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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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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57098.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이후. (2014년) 퓨쳐캐스와 딘이 나옵니다. 말투 조심!

또한 시즌5 파이널 이전에 나온 글이라 약간의 설정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8. Knoxville ~ On the road (1)




카스티엘에게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곱씹어 볼 시간이 없었다. 그저 무릎을 꿇고 빌고 싶었다. 울고 싶었다. 머리를 조아리고 그 자리에 꿈쩍않고 감사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대신 그는 부서진 농장 앞에 흠뻑 젖고 진흙을 뒤집어 쓴 채 서서 벌벌 떨고 있었다. 악마와의 싸움으로 인해 전신이 쑤셨고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딘이 그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뇌진탕을 일으켰고 카스티엘이 잘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따뜻한 곳에 머무르거나 얼른 이 자리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딘은 거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짓고선 목걸이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샘의 무덤에서 훔친거겠지." 그가 말했다. "그 개자식이 훔쳐간 놈이었어. 애뮬렛으로 신을 찾을 수 있다고 했었지? 그러면 여기에 악마가 쓸 수 있는 무슨 힘이라도 있던 걸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전리품으로 가져간 걸지도 모르지."




"왜 그런지 모르겠네." 딘은 중얼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눈가에 묻은 피를 훔쳐냈다. 




"휴대폰 있어?"




딘은 자신의 주머니를 만져보았다. "아니. 차에 놔두고 왔나봐."




예상했던 일이라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있었다. 달리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어 가까운 마을로 걸어가야만 했다. 운 좋게도 카스티엘은 지도의 길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마을로 가려면 적어도 10마일은 걸어가야 했다. 




"여기 있어. 도움 요청하러 가볼게." 




"됐네요, 성 요셉씨. 악마가 근처에 있을 수도 있어. 같이 붙어다녀야 해."




"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여. 여기서 최대한 온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봐. 그럼 내가..." 




"캐스." 피가 묻어있는 딘의 얼굴에 주름이 패였다. "걷기나 하자."




~~~




그들은 몇시간 동안 걸었다. 날씨는 점점 추워졌고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진눈깨비가 되어 금방이라도 함박눈이 될 것 같았다. 딘이 불안하게 절룩거리며 걷는 동안 카스티엘은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어스름 사이로 새어나오는 마을의 불빛을 보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진 않았다. 




"그래서 하느님이 휴가에서 돌아오셨다 이거지?" 카스티엘이 경찰서로 보이는 건물로 이끄는 동안 그가 물었다. "좋은 시간을 보냈을까? 우리는 전혀 아니잖아." 




카스티엘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대답한다 하더라도 이가 너무 떨려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사람이나 있을 지 확신하지 못했다.




~~~




경찰관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뒤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병원은 토네이도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으므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딘과 카스티엘, 단 둘뿐이었다. 소용돌이는 - 더불어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것들은 - 마을에 큰 피해를 주거나 부상자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2013년에 이곳을 강타했던 폭풍 이후 다들 두려움에 벌벌 떨며 소용돌이가 가라앉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이 된 모양이었다. 루시퍼가 일으킨 재앙을 겪고나서 이러한 규모의 피해를 쉽사리 잊기란 힘들었다. 




그날 밤 딘은 카스티엘이 그의 통증을 알아낼 정도로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불평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저체온증이었고, 여러군데 멍이 들었으며 엑스레이 검사 결과 정상으로 나왔지만 뼈에 심하게 무리가 간 상태라 의사가 걱정할 정도였다. 딘이 검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침대에 누워 잠이 들자 카스티엘은 그를 지켜보기 위해 편안한 의자에 앉았다. 사실 그도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무사했고 딱히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도 딱히 제재를 가하진 않았다. 모든 소지품은 차 안에 있었다. 그들에겐 돈도 없었고 병원은 그리 친절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이곳은 꽤 작은 마을이었고 그들이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환영받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카스티엘은 무엇보다 잠을 자고 싶었지만 악마가 언제든지 찾아올거라는 불안감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구내식당에 몰래 가서 소금 한 팩을 가져온 뒤 딘의 병실 문간과 창턱에 뿌려댔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은십자가 목걸이를 목에서 빼고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번갈아 만지작거리며 동이 틀 때까지 아버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지친 탓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살면서 이렇게 압도당하는 기분은 처음이었고 이 상황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눈을 뜨고있는 것 뿐이었다. 결국 잠에 굴복한 그가 다시 깼을 때, 그의 머리는 침대에 걸쳐져있었고 딘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헤집고 있었다. 그는 간호사가 들어와 다른 환자가 쓸 침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나서야 손가락을 치웠다.




~~~




돈을 부쳐줄 수 있냐는 딘의 전화에 척은 할리우드에서 받은 자신의 돈이 유용한 곳에 쓰인다는 사실에 기쁜 모양이었다. 그들은 척이 빌려준 돈으로 차를 빌린 뒤 - 카스티엘은 제대로 된 신분증이 없는데도 보안관이 그냥 넘어가준 것이 놀랍고 감사했다 - 망가진 도요타 자동차를 찾으러 가기 위해 황폐한 지역으로 떠났다.




전날 미친듯이 넘쳐흐르던 개울은 온데간데 없었고 물에 흠뻑 젖은 내용물들을 겨우겨우 구해낸 카스티엘은 혹독한 추위에 거의 얼뻔했다. 딘이 나무들 사이에서 칼을 찾는 동안 카스티엘은 새 렌터카에 올라타 담요를 둘둘 두르고 히터에 몸을 쪼였다. 작업은 한 시간이 걸렸고 딘은 차에 오를 때까지 벌벌 떨고 있었지만 적어도 잃어버린 물건들을 다시 되찾았다는 사실은 둘 모두를 기쁘게 만들었다.




"이제 뭐하지?" 그가 물었다.




카스티엘은 눅눅한 담요를 어깨까지 끌어올리며 벌벌 떨었다. "호텔로 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일주일 내내 자야지." 




딘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전에 뭐 먹으면 안 돼? 배고파 죽겠는데." 




"뇌진탕 걸렸어도 식욕은 여전하시네."




딘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살인마한테 쫓기고 토네이도 때문에 죽을 뻔 했어도 내 배는 생각해줘야지." 




카스티엘은 그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사람들이 실험실로 끌고 갈지도 몰라. 거의 괴물 수준인데."




버려진 자동차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딘의 시선은 어두워졌다. "그러게, 뭐. 고난과 역경을 충분히 겪은 배고픈 괴물이지. 가자."





~~~





척이 예상보다 많은 돈을 보내줬으므로 딘은 다른 대접을 누릴 필요가 있다며 변두리에 있는 싸구려 모텔에 머무르는 대신 어마어마하게 비싼 호텔 방을 빌렸다. 카스티엘이 물에 젖은 물건들을 펼치고 진흙범벅이 된 옷들을 세탁하는 동안 딘은 먼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가지고 있는 무기들은 깨끗이 정리해 말릴 필요가 있었고 사야할 생필품도 많았다. 서적들과 지도는 이미 망가진 상황이었다. 그 중 가장 큰 손실은 휴대폰의 분실이었지만 카스티엘은 필요한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있는 상태라 그건 내일 장만해도 상관없었다. 상황은 더 안좋을 수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카스티엘이 일을 다 끝내고 기다려도 딘은 나오지 않았으므로, 그는 몇 년만에 처음으로 신의 존재가 확실히 있다고 안심하며 눈을 감고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편안하고 정상적인 기분이 들었다. 평소보다 감수성이 예민해진 그는 딘이 욕실에서 나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문을 닫고 샤워기 앞에 서서 흐르는 눈물을 씻어내리기 위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는 더 이상 천사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단순히 육체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많은 방면에서 약했고 가지고 있던 목표들을 모두 잃은 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신의 은총 덕분에 카스티엘은 딘과 함께 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는 이 감정을 어찌할 지 몰라 신에게 빌고 또 빌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신이 자신을 돌봐줌에 감사한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신 보답으로 그분의 말씀을 무조건 받들겠다고 기도했다. 




샤워를 마친 그는 거울을 문질러 김이 서서히 차오르는 동안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은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약간의 멍과 타박상을 입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카스티엘이었다. 그는 아직도 인간이었고, 천사의 힘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신이 한동안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을거라고 생각했다. 척에게 예지력을 내려주고 있었으니까. 신은 그가 악마에게 제대로 씌이지 않도록 해줬으며, 딘에게 인도해 둘 모두의 목숨을 살렸고 그가 캔자스 주에서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죄를 용서할 수 있길 바라며 거울에 이마를 대고 눈을 감았다. 




그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밖은 어두웠다. 방에는 불이 켜져있었고 딘은 호텔로 오는 길에 산 흰 티셔츠와 검은색 사각 팬티를 걸친 채 팔로 얼굴을 가리고 침대 가장자리에 누워 모퉁이에서 다리를 달랑거리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문가에 멈춰서서 딘의 왼쪽 무릎에 난 커다란 멍과 팔꿈치에 난 찰과상을 바라보았다. 




"역사상 가장 오래걸린 샤워였을 거야." 딘이 팔 아래서 중얼거렸다. "정말이야, 캐스. 기병대라도 보낼까 했다니까." 




카스티엘은 코웃음치며 진흙투성이의 옷을 문 옆에 던졌다. "추워서 그랬어." 




딘은 얼굴에서 팔을 치우지 않은 채 미소지었다. "내가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데."




카스티엘은 침대에 풀썩 주저앉아 딘의 넓적다리로 손을 미끄러트렸다. 그는 딘의 무릎에 난 멍을 쓰다듬다 즉흥적으로 그곳에 키스했다. 그러다 다른 상처에도 허리 숙여 입맞췄다. 또 침대 위쪽으로 올라간 그는 딘의 팔을 끌어당겨 손과 팔꿈치, 팔뚝에 난 상처에도 키스했다. 그는 딘의 얼굴에 올려져있는 다른 팔에도 똑같이 입맞춘 다음 침대로 내려놓았다.




딘은 생각에 잠긴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웠나보네." 그가 가슴을 쿡 찌르며 조롱하듯 말했다.




카스티엘은 그의 티셔츠를 걷어올려 가슴에 난 멍부터 어깨까지 혀로 쭉 핥았다. 그가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팔꿈치를 들어올린 딘은 가만히 그를 지켜보다 뒤로 돌아누웠다. 그러자 카스티엘은 그의 등에 걸쳐져있던 티셔츠를 완전히 끌어올려 등에 난 멍에도 입맞추기 시작했다. 그가 척추뼈를 따라 아무 상처 없는 피부에도 입맞추자 딘은 다시 뒤로 누워 티셔츠를 끌어내렸다. 




"여기도 잊지마." 




딘이 관자놀이쪽으로 눈을 굴리자 카스티엘은 그의 이마를 감싼 붕대 위에 키스하며 소독약의 톡쏘는 맛을 느꼈다. 그는 딘의 머리카락과 작은 혹에 입맞추다 잠시 멈춰 그가 머리를 꿰매지 않은 것에 감사한 뒤 마침내 입술에 키스했다.




"내 입에 잘못된 건 없는데." 딘이 무미건조하게 웅얼거렸다.




카스티엘은 그의 아랫입술을 짙게 빨아들이고 씩 웃었다. "몰랐네."




키스하는 동안 따스함과 편안함이 동시에 전해져왔고 평소와 다른 침착함이 공존하는 지금 매 순간이 사랑스러웠다. 그러다 딘은 자리에 앉아 카스티엘을 침대로 밀치고 허리에 두른 수건을 치우며 그를 위아래로 쳐다보았다. 카스티엘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보답해주려는 것임을 깨닫고 미소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딘은 안전벨트가 콱 조이는 바람에 벌겋게 달아오른 그의 상처부터 갈비뼈에 든 멍까지 쭉 훑어내렸다. 딘은 그의 팔과 멍든 손목을 쭉 따라가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맞추며 그대로 그의 어깨를 돌려 눕힌 뒤 등골을 따라 혀로 핥아올렸다. 그런 다음 그를 평평하게 다시 눕혀 손가락으로 뺨을 어루만진 뒤 우박때문에 긁힌 상처에 입술을 꾹 눌렀다. 




"키스 제대로 못해서 미안." 카스티엘의 머리칼을 비비꼬던 딘이 이마에 입을 맞춘 채 웅얼거렸다.




"이미 익숙해." 카스티엘이 갑자기 피곤함을 느끼며 조용히 대답했다. "그런지 좀 됐지." 




딘은 얼굴을 찌푸리고 그의 목에 코를 비벼댔다. "입 다물어. 모든 면에서 다 잘해준 건 너잖아. 너 아니었으면 어땠을지도 모르겠다." 




카스티엘은 눈을 감았다. 그들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자 딘이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소중한 아빠가 돌아오셔서 되게 흥분한 것 같은데." 




딘의 목소리에는 카스티엘이 좋아하지 않는 무언가가 담겨있었다. 카스티엘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이야?"




딘은 얼굴에 홍조를 살짝 띈 채 시선을 회피했다. "캐스...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 네가 믿음을 다시 가져서 기뻐. 정말로. 그리고 나도 어제 일어난... 이상한 일을 받아들여야겠지. 부인할 수는 없으니까."




카스티엘은 딘의 목에 걸려있는 애뮬렛을 바라보며 그것을 손에 쥐었을 당시 얼마나 뜨거웠는지 떠올렸다.[각주:1]




"이렇게 말하면 되게 이기적인 놈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딘은 말을 끝내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카스티엘은 당혹스러움에 그를 올려다보았다. "딘?" 




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주리 아줌마가 말한 거랑 관련 있는 얘긴데. 아줌마가 심적인 능력으로 네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하셨거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줌마가 그러시더라. 넌 누군가를 숭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 나한테 미쳐있다고. 그럴 수 밖에 없는거라고." 




카스티엘은 그 대화를 엿들었던 기억을 떠올렸지만 처음 듣는 척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넌 신을 섬기려고 만들어진 존재잖아, 캐스. 이제 그분이 돌아오셨으니..."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불안한 눈빛을 보내자 카스티엘은 그제서야 그의 말뜻을 깨달았다.




"아버지때문에 널 버릴거라고 생각해?" 




딘은 그 말에도 어깨를 으쓱였다. "너 멍청하구나? 이거 불안한데. 그분이 슈퍼카를 몰고 다니는데다 밤자리 스킬도 좋은 바람에 마을에서 쫓겨난 전 남친이라도 된 것 같다고. 어, 거지같은 비유지. 신성모독 같고. 하지만 내 기분은 그래."




카스티엘은 한숨을 푹 쉬는 척했다. "사실, 그게 바로 내가 하려던 말이야, 딘. 나 내일 떠나. 수도원에 가기로 했거든. 진정한 사랑을 찾았어. 하느님이라고."




"거 참 재밌네."




"딘..." 그는 딘의 손을 붙잡아 꽉 쥐었다. "미주리 아주머니가 난 누군가를 섬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랬지. 그 분 말이 맞아. 아버지를 섬기는 것도 맞고. 하지만 널 섬기는 건 아니야, 딘. 널 사랑해. 분명히 다른거야." 




그와 눈을 마주친 딘은 입술을 씰룩거리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날 사랑한다고?" 




"그래, 이 멍청아."




"나도 사랑해. 골칫덩어리 같으니."




"좋아. 이제 터무니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잠 좀 자자." 카스티엘은 손바닥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너무 피곤해. 어제 네가 아기처럼 자는 동안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 




딘은 침대에 풀썩 누웠다. 이불을 끌어당긴 그는 카스티엘도 이불로 들어오길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다 손을 뻗어 불을 끄고 그를 이불로 확 뒤집어 씌우는 딘의 모습에 카스티엘은 미소지을 수 밖에 없었다. "숨 쉴 틈은 줘야하는 거 아니야?" 딘이 그의 가슴을 문지르며 뒤로 꼭 껴안아주는 동안 카스티엘이 투덜댔다. 




"그만 투덜대. 네 자리를 원하는 여자애들이 줄을 섰다니까. 물론 빌어먹을 교황도 포함해서."




"네가 그 사람 젖꼭지를 만져대면 좋아할지 의문인데." 




딘은 그의 어깨에 부드럽게 키스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 누워있는 동안 딘이 넌지시 말했다. "그분이 우리를 신경쓰고 있을까?"




"누구, 교황? 로마를 한창 재건하느라 바쁠 것 같은데." 




"바보야, 그 사람 말고 하느님 말이야. 이게 틀린 일이면 어떡해? 우리가 규칙에 어긋나는 거라면?" 




카스티엘은 한숨지었다. "이런 류의 규칙은 인간들이 지어낸거야. 성관계에 대해 그분은 아마 달리 생각하실지도 모르지."




"아마도? 정확히는 모르고?"




"그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딘." 




딘은 한동안 조용히 있다 구슬프게 말을 이었다. "그럼 그분이 돌아오셨어도 벌 받는 건 아니겠네? 그분이 지금 지켜보고 계실까? 되게 섬뜩한데." 




"딘?"




"응?"




"잠이나 자." 




딘은 피식 웃고는 그를 살짝 끌어안았다. "그분만 괜찮아 한다면 나도 그분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네." 




그 말은 딘이 신에 대해 한 말 중 가장 적극적인 말이었다. 카스티엘은 가슴 속에 기쁨이 차올랐지만 너무 지친 탓에 말 뜻을 제대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8-2 보기





*각주

  1.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건 딘의 애뮬렛은 신을 찾는 장치 역할을 한다는 거였죠(5x02). 그래서 전편에서 카스티엘이 애뮬렛을 집어들고 아버지가 돌아오신거다-라고 말한 거였던 모양이에요 :)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