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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Scarlet and Gold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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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Scarlet and Gold

저자: Ren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286159/chapters/458705

등급: General Audiences (전체관람가)

줄거리: 딘 윈체스터는 막 호그와트 5학년이 된 마법사다.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의 새 주장이 된 뒤 그의 꿈은 후플푸프와의 대결에서 이겨 우승컵을 따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모든 것은 후플푸프의 학생 카스티엘 밀튼을 만난 뒤 바뀐다. 캐스는 수줍음이 많고 유머감각이 뒤떨어진 학생이고 딘은 무턱대고 나서다가 사고를 치고 마는 학생이다. 그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친구가 되기 시작하며, 딘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퀴디치 우승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자각하게 된다.







Chapter.2 : 9월 1일




존 윈체스터는 두 아들들을 킹스 크로스 역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휴가를 냈다. 딘은 자신도 카트를 밀 수 있다며 칭얼댔지만 존은 아랑곳하지 않고 카트에 캐리어를 올려놓고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로 향했다. 




"다 왔구나." 그가 말했다. "딘, 저쪽까지 갈 수 있겠지?"




"당연하죠, 아빠." 딘이 대답했다.




존 윈체스터는 승강장 벽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9와 4분의 3 승강장 앞에서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다.




"잘 다녀오고 공부 열심히 해라." 존은 다른 말은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샘에게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야, 딘. 올해는 예의바르게 행동해라. 네 동생도 잘 챙겨주고."




그러자 샘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저 이제 열한 살이에요. 형이 저 안 돌봐줘도 된다구요." 그가 투덜댔지만 딘은 웃으며 샘의 머리를 헝끌어트렸다. 




"걱정마세요, 새미는 저랑 있으면 안전할테니까." 딘이 말했다. "내년 여름에 봬요." 




"머지않아 보게 됐으면 좋겠구나." 그의 아빠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휴일에 집에 올거지?" 




딘은 확신하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바쁘시지만 않으면요." 




"당연한 말을!" 존이 말했다. "편지 쓰는거 잊지 마라. 이웃들이 뭐라하든 상관없으니 어떻게 지내는지만 알려줘."




아빠와 포옹한 딘이 수레를 밀어 재빨리 9와 4분의 3 승강장 안으로 먼저 들어가자 샘은 여전히 입을 삐죽 내민 채로 뒤따라 들어갔다. 




"기운 내, 새미. 이제 호그와트에 가잖냐." 딘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첫 날부터 동생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학교 가는 거, 그렇게 나쁘지 않을거야...."




하지만 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아니라, 아빠가 시간을 못 내실 것 같아서." 그가 말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형이 집에 왔을 때 우리 남겨두고 일하러 가셨었잖아."




샘의 말에 딘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아빠 잘못은 아니지. 호그와트 등록금이 싼 건 아니잖냐. 게다가 이젠 우리 둘 모두 책임지셔야하고."




"형은 잘 몰라. 4년동안 집에 있던 게 아니잖아." 샘이 항변했다. "아빠는 언제나 형만 챙겼으니까 못 알아챘겠지." 




샘은 딘이 채 대답할 기회도 주지않고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기차를 향해 달려갔다.




"샘!" 딘은 소리쳤지만 굳이 동생을 따라가지 않았다. 동생을 돌보라는 아버지의 말은 샘과 계속 붙어있으면서 다니라는 뜻도 아니었고, 샘도 알아서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동생을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을 친구들이 보게 된다면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아서 그런 것도 있었다.




그는 캐리어 두 개를 양 손에 쥐고 기차에 올라 앉을 자리를 찾았다. 기차 앞쪽으로 가자 창가에 앉은 두 명의 그리핀도르 학생들만 있는 객실이 나왔다. 딘은 그들 앞에 앉아 다리를 쭉 뻗었다. "빅터, 안녕." 그가 말했다. "고든도 안녕. 어떻게 지냈어?"




고든 워커는 고개를 끄덕이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안녕."




"평소처럼 늦었네, 딘." 빅터 헨릭슨이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그들은 딘과 같은 5학년으로, 빅터는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의 파수꾼이었고 고든은 몰이꾼이었다. 




"유명인사들은 멋지게 늦어도 상관없지." 딘이 씩 웃으며 대답하자 빅터는 눈을 굴렸다. 




"네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거 아냐?" 그가 입가에 미소를 짓고 망토에 달린 은색 뱃지를 가리켰다. "올해는 조심해야 할거야. 내가 새로 반장이 됐거든."




하지만 딘은 우쭐함에 능글맞게 웃었다. "그러셔? 퀴디치 팀 주장이 누가 됐는지 맞춰 보시지." 




빅터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축하해. 싱어 교수님이 널 뽑을 줄 알았어. 교수님은 언제나 널 아끼셨잖아." 




"엄청 아끼지." 고든이 창가를 바라보며 모두한테 들릴 정도로 투덜대자 딘은 얼어붙었다.




"무슨 말이야?" 




"내가 무슨 말 하는 지 잘 알텐데, 윈체스터." 그가 딘을 향해 고개돌리며 대답했다. "네가 팀에 들어왔을 때부터 싱어 교수님이 너만 편애했다고."




"그만 해, 고든. 그냥 농담이었잖아." 빅터가 그를 달래려 했지만 딘은 주먹을 꽉 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멍청아." 그가 고든에게 말했다. "너 대신 쓸 다른 선수나 찾아야겠다. 너같은 놈 말고."




그가 서둘러 칸을 나오는 바람에 그냥 지나가고 있던 래번클로 학생과 하마터면 부딪힐 뻔 하자 빅터가 그를 쫓아왔다. "딘. 화내지 마. 싱어 교수님이 네가 능력있어서 뽑았다는 걸 우리도 안다고."




하지만 딘은 얼굴을 찌푸렸다. "전부는 아니지. 아니, 적어도 고든은 아니겠지. 3학년 때 내가 걔 대신 수색꾼이 됐다고 못마땅해했었잖아."




빅터는 고개를 젓고 그 말에 대한 대답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너희 둘은 좀 화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우승컵은 따지도 못할거라고. 고든은 고집세고 건방지긴 하지만 걔만큼 좋은 몰이꾼은 없잖아." 




늘 그렇듯이 빅터의 말은 옳았지만 딘은 호그와트에 가는 내내 고든의 의견 따위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빅터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른 객실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운이 좋다면 호그와트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화는 금방 풀릴지도 몰랐다. 게다가 팀의 선수를 퇴출시키는 건 퀴디치 팀 주장으로서의 좋은 행보가 아닐테니까. 




그동안 호그와트 급행열차는 이미 역을 떠나 시골 마을을 통과하고 있었다. 기차의 앞부분은 언제나 꽉 차있었기 때문에 딘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객실 두 칸을 지나치자 1학년들로 가득찬 곳에서 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미는 한 귀여운 여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딘이 이미 여친 생긴거냐고 물어보자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딘은 샘을 나중에 또 놀려보기로 유념해두었다. 




다른 객실로 들어서니 라파엘이 사촌들과 함께 있었다. 규모가 큰 밀튼 가는 티 하나 없이 말끔한 슬리데린 교복을 입은 네 명이서 한 객실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딘은 예쁜 5학년 여학생 애나를 발견했다. 다행히 그녀는 딘에게서 등진채 앉아 라파엘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4학년 때 그와 몇 번 놀러나간 적 있었지만 안 좋게 끝나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그는 복도를 빠르게 지나쳤다. 




그 밖의 다른 객실들도 꽉 차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딘은 샘이 있는 1학년들의 객실로 다시 돌아가야하나 망설였지만 열차 맨 끝에 거의 비어있는 객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그곳에 있는 유일한 사람은 딘과는 전혀 안면이 없는, 두꺼운 가죽 양장 제본 책에 몰두하고 있는 흑발의 한 소년이었다.




"여기 자리 있어?" 딘이 물었다.




소년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그의 맞은 편에 풀썩 주저앉았다. 한동안 객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딘은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이 소년이 보고있는 책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아무리 봐도 교과서같지는 않았고, 어쩌면 샘이 좋아할만한 류일지도 몰랐으나 딘은 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사실 그보다는 이 소년이 누구일지에 관심이 더 끌렸다. 호그와트에 몇 년 동안 다니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소년은 티셔츠와 청바지라는 전형적인 머글들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므로 딘은 그의 가문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호그와트로 가는 길은 길었고, 호기심을 이겨내기엔 너무나도 지루했다.




"딘이라고 해." 결국 그가 말했다. "딘 윈체스터." 




그 소년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 순간 딘은 그의 부드러운 얼굴과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난 카스티엘." 그가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카스티엘이 성인지 이름인지도 알지 못했으니까.




"난 5학년인데." 딘이 떳떳하게 말했다. "기숙사는 그리핀도르고."




"나도 안다." 카스티엘이 대답했다. "작년에 퀴디치 시합하는 거 봤었거든." 




그의 마지막 말에 딘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퀴디치 좋아해?"




카스티엘은 어깨를 으쓱였다. "약간. 너는?"




"당연히 좋아하지!" 퀴디치 이야기가 나오자 들뜬 딘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거야. 올해는 우리 팀이 후플푸프를 박살내고 우승컵을 딸거라고."




"나 후플푸프인데." 




카스티엘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딘의 미소는 얼어붙고 말았다. "어....내 말은...그러니까...."




다른 쪽은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기분 안 상했어." 




딘은 안도감에 한숨을 내뱉었다. 바보같이 카스티엘이 책 읽는 모습만 보고 래번클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카스티엘이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무슨 책 읽는 거야?" 잠시 후 딘이 물었다.




카스티엘은 책 장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표지를 보여주었다. 책 제목은 은색 글자로 적혀 있었지만 딘은 잘 알아볼 수 없었다.




"예언과 징조들." 그가 읽었다. "현대 점술사들을 위한 완벽한 지침서."




"현대적인 건 절대 아니야." 카스티엘이 변명하듯이 말했다. "이미 백 년은 된 거지만 집에서 찾을 수 있는 점성술 관련된 책은 이것 하나였거든."




"점성술 수업 들어?"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올 해 처음 시작한다. 흥미로운 과목같거든. 너는?"




"아니. 그건 너무..." 딘은 '너무 멍청해'라고 하기 전에 말을 멈춰야만 했다. 그에게 있어서 미래를 점치는 일은 완전히 시간낭비였다. 미래는 이미 결정된 게 아니라 사소한 조건에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몇 분만에 카스티엘의 기분을 또 상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다른 말을 꺼냈다. "난 신기한 동물 돌보기를 듣거든."




신기한 동물 돌보기는 그가 좋아하는 수업 중 하나였고, 딘은 작년에 금지된 숲에서 싱어 교수의 수업을 들으며 유니콘 새끼를 처음 보게 된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카스티엘은 이야기가 흥미로웠는지 그의 말을 자세히 들으려고 책을 덮기까지 했다. "어디서 유니콘 새끼들은 금색이 아니라 흰색이라고 들었어." 딘의 말이 끝나자 그가 말했다.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은 없고. 나도 신비한 동물 돌보기를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럼 무슨 수업 듣는데?" 




딘의 물음에 카스티엘은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점성술, 산술점, 고대 룬 문자."




카스티엘의 대답에 딘은 휘파람을 불었다. "힘든 거만 듣네!"




잠시동안 카스티엘의 표정이 변했지만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와 딘은 자신이 단순히 상상한 건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고대 룬 문자는 꼭 들으라고 강요하셨다." 카스티엘이 말했다. "가족 전통이거든."




"우리 아빠는 머글인데." 딘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전통같은 건 딱히 없어. 대신 머글 연구학을 드는데 마음에 들더라. 딱히 공부하지 않아도 점수가 잘 나오니까. 네가 원하는 수업을 못듣는 건 안됐다. 머글 연구학도 다른 마법 과목처럼 간지나는 이름이면 좋을텐데..."




몇 초동안 객실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이해가 안되는데." 카스티엘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그냥 농담이었어." 딘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가족들이 마법사라서 마법 과목을 들어야한다면 머글이 가족인 학생들은 머글 수업을 들을 수도 있겠지."




카스티엘은 여전히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듣는 수업은 모두 '마법 과목' 아닌가?" 그는 딘의 말을 인용하며 손가락으로 큰따옴표 표시를 했다. 




자신이 건넨 또다른 농담에 카스티엘은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으므로 딘은 더 이상 설명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신경쓰지 마." 그렇게 말한 그는 대화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카스티엘은 읽던 책을 옆에 내려놓고 딘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교수와 싫어하는 교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카스티엘은 후플푸프의 사감 겸 약초학 교수인 미주리를 좋아했고, 딘은 그녀가 너무 독재적이라며 호그와트의 교감인 싱어 교수가 좋다고 말했다. 두 소년은 호그와트에서 제일 못된 교수는 역시 크라울리라는 것에 동의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딘은 카드 한 벌을 꺼내 카스티엘에게 포커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카스티엘은 머글식 카드 놀이를 해본 적이 없는지 어떤 패를 낼지 고민하며 얼굴을 카드로 가리고 있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은 허세를 부리기엔 좋았지만, 역시 처음하는 놀이인지라 게임에서 번번이 지고 말았다.




"한 번 더." 카스티엘이 게임에서 질 때마다 우겼다. 딘은 점수를 굳이 계산하진 않았지만, 만약 이게 실제 내기였다면 카스티엘에게서 적어도 몇 백 갈레온은 따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카스티엘은 그렇게 화나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호그스미드 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포커를 했다.




그들은 서둘러 망토로 갈아입은 뒤 기차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내렸다. 일학년들이 호수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흘긋 본 딘은 샘에게 달려가 행운을 빈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빅터가 역 앞에 서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친구들과 합류하려던 찰나 애나 밀튼이 나타나 그를 멈춰세웠다. 




"윈체스터." 그녀가 톡 쏘아붙였다. "내 동생이랑 뭐하는 거야?" 




"동생?" 그녀의 말이 이해되지 않은 딘이 되물었다. 그의 시선은 빨간 머리에 슬리데린 교복을 잘 차려입은 애나에게서 망토를 급하게 입느라 헝클어진 머리에 구겨진 옷차림을 한 카스티엘에게로 향했다. 카스티엘은 그저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얘가 네 동생이었어?" 딘은 아직도 믿지못하겠다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바보처럼 굴지마, 윈체스터." 애나가 말했다. "이제 우리 사이에 볼 일은 없잖아? 그러니까 동생 좀 놔둬. 가자, 캐시."




애나는 카스티엘의 손을 붙잡고 출구로 끌고 나갔다. 카스티엘은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지만 딘은 너무 놀라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그도 물론 애나에게 남동생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애나의 판박이처럼 빨간 머리에 슬리데린일 거라고만 생각해왔었다. 반면에 카스티엘은 그녀와 영 딴판이었다. 샘도 자신과 닮은 점이 그리 많지 않으니 놀라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이곳까지 오는 몇 시간동안 밀튼 가의 사람과 대화를 재밌게 나눴다는 사실은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딘은 호그스미드 역 문 밖에 있는 빅터와 고든에게로 향하며 이런 생각은 고이 접어두기로 했다. 




고든은 여전히 뾰로통한 모양이었다. "진작에 올 것이지!" 그가 투덜댔다.




"멀린의 이름으로 도대체 거기에 왜 있던거야?" 빅터가 다정한 어조로 물었다. "애나 밀튼 아니었어? 또 꼬시려고 했다고는 하지마!"




딘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전혀 아니야. 이제 끝났다는데 뭐." 그가 나머지 이야기는 생략한 채 대답했다. 빅터가 그녀와 딘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정정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후플푸프 출신인 카스티엘과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훨씬 쉬웠으니까.




마차를 타고 호그와트로 이동하는 동안 빅터는 딘과 고든을 화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처음에 그들은 마지못해 악수를 건네고 말았지만 성 앞에 도착했을 땐 분위기가 이미 화기애애해진 뒤였다. 




"네 동생 이제 일학년이지?" 연회장으로 들어가며 고든이 물었다. "그리핀도르로 배정될 것 같아?"




"당연하지." 딘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엄마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모두 그리핀도르였는데, 그게 바로 딘이 호그와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 사실은 그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만들었으니까.




그들이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는 동안 교장인 셜리 교수가 교직원들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셜리 교장은 되게....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우선 그렇게 나이든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교직원들보다 훨씬 젊은 사람이었고, 듣기로는 호그와트에 교장으로 부임하기 전 두 머글 형제에 관한, 썩 성공하지는 못한 소설을 썼다고 한다.




딘은 교수들을 제대로 화나게 만들어 교장실에 몇 번 불러간 적 있었기 때문에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럴 때면 셜리는 고개를 젓고 딘을 꾸짖는 대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잊어버린 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이었지만, 딘은 그가 마음에 들었다. 셜리가 지나가는 동안 딘은 그에게 미소지어주었다.




한편으로, 딘은 크라울리를 절대 참지 못했다.




"변신술 수업 때 교수님 호박주스를 두꺼비로 만드는 거 괜찮을까?" 딘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빅터와 고든은 크게 웃어넘겼다. 크라울리는 그들이 뭐라 말했는지 듣지는 못했지만 딘에게 벌을 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으므로 그들이 테이블 앞에서 신나게 웃어재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윈체스터 군." 크라울리가 불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워커 군.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점수를 깎인 유일한 학생들이 되고 싶나보지?"




운좋게도 마침 싱어 교수가 일학년들을 통솔하고 연회장으로 걸어오는 중이었다. "크라울리, 저 멍청이들은 신경쓰지 말게나." 그가 동료에게 말했다. "이제 기숙자 배정식이 있을테니까."




크라울리 교수는 뭐라 항의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교장과 교감이 모두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교직원 테이블로 성큼성큼 걸어가자 에메랄드 색의 망토가 펄럭거렸다.




딘은 크라울리가 뒤돌아볼 때까지 혀를 삐죽 내밀었다.




"조심해, 크라울리가 이것 때문에 다시 돌아오면 어쩌려고." 빅터가 경고했지만 딘은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크라울리는 언제나 그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싱어 교수가 기숙사 배정 모자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을 때, 딘은 연회장 뒤쪽에 서있는 일학년들을 둘러보았다.




"저기 봐, 쟤가 내 동생이야." 그가 새미를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다시 크라울리를 소환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빅터와 고든은 좀 더 잘 보기 위해 허리를 쫙 폈다. 




"금발 옆에 키 큰 애?" 빅터가 물었다.




딘은 동생이 그렇게 크다고 느낀 적 없었지만 그가 예전에 쓰던 망토가 샘에게 맞지 않아 새 망토를 구입해야 했던 건 사실이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숙사 배정식은 몇 시간이 걸릴 것처럼 보였다. 점심 때 칠면조 샌드위치 한 조각만 먹었던 딘은 매우 배고팠는데 어째 기숙사 배정 모자는 이번 년도에 시간을 더 질질 끄는 것 같았다. 게다가 배정은 알파벳 순서대로 진행했으므로 샘의 이름은 맨 마지막에 불릴 것이었다. 딘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퀴디치 팀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가 월요일에 퀴디치 경기장을 빌리기로 막 결심했을 때 친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하벨, 조안나!" 싱어 교수의 부름에 딘은 그 여학생이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에서 본 소녀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고개를 뻣뻣하게 치켜들고 있었지만 두 손을 꽉 쥔 채 의자에 앉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잠시 후 배정 모자가 소리쳤다. "그리핀도르!"




조가 모자를 벗고 기숙사 테이블로 다가오는 동안 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은 박수를 보냈다. 딘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는 딘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조 이후에는 "마스터즈, 메그." 라고 불린 학생이 슬리데린으로 배정됐고, 이윽고 "무어, 제시카 리." 라고 호명당한 여학생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기차에서 샘과 함께 앉아 있던 그 여학생은 이내 래번클로로 배정받게 되었다. 샘이 입을 삐죽 내밀자 딘은 그에게 약간의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딘은 동생이 자신처럼 그리핀도르로 배정받길 바랐다. 




다음 순서는 아주 천천히 진행됐다. O, R, S, Ss.... 그리고 마침내. "윈체스터, 새뮤엘." 싱어 교수가 샘의 이름을 호명했다.




샘이 의자에 앉아 연회장을 둘러보자 딘은 그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싱어 교수가 배정 모자를 바로 씌우는 바람에 샘이 그 모습을 봤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올 해의 마지막 입학생이 과연 어느 기숙사로 배정될 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더 걸릴까?" 고든이 속삭였다. "이미 십 분은 지났겠다!"




"그렇게 오래 걸린 것도 아닌데 뭐." 빅터가 말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배정식 중에 샘의 차례가 가장 긴 것은 사실이었다. 샘은 의자에 앉아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지만 배정 모자는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교수들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다들 회중 시계를 꺼내 흘끔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배정 모자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소리쳤다. "래번클로!"




얼굴이 붉어진 채로 모자를 벗는 샘을 향해 엄청난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왔다. 딘은 잠깐동안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지만 새미가 앉은 곳은 확실히 래번클로의 테이블이었다. 딘의 입은 동생을 향해 저절로 벌어졌다.




"뭐?" 고든의 외침에 빅터는 그를 팔꿈치로 쿡 찔러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딘은 교장인 척의 연설은 완전히 무시한 채 다시 돌아앉았다. 그의 앞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지만 배고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빅터와 고든은 그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딘이 계속 짧게 대답하자 포기하고는 지들끼리 여름에 열릴 퀴디치 시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식사가 끝난 뒤 디저트마저 사라지자 빅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입생들한테 그리핀도르 탑 보여주러 가야 해." 그가 말했다. "둘은 먼저 가있어. 휴게실에서 보자." 




그 뒤로 딘과 고든도 연회장을 나왔지만 계단 앞에서 자기들의 기숙사로 향하려던 래번클로 학생들과 마주치고 말았다. 새미는 그들과 함께 있었고, 딘은 동생이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우리 얘기 좀 해." 딘이 샘에게 말했다. 그는 고든과 래번클로 학생들은 무시한 채 동생의 손목을 잡고 다른 쪽으로 질질 끌고갔다. 




샘은 입을 삐죽거리며 바닥만 쳐다보았다. "미안해, 형." 




하지만 딘은 그런 말을 예상한 게 아니었다. "무슨 말이야?" 그가 물었다. "내가 실망한 건 맞는데, 네 잘못은 아니잖아. 점심 시간이나 수업 듣고나서도 볼 수 있을거고. 그냥 내가 없다고 해서 문제만 일으키지 마!"




그는 농담처럼 말을 건넸지만 샘은 더 낙담한 듯 보였다. 결국 그가 고백했다. "내 잘못 맞아. 모자가 결정을 못내리더라고. 그래서 나한테 그리핀도르에 갈건지, 아니면 래번클로에 갈건지 물었어."




그제서야 딘은 동생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미소가 입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핀도르에 올 수 있었다는 얘기잖아." 그가 차갑게 말했다. "그런데 다른 기숙사를 택했다고?"




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생각해봤어, 형. 정말로 고민했다고. 하지만..."




"하지만 뭐, 새미?" 딘이 그의 말을 확 끊었다. "그리핀도르는 내 기숙사야! 다른 가족들도 모두 그리핀도르였고, 엄마까지도 그리핀도르였어!"




"하지만 난 형이 아니잖아!" 샘이 소리쳤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그리고 난 엄마도 아니라고!"




딘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래번클로의 반장이 자신의 신입생에게 무슨 일이 있는건지 알기 위해 다가왔다. 갈색 머리에 안경을 쓴 그녀는 딘과 몇 번 만난 적 있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딘 윈체스터, 내 학생 그만 괴롭히지 않으면 너희 사감 교수님께 말씀드릴거야." 그녀가 엄격하게 말했다. 그녀가 딘을 꾸짖는 동안 샘은 서둘러 래번클로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내버려 둬." 반장이 신입생들과 함께 사라지자 고든이 그에게 말했다. "네 동생이 가족대신 그쪽을 선택했다고 해도 화낼 일은 아니잖아." 




딘은 불쾌한 기분으로 기숙사 앞에 도착했다. 빅터가 돌아왔을 때 딘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기 위해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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