가 말했다. "파멜라한테 같이 가달라고 했거든." 




"오."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걔랑 같이 와도 돼." 그가 말했다. "걔 재밌잖아. 맘에 들어." 




빅터는 고개를 저었다. "음, 그게." 그가 머뭇거렸다. "나랑 같이 가달라고 한 거였어. 이건, 뭐랄까. 일종의 데이트거든."




그제서야 딘은 빅터가 지난 5년 동안 봐온 모습중에 지금이 왜 가장 불안해보이는지 깨닫게 되었다. "오." 그는 똑같은 반응을 지었다. "그럴 줄은 몰랐는데, 뭐 괜찮아." 




"딱히 숨기려고 한 적은 없었어." 빅터가 방어적으로 말했다. "파멜라랑 맨날 같이 다니니까 너도 알아차렸을 줄 알았거든." 




딘은 오로지 래번클로를 이기는 일에만 몰두하느라 다른 일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고, 그와 파멜라는 연습 시간에만 같이 다니는 줄만 알았다.




"아, 물론이지." 그가 거짓말했다. "너랑 파멜라랑. 물론 알고 있었지. 그래도 친구를 버렸다고는 생각 안 해. 종코의 장난감 가게랑 허니듀크 말이야!"




"거긴 파멜라랑 같이 갈게." 빅터는 그의 말을 웃어넘겼다. "넌 고든이랑 같이 가면 될 거고."




오후 내내 고든과 함께 다닌다는 생각은 전혀 끌리지 않았다. 래번클로와의 시합 내내 고든은 더욱 더 성질을 긁어댔다. 10분 만에 두 번이나 반칙을 썼기 때문이었다. 파수꾼으로서의 빅터의 실력은 래번클로의 득점을 막는 데에 일조했고 그의 인내심은 시합 막바지에 딘이 고든을 목조르지 않게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중재자 역할인 빅터가 없으면 고든과 딘은 투닥거리기 일쑤였다.




딘은 결국 고든 없이 혼자 나가기로 결심했다. 복도는 호그스미드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건지 행복하게 대화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딘은 그들과 어울려 같이 가도 되냐고 묻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딘은 빅터와 파멜라의 경우처럼 자신과 같이 밖에 나가자도 할 귀여운 여자애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러다 2층 복도에서 코너를 막 돌았을 때, 도서관에서 나오는 래번클로 학생들을 보게 되었다.




샘은 형이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여자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딘은 그들을 불러세워 동생을 괴롭히기로 마음먹었다.




"샘." 딘이 어깨위에 손을 올리자 그의 동생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네 친구야?"




딘은 그녀를 이미 기숙사 배정식에서 본 적 있었지만 샘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모습을 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었다.




"제스라고 해." 그녀가 말했다. "제스 무어. 그리고 오빠가 딘 맞지? 샘이 늘 오빠 얘길 하더라구."




"좋은 얘기만 해줬어야 할텐데." 딘이 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샘이 계속 자란다면 조만간 그의 키까지 올 것 같았다. 




그러자 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주에 시합하는 거 봤어. 완전 잘하던데."




"고마워." 딘이 말했다. "샘! 네 여친 완전 끝내준다!"




그 말에 제스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샘은 '여친 아니야'라는 말을 중얼거렸지만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만 내려다보는 모습에 딘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딘은 능글거리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겠지. 어쨌거나 이제 가봐야 돼. 호그스미드 말이야. 너희가 못와서 아쉽다. 거긴 사람이 너무 많아."




샘과 제스는 꽤 실망한 듯 보였다. "어차피 오후에 스터디그룹이 있어서." 샘이 말했다. "가자, 제스." 




딘은 그들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도서관으로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래번클로들이란." 그가 중얼거렸다. "토요일 오후에 스터디 그룹을 하는게 재밌다고 생각하는 괴짜들만 모였나." 그러다 그는 근처에 래번클로 여학생이 있음을 깨달았다. "어...그러니까 내말은..."




여학생은 그가 당황했다는 사실은 무시하며 낄낄 웃어댔다. "네 동생이 제스한테 완전 반한 모양인데." 그녀가 큰 비밀이라도 누설하는 듯이 말했다. "오늘 저 둘 중 제대로 공부하는 애는 아무도 없을 걸." 




그렇다고 해도 탁하고 답답한 도서관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는 건 썩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별안간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저기, 로즌..."




"베키야." 그녀가 말했다. "베키라고 불러."




"알았어, 베키. 호그스미드에 같이 갈래?"




환하게 미소짓는 그녀의 모습에 딘은 순간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미안. 못 가. 친구랑 만나서 애크로맨투라[각주:2] 과제하기로 했거든. 그런 다음 산술점 과제도 해야하고." 그녀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다음 번엔 어때?"




"그래." 딘이 대답했다. "아마 다음 번엔." 그는 빅터가 또다시 자신을 버리지 않는 이상 다음 번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입구에서 조 하벨을 만났다. 고맙게도 인사를 건네주는 그녀의 기분은 꽤나 좋아보여 딘은 어쩌면 그녀에게 같이 가자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 오후에 뭐해?" 그가 물었다.




"퀴디치 운동장에 가보려고." 그녀가 대답했다. "오후에는 일정이 없대서 학교 빗자루 빌리고 날아볼까 했거든. 물론 오빠는 허락해주겠지?"




"음, 아니." 딘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것보단 나랑 호그스미드에 가는게 나을지도 몰라." 




그의 말에 조는 얼굴을 찌푸렸다. "나 일학년이야. 허락 못받는다구."




"누가 신경써?" 딘은 그녀에게 다가가 다른 학생들이 듣지 못하도록 낮게 속삭였다. "허락 안 받아도 괜찮아. 성 밖으로 나가는 비밀 통로를 알고 있거든." 그는 미소 지으며 조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조는 그의 귓볼을 찰싹 때렸다. "오빠 참 멍청하다." 그녀가 말했다. "규칙은 지 마음에 들때만 지키고 있잖아. 저리 꺼져." 그녀는 딘이 대답하기도 전에 경멸의 시선을 보낸 뒤 긴 금발 머리를 찰랑이며 떠났다. 




딘은 자신의 수치를 다른 사람들이 못 봤길 바랐지만 불행히도 가브리엘 밀튼이 그의 근처에 서 있었다. 




"오우, 윈체스터." 그렇게 말하는 가브리엘의 표정은 동정심과 즐거움 사이의 그 어중간한 위치에 있었다. "여자애를 놓쳐서 어떡하나." 




"나 좀 혼자 놔둬." 딘이 욱신거리는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




가브리엘은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이미 혼자인 것 같은데?" 그는 복도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척했다. "잘 됐네. 너한테 부탁할 게 있거든."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줘야 돼?" 딘이 물었다.




"날 위한게 아니라 내 사촌을 위한 거니까." 가브리엘이 말했다. 딘은 그제서야 가브리엘에게 가려져있던 카스티엘을 발견했다.




카스티엘의 얼굴은 샛노란 목도리에 반쯤 가려져있었다. "안녕, 딘." 카스티엘이 웅얼거렸다.




"봤지, 윈체스터. 캐시는 호그스미드에 처음 가보는 거거든." 가브리엘이 말했다. "호그스미드를 죽 둘러보게 해 줄 사람이 필요해. 장난감 가게에, 우체국에,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 허니듀크랑 스리 브룸스틱스까지. 근데 허니듀크는 꼭 들러줘. 거기 사탕 맛있거든..."




딘은 가브리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카스티엘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좋아. 그렇게 중요하다면 같이 둘러봐 줄게." 딘이 그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가브리엘은 과장해서 한숨 지었다. "아아, 다른 사촌들은 이 생각의 열렬한 지지자가 아니거든. 특히 라파엘은 지난 시합에서 자길 짓밟은 수색꾼이랑 같이 가고 싶어할까 걱정인데." 




카스티엘이 슬리데린 수색꾼의 코 바로 밑에서 스니치를 잡자 후플푸프는 200대 10이라는 압도적인 점수차이로 슬리데린을 이겼었다. 그 시합의 해설을 맡았던 가브리엘은 자신의 기숙사임에도 불구하고 슬리데린이 저지른 실수를 알차게 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딘은 라파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경험상 의욕만 앞섰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 결정됐네." 딘이 채 대답하기도 전에 가브리엘은 카스티엘의 등을 찰싹 치며 떠밀었다. "캐시 잘 맡길게."




"잠시만." 딘이 말을 꺼냄과 동시에 카스티엘이 투덜댔다. 




"도움은 필요 없다고 했잖아."




가브리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널 혼자 어떻게 내버려 두겠니." 그가 자신의 사촌에게 말했다. "그러면 또 오후 내내 캐캐묵은 책에 얼굴 쳐박고 있을거 아니야. 캐시, 윈체스터, 너희 둘이 잘 행동하길 바라. 그럼 안녕!"




딘은 툴툴대며 가브리엘이 자신한테 잘 알지도 모르는 그의 사촌을 떠맡기고 총총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카스티엘은 여전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굳이 나랑 갈 필요는 없다.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 그가 딘에게 말했다. "난 다시 기숙사로 돌아갈테니까..."




"케케묵은 오래된 책이나 읽게?" 딘이 물었다. "절대 안 되지. 자, 가자." 카스티엘과의 호그스미드 방문은 다른 친구들과 가는 것보다는 재미 없을지도 몰랐지만 딘 혼자가는 편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는 카스티엘을 거의 떠밀듯이 문 밖으로 나갔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성 밖의 날씨는 굉장히 추워서 10월의 마지막 날이라기보다는 한겨울인 것 같았다. 딘은 망토를 단단히 여몄고 카스티엘은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코까지 끌어올렸다. 




그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걸었지만 성에서 마을로 가는 길은 꽤나 길어 딘을 금방 지루하게 만들었다. 




"시합하는 거 봤어." 그가 말했다. "꽤 잘 하더라." 카스티엘의 실력은 딘이나 그리핀도르 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으므로 그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었다. 딘은 후플푸프와의 시합이 가장 마지막 순서라는 사실이 기뻤다. 카스티엘이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므로 선수들의 동선을 다시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 카스티엘은 고개를 숙였다. "정말?" 잠시 동안 딘은 카스티엘이 칭찬을 듣고 싶어하는 줄 알았지만 이내 그가 덧붙였다. "나한테 화 안나?"




"안 나는데." 딘이 깜짝 놀라 대답했다. "내가 왜 그러겠어?"




"테스트 하던 날 대화했을 때." 카스티엘의 말은 목도리에 가려 웅얼대는 소리로 들렸다. "내가 수색꾼이 됐다는 거 알고나서 화나 보이길래."




딘은 그 일에 대해 거의 잊고있었다. "그냥 놀라서 그랬었어."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의 말은 흰 입김이 되어 공중에 흩어졌다. "테사가 왜 널 뽑았는진 이제 알겠고." 




카스티엘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화 안났다니 기쁘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물론 너희 팀이 못한다면 우리야 좋지." 딘이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니야. 너희를 이기려면 우리가 열심히 하면 되는거고." 




다른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지." 그의 엄숙한 표정은 목에 두르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목도리와 대비되어 묘하게 보였다. 




마을로 가는 동안 뼛속까지 얼어붙는 줄 알았던 그 둘은 상점에 들어가서 몸을 녹였다. 그들이 맨 처음 들린 곳은 딘이 가장 좋아하는 상점인 종코의 장난감 가게였다. 그는 똥폭탄이나 악취 탄약, 올 해 새로 들어온 장난감 같은 것들에 갈레온을 쏟아붓기 위해 2주 동안 용돈을 아껴온 참이었다. 




그러나 카스티엘과 함께 상점을 구경하는 일은 까다로웠다. 딘이 상점을 쭉 둘러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들을 짚어줄 때마다 카스티엘은 그의 말을 예의바르게 들어주긴 했지만 흥미를 가지거나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단지 외계인들의 박물관에 온 것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상점을 돌아다닐 뿐이었다. 




"뭐에다 쓰는건데?" 딘이 흔들면 폭발하는 카드뭉치를 건네주자 카스티엘이 물었다.




"장난치려고." 딘이 대답했다. "누구한테 쥐어주면 펑하고 터질거야. 살짝 터지면서 연기만 나는 정도니까 다치진 않을거고." 




그 소년은 딘의 설명에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왜 내가 그걸 해야하는데?" 그가 조심스럽게 카드를 뒤집어보며 물었다.




"왜냐니...?" 딘은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랐다. "재밌으라고 하는거지." 그가 말했다. "장난이니까." 




카스티엘이 금방이라도 카드가 터질 것 마냥 선반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자 딘은 한숨을 푹 내쉬고 똥폭탄을 집어들었다. 




상황은 더비시와 뱅스[각주:3]에 들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카스티엘은 곤혹스러운 듯이 선반을 쳐다보다 그에게 이 마법 기구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이며 목적은 무엇인지 물어보곤 했다. 그가 은색 원반으로 이어져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에 대해 물어봤을 때 딘이 모른다고 하자 카스티엘은 주인에게 물어본 뒤에야 그것이 태음력임을 알게 되었다.




"흥미롭네." 카스티엘은 그렇게 말했지만 상점에서 아무것도 구매하지는 않았다.




잠시 후 딘은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 "허니듀크야!" 카스티엘이 모든 상점을 둘러보고도 아무 것도 사지 않자 딘이 외쳤다. "네 멍청한 사촌도 말했듯이 여기 과자가 진짜 맛있거든. 돈 없어서 물건들 안 사는 거라면 나한테 빌려도 되니까..." 




카스티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돈 때문에 그런거 아니야." 그가 말했다.




"그러면 사고 싶은거 사." 딘이 고집부렸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는 골똘히 생각했다. "새 잉크병이나 사야겠어."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야, 멍청아." 딘이 한숨지었다. "재밌는 걸 사보라고. 네가 원하는 거 말이야. 잉크가 그렇게 재밌는 거라고 말하기만 해봐. 오소리로 변신시켜 버릴테니까." 그가 감초 지팡이를 휘두르며 위협했다.




카스티엘은 그의 농담을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잉크는 꽤 유용하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어." 그가 대답했다. "잉크에 관해서라면 꽤 중립적이거든. 그리고 그건 진짜 지팡이가 아니니 주문을 쓸 수 없을 걸." 




딘은 또다시 한숨짓곤 카스티엘의 옷깃을 붙잡고 한 마녀가 무료 샘플을 나눠주고 있는 카운터쪽으로 끌어당겼다. "신상품 민트 우유 마시멜로가 나왔단다." 그녀가 두 소년에게 녹색과 흰색의 종이로 포장된 작은 큐브를 건네주며 말했다. "먹어보렴." 




"감사합니다." 카스티엘은 마시멜로를 예의있게 받아들곤 손가락으로 요리조리 돌리며 포장지를 깠다. 그가 포장지를 다 벗겼을 때 딘은 이미 마시멜로를 먹어치운 뒤였다. 




"나쁘진 않네." 그가 입가에 묻은 설탕을 핥아먹으며 말했다. "나한텐 살짝 달긴 하지만."  




"딘." 카스티엘이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갑작스런 그의 움직임에 딘은 그의 숨결도 느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게 됐음을 깨달았다. 그의 숨결에서는 민트향이 났다.




"캐스." 그가 뒤로 물러나며 대답했다. "그렇게 막 다가오지 마. 숨 쉴 공간이라도 좀 줘라."




"미안." 카스티엘이 말했다. "딘, 네 혀가 초록색이야."




딘은 순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마시멜로를 받았던 다른 학생들이 서로의 혀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너도?" 




카스티엘이 분홍색은 온데간데 없고 녹색과 흰색 줄무늬만 남아있는 혀를 보여주자 딘은 크게 웃어재꼈다. 그 모습에 카스티엘도 싱긋 웃었다. 




"몇 분간만 지속 돼." 카운터 뒤에 서있던 마녀가 설명했다. "맛이 총 아홉개가 있는데 각기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단다." 




딘은 카스티엘이 마시멜로를 살 수 있게 설득시켰다. 카스티엘은 자신이 먹을 몫을 제외하곤 달랑 한 두개밖에 사지 않으려고 했다. "군것질 거리를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그가 투덜댔다. 




"한 번에 안 먹어도 되잖아." 딘이 대답했다. "네 친구들한테 재미삼아 장난쳐도 되는거고. 가브리엘한테 줘도 된다고!" 




카스티엘은 이게 왜 재밌는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엔 그와 딘 모두 양 손에 아홉가지 맛의 마시멜로가 든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나왔다. 또한 딘은 초콜릿 개구리도 산 뒤 마지막 남은 멀린의 카드를 얼른 모으기로 결심했다. 




물론 카스티엘은 카드를 모으는 타입이 아니었다. "전부 모으는 게 뭐가 중요해?" 그가 물었다. "어차피 많이 가지고 있을텐데. 하나가 많든 적든 다를 것도 없고." 딘은 적당한 답변을 찾지 못했다. 




오후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우체국에 들러 부엉이들을 둘러보는 동안 캐스는 큰 흰색 부엉이를 보고 넋을 잃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스크리벤샤프트의 깃펜가게에 들렀고 딘은 캐스에게 평소 사던 잉크 말고 쓸 때마다 색깔이 바뀌는 잉크를 사도록 만들었다. 




카스티엘과 함께 퀴디치용 빗자루에 대해 떠들며 성으로 돌아가는 딘의 기분은 끝내줬다. 카스티엘은 천성적으로 유머 감각이 뒤떨어지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그와 함께한 그날 오후는 생각보다 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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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


헤헤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셨죠...! 이번 편은 호그와트에서 전형적인 데이트 코스인 호그스미드를 캐스와 딘이 함께 가는걸롴ㅋㅋㅋ꺄아아아아!!! 별 스킨십 나온 것도 없고 그냥 둘이 대화만 나누고 끝인데 왜 제가 다 좋은지 모르겠네욬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캐스는 여전히 망충하구...딘은 거기에 휘말리고ㅠㅠㅠㅠ좋습니다ㅠㅠㅠ

그리고 캐스 말투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슈내에서 나오는 천사 특유의 말투와 소년스러운 어린 말투를 섞어버렸는데 보기 어떠실지는 모르겠어요 ;ㅅ; 보기 괜찮으시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라면 고쳐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ㅅ;...


교정은 천천히 할게요!


*각주


  1. 마법계약으로 된 사물을 현혹시키는 주문. 대충 이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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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해그리드가 키우던 거미 종류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눈이 여덟게 달려있고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마법의 생물. [본문으로]
  3. 마법 기구나 가재도구를 파는 가게. 고장난 물건도 수리해준다고 해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