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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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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56997.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이후. (2014년) 퓨쳐캐스와 딘이 나옵니다. 말투 조심!

또한 시즌5 파이널 이전에 나온 글이라 약간의 설정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7. On the road (4)




카스티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을 받았다. 그 녀석이야. 그의 앞에 서 있는 악마는 이미 그를 속속들이 알고있는, 캔자스에서 그를 거의 죽게 만들었던 바로 그 악마였다. 카스티엘은 최대한 숨을 쉬려 노력하며 진흙탕에서 빠져나와 몸을 일으켰지만 악마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차가운 물에서 끌려나온 그는 번개가 치는 동안 인정사정 없이 나무로 휙 던져졌다. 무릎을 꿇고 덜덜 떠는 그의 옆에 악마가 웅크리고 앉아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렸다. 




"이번에는 너 보려고 온 거 아니야, 카스티엘." 악마가 위협했다. "널 쫓아오느라 얼마나 걸렸는데. 시간 낭비는 안되지."




악마가 고개를 숙이자 카스티엘은 숨결에서 느껴지는 황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딘 윈체스터는 어딨지?" 악마가 쉭쉭댔다.




몇 초 동안 카스티엘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딘이 주문에 걸려있어 차에 있는 남자가 악마에게는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딘은 마녀가 생각해낸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다. 악마들한테는 먹힌다 이거지. 급하게 생각한 그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떠올려냈다.




차에 물이 차고 있어. 꺼내주지 않으면 딘은 익사하고 말거야. 




그 생각에 카스티엘은 격한 분노를 느꼈다. 지난 번 이 악마를 만났을 때 그는 살아갈 의지를 잃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강해져 두사람의 생명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악마는 강력했고 카스티엘에게는 무기가 없었다. 하지만 차로 돌아가 딘을 구할 시간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괴성을 지르고 뒤따르는 아픔은 무시하며 악마의 턱에 주먹을 날렸다.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악마는 예기치도 못한 공격에 놀랐는지 신음하며 카스티엘을 놔주고 진흙 위에 쳐박혔다. 카스티엘은 쓸 만한 무기가 있는지 미친듯이 주위를 둘러보다 멀리 떨어진 딱딱한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그가 진흙탕 위를 굴러 나뭇가지를 붙잡았을 땐 비가 더 거세져 까진 상처를 따끔거리게 만들었다. 




"이 망할 놈이!" 악마가 벌떡 일어서서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이럴 시간 없다고 했지 내가!"




카스티엘은 나뭇가지를 들고 위협적으로 달려들었지만 무릎에 무리가 오는 바람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사실 악마는 무척이나 강했고 그가 빙의한 인간의 몸은 다친다 해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악마를 힘 빠지게 만들기란 힘들었다. 카스티엘은 그 점을 감안해 악마에게 또다시 주먹을 날려 쓰러트리고 마구 가격했다. 그는 악마가 지칠 때까지 발로 차고는 쓰러진 차와 칼, 그리고 딘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악마는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그가 몇 걸음 내딛기도 전에 손이 덥석 잡아 끌어당겼다. 비명을 지른 카스티엘은 순식간에 물 웅덩이에 빠져 비내리는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멍하게 누운 그는 자신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더 이상 비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건 눈이었다. 




"게임하고 싶다 이거지?" 악마가 얼굴을 손등으로 치자 카스티엘은 피 맛을 느끼게 되었다. 머리가 핑핑돌아 세상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자식 어딨어, 약해 빠진 놈아?" 악마가 소리치며 그의 어깨를 뒤흔들었다. "직접 말해줄래, 아니면 내가 들어갈까? 네가 날 내쫓으려 해도 상관없어. 머리를 헤집어줄 테니까! 지난 번이 가장 심했다고 생각해? 곧 있으면 내가 너를 완전히 끝내줄거야! 머리를 샅샅이 뒤져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해줄게!" 




"엿 먹어." 카스티엘이 숨을 헐떡이며 악마의 얼굴에 피를 내뱉었다. 카스티엘은 딘이 물에 빠지는 모습을 그려내며 본능적으로 그를 구하기 위해 미친듯이 발버둥쳤다. 그는 딘을 져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는 못했다.




"어딨는지 말해." 악마가 카스티엘의 턱을 움켜쥐며 명령했다. "우린 딘을 찾아야하고 네가 유일한 연결책이야. 고작 이거가지고 죽기엔 아깝지 않나?"




"난 이미 죽었었어." 카스티엘이 그의 손 아래서 몸부림치며 말했다. "왜 또다시 못할거라고 생각하지?" 




"이제 인간이고 지옥에 갈테니까. 그곳에 가게 되면 내가 알아차리겠지. 돌아오고 싶지 않을 걸."




카스티엘은 그 말을 무시하며 악마의 몸을 무자비하게 가격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직 딘 뿐이었다. 악마가 반격하며 세게 억누르는 힘에 카스티엘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딘 윈체스터는 어딨냐니까? 오 초 줄게."




딘이 죽어가고 있어. "이거 놔!"




"오....사...."




카스티엘의 시선은 갑자기 악마의 목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는 펜던트로 향했다. 




딘의 애뮬렛이었다. 




도대체 악마가 왜 딘의 애뮬렛을 가지고 있는 걸까?




"삼....이.... 아악! 이게 뭐...?"




차갑고 딱딱한 무언가가 뺨에 닿은 순간 악마는 그를 놓아주고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카스티엘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반사신경은 악마를 재빨리 밀쳐낼 정도로 충분히 예민했다. 카스티엘이 벌떡 일어서는 동안 악마는 욕을 내뱉었지만 이내 무언가가 머리를 강하게 치는 바람에 또다시 진흙탕으로 미끄러졌다. 어리둥절한 카스티엘은 눈을 깜빡이다 컴컴한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구슬 크기만한 우박이 엄청나게 쏟아져 내려 진흙을 철썩 때린 뒤 땅 위를 굴러가고 있었다. 근처에 야구공 크기의 우박이 떨어지자 카스티엘은 본능적으로 몸을 굴려 나무 아래 숨었다. 반면 악마에게는 운이 없었다. 보통 인간이었으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우박들이 그에게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그는 몸을 움츠리며 비틀거렸지만 쉽게 쓰러지진 않았다.




"허, 올해들어 가장 좋은 날씨구만?" 악마가 씩 웃으며 양 팔을 쫙 펼쳤다. "폭풍이 오는 모양인데."




카스티엘은 물에 거의 완전히 잠긴 자동차를 바라보았다. 그가 악마에게서 빠져나온 뒤 2분만에 물살이 급하게 차올라 발 너머까지 올라와 있었다. 홍수로 인해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이 쓸려내려갈 것처럼 보였고 그 속에서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딘 뿐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자동차로 달려가려 했지만 늘 그렇듯이 악마가 한 발 더 빨랐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진흙탕에 쳐박혔고 그는 질식할 위험만 없었어도 곧바로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뭐든 간에 상쾌하네." 악마는 점잔빼며 카스티엘을 붙잡고 뒤로 확 끌어당기곤 조롱하듯 상냥한 몸짓으로 그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나 폭풍 좋아해. 좀 따갑긴 한데 마음에 든다고." 달걀 크기만한 우박이 그의 어깨를 치고 튕겨나가자 악마가 이죽거렸다. "루시퍼가 여기 온 뒤로 이런 날씨는 본 적 없었거든. 내가 보기엔 대자연도 그분의 부재를 그리워하는 것 같은데." 




머리 위에서는 천둥이 쳤고 거센 바람때문에 나무가 휘어졌다. 나뭇잎들이 떼창하는 소리와 우박이 부딪히는 소리때문에 악마의 말마저 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카스티엘은 그에 신경쓰지 않고 몸을 비틀며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애썼다. 딘이 물에 잠겼으니까. 하지만 악마가 그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 빠져나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게 문제였다. 빌어먹을 악마놈 때문에 딘이 죽게되는 것과 다름없었다. 




"어딨는지 말해!" 악마는 차 안에서 익사하고 있는 다른 얼굴을 한 남자가 바로 자신이 찾고있는 사람임을 깨닫지 못하고 명령했다. 




카스티엘은 절규하며 마지막 남은 힘까지 끌어모아 악마를 떼어내려 했지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는 몸을 축 늘어뜨리고 절망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지옥가서 물어보시지 그래." 그에게 지금 당장 생각나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악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카스티엘의 입을 확 붙잡아 끌어당겼다. 악마가 자신에게로 몸을 기울이자 카스티엘은 지난 번에 악마가 머리를 헤집어놨을 때 어땠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악마가 몸속으로 들어온다면 저항하기도 전에 머릿속의 정보를 모조리 빼앗겨 완전히 파괴되고 말 것이었다.




카스티엘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딘이 없다면 살아갈 이유가 뭐 있겠는가? 




악마가 입을 벌리자 카스티엘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별안간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와 악마와 함께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딘이 그곳에 서 있었다.




"거기서 떨어져, 이 개자..."




딘이 악마를 죽이기 위해 칼을 날리자 악마는 순발력을 발휘해 어깨쪽으로 피했지만 대신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악마는 비명을 질렀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콸콸 흘렀다. 악마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칼을 다시 집어든 딘의 시선은 목에 걸린 애뮬렛으로 향했다. 딘의 몸이 충격으로 굳어진 사이 악마는 재빨리 그를 날려보내 나무에 부딪혀 칼을 떨어트리게 만들었다. 땅으로 쿵 떨어진 그는 부상을 입고 말았다.




카스티엘은 그가 어떻게 차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밀려오는 안도감은 아르데날린을 몰고 와 악마에게 다가가 머리를 물 속에 쳐박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진흙탕에 휩쓸릴 뻔 했지만,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칼이 떨어진 곳을 찾았다. 이번이 유일한 기회였지만 칼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초밖에-




그러다 완전히 멈추고 말았다.




너무 놀란 그는 나무들 너머로 펼쳐진 평야를 바라보다 악마도 자신과 똑같은 것을 보고 욕지기를 내뱉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불과 몇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어둡고, 불길한 느낌의 기둥이 먹구름에서 내려와 땅을 내리치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이 있는 곳까지 소름끼치게 울부짖는 바람 소리가 들려오자 카스티엘은 머리가 곤두서고 이가 저절로 떨렸다. 우박은 그저 서막일 뿐이었다 - 이것은 폭풍이 아니라 토네이도였고, 마음만 먹으면 그들을 단번에 휩쓸어버릴 수 있었다.  




"제길." 악마가 으르렁대듯 말했고, 카스티엘은 토네이도 때문에 악마가 팔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화물차로 달려가 급하게 운전석에 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화물차에 시동이 걸리자 카스티엘은 다시 토네이도를 바라보았다. 크기가 점점 커지며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모습에 그는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숨을 곳을 찾지 못하면 그들은 죽을 것이다.




"딘!" 그는 소리지르며 급하게 딘에게로 달려가 일으켜세웠다. 그의 뺨에는 피가 흘렀고 끈적한 나뭇잎들이 달라붙어 있었지만 카스티엘은 그가 괜찮은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딘을 끌어당겨 무게를 지탱하며 절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걔는 갔어?" 질척이는 땅 사이로 화물차가 떠나는 모습을 흐릿하게 쳐다보며 딘이 웅얼거렸다. "우리가 이긴건가?"




"토네이도가 오고 있어. 어서 나가야 해." 카스티엘은 나무 사이로 숨어야할지 근처에 있는 농가로 가야할지 망설이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는 딘이 멀리 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숨을만한 건물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의 옆에 선 딘은 토네이도를 발견하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몸을 빳빳이 세우고 약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카스티엘을 밀어냈다. "나무 사이로 숨어야 돼." 그가 불안하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캐스, 숨을 곳이 필요해. 노출되기 쉬운 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여기 있으면 너무 위험해." 카스티엘은 자신의 목소리가 바람소리에 파묻히지 않게 급히 소리쳤다. 딘이 토네이도를 바라보는 동안 그의 눈동자는 점점 커지며 흐릿하게 변했다. 어쩌면 아까 입은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카스티엘은 그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그의 앞머리는 비 때문에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었고 카스티엘은 이 모습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어디서 들었거나...




"척이야!" 그가 놀라움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척이 이 꿈을 꿨었어! 우리가 빗 속에서 달리는 모습을 봤었대! 바로 그거야. 우린 여기 있으면 안 돼. 우리가 달리는 모습을 봤다는 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이야."




다른 시간을 낭비할 것도 없이 그는 딘을 끌어당겨 수십 미터 정도 떨어진 농장으로 향했다. 비 때문에 시야는 흐릿했고 그들 뒤에서는 나뭇잎들이 휘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곳이 제발 피난처가 되길 빌었다. 어쩌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들을 도와줄 수도 있었다.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였지만 별 다른 방도가 없었다.




달리는 동안 바람은 웅웅대며 부서진 얼음 덩어리의 파편들로 그들을 계속 치고 있었다. 딘은 비틀거리며 계속 넘어졌지만 카스티엘이 그를 일으켜세워 부축하자 숨을 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의 상태는 심각했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의식은 있었다. 카스티엘은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이렇게 자신을 끌고 가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젠장." 딘은 헐떡거리며 대여섯번 정도 쓰러졌지만 카스티엘은 그를 끌어당겨 좀 더 달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러자 뜻밖의 아우성과 바람이 웅웅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 초 뒤 엄청난 폭발음이 공기를 타고 전해져왔다. 그 소리에 뒤돌아본 카스티엘은 저만치서 화물차가 완전히 뒤집어져 불꽃이 솟구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토네이도 기둥이 그쪽에서 멀어지자 솟아오른 검은 연기가 비틀거리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악마야." 딘이 멍하게 말했지만 트럭이 뒤집어 졌을 때 악마가 그 안에 있었던건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소용돌이는 서서히 가라앉아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그 모습에 카스티엘은 토네이도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솟아올라 그들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뛰어!" 그가 소리쳤고 그들 주위에는 온통 휘몰아치는 비바람 뿐이었다. 토네이도의 울음소리는 점점 거세져 가까이 다가왔다. 토네이도를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은 누구가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들은 물 웅덩이를 가로질러 농장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농장에 이른 그는 헛간이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음을 발견했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땅에 엎드리는 일 뿐이었다.





"최대한 납작하게 엎드려!" 카스티엘은 있는 힘껏 소리치며 딘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위에 엎드렸다. 그 행동은 오히려 토네이도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땅에 최대한 납작하게 엎드려야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지 않을테니까. 그는 진흙에 얼굴을 묻고 소용돌이가 그를 찢어놓을 듯이 위협하는 소리를 들으며 신음했다. 소용돌이가 만들어낸 압력 때문에 귀가 미친듯이 울렸다. 그 소리는 가히 압도적이라 귀를 막고 싶었지만,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저 계속 납작하게 엎드려 있어야만 했다. 




그는 전에 한 번 토네이도를 소환한 적 있었다. 모든 요소들을 제어하며 명령도 내릴 수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에 악마들이 넘칠 때 우리엘이 소용돌이가 마을을 휩쓸도록 명령하는 것을 본 적 있었다. 그는 붉은 폭풍이 수많은 사람들을 휩쓸며 생물들이 공포에 떨게 만든 모습을 아무 감정 없이 지켜보기만 했었다. 그는 토네이도의 작은 돌풍 하나마저도 이해했다. 그는 소용돌이를 만들고 뒤흔들며 사람들을 죽이게 만든 힘을 알고 있었다. 천사였을 때 토네이도는 단순한 도구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가 비명을 간신히 참을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모든 것이 멈췄다. 바람은 서서히 사그러들어 그들을 둘러싼 모든 분노와 불협화음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카스티엘은 자신이 청각을 잃은 줄 알았으나, 빗방울이 땅을 두드려대는 소리와 딘이 헐떡이는 소리는 여전히 들려옴을 깨달았다. 혼란스러움에 고개를 들자 소용돌이도, 그들을 위협할만한 것들도,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두 끝났다. 




그리고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농장은 날라갔다. 오로지 몇 개의 나무 판자와 흩어진 지푸라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카스티엘은 주위를 둘러보며 농장을 찾아보려 했으나 남아있는 건 오직 뼈대밖에 없었다. 안에 무엇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없었다. 뜰의 반대편엔 이미 몇번은 부서지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차가 옆으로 쓰러져있었다. 




카스티엘은 눈을 깜박이며 사고가 났던 개울쪽을 쳐다보았다. 나무들은 모두 뿌리뽑혀 그 자리에 존재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말도 안돼." 딘의 조용한 외침에 카스티엘은 그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는 카스티엘이 짓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적어도 그는 살아 움직이고 있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충격받은 듯 사방을 둘러보다 그들 주위로 2미터 반경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사실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었다. 부서진 나무 판자에, 나뭇가지에, 울타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쇠파이프 더미까지. 나뭇잎들과 잔가지들, 죽은 나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와 딘은 진흙탕이 원처럼 그려진 구역 안에 멀쩡히 살아있었다. 마치 보호막처럼.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야?" 딘의 목소리는 꽉 억눌려 있었다. "캐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네가 했어?"




"아니." 카스티엘은 몸이 욱신거림을 느끼며 완고하게 말했다. 그는 발 밑의 땅에서 무언가가 빛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미 그게 무엇인지 깨달은 그는 몸을 구부려 그것을 집어들었다. 




딘은 깜짝 놀라 숨을 내뱉었다. "그거 내 목걸이야?"




"응." 카스티엘은 그것을 멍하니 살펴보다 딘에게로 건넸다.




"악마 목에 걸려있었는데... 어떻게 여기 있지?"




카스티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은 서서히 물러나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분이 오셨어." 그가 말했다. "아버지가 오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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