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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On Air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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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On Air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캐스와 딘은 로렌스에서 두번째로 인기 많은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이다. 그들은 지난 몇 년간 타 방송사에서도 공동 진행자로 함께 일해왔으며, 현재는 단지 '친구일' 뿐인데도 동거중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선지, 대부분의 청취자들은 그들이 친구 이상일 거라고 여기며 가족들은 그들이 비밀리에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외적인 단 한 번을 제외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은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진행중에 벌어진 진실 혹은 대담 게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뀌고 만다 (더불어 광고판도 톡톡히 제 몫을 해낸다).






Chapter.2 (Continued)




그도 그 일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캐스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었을 뿐더러 딘과 마찬가지로 그 영화를 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잊지 못한 모양이었으니까. 딘은 캐스를 흘긋 곁눈질했지만 친구는 갈라드리엘의 말에 입을 조용히 벌린채 텔레비전 스크린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덕후네. 딘은 다정하게 생각하고는 강박적인 느낌에 끌려 캐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딘이 루디(그는 그 호빗을 보고 샘이라고 부르곤 했다)의 대사를 따라하자 캐스는 곁눈질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베개로 그의 얼굴을 툭 쳤다. 그러자 딘은 불안하면서도 친숙한 느낌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한 이끌림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으며 캐스를 건드리면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지 확인해보자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캐스를 원했고, 캐스도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다 경험상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일종의 최음제 역할임이 분명했으니까.




딘, 하지만 다프네는 어쩔건데. 머릿속에서 마치 샘이 끈질기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엿먹으라 그래. 그가 짜증내며 대답했다. 캐스는 내가 먼저 알았다고.




그렇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잖아, 딘. 계속해서 샘의 거들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딘은 눈을 굴리며 동생 특유의 빗치페이스를 떠올렸다. 그는 양심의 목소리가 하필이면 샘이라는 사실에 웃기다고 생각하며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형이 하는 일을 방해했다는 대가로 더 괴롭혀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는 샘의 목소리가 옳다고 마지못해 인정해야만 했다. 캐스가 지금 여기, 그와 가까이 있다고 해서 딘이 또다른 기회를 얻었다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특히 캐스의 삶에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찬 경우에는 더더욱. 따라서 그는 샘의 목소리를 한 켠에 밀어놓고 캐스에게로 몸을 기울여 그의 넓적다리에 손을 올려놓고 턱에 입맞추며 키스마크를 만드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년동안 그 날 밤에 대해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데다 자신이 캐스에게 점점 빠져들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었고, 온 세상이 너 사랑에 빠진거 맞네! 라며 그에게 깃발을 펄럭인다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그는 거짓말에는 능숙했으니까.




딘은 아빠다리를 하고는 캐스와 함께 담요를 둘렀다. 그는 TV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대사에 집중하다 숙취 속으로 점점 빨려들어갔다. 머지않아 그는 옆으로 쓰러져 캐스의 어깨에 머리를 올리게 되었고, 캐스는 그를 치우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딘도 굳이 움직이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행동이긴 했지만 그래도 뭐, 아무 문제 없으니 괜찮지 않은가? 이건 그냥 기대는 것 뿐이었고 만약 누가 물어본다면 숙취때문에 그랬다고 탓하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캐스의 어깨는 따뜻하고 나쁘지 않았으므로 딘은 포근한 느낌에 눈을 오랫동안 뜰 수 없었다. 잠시 후 호빗들이 리븐델에 도착했을 때, 딘은 TV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사운드에 눈을 깜빡이다 캐스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느끼며 잠이 들고 말았다. 





~~~




다음 날 아침, 딘은 샘이 날카롭게 목을 가다듬는 익숙한 소리에 깨고 말았다. 목은 뻐근하고 구부러진 다리는 뻣뻣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딘은 기분이 좋았다. 그의 뺨 아래 따뜻한 열을 내는 무언가가 느껴졌고 옆구리는 계속해서 눌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딘은 행복한 마음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기둥같이 단단히 서서 팔짱을 끼고있는 샘을 향해 눈을 게슴츠레 뜨다 눈가를 비벼 잠을 쫓아냈다.  "좋은 아침, 새미." 그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딘." 샘은 형이 무언가를 제대로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뭐?" 그는 소리치다 그의 밑에서 꿈틀대는 무언가에 이내 얼어붙고 말았다. 




젠장.




그는 두려움이 가득담긴 얼굴로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역시나, 그의 옆구리를 누르며 밑에 깔려있는 사람은 한쪽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소파 뒤로 뻗은 채 깊은 잠에 빠져있는 캐스였다. 딘의 뺨은 그의 가슴팍을 베고있었고 캐스의 회색 스웨터에는 딘이 자면서 흘린 것임이 분명한 침자국이 남아있었다. 캐스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마치 습관처럼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친숙하게 딘을 감싸고 있었다. 따라서 딘이 따뜻하다고 느낀 것은 캐스의 몸이었고, 친숙함과 동시에 약간은 낯설기도 한 그 느낌은 지난 번에 그들이 일어났던 모습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딘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다가 여전히 옷을 입고있음을 깨닫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은 이내 아쉬움의 파도를 불러일으켰다.




딘은 최대한 그를 밀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일어났지만 그의 머리카락은 캐스의 턱끝에 닿았고 그가 일어나자 캐스의 손이 소파 위에 풀썩 쓰러지는 바람에 마침내 캐스가 눈을 끔뻑였다. 




잠시 동안 그는 딘이 왜 자신을 내려보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의 파란 눈은 따뜻함으로 가득차 씩 미소지었다. 그 모습에 딘은 믿을 수 없는 행복감에 덩달아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샘이 또다시 목을 큼큼대자 그들은 동시에 놀랐고, 딘은 꼴사납게 소파에서 일어나다 여전히 캐스와 함께 덮고 있던 담요에 다리가 꼬이는 바람에 넘어질 뻔하며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샘은 딘을 부축해주며 눈을 굴렸다.




"다들 안녕." 샘은 두 남자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캐스가 자리에 앉아 기지개를 쭉 펴자 담요가 그의 손목에서 떨어졌다. "안녕, 샘." 그가 굳은 어깨를 움직이며 말했다. "잘 잤어?" 캐스는 딘처럼 당황스러워 보이지는 않았고 그렇다 하더라도 꽤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지 옷에 딘의 침자국이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 뿐이었다. 




"난 잘 잤지." 샘이 대답했다. "보니까 형들보다는 아니겠지만." 




"무슨 말이야, 새미." 딘이 항변했다. "목 아파 죽겠다고." 딘은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캐스를 내려다보았다. "넌 제대로 된 베개가 아닌 것 같다, 캐스." 




그의 어설픈 농담에 캐스가 눈을 굴리자 딘은 익숙하게 한숨을 집어삼켰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예전과도 같았다. 그가 캐스에게 반했으면 뭐 어때서? 캐스에게는 이미 다프네가 있었으며 그는 자신의 절친에게 안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샘이 또다시 목을 가다듬자 딘은 그제서야 자신이 캐스를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캐스도 그걸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들어올려 딘이 무슨 풀기 힘든 퍼즐인 것 마냥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딘은 고개를 가로저은 뒤 샘의 잘난체 하는 시선을 무시했다. "그래서, 커피 마실래?" 




캐스는 아침이라 힘들었는지 부엌 식탁에 귀엽게 털썩 주저앉았다. 딘은 반사적으로 커피 머신으로 몸을 움직여 샘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고는 선반에 올려놓은 도넛을 가리켰다. 커피 머신은 작동법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누구한테 시키는 것보다는 직접 만드는게 나을테니까. 




딘이 커피가 가득 담긴 잔을 앞에 내려놓자 캐스는 긴 손가락으로 머그잔을 움켜쥐며 딘에게 고맙다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어쩌면 평소와는 다른 아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딘의 가슴 속에는 따뜻한 감정이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졸음이 담긴 파란 눈동자는 그를 평소 때보다 더 길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식탁에 커피를 엎지르자 캐스는 놀란 토끼마냥 의자에서 껑충 뛰어올랐고 샘과 딘은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오전 10시라 딱히 어디갈 데도 없을텐데도 캐스는 재빠르게 문쪽으로 달려가 어깨 너머로 인사를 남기고는 삐죽삐죽 뻗친 머리를 정돈할 새도 없이 휙 나가고 말았다. 




그의 뒤에서 문이 휙 닫히자 샘은 우스꽝스럽게 입을 쩍 벌리고는 딘을 향해 몸을 돌렸다. "방금 그거 뭐였어?"




딘은 자신도 그 대답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둘이 서로 끌어당긴 채 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게 정답일지도 몰랐다. 그 사실은 일이 그가 바랐던 대로 돌아가지 않음을 나타내는 듯했다. 




"도무지 모르겠다, 새미." 그가 태연한 척 하며 말했다. "도넛이나 줘."




그는 방금 전 일어난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샘과 함께 식사를 마쳤고, 고맙게도 샘은 그에게 질문공세를 하지 않았다. 이렇다 할 잡담없이 조용히 스타워즈를 보고난 뒤 딘은 전에 결심했던 대로 샘과 함께 '어제 내가 술취해서 별 짓 다했지 그러니까 사과할게'라는 의미의 점심을 사주러 나갔다. 그들은 대형 광고판에 떡하니 드러난 딘의 모습을 보고도 별 말이 없었고, 딘은 그에대해 정말 감사했다. 



하지만 샘의 아파트에서 다시 돌아오며 그 빌어먹을 광고판을 지나칠 때, 딘은 형광색의 굵은 글씨로 적힌 사귀는 걸까, 아닐까? 라는 문구를 어깨 너머로 쏘아보았다. 




"당연히 아니지." 그는 씁쓸하게 투덜대며 임팔라를 거칠게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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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


짤은 둘의 삽질 겸 커퀴질에 고통받는 샘이 되겠습니다...는 사실 샘이 보고싶어서 그랬어요 ;ㅅ;ㅋㅋㅋㅋㅋㅋ딘이 캐스한테 기대서 자는데 제가 다 설레고...근데 캐스도 부끄러웠는지 갑자기 도망치는게 뭔가 웃기기도 하곸ㅋㅋㅋㅋ하여간 참 재밌네요


음...갑자기 현타가 몰려오는 바람에 번역이 제대로 된 건지도 모르겠고...일단 좀 휴식을 취해야할 것 같아요ㅠㅠ이랬다가 내일 또 괜찮아질지 모르지만.. 뭐랄까 일종의 슬럼프? 같은게 찾아온 것 같은데...ㅠㅇㅠ 이번 화는 좀 쉬어가는 의미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날에 현타라닠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어쨌거나 젠수니 생일 축하하고!!! 교정은 천천히~ 하겠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