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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Thursday's Child 5-2

*1화부터 보기

*이전 편부터 보기 (5-1)


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105708.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이후. (2014년) 퓨쳐캐스와 딘이 나옵니다. 말투 조심!

또한 시즌5 파이널 이전에 나온 글이라 약간의 설정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5. Kansas City ~ Lawrence (2)




그는 별다른 꿈 없이 깊고 깊은 숙면을 취했다. 그가 일어났을 때, 그는 따뜻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더블 침대에 옆으로 누워있었다. 햇살이 비치는 그의 방에는 커튼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고, 창 밖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는 살짝 당황스러움을 느끼며 유리창 밖의 푸른 하늘을 올려보았다. 차츰 안정되어서 그랬는지 갑작스럽게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에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좋은 아침이구나, 얘야." 




그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그녀는 살짝 통통하고 팔팔한 중년의 흑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까만 눈동자를 더욱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연두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진지하면서도 동정심이 가득한 미소가 배어나왔고, 그가 쳐다보는 동안 그의 팔을 부담스럽지 않고 친숙하게 손으로 툭툭 두드려주었다. 




"여기선 안전할 거란다, 카스티엘." 그녀의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에는 풍부한 남부 억양이 묻어나왔다. "우리 집에 있는 동안은 아무도 널 괴롭히지 않을거야. 내 이름은 미주리[각주:1]고 윈체스터 아이들의 오래된 친구란다." 




"안녕하세요." 카스티엘은 약간 어리둥절한 채로 중얼거렸다. 




"딘을 내 무릎에 앉힐 수 있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그 애 아빠를 알았단다." 미주리가 킬킬댔다. "내 품에서 계속 발버둥쳤었더랬지. 한 시도 가만있는 법이 없었어." 




카스티엘은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정교하게 장식된 꽃무늬 벽지로 도배된 방을 휙휙 둘러보다 쉰 목소리로 물었다. "딘은 어디 있나요?"




미주리는 혀를 끌끌 차며 대답했다. "오, 아침에 럭키 참[각주:2] 먹다가 식탁에 얼굴을 쳐박고 잠들었지 뭐니. 그래서 침대로 데려다주었단다. 그 애 아빠가 죽고 나서 못 본지 꽤 됐는데도 변한게 하나도 없더구나. 여전히 고집센 아이야. 결국 그 애한테 위협까지 했다니까." 




카스티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위협이요?" 





"그 애한테 지금 당장 자지 않으면 모든 옷에 달린 주머니에 방향제를 집어넣을거라고 말했지. 그렇게 다 큰 어른이 무서워하는 모습은 또 처음 봤다니까." 





그는 이제 웃을 타이밍이라는 걸 알았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에 그럴 수가 없었다. 미주리가 그의 표정을 보고 따뜻한 미소를 짓자 카스티엘은 마침내 모든게 괜찮아질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애야,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잖니. 쉬면서 생각할 장소가 필요할 뿐더러 뭘 먹어두는게 좋겠구나. 너무 말라보여서 네가 눈 깜빡일 기력이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라니까. 하지만 걱정마렴. 딘이 알맞은 장소에 데려왔으니까. 이 집을 떠날 때쯤이면 살이 어느정도 붙었을거다. 마르고 병약한 애를 살 찌울만한 요리를 만드는게 내 도전이 되겠지."




"감사합니다." 카스티엘은 조용히 대답했다. 그는 더 이상 천사가 아니었으므로 이 여자의 힘을 감지해 낼만한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는 무언가가 호기심을 느끼게 만들었고, 그녀가 일어나서 치마를 정돈할 때까지도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심령술사시죠?"





그녀는 그에게로 고개를 기울였다. "왜 그러니. 네 말이 맞단다. 딘이 알려준거니?"





"아뇨." 카스티엘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가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 





미주리가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천사였었지?"




"네."




"그 능력이 널 떠난 것 같지는 않구나, 카스티엘. 아직 은총이 남아있어. 아주 깊은 곳에 숨어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지. 그게 느껴진단다. 그래서 네가 날 알아본 모양이구나. 여전히 감각을 가지고 있단다."




카스티엘은 찔려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말은 니콜라가 그를 설득하기 위해 했던 말과 비슷하게 들렸다. 하지만 이제 그는 천사가 아니었다. 그의 안에는 공허함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그는 허한 공간을 채우기 위해 술과 마약, 섹스를 했을 뿐이었다. 그녀가 심령술사라는 건 어쩌다 한 번 운좋게 맞았을 뿐이지, 그에게 능력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는 특별하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그만 두렴." 갑자기 미주리가 꾸짖었다. 




그는 깜짝 놀라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뒷짐지고 서있다가 그에게 손가락질했다. "카스티엘." 그녀의 목소리는 반박의 여지따위 주지 않았다. "내가 너에 대해 잘 모르고 오랫동안 딘을 못봤을지언정, 그 애가 차에서 나왔을 때 네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 애가 얼마나 널 걱정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단다. 불쌍한 것. 그 애는 다른 이들이 겪어보지 못했을 방식으로 동생을 잃었잖니. 속이 꽤 썩어들어갔을거야. 그래도 시간이 흘렀고 세상도 변했으니 그 애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친구일거야. 그게 너고."




그녀가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에 카스티엘은 얼굴이 붉게 물듬을 느꼈다. 그녀는 온화하게 말했다. "사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단순한 친구가 아닌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 참견하고 싶지는 않지만, 복도 건너편에서 자고 있는 애한테 네가 가치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꼴은 못보겠구나. 또 네가 받아들인다면 너희 둘은 다시 함께 지낼 수 있을거야. 둘 모두 지쳤고 외롭잖니. 적어도 그걸 인정하기 전까지는 네 집에서 못 나갈 줄 알아라."




카스티엘은 충격받아 눈을 끔뻑였다. 미주리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눈가를 문지를 동안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미안하다." 그녀가 한숨쉬며 사과했다. "오늘 딘과 세 시간동안 같이 있으면서 그 애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봤더니 영향을 끼치는 것 같구나. 너도 마찬가지고. 너희 둘 다 불행한 기운을 내뿜고 있어. 무슨 고통이 주렁주렁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도 아니고. 성질내기 전에 그런 생각은 그만했으면 좋겠단다."




"죄송해요." 카스티엘은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며 중얼거렸다. 




미주리는 그를 향해 미소지었다. "배고플 것 같구나." 





카스티엘은 생각해보았다. 오랫동안 먹지 못해 뱃속에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링거를 맞았던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피부에 수많은 주사 자국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주저하며 대답했다.




"잘 됐구나." 미주리가 분주하게 방을 나가며 말했다. "다시 자면 안된다. 알았지?"




카스티엘은 다시 잠에 들고 말았다.





~~~





딘은 창틀에 손을 올린 채 서서 노을빛이 팔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은 더운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밖에서 부는 바람은 선선했다. 카스티엘은 말을 꺼내기 전에 눈부심에 적응될 때까지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기다렸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잤는지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아침 때보다는 나아진 상태였다.




"딘." 그가 말했다.




딘은 뒤돌았다. 카스티엘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건강해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깨어난 것을 보자 딘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렸고, 카스티엘도 그에게 미소지어주었다.




"네가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닐까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딘이 친절하게 말했다. "코골이 듣는게 얼마나 지루한지 넌 모를거야." 




"코 안 골았어."





딘은 눈을 굴렸다. "뭐, 그러시겠지. 그래서 샌앤드리어스 단층에 금이 생긴건가?"





카스티엘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몸을 일으키려 노력했다. 딘은 그를 도와주기 위해 다가왔지만 이내 그가 일어날 기력이 있는지 판단하는게 더 옳다고 생각했는지 그를 지켜보았다. 카스티엘은 기운이 약간이나마 돌아온 것이 기뻤다. 하지만 제대로 앉으려다 베개에 도로 누워 숨을 약간 헐떡이고 말았다.





"머리는 어때?" 딘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싹 나은 모양이야." 카스티엘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아픔이 가셨다는게 안 믿겨져. 나는 그게...." 그는 말을 멈추고 테사가 왔던 일과 갑자기 두통이 멈췄던 일을 떠올렸다. "리퍼가 나 데려가려 하지 않았어? 하지만 누가 하지 말라고 했고."




딘은 숨을 들이키며 침대에 앉았다. "기억나?" 그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누가 널 지켜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카스티엘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건 아닌 것 같아."





"캐스, 누군가가 널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고. 어쨌거나 리퍼한테 명령을 내릴 권한이 누구에게 있겠어?"




"어딘가 높은 곳에서 명령이 내려지는 거잖아."




"신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었을까?"





"척이 예언을 받는 곳과 같은 곳이겠지. 얼마나 높은 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주제를 이끌어나가는 일은 불편했기에, 그는 화제를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면도하니까 훨씬 좋아보이네. 수염 있을 땐 정말 별로였어."




"마찬가지야." 딘은 멍하게 턱을 문질렀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다른 방법을 찾았으니까 이제 필요 없을거야. 그리고 외모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그는 몸을 기울여 카스티엘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머리 기르니까 달라보인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길다니 믿겨지지 않아. 서핑족처럼 보인다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왠지는 몰라도 카스티엘은 조금 당황하며 대답했다. 딘이 그의 수염난 뺨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자 긴장하며 큼큼댔다. "그러면 변장이 필요 없다고? 뭘 했길래?"




딘은 손을 치웠다. "얼굴 이식을 받았지." 그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카스티엘은 그가 웃어재낄 때까지 얼굴을 찌푸렸다. "알았어, 알았어. 살짝 복잡한 일이긴 한데. 마녀한테 가서 주문 걸어달라고 했지."




"주문...이라고? 정말로? 마녀들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걔네들이 쓰는 게 있으니까." 딘은 소매를 걷어올려 팔을 드러냈다. 팔꿈치 안쪽에 고대 룬 문자로 된 조그마한 은폐용 표식이 그려져있었다. "두 달 전에 뉴올리언스에 갔었거든. 그 뒤로는 아무도 못알아보더라. 날 전에 봤던 사람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나 봐."




"누구처럼 보이게 하는데?" 카스티엘은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알았으면 좋겠네. 방으로 들어갈 때마다 꼬마애가 소리치며 달아나지 않는 거 보면 적어도 나쁘지는 않나본데."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소매를 다시 내렸다. 카스티엘은 그가 이불을 쳐다보는게 아니라 자신의 왼쪽 팔에 남은 주사자국을 쳐다보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카스티엘은 어색한 기분이 들어 이불 속으로 꾸물꾸물 들어가려 했지만, 딘이 그의 손목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캐스, 무슨 생각해?" 딘이 조용히 물었다.




카스티엘이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딘이 손가락으로 그의 핏줄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팔에는 수많은 찔린 자국이 남아있었다. 양손잡이라 주사를 어느 쪽에 놓든 상관없었기 때문에 오른팔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혈관이 잡히지 않을 때는 팔 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에도 주사를 놨었다. 그도 자신이 엉망진창임을 알고 있었다. 




딘이 그의 팔을 쓰다듬는 동안 침묵이 내려앉았고, 카스티엘은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걸 느꼈다. 마치 전기처럼. 하지만 그것이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딘은 그를 만지는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한 느낌이 드는 데다 예전의 딘과는 다른 모습이었기에, 카스티엘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어쩌면 딘은 오랫동안 다른 이들과 접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었다. 묘하게도, 카스티엘은 지난 몇 달간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지냈지만, 딘이 팔을 쓰다듬는 느낌만큼 좋은 적은 없었다. 




"미안해." 딘은 목이 막힌 듯한 목소리로 갑자기 말했다. "몰랐어, 캐스. 떠나고 나서 너한테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참 이기적이고 한심한 놈이었지. 널 감당하지도 못했고." 




지난 6개월 동안, 카스티엘은 딘이 했던 모든 일을 원망했었다. 딘의 없는 세상은 무너졌다. 딘 때문에 그는 술을 마시고, 마약 중독되고, 잔인하고 뒤틀린 악마때문에 갇혀버린 여자들과 자게 됐었다. 며칠 전 그가 죽을 뻔 했던 것도 바로 딘 때문이었다.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딘이었으며, 이 모든 것은 딘의 잘못이었다. 




그렇지 않다는 걸 제외하면.





"사과하지 마. 제발." 그는 자신의 팔을 휙 끌어당겼다. "너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 난 다 큰 어른이라고, 딘. 나는-" 비참한 웃음이 그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젠장, 내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도 말 못하겠다. 나도 모르겠어. 나이를 세려면 달력으로는 계산이 안될거야. 적어도 철 들 정도로 오래 살았단 건 확실해. 그러니까 네 잘못은 아니야." 그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갑자기 빨라지는 호흡을 제어했다. "내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지. 네가 한 건 아무 것도 없어. 나약해진 건 네가 아니라 나였어."





"'난 고대 문물이다' 드립은 치지마, 캐스." 딘은 그를 눕히며 고개 저었다. "그런 말은 그만 둬. 그 모든 세월동안 천사로 지내왔는데, 지금은 인간이잖아. 인간으로 얼마나 지냈지? 3년? 능력을 잃었던 기간을 합하면 4년이겠구나.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네가 제대로 알았겠어?" 




카스티엘은 대답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혼란스러운 눈빛을 본 딘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넌 약한 존재가 아니야, 캐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저... 인간일 뿐이지." 




카스티엘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이런거 싫어." 그는 자기 자신도 놀랄 만큼 불평했다. "더 이상은 이런 짓 안 할래." 




"괜찮아질거야. 널 지켜봐 줄 사람만 있으면 되는거지." 




카스티엘은 딘에게 그 사람이 너냐고 묻고싶었지만, 겁에 질린 그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딘은 도망쳤었다. 그가 한 일은 그것 뿐이었다. 모든 힘을 루시퍼를 끝내기 위해 샘을 죽이는 데에 썼기 때문에, 남은 인생 동안 누구를 상대할 만한 기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좋아,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자." 딘의 장난기 있는 말에 방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너 냄새나, 캐스. 악마한테 죽을 뻔해서 그랬다고는 하지 마. 좀 씻어야겠다." 




"알려줘서 고맙다." 카스티엘은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좀 더 재치있게 말하면 죽기라도 해?"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 뭐. 가자, 욕실까지 데려다 줄게. 오른쪽 옆에 있어." 




"못 일어설 것 같아."




"그래서 도와준다고 한 거잖아, 멍청아."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결국 카스티엘은 딘의 옆에 서서 욕실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그는 딘의 앞에서 알몸이 되는게 부끄럽지는 않았다 - 수줍음은 그의 콤플렉스가 아니었으니까 -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자 부끄러움을 느껴야할 것만 같았다. 너무 말라서 갈비뼈를 보기만 해도 셀 수 있을 것 같았고, 발작 때문에 그런건지 온 몸에 멍이 들어있었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그의 머리는 귀쪽에서 엉켜있었으며, 그의 눈은 충혈되고 생기를 잃었다. 거울 속의 남자는 그가 아니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는 아니었다. 




딘은 자신의 속옷을 벗고 그와 함께 욕조로 들어갔다. 이상하긴 해도 필요한 일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이내 카스티엘의 손은 떨리기 시작했고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 노력했으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게 그에게 비누칠을 해주고 씻겨주었다. 묵묵히 집중한 그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 어려보였다. 그는 카스티엘이 나머지 부위를 직접 씻도록 놔두며 눈을 돌렸다. 하지만 카스티엘이 머리를 감으려다 주저 앉아버리는 바람에 딘은 그를 타일에 앉히고 머리를 감겨주었다. 




자신의 머리를 감지 못한다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 아니었다. 그는 누군가가 그 일을 대신 해준다는게 기분 좋은 일임을 인정했다. 딘의 손놀림은 부드럽고 완벽했다. 그는 카스티엘의 눈에 샴푸가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계획적으로 행궈주었다. 그 모습에 카스티엘은 거의 웃을 뻔 했다. 딘이 일어서서 샤워기를 끄자, 카스티엘은 다시 인간이 된 기분을 느꼈다. 원하던 일은 아니지만.





"너 계속 그리즐리 아담스[각주:3]처럼 보일거야, 아니면 면도할 거야?" 





카스티엘은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딘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있었으며 몸에선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의 어깨에는 아직도 붉은 손자국이 강하게 남아있어 카스티엘은 계속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지옥에서 그를 구할 당시의 모습들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리퍼가 자신을 데려갈 때 딘이 그가 천국에 가게 되는지, 아니면 지옥에 가게 되는지 물어봤던 것도 떠올렸다. 전에는 하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그가 죽게 되면 그는 어디로 가게 될까? 





딘은 그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딱딱대며 인상을 찌푸렸다. "캐스, 듣고 있어?" ''





카스티엘은 숨을 고르며 눈을 깜빡여 현실로 돌아왔다. "미-미안. 뭐라 했었어?"




"면도 할거야?"




카스티엘은 아직도 살짝 얼이 빠져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수건을 몸에 두르고 다른 하나는 카스티엘의 허리에 둘러주며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딘은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를 앉혀 면도용 크림을 꺼내 그의 얼굴에 슥슥 발라주었다. 크림에서는 민트향과 티트리 오일과 비슷한 향이 났고 카스티엘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새 문신 그려줘야겠네." 딘이 면도칼을 집어들고 진지하게 말했다. "한마디로, 너 엉덩이에 심하게 흉터났어. 악마놈이 그걸 어떻게 없애는지 잘 알고 있었나본데."





"흉터는 별로 신경 안 써." 카스티엘은 멍하니 대답했다. 




"예쁜 엉덩이 버리는 거지." 딘이 혼자서 작게 툴툴대자 카스티엘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카스티엘의 몸을 끌어당겨 뒤로 돌린 그는 손을 목에 대고 면도칼로 뺨에서부터 목까지 서서히 미끄러트렸다. 좁디 좁은 욕실에 수염을 슥슥 깎아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긴장하지 말고." 잠시 후 딘이 말했다. "난 스위니 토드[각주:4]가 아니라고."




카스티엘은 노력했지만 가슴이 졸여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딘이 턱을 밀어줄 때쯤 그는 고개를 휙 돌려 말했다. "테사한테 나 대신 널 데려가라고 했었지."




딘은 얼어붙었다. "그래서 뭐?"




카스티엘은 혼란스러워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왜 그랬어?"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넌 죽어서는 안 됐으니까. 죽어야 하는 사람은 나인 것 같았으니까.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나도 모르겠다, 캐스. 이제 됐어? 네가 죽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고."





카스티엘은 놀라움에 고개저었다. "난 샘이 아니잖아. 알면서 그래. 더 이상 네 자신을 희생할 필요도 없다고."




딘의 표정은 굳어갔다. "면도 마저 끝냈으면 좋겠어, 아니면 옴 붙은 것처럼 돌아다니고 싶어?" 





딘은 그 주제로 얘기하고 싶지 않음이 분명했으므로, 카스티엘은 그의 가슴팍에 다시 기댔다. 몇 분 동안은 면도칼이 그의 피부를 슥슥대며 긁어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고 딘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며 어깨를 흔들어 깨울 때까지 안정을 취했다. 





"애기 궁딩이처럼 말끔하네." 그가 선언했다. "예전처럼 다시 돌아간 것 같아. 머리는 빼고."




카스티엘은 피부가 상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지는 않았다. 대신 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고마워." 




"별 말씀을. 다음 번에 면도해줄 땐 중창단[각주:5]이라도 불러야겠어." 




"면도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야."




딘은 씩씩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 뭐. 네가 나라도 그랬을 걸."




카스티엘은 고개를 떨궜다. 그래,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오든 여전히 지옥에 갇혀있든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딘을 위해서라면 똑같이 할 수 있었다. 




"나 피곤해." 그가 별안간 추위를 느끼며 중얼댔다. "침대로 데려다 줄 수 있어?"




5-3 보기 →



*각주

  1. 시즌1 9화에서 존 윈체스터의 행방을 알려주었던 초능력자. [본문으로]
  2. 미국 시리얼의 한 종류. 슈내 보다보면 어렸을 적 샘이 럭키 참 먹고 싶다고 칭얼대서 딘이 자기 몫까지 넘겨주는 내용이 나오던데, 그 시리얼이 바로 럭키 참입니다. 샘 보고싶다...ㅠㅠ [본문으로]
  3. Grizzly Adams. 구글에 검색해보시면 어떤 인물인지 나올겁니다. 대충 곰과 관련된 다큐에 나올 법한 사육사 아저씨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ㅋㅋㅋㅋ [본문으로]
  4. 역시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영화 제목이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문으로]
  5. 남성 4중창단은 영어로 barbershop quartet. barbershop이 이발소라는 뜻에서 나온 언어유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