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c

[캐스딘/번역] On Air - 5

*이전 화 보기


제목: On Air

저자: wincechesters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1172713/chapters/2496520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캐스와 딘은 로렌스에서 두번째로 인기 많은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이다. 그들은 지난 몇 년간 타 방송사에서도 공동 진행자로 함께 일해왔으며, 현재는 단지 '친구일' 뿐인데도 동거중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선지, 대부분의 청취자들은 그들이 친구 이상일 거라고 여기며 가족들은 그들이 비밀리에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외적인 단 한 번을 제외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은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진행중에 벌어진 진실 혹은 대담 게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뀌고 만다 (더불어 광고판도 톡톡히 제 몫을 해낸다).






Chapter.3 (Continued)




거쓰는 빌어먹을 새디스트임이 분명했으므로 캐스와 딘은 매주 화요일마다 똑같이 새디스트인 청취자들과 함께 방송에서 진실 혹은 대담 게임을 해야만 했다. 거쓰의 지시에 따라 청취자들로부터 벌칙을 받게 되면 트위터 공식 계정에 인증샷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딘은 자신이 이미 벌칙을 수행했다고 거짓말할 수가 없었다.



벌칙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따라서 딘이 노래를 끝낼 때쯤 캐스는 커피를 마시며 코웃음쳤지만, 이내 눈밭에서 맨발로 뛰게되자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오면서 정신나간 홍학처럼 양 발을 번갈아가며 깡총깡총 뛰고는 욕지기를 내뱉었다. 다행히도 몇몇 청취자들은 그들을 측은하게 여겼는지 벌칙 대신 몇가지 질문을 던져주었다.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가요?" 딘의 차례에 척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물었다.



"두려운 게 하나도 없는데요." 딘의 대답에 캐스는 그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 정말인가요. 딘 씨?" 그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며 잘난 척하는 눈빛을 딘에게 건넸다. "그래서 비행기도 안 무섭다구요?"



딘은 끙 소리를 냈다. "저기요, 캐스씨. 그건 너무 하잖아요. 제 작은 비밀을 폭로하는 건 불공평하죠." 



"사실이잖아요." 캐스가 능글맞게 웃으며 상키시키자 딘은 눈을 굴렸다.



"비행기 사고때문에 그래요.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건 불편한 일이 아니죠. 직감이 좋은 거라구요."




캐스는 책상에 팔꿈치로 기댄채 딘에게로 의자를 돌렸다. "한 해 비행기로 죽는 사람보다 당나귀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 알고있어요? 딘 씨가 비행기 사고로 죽는 것보다 깔려 죽을 가능성이 더 높을텐데."




"네. 알겠습니다, 척척박사님. 입 다물고 다음 전화나 받죠." 딘은 이를 악물며 잘난 체하는 캐스를 옆으로 쿡 밀쳤다.




다음 청취자는 남은 방송시간 동안 슈퍼맨처럼 속옷을 바지 위에 입기를 시켰다. 이윽고 그들은 화장실로 사라졌다가 속옷을 위에 입은 채 등장했다. 딘은 케빈이 트위터 계정에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캐스에게 부드럽게 팔을 둘러 눈 몰린 채 메롱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분위기 브레이커인 캐스는 평소처럼 화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딘은 다음 전화가 올 때까지 사진을 보며 낄낄댔다. "안녕하세요, 캐스와 딘의 라디오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발랄하고 의기양양한 목소리는 딘이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딘. 저 베키에요. 기억나요?"




"아아, 베키 씨. 당연히 기억나죠." 이 모든 혼돈을 초래한 장본인을 잊기란 당연히 힘들었다. 딘은 그녀가 시간을 버리면서까지 방송을 들으며 그의 삶을 생지옥처럼 만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건 아닐지 궁금해했다. 




딘은 커피 컵 너머로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캐스 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어쨌거나 베키 씨. 어떤 쪽을 선택하실래요? 진실, 아니면 대담?" 




"대담이요." 스피커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울러펴졌다. "당신이 캐스 씨와 키스했으면 좋겠는데요."




스튜디오는 창문 너머로 케빈이 으아아악하고 외치는 괴성 이외에는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었다. 딘은 캐스가 뚫어져라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지만 차마 그와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다. 




그는 웃어보려고 했지만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자 얼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저기, 베키 씨. 잘 들으세요. 캐스 씨와 키스는 못해요. 차라리 다른 걸 시키는게-"




"절대 안 돼요. 게임 제목이 진실 혹은 대담이잖아요. 전 캐스 씨와 키스하는 걸 벌칙으로 시키는 거라구요." 




딘은 손으로 얼굴을 북북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베키 씨, 캐스 씨와 저는 친구구요. 게다가 캐스 씨는-"




하지만 그의 말은 자신의 목을 그러쥐는 손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서로의 입술이 닿기 전, 딘은 믿지 못할 정도로 푸른 캐스의 눈동자가 점점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딘의 눈동자는 충격으로 몰렸고 캐스의 부드러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자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하지만 캐스의 혀가 입술선을 따라 밀려들어오자 그는 눈을 감고 말았다. 그는 한숨과 함께 입을 벌리며 캐스의 입술을 받아들였고, 이 일을 즐기면 안되는 데다 애초에 키스를 받아들이면 안 됐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캐스의 입술에서는 그가 마시던 커피 맛이 났고 혀가 가볍게 미끄러지는 느낌은 기분이 좋다는 것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이윽고 찰칵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자 캐스는 뒤로 물러났다. 딘의 몸은 그를 배신해 저절로 캐스의 입술을 따라갔지만, 그의 친구는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않는 대신 휴대폰의 터치스크린을 톡톡 두들기며 멘션을 썼다. "베키 씨, 타임라인 확인해주세요." 캐스는 멘션을 날리며 마이크에 말하고는 폰을 다시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기쁘시겠네요."




그는 다음 곡을 튼 뒤 마이크를 끄고 의자에 기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커피를 홀짝였다. 마치 이전에도 딘에게 술 없이 몇 번 키스한 것처럼, 혹은 딘의 세계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은게 자신이 아니라는 것처럼.




혼란과 죄책감이 딘에게로 몰려와 행복감을 멀리 쫓아내는 듯 했다. "캐스, 뭐하는 짓이야?" 딘이 당황해서 씩씩거렸다.




그제서야 캐스는 그에게로 고개 돌려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뭐가?"




딘은 시선을 회피했다. " '뭐가?' 라니 무슨 소리야. 아까 그거 뭐였냐고!"




"키스였다고 거의 확신하는데." 캐스가 무미건조하게 대꾸했다.




딘은 그에게 펀치를 날려야할지 아니면 캐스의 목에 키스해야할지 괴로워하다가 어떻게 하면 한 인간이 짜증남과 동시에 저렇게 섹시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 그래. 키스였지." 사실 정말 멋진 키스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가 키스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안들던?"




그를 쳐다보는 캐스의 눈빛은 심드렁했다. "우린 그냥 친구잖아, 딘."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별 다른 감흥이 없는 듯했다. "아무 의미도 없었고."




딘은 심장이 발목까지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지만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 의미도 없었겠지." 다프네도 동의할지는 몰랐지만 그건 오로지 캐스의 문제였다. 그리고 딘의 속은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 '아무 의미 없었다'는 말은 딘의 문제기도 했으니까. 물론 캐스에게는 아니겠지만.





그 뒤로 모든 일은 거지같이 돌아갔다. 그들 중 누구도 진실 혹은 대담을 마저 이어나갈 기분은 아니었고 찰리가 다음 프로그램을 진행하러 스튜디오에 나타났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스튜디오에 이상한 긴장감이 흐르는 걸 깨닫자 딘은 키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케빈이 뭐라 말하려 할때 너그럽게 조용히 하라고 말했고, 거쓰는 늘 그러던 대로 그들 사이에 들어와 긴 팔로 어깨동무를 해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임팔라는 조용했다. 딘은 조수석에 냉기가 흐르는 게 상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캐스는 평소처럼 폰을 들여다 보지 않았고 딘의 이상한 말에 끼어들지도 않았으며 길이 끊기기라도 할 듯 차창만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딘은 캐스가 자신에게 몹시 화가났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불공평한 일이었다. 캐스가 그에게 키스했고 그는 관계가 발전되길 간절히 원했지만 캐스는 이미 자신보다 훨씬 좋은 여자와 사귀고 있었으니까. 





캐스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운동을 나가는 대신 부엌으로 휙 사라졌다. 캐스가 자기답지 않게 술을 찾으러 찬장을 뒤지는 모습에 딘은 속이 더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위스키 어딨어?" 그렇게 묻는 캐스의 목소리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시선은 냉철했다.





"마셨어." 어느 날 캐스가 다프네와 놀러 나갔을 때, 샘마저 바쁜 일이 있어 혼자 술을 마셔야 했던 딘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위협적으로 눈을 번뜩인 캐스는 예전에 파티가 끝난 뒤 누군가 남겨놨던 스카이 보드카를 집어들고 딘을 무시하며 아무 말 없이 지나쳤다. 거실에서 TV가 켜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딘은 그쪽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술이 정말, 몹시 고팠지만 맥주는 이미 다 마셔서 없는데다 캐스가 보드카를 가져갔으므로 위스키로 인해 일어났던 그날 밤과 똑같이 끔찍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식탁에서 키를 들어올려 캐스가 있을 소파쪽으로 손을 흔들며 주류점에 간다고 말하고는 임팔라로 가면서 그의 멍청하고 성가시지만 멋진 룸메이트와 그의 삶이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투덜댔다. 




~~~





주류 판매점은 한산했지만 딘은 그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마치 다리 사이에 꼬리를 숨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캐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화났거나 속상한 모양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키스한 지 이미 몇시간이나 지났지만 입술은 아직도 욱신거리는 것 같았고 캐스를 마주하기도 두려웠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는지 떠올리며 선반에서 위스키를 집고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카운터에 있는 갈색 눈의 금발 여자는 꽤나 귀여웠다. 들떠보이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에 딘은 잠시동안 그녀의 번호를 따야할지 고민했다. 그녀와 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흑발의 푸른 눈을 가진 남자를 지워버릴 수는 있을테니까. 그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는데, 이내 그녀가 영수증을 건네며 선수치고 말았다. "잠시만요! 저 그쪽이 어디에 나왔는지 알았어요! 라디오 하는 사람 맞죠!" 




딘은 잠시 주춤했지만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했다. "네, 맞아요." 그가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라디오 DJ는 유명인사라고 보기 어려웠지만 그녀는 정말 신난 모양이었고 어쩌면 좋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 저 광고판에서 당신 봤어요! 둘이 정말 사귀는 거 맞죠? 짱이에요!"




이번에는 그의 입술이 점점 뒤틀려 찡그림으로 변하고야 말았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요." 무뚝뚝하게 말한 그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술을 집어들어 주류점을 휙 나가버렸다. 그는 임팔라가 주차된 곳으로 가로질러 가다 차량 통행 금지 구역으로 잘못 들어섰음을 깨닫자 스스로에게 욕을 내뱉고는, 어떻게 하면 인생이 이렇게 꼬일 수 있는지 한탄했다. 젠장, 그는 그 개같은 광고판을 세우고 그 전에 진실 혹은 대담 게임을 하게 만든 거쓰를 죽일지도 몰랐다. 그는 집에 돌아갔던 걸, 아니 그 프로그램과 계약한 것을 후회했다. 애초에 다른 방송국이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쪽의 라디오국장은 적어도 제정신일 테니까. 





그리고 오늘을 기점으로 일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생각하면-




"딘?"




그는 주차장 중간에 멈춰서서 눈을 감고 제발 이게 꿈이길 바랐다. 꿈이겠지. 걔가 정말 여기 왔겠어. 없었던 일이야. 그리고 뒤돌았다.




망할 년.





그의 앞에 서서 해맑게 웃고 있는 여자는 빌어먹을 다프네로, 어쩌면 딘이 지금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사람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손에는 주류점 바로 옆 슈퍼마켓의 로고가 박힌 쇼핑백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그는 아프게 보이는 게 아니길 바라며 억지로 웃으려고 노력했다. 이 일은 다프네의 잘못도 아니었고, 자신에게는 그녀를 책망할 자격도 없었으니까. "안녕, 다프네. 어떻게 지냈어? 못본지 꽤 됐는데."




"그러게. 정말 오랜만이네." 그녀가 말했다. "난 잘 지내. 너는?"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늘 똑같지." 그는 자신의 얼굴에 죄책감이 드러나지 않길 바라며 애매하게 대답했다. 나 네 남친 좋아하는데 걔가 나한테 키스했다. 별 거 아니야. 




그녀는 그가 들고있는 술들을 향해 고갯짓하며 미소지었다. "파티라도 해?" 





그러자 딘은 피식 웃었다. "아니, 이건 어.... 미리 사두게. 일은 어때?"





그들은 서로 농담을 건넸고 다프네는 학교에 있는 애들은 어떤지 말하다 바비나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또 샘이 메디슨과 진도를 나갔는지 물었다. 그는 웃을 수 밖에 없었고 아무리 질투가 난다 하더라도 자신이 다프네를 정말 좋게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따라서 또다른 죄책감의 파도가 그에게로 밀려왔다. 





"그래서," 그녀가 그 날 처음으로 긴장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캐스는 어떻게 지내?"





"캐스가- 뭐?" 딘은 그녀를 향해 눈을 꿈뻑였다. "캐스가 어떻게 지내냐니 무슨 뜻이야?"





그녀가 안절부절 못하게 움직이자 손에 들린 플라스틱 쇼핑백이 부스럭거렸다. "그러니까 있잖아, 깨지고 나서 캐스와 한마디도 안 했거든. 이제 내가 상관할 일도 아니라는 건 아는데 그래도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잠시만." 그가 손짓하고는 다프네가 한 말을 받아들이기 위해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그녀는 자신이 지켜보는 동안 그가 동맥류에 걸리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하듯이 눈을 크게 뜨고있었다. 




"딘, 괜찮아?"





트럭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와 딘이 서 있는 곳을 향해 운전사가 쏘아보자 그는 다프네의 팔꿈치를 잡고 차들에게서 벗어나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게끔 인도로 끌어당겼다. 





"캐스랑 네가 깨졌다고."





그러자 그녀의 이마가 움푹 패였다. "응. 캐스가 안 말해줬어?"





"하나도 안 말해줬어!" 딘은 히스테리 환자가 된 기분을 느꼈다. "언제였는데?"





"몇 주 전에." 그녀가 어리둥절하게 대답했다. "광고판 때문에 밤에 한창 싸웠었는데 다음 날에 걔가 와서 헤어지자고 하더라." 





딘은 캐스가 한밤중에 들어와 그에게 베이컨과 계란 요리를 해줬던 날을 기억했다. 그들이 소파에서 반지의 제왕을 보다가 어떻게 잠이 들었으며 어떻게 서로 뒤엉킨 채 일어났는지, 또 캐스가 바지에 불이라도 붙은 것마냥 부엌에서 재빨리 벗어나는 바람에 자신과 샘이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의아해했었는지도. 





"싸워서 그런거야?" 그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젓고 그의 눈을 골똘히 쳐다보았다. "캐스가 정말 아무 것도 안 말해줬다고?"





"응." 딘은 의도했던 것보다 더 단호하게 대답했다. 캐스는 왜 그에게서 이런 일을 숨기려고 했을까? 몇 달 동안 만난 여자친구와 깨졌다고 친구에게 말해줄 생각이 왜 없었을까? 딘은 캐스와 집에서 같이 지낼 수 있었는데도 그를 피하기 위해 몇 주 동안 샘의 집으로 피신했었고, 드디어 오늘. 그와 키스하게 됐는데-





"다프네." 그가 애원하듯 말했다. "무슨 일이 있던건지 말해주라."





그녀는 진실된 초록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어쩌면 단순한 이야기 이상이 될 수도 있는 말을 - 캐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가 찬게 아니라 차인거라니 우습기도 했다 - 시작했다. "딘. 캐스는 이미 나 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해서 헤어진거야. 그리고 뭐, 괜찮아."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말해주기 전에도 눈치채고 있었거든. 그래서 싸우게 된거기도 하고. 차라리 헤어지는게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을거야. 정말로." 





"그게 누군데?" 그의 갈라진 목소리는 거의 대답을 강요하는 것처럼 들렸다.




다프네의 초록 눈동자는 그를 응시하다 몇 번 깜빡였다.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그가 말없이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자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딘의 세상은 일순간 정지했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는 귓가에 들릴 정도였고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침몰하는 느낌이었다. 캐스는 그를 좋아한다. 그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혀 쉴 수가 없었다. 주변에 있는 공기들이 무겁고 유연하게 변한 듯 했다. 




"너도 캐스 좋아하는 거 맞지?" 다프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어." 그는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잘 됐네." 다프네가 말했다. "너희는 서로가 필요할 거야." 그리고 다프네는 쇼핑백을 땅에 내려놓고 그를 끌어당겨 포옹했다.




딘은 놀라서 굳었지만 이내 그녀의 포옹에 차분해져 간신히 웃으며 손에 술들을 든 채로 최대한 그녀를 껴안아주려고 애썼다. "젠장, 다프네. 우리 둘 사이에 휘말리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미안해." 




"나도 미안해. 어쩌면 나도 그를 사랑했을지 몰라." 그녀는 포옹을 풀고 딘에게 슬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소용 없었을거야. 자자. 이제 나랑 하루종일 대화할래, 아니면 그한테 가서 얘기할래?" 




딘은 먹먹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알았어." 그는 충동적으로 그녀의 뺨에 입맞췄다. "고마워, 다프네." 임팔라로 걸어가는 그의 속은 울렁거렸고 집으로 가는 길, 그의 심장은 흉부 아래서 미친듯이 쿵쾅댔다. 



Next →


*역자의 말


이런 픽에서 여자가 나오는 경우는 주로 두 가지죠. 하나는 주인공과 철천지 원수가 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동력자가 되는거고. 다행히 여기서는 다프네가 좋은 사람으로 나와줬네요.... 보살인가...막 이러곸ㅋㅋㅋㅋㅋ아무튼 이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돼서 (적어도 딘에게는) 다행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이 픽도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아마 다음 화면 거의 끝나지 않을까 싶어요 :Q 그래서 서로 고백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