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c

[캐스딘/번역] On Air - 4

*이전 화 보기


제목: On Air

저자: wincechesters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1172713/chapters/2417936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캐스와 딘은 로렌스에서 두번째로 인기 많은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이다. 그들은 지난 몇 년간 타 방송사에서도 공동 진행자로 함께 일해왔으며, 현재는 단지 '친구일' 뿐인데도 동거중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선지, 대부분의 청취자들은 그들이 친구 이상일 거라고 여기며 가족들은 그들이 비밀리에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외적인 단 한 번을 제외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은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진행중에 벌어진 진실 혹은 대담 게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뀌고 만다 (더불어 광고판도 톡톡히 제 몫을 해낸다).







Chapter.3 




딘은 한 포크를 입에 담고 혀로 인해 폭발하는 사과향과 시나몬, 카라멜 맛을 느끼며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그는 눈을 감으며 맛을 천천히 음미하고는 집어 삼켰다. 젠장,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파이는 또 없을 것이다.




그들은 샘의 곧 무너질 것 같은 중고 식탁 앞에 앉아 무슬리씨가 만든 최고의 애플 파이를 먹고 있었다. 딘은 오던 길에 로드 하우스에 잠시 들러 앨런이 만든 햄버거를 샀지만 (아무도 앨런처럼 버거를 만들진 못할 것이다) 샘이 파이를 가져오자 놀라고 말았다. 처음에는 샘이 자신에게 뇌물을 주려는 건지 뭔지 의심스러웠지만 - 샘의 냉장고를 고쳐주기로 했으므로 - 그보다는 동생의 기분이 정말 좋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샘의 웃음소리에 딘은 파이에 대한 몽상에서 벗어났다. "내가 너한테 넌 최고의 동생이라고 말했었나?" 딘은 두번째 포크분을 입에 가득 담고 우물우물거렸다. 




"오, 당연하지. 물론 난 최고의 동생이겠지만 형한테 야채를 먹이려고 하면-" 




딘은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의 포크로 샘에게 삿대질했다. "그거 못된 일이야, 새미. 내가 무슨 토끼냐." 그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또다른 파이를 입에 가득 넣었다. 




"어쨌거나." 샘은 말을 잇기전에 파이를 한 입 물고는 천천히 씹어 먹었다. "형, 있잖아."




딘은 입에 포크를 물고 먹던 걸 멈추고는 조심스럽게 동생을 쳐다보았다. 그 어조는 샘이 진지한 대화를 원한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딘이 그 날 술을 적당히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동생이 파이를 순수한 목적으로 사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있었다. 너무 좋아서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는 샘에게 뭐라한 뒤 남은 파이를 입에 물고 얼른 여기서 떠날까도 싶었지만 아직 자신의 빈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샘은 울망울망한 퍼피 아이를 발산하고 있었고 (솔직히 형한테 그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반칙이었다) 그가 가져온 맛있는 파이는 아직 뜨끈뜨끈하게, 매혹적으로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따라서 그가 대신 "뭔데?" 라고 물으며 볼이 통통한 다람쥐처럼 미소짓자 샘은 눈을 굴렸다. 




"형이 여기서 지내는게 불편하다는 건 아닌데," 샘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집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라도 있어?" 




"집에 가기 싫은 거 아닌데." 딘이 파이를 입에 가득 문채 딱딱하게 대답했다. 샘이 얼굴을 찌푸리자 딘은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샘 놀리기는 국가 지정 스포츠로 해야 마땅할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 선생들이 강요했던 운동들보다 훨씬 재미있었으니까. 



"형, 진지하게 말이야." 샘이 딘의 빵빵한 볼을 경멸하듯 흘끔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5일씩이나 여기서 자고 있잖아. 내 다리 부러졌을 때 이후로 이렇게 오래 머무르는 건 처음 아니야? 혹시 캐스랑 형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딘은 파이를 꿀꺽 삼키고는 자신의 상기된 볼을 숨기기 위해 동생을 쏘아보았다. "아니. 나랑 캐스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는데. 맙소사, 새미. 캐스는 여친도 있잖아." 그는 맥주를 길게 마시며 샘의 다 안다는 듯한 시선을 피했다. 아니, 그와 캐스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원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면 형이 그 날... 일어난 일 때문에 캐스를 피하는 게 아니라고?" 샘이 느릿하게 물었다.




"아무 일도 없었고, 피하는 것도 아니야." 딘은 여전히 샘의 시선을 피한 채 쌀쌀하게 대답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는 캐스의 가슴을 배고 자다 깼다는 것에 별 신경쓰지 않았다. 그 기분이 좋았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는 사실도 별 신경쓰지 않았다. 캐스에게는 다프네가 있었고 결국 딘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일이니까.




사실, 그는 캐스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욕구를 버리기 점점 더 힘들어졌기 때문에 캐스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이미 평일에 캐스와 바로 옆에 앉아서 일해야 하는데다 - 방송에서는 도시의 절반 이상이 생각하는 대로 부부처럼 뻔뻔하게 굴곤 했지만 - 집에 돌아가서 그와 밤을 함께 보내지 않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일이었다. 더 나쁜 경우에는 캐스가 다프네와 시간을 보낼 때마다 집에 홀로 남아 술과 닥터 섹시 M.D. DVD를 동반자로 삼은 채로 보내야했다. 



불행히도, 샘은 그를 읽는 데에 능숙했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어쩌면 캐스와 대화하는게 나을지도 몰라." 그는 개암색 눈빛으로 진지하게 제안했다. "가서 형 기분이 어떤지 말해봐." 



그러자 딘은 눈을 굴렸다. "그럴 일 없을거야, 샘." 그는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캐스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는 않을 계획이었다. 캐스도 딘에게 사실 나도 널 사랑한다고 고백한 뒤 둘이서 노을을 맞으며 행복하게 드라이브같은 걸 할만한 가능성은 없어보였으니까.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서 나 캐스한테 반한 건 맞는데, 별로 상관은 없잖아. 걔는 여친이랑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고, 걔네 둘 사이를 망치거나 우리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 어깨를 으쓱한 그가 말을 이었다. "그냥 끝내야지." 




샘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딘이 대뜸 말했다. "지루하다고, 새미." 그는 동생을 안심시키며 대화가 끝났음을 확실히 했다. "어쨌거나 너 파이 있잖아. 말 나온김에 조금만 잘라줘. 다른 조각도 먹을 수 있다고." 




~~~



저녁 여덟시. 샘이 끝내야 할 일이 있다며 그를 내쫓자 딘은 동생이 역시 착한 게 아니라 착한 '척'하는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명심했다. 딘은 남은 파이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채 거치대에 올려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샘의 아파트에서 그의 집까지 운전하는 데에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지만, 사귀는 걸까 아닐까? 라는 문구가 담긴 방송국의 광고판을 세 번씩이나 연달아 지나치자 관자놀이에서 두통이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코너를 돌아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캐스의 파란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하." 그는 아무도 없는 임팔라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캐스가 다프네와 같이 있을거라고만 생각했지 집에 있을 줄은 몰랐기에 멍청해진 기분이 들었다. 딘은 그를 마주하기 두려워 임팔라에서 몇 분 동안 시간을 허비하다 다 큰 남자가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남은 파이를 집어들고 집으로 올라갔다. 



딘의 오래된 옷 중 하나로 보이는 늘어진 티셔츠와 낡은 청바지를 입은 캐스는 팔걸이에 머리를 기댄채 소파에 쭉 누워있었다. 그는 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 읽고 있던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딘?"



딘은 눈을 굴리며 신발을 벗었다. "아니, 본 조비인데." 그는 머뭇거리다 가죽 자켓을 벗으며 캐스의 지긋지긋한 트렌치코트가 걸린 문고리 위에 올려놓았다. "나간 줄 알았는데."




그의 말에 캐스는 가슴에 책을 내려놓고는 딘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보다 훨씬 나은 예쁜 여자애가 널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그냥." 그는 파이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새미가 파이 사왔던데, 좀 먹을래?" 



캐스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파이를 나눠 먹겠다고?"




"캐스, 나도 나눠 먹을 줄 안다고." 딘은 부엌으로 포크를 가지러가며 어깨 너머로 항의했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딘은 코웃음 쳤지만 캐스의 무미건조한 톤에 따스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전자 레인지에 파이를 돌린 뒤 조심스럽게 가져가자 캐스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반사적으로 다리를 접어 딘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었다. 



"샘은 어때?" 딘이 팔꿈치로 그를 슬쩍 찌르며 포크를 건네주자 캐스가 물었다. 그는 책 페이지 한쪽 끝을 접고 소파 옆에 내려놓은 뒤 바로 앉았다. 




딘은 플라스틱 용기를 열어 캐스가 포크로 집어먹도록 해주었다. 그는 캐스가 포크를 입에 가져간 뒤 분홍색 혀로 입술을 핥는 모습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캐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눈썹을 치켜올리자 딘은 그제서야 질문을 까먹었음을 깨달았다.




"어?" 



그가 뺨이 붉게 달아오름을 느끼며 대답하자 캐스는 눈을 굴렸다. "샘은?"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딘은 파이를 집어들고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평소처럼 펄럭거리는 긴머리의 철인 28호같아. 아직도 메디슨인가 뭔가하는 애한테 데이트 신청 못했다더라." 딘도 물론 상황은 마찬가지였지만 그의 친구이자 동료이자 룸메이트에게 감정을 느끼는 바람에 집에 있기 두려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 말을 들은 캐스는 별 감흥이 없는 모양이었다. "몇 주 전에 로드 하우스에서 만났던 여자 아니야?" 딘이 고개를 끄덕이자 캐스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런데 아직도 데이트 신청을 못했다고?"




"그러게." 딘이 파이를 꿀꺽 삼키며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도 망설이나 봐. 여자쪽은 예전부터 호감인 모양이던데."



"어쩌면 메디슨이 기다리다 지쳐 먼저 대쉬할지도 모르지." 캐스는 딘이 다른 파이를 집어먹는 모습을 보며 넌지시 말했다.



그러자 딘이 씩 미소지었다. "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안그러면 내가 직접 나서야 할지도 몰라."



캐스는 눈을 굴렸지만 딘은 그가 재밌다는 듯이 입술을 비죽인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참 선한 사마리아인이네."




고맙게도 팔걸이 쪽에서 들려오는 캐스의 휴대폰 벨소리(딘이 알아듣지 못하는 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가 정적을 깼다. 딘은 캐스에게 발신 번호를 확인하라는 뜻으로 고개짓했다. 




"거쓰야." 그는 스크린을 확인하며 딘에게 말하고는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여보세요?"



"캐스." 거쓰의 명랑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퍼졌다. 




"안녕." 캐스가 대답했다. "딘도 여기있어."



"오, 딘 안녕!"




딘은 툴툴거리며 인사를 건네고는 눈을 굴렸다. 




"좋은 시간 방해해서 미안. 그냥 너희가 내일 오기전에 미리 알고있으라고 전화했어. 대단한 코너를 준비했거든!" 




거쓰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들떠있었으므로 딘은 그가 아이처럼 분명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거라 확신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눈을 굴리고는 캐스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맹세컨데 쟤가 진실 혹은 대담이라고 말하면-"




그리고 당연히, 거쓰가 말했다. "진실 혹은 대담을 할거야!" 




캐스는 욕지기를 내뱉는 딘을 향해 능글능글 웃어댔다. "오, 정말? 우리 이미 그 게임 했잖아. 게다가-"




"장난해?" 거쓰가 말을 끊었다.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고! 앞으로 아예 화요일 고정코너로 만들면 어때? 대신 이번에는 청취자가 선택하는 걸로." 그는 혼자 크게 웃어댔다. "너희들 계속 진실만 선택 못할거야, 이제!" 




딘은 암담한 표정으로 최대한 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는 캐스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거쓰가 설명하는 게임 진행 방법을 듣다가 그의 쾌활한 인사를 들으며 전화를 끊었다. 




캐스가 전화를 끊고 팔걸이에 폰을 내려놓자 딘은 마지막 남은 파이를 입에 가득 담은 채 반항적인 말을 중얼댔다. 




"잘난 척 하지마." 캐스가 재밌다는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그에게서 등을 돌리자 딘이 경고했다. "조한테 전화해서 너한테 알파벳 모양대로 트름하기 시키라고 할거야." 



Next


*역자의 말


슬럼프 드립쳤던게 무색할 정도로 빨리 돌아왔네요...는 어제는 그냥 빠춘기였나봅니다. 아니 덕춘기?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샘과 메디슨 이야기 하면서 딘과 캐스가 생각나는 건 저뿐만이 아니었겠죠...그래서 둘이 언제 삽질 끝낼건데...ㅠㅠㅠㅠㅋㅋㅋ그나저나 또다시 진실 혹은 대담이라닠ㅋㅋㅋㅋ이 다음에 딘이 하는 말이 진짜 웃긴데욬ㅋㅋㅋㅋ거쓰와 스탭들은 최소 중매쟁이가 아닐까 싶은...(넘


아무튼 봐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이제 3월의 첫째 주네요. 다들 알차고 재밌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