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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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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56502.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이후. (2014년) 퓨쳐캐스와 딘이 나옵니다. 말투 조심!

(캐붕 아니에요ㅠㅠㅠㅠㅠ)







4. Kansas City (2)




그는 이틀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았다. 그가 일어났을 땐 빌리가 있는 그대로, 그는 과다 복용으로 중독됐으며 그가 쓰러져있는 동안 그놈들은 보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으로 데려가길 거부해서 자신이 그를 구한거라고 말해주었다. 요즘 병원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쉽게 입원할 수 없었다. 침대들은 꽉 차 있었으니까.




"오." 그건 카스티엘이 유일하게 보인 반응이었다. "아무튼 고마워."




그의 기분은 끔찍했고 몸은 아프고 지쳤지만,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은 오히려 그를 성가시게 하지 않았다.




~~~




상황은 악화됐고 그건 모두 니콜라의 잘못이었다. 그녀가 밤낮으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카스티엘은 건물을 나가지 못했고 도대체 그녀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 어떻게 그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도 그 모든게 그녀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돕고 싶어했고 그 무엇보다도 그를 구하고 싶어했지만 그를 미치게 만들 뿐이었다. 그는 구원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하면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없앨 수 있을까? 




그가 중독으로 쓰러진 뒤 일주일 후, 빌리의 친구인 이안은 자칭 '팬'이라는 두 명의 여자를 데려왔고, 카스티엘은 그날 밤을 보드카에 취해 손을 우스꽝스럽게 휘적이며 그들과 함께 깔깔대며 보냈다. 그녀들은 모두 아름다웠고, 그를 향해 존경과 호기심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담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욕망과 소유욕이었다. 그들은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는 그 점을 즐겼다.




빌리와 이안이 방 한쪽 구석에서 LA레이커스[각주:1]에 대해 떠드는 사이 그들의 팔과 다리는 뒤섞였다. 카스티엘은 그들이 죽은 선수들과 안전하게 구조된 선수들, 다음 시즌부터 팀에 합류하게 될 선수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반쯤 듣고 있었다. 그런 일상적인 대화는 그의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쓰리썸을 하면서 두 친구들이 스포츠로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하지만 요즘들어 그의 삶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섹스와 술,마약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양말을 바꿔신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그는 오른쪽에 있는 여자에게 키스하다 다른 여자가 자신의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살짝 헐떡였고, 그녀가 자신의 몸을 빨아들이는 동안 저쪽에서 들려오는 농구 이야기에 대해서는 무시하려 노력했다. 여자는 그에게 키스하고 웃으며 기분 좋게 "Have a some sugar, sugar."[각주:2] 라고 말했고, 자신이 입에 물고 있던 노란약을 혀 끝으로 건네주자 그는 아무 생각없이 받아 먹었다. 그러자 흐릿한 즐거움과 따뜻함, 자신이 떠있다는 희미한 감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나는 것과 같았고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어 그를 안정시켜주었다.




그날 밤, 도중에 이안이 들어와 그들과 함께 참여했다. 카스티엘은 그들과 육체적으로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 사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었다 - 그래서 그는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두었고, 몸이 지상에 단단하게 머무르는 동안 어딘가를 부유하는 그의 마음은 평화로웠다. 이안은 거칠고 힘이 넘쳤으며 자신만만했다. 그는 본인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또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그를 받아들였고, 한창 취해있던 그는 그것이 느껴지자 놀라고 말았다. 그가 겪는 느낌은 결코 좋지 못했지만, 이안은 꽤 즐기는 듯 보였기에 카스티엘은 가장 가까이 있던 여자의 긴 금발을 손가락으로 헝클어뜨리며 이안이 자신의 위에서 끙끙대는 동안 그녀에게 끝없이 키스를 했다. 그리고 다른 여자는 손을 벌벌 떨며 자신의 팔에 주사를 놓으려했다. 




빌리는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의 취향을 정당화시키려는 듯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본인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카스티엘은 그가 질투하는 건 아닐까하고 생각했지만, 누군가의 그의 목을 빨기 시작하자 빌리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동이 트기 전 일어난 그는 의식을 잃은 사람들 밑에 깔려있었으며 온 몸에서 열이나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사람들을 침울하게 밀어낸 그는 어떻게든 일어나 창가로 가기 위해 벽을 짚으며 걸어갔다. 다리가 스파게티처럼 흐물흐물해진 느낌이었다. 창문의 후크를 푸는 데에만 세 번이 걸린 그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머리가 핑핑 도는 느낌이 멈추자, 그는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에는 글자들이 적혀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는 혼란스러운 머리로 그 의미를 파악하려 단어들을 쏘아보았다. 길가에 놓인 수많은 촛불들이 글자를 만드는 듯 했다. 수 백개의 촛불들은 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으며 수 많은 점들이 글자를 만들어냈다. 





그 글자들은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각주:3] 라는 문장을 만들어냈다.  




그는 창문에서 머리를 빼고 털썩 주저 앉아 울고 싶은 충동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니콜라가 이겼다는 뜻이 될테니까.





~~~





카스티엘은 다음 날 오후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깨지 않길 바랐다. 숙취는 지독했지만 몸은 뻐근했고 아픈 느낌마저도 느낄 수 없었다. 움직일 때마다 토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으니까. 그의 동료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이미 몇시간 전에 떠난 모양이었고, 그는 지난 밤 그들을 그렇게 만든 물건이 있는 케이스를 열어 모두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다행히도,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침대 옆 서랍을 열어 딘의 목걸이를 잠깐동안 내려다보았다. 은빛 십자가는 햇빛에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한숨 쉬며 서랍을 다시 닫았다. 




그의 머리는 가볍고 띵한 느낌이 들었으며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충격에 빠졌다. 그에게 있어 음식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지만 배가 고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집에는 먹을 게 없었기 때문에 그는 티셔츠와 반바지를 대충 걸치고 빌리를 만나기 위해 불안하게 비틀거리며 복도로 내려갔다. 




"어, 하느님이 사랑하는 호모 아니에요?" 그가 방에 들어오자 빌리가 빈정대며 말했다. 




그의 냉소적인 말은 카스티엘을 딱 멈춰세웠다. 그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빌리가 차갑게 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뜻이야?" 그가 당황하며 물었다.




빌리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말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설마 지난 밤에 뭐했는지 아무것도 기억 안난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죠, 카스티엘? 제가 멍청이도 아니고." 




카스티엘은 그날 밤에 했던 일이 기억날 때까지 머릿속을 샅샅이 뒤졌다. 드디어 그 일이 떠오르자, 속이 울렁거렸다. 




이안이라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그지? 




"젠장." 그는 메스꺼움을 느끼며 말했다. "꿈이라고 말해줘."




빌리가 의자를 돌려 앉자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당신한테 게이를 데려온 적은 없어요. 천사니까 본인 성 정체성도 잘 몰랐나봐요? 제가 잘못 생각했던 모양이네요." 




"내 의지가 아니었어!" 카스티엘이 항변했고 그의 마음 한 켠에서는 그가 취했든 안 취했든 빌리는 자신에 대해 함부로 판단할 권리가 없다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만약 그가 남자와 섹스하고 싶다면 그대로 놔둬야 했다. 그 누구도 간섭할 권리는 없었다. 




"비겁한 변명이에요, 카스티엘." 빌리가 고개를 저으며 느릿하게 말했다. "그 많은 창녀들 중에서 이안을 골랐다구요? 젠장, 아저씨, 그거 병이에요."




"엿 먹어." 자신의 친구가 두 여자들을 '창녀'라고 표현하자 카스티엘은 마침내 화가 나 손가락을 딱딱거렸다. 그렇게 부르는 게 싫었다. 그들은 이름을 갖고 자랐으며 섹스에 관한 것들이 아니라 직업과 생각, 꿈을 가진 여자들이었다. 한편으로 그는 그들의 이름도, 직업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함께 열 두 시간을 보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뭐, 기회가 된다면 저랑도 떡치려고 하겠죠." 빌리는 코웃음 쳤다. "그거 아세요? 이안은 여기에 다시는 안 올거에요."




"이안은 지 재밌다고 파리 날개를 뜯어버린 사이코패스였어." 카스티엘은 그의 말을 뚝 끊었다. "어쨌거나 걔가 여기에 왜 왔겠어? 네 친구니까 그렇지! 내가 정신만 멀쩡했으면 걔랑은 얘기도 안했을거다! 그 여자 중 하나가 나한테 약을... 그게 뭔지도 모르겠네, 망할. 빌리. 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제대로 모른다고!" 




"꽤 즐기는 것처럼 보이던데."




"글쎄, 넌 확실히 계속 지켜보고 있었겠지. 흥분되지는 않던?" 




빌리는 붉어진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이제 날 게이로 부르시겠다? 아저씨 나 덕분에 여기에 공짜로 사는 거 잊었어요? 지금껏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했으려고 그래요? 한 마디만 더 하기만 해봐, 당장 내쫓을테니까!" 




카스티엘은 보복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하고픈 말들은 그의 목에서 턱 막혔다. 빌리가 옳았다. 그는 빌리와 싸울 수 없었다. 이 모든 걸 잃을 위험을 감수하기엔 힘들었다. 빌리의 말대로 그는 많은 것이 필요했다. 카스티엘은 문득 자신이 교차로에 서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불쌍하긴 해도 자신의 원칙을 위해 싸울 수도 있었고, 아니면 다음 기회를 위해 빌리가 건네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도 있었다. 




"그건 사고였어." 그가 겁쟁이처럼 구는 자신을 미워하며 마침내 말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야. 이안 잘못이야. 난 그런 류가 아니라고, 빌리. 너도 알잖아."




"네, 뭐.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빌리는 턱을 긁적대다 한숨지었다. "샤워나 하셔야겠네요. 이안이 여기서 아저씨를 덮쳤다는 생각만 하면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겠어요." 




카스티엘은 또다시 메스꺼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빌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카스티엘 뒤쪽을 응시하며 화난 듯이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로 들어왔어?"




카스티엘은 뒤돌았다. 현관에 서있는 니콜라의 입모양은 말 그대로 'ㅇ'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카스티엘을 겁에 질린 어린 얼굴로 쳐다보았고 손은 쥐었다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실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정말로 남자랑 잤다구요?"




카스티엘은 그저 바라만 보았다. 대답을 하면 놀랄지도 모르니까.




그의 뒤에 서있던 빌리는 재밌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저만 충격받은거 아니라니까요? 불쌍하고 어린 예수쟁이 같으니. 네 천사님은 더 이상 성스럽지 않으신 것 같은데, 어쩌니?"




니콜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충격받은 얼굴로 카스티엘을 쳐다보고 있었다. 카스티엘도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충격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동성애자가 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없었다. 그 말은 빌리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고 빌리는 그에게 꽤 중요한 인물이었으니까. 이런 느낌은 정말 무섭고 끔찍했다.  




"뭐라 할 말 없어요, 캐스?" 니콜라는 평소와는 달리 거칠게 말했다.  "정말 아무 말도 안하겠다구요? 섹스가 나쁜 일이 아니라고 안 말하면 나중에 내가 직접 확인해도 되는거죠? 실망스럽다, 정말." 




카스티엘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무언가가 잘못됐다. 니콜라는 너무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 비친 공포에는 즐거움이 가득했고, 그녀가 미소짓자 카스티엘은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니콜라가 아니구나." 그가 그르렁대듯 말했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그녀의 눈은 갑자기 확 검은색으로 변했다. "오, 확실히 아니지."




카스티엘은 빌리가 총을 향해 손을 뻗고 있음을 보지 않아도 눈치챘다. 악마가 손을 들어올리자 뒤쪽에서 쿵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카스티엘이 쳐다봤을 땐, 빌리의 머리가 뒤틀린 채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그의 입에선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고 있었다. 




"속 시원하네." 니콜라가 손에서 먼지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쟨 멍청했어. 네가 얼마나 참고 견딜지 궁금했는데. 오, 잠깐만 - 너 마약 중독이었지? 쟤가 필요하겠네! 불쌍한 것. 네가 타협했던 모든 도덕적 규범들은 망가졌지. 이제 길바닥 인생을 살아야겠구나. 안 그래, 천사님?" 




니콜라가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지만, 카스티엘은 분노를 제외한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가 무서워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저건 악마였고 카스티엘을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니콜라를 놔둘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니콜라한테서 떨어져." 그가 쏘아붙였다. 




"그렇게는 안 되지." 악마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좋아, 대신 너한테 들어가게 해줘."




카스티엘이 숨을 멈추자 니콜라는 크게 웃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적 없었지만 그 모습은 실제로 니콜라가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정말 널 죽이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 카스티엘? 한 달 전에도 네 목을 따줄 수 있었어. 아주 오래 전부터 네 친구 뒤에 숨어서 널 지켜보고 있었지." 그녀는 한발짝 더 다가왔고 카스티엘은 본능적으로 싸울 태세를 취했다. "너 나랑 수십 번도 떡쳤는데," 악마는 킥킥댔다. "한번도 눈치 못챘어? 너와 잤던 모든 여자들 안에 내가 있다는 것도?" 




"어." 카스티엘이 차갑게 신음했다. 




"테크닉 좋더라. 네 상태를 생각하면 말이지. 네 물건은 네가 죽어도 불끈 솟을 걸? 그것도 네 능력이야, 예쁜아." 




"어- 얼마나?" 벌레들이 살을 기어오르듯이 자기혐오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니콜라는 씩 웃었다. 검은 눈동자는 그녀의 붉은 머리를 더욱 붉게 만들어주었다. "오, 꽤 많지. 재미보느라 숫자 세는 것도 잊었다고. 물론 걔네는 즐기지 못했겠지. 동의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나중에 다 잊게 만들었어." 그녀는 손을 들어올려 자신있는 척 자신의 손톱을 꼼꼼히 살폈다. "너도 알지 모르겠지만 난 사람들의 머리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데에 재능이 있거든. 그렇게 할 수 있는 애들은 많지 않은데 말이야. 물론 내가 최고지만." 




카스티엘은 몸을 지탱하기 위해 선반같은 곳에 손을 올려놓았다. 지금까지 - 그 몇 달 동안 - 그가 파트너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모두 가짜였다는 뜻이다. 그는 결국 자기도 모르는 새에 여자들을 강간한 셈이었다.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들이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왜 깨닫지 못했을까? 




"받아들일 시간을 줄게." 니콜라가 기꺼이 말했고, 그를 스쳐 지나 창가로 향했다. "와, 전망 좋네. 돈 주고 볼 가치가 있겠어."




카스티엘은 심호흡을 하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악마가 빙의하도록 몸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함정과 주문, 악마들이 탐낼만한 천상계의 지식들 말이다. 그는 지옥과 천국을 드나들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천사들이 여태껏 시도하지 않았던 전략은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이제 천사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런 지식들이 사람들을 해칠 수 없을 거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척의 연락처와 카를로스의 연락처, 그리고 지난 몇 년 간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 그가 생각하는 방식, 사냥하는 방식, 그의 약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 모든 정보에 악마가 접근하도록 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렇게는 못했다.




그가 창문을 향해 돌아서자 어리고 예쁜, 믿음으로 가득찬 니콜라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여태까지 절대로 그를 포기한 적 없었다. 단지 그를 구해주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몇 달을 설득하기 위해 보냈다. 그녀의 믿음으로 인해 빚을 졌지만, 그는 도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녀를 도와야할지 알 수 없었다. 




"니콜라는 아직 깨어있어." 악마가 그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읽으며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소리지르면서 제발 자기 좀 놔달라고 싹싹 빌고 있지. 네가 구해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녀는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얜 널 정말 사랑해, 하지만 웃긴 종류의 사랑이지. 신과 의무, 희망같은 것들 말이야. 카스티엘, 얜 참 작고도 이상한 생물인 것 같아. 난 얘가 과연 처녀 딱지를 뗐는지도 궁금한데?"




"다치게 하지마." 카스티엘이 빌었지만 소용없었다. "부탁이야. 니콜라를 다치게 하지마." 




"과연 너한테 빙의해도 싸울 수 있을까? 걱정마, 천천히 해줄게. 싸우는 건 딱 질색이거든."




카스티엘은 힘겹게 침을 삼키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악마는 그를 흥미롭게 쳐다보다 어깨를 으쓱했다. "오, 싸움은 내 방식이 아니라니까."




그녀가 빠르게 움직이자 카스티엘은 방어할 시간조차 없었다. 눈 깜짝할 새 그는 빌리의 흐트러진 침대에 쓰러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니콜라는 그의 다리에 올라타 있었다. 그 어떤 인간도 악마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었다. 특히나 지난 몇 달간 거의 굶다시피하고 마약만 했던 사람이라면 말이다. 카스티엘은 분노로 울부짖었지만 악마의 손이 이불로 자신의 머리를 억누르고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웅켜쥐자 그 소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네 안에 그 모든 정보들이 있다는 걸 알아. 날 기다리면서 말이지. 널 따먹는게 즐겁지 않았다면 이미 몇 주 전쯤에 이랬을 걸."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말해!" 카스티엘이 숨을 헐떡이며 니콜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날 가진 뒤에는 그녀를 놔줘! 그 애는 이 일과 아무 상관도 없잖아!" 




"오, 조용히 해. 내 꼴리는 대로 할테니 막을 순 없어."




머리에 있던 손이 사라지고 이번엔 악마가 그의 바지를 휙 끌어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지자 그는 쉭 소리를 냈다. 악마가 그의 둔부에 있던 악마 방지 문신을 도려내고 있었다. 이 악마는 그의 벗은 몸을 본 적 있었으므로 정확히 어디에 그것이 있는지 파악했을 것이다. 




"꽤 좋은 몸이야." 니콜라의 목소리는 만족스러웠다. "너무 오랫동안 여자로만 있었으니까 남자로 다시 돌아가도 괜찮겠지. 물론 어젯밤에는 남자로 재미를 봤지만." 




카스티엘은 목이 메였다. 이안을 뜻하는 것이리라. "그게 너였어?" 




"마지막으로 색다르게 즐겨보고 싶었지." 그의 아래서 손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뒤로 누운 카스티엘은 니콜라가 자신의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검은 눈은 햇빛에 반짝였다. "불쌍한 이안, 아까 보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라구."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계속 기억하게 내버려뒀어.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걔는 샤워하면서 지 몸을 벅벅 문지르고 있을 걸."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칼날에서 피가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로 들어와 카스티엘에게 키스했다. 그는 밀쳐내며 머리를 옆으로 굴렸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손은 여전히 그를 붙잡고 있었고 니콜라의 혀가 부드러운 신음 소리와 함께 입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녀의 몸이 전율하자 그는 그게 니콜라인지 악마인지 궁금해했다. 니콜라는 평생동안 남과 키스를 해본 적 없을 것이다. 첫키스로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었기에, 카스티엘은 그녀를 위해 울고싶을 지경이었다. 




"맛있네." 악마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너한테 들어가면 네 작은 친구와 떡칠까 하는데."




"안 돼!"




카스티엘의 비명은 악마를 놀라게 한 것 만큼이나 자신을 놀라게 했다. 그는 냉큼 칼을 쥐어들고 그녀를 떨쳐냈다. 그녀는 침대에내동댕이 쳐졌으며 눈 깜짝할 사이 그가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그건 단순한 칼이라 지난 수 백 만년 간 악마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대신 악마의 목을 따고 힘줄을 끊어내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유일한 기회였고 그는 순식간에 움직였다.




니콜라는 겁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구하겠다고 니콜라를 죽일 수 없었다. 악마가 그에게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일단 그가 빙의되면, 니콜라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그럴 권한도 없었다. 그는 신음하며 칼을 떨어트렸다. 




"못하겠지? 어?" 악마가 미소지었다. "어쨌든 후회하게 될거야."




그가 매트리스에 털썩 주저앉자 손이 그의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니콜라의 입에서 쏟아진, 유황과 썩은 내가 나는 검은 연기가 그의 목으로 꾸물꾸물 들어왔고 그가 악마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움직일 수도, 목을 조를 수도, 소리지를 수도, 악마가 몸 안에 퍼져 신경계 하나하나를 조종하는 동안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손이 제멋대로 움직이자 그는 어쩌면 이 싸움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은 애써 한 켠으로 집어넣었다.





이불에 둘둘 쌓인 그는 질식할 듯 더웠고, 카스티엘은 감각과 싸우며 비명질렀다. 그는 여전히 볼 수 있었고, 자신의 몸이 저도 모르게 침대에서 저절로 일어나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제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하려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행동은 그가 지미 노박에 깃들었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으며, 지미의 영혼이 죽을 때까지 그의 몸 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그도 갇혔다고 느꼈을까? 잘못된 일이었을까? 




"자, 이제 네가 성에 대해 배울 시간이란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면 '천사와 성'이라고 해야할까?"[각주:4]




니콜라는 방 맞은편 벽에 기대 선 상태였다. 카스티엘은 그녀가 왜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선 눈물이 흘러내렸고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그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서 그녀에게 다가가자 카스티엘은 어떻게든 자신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건드리지 마."  니콜라는 성호를 그으며 흐느꼈다. "난 하느님의 어린 양이고 넌 절대 날 가지지 못할 거야."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네 몸에 들어있었다고, 바보같은 것." 악마가 투덜대며 손을 휙 내밀자 그녀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건 내 손이라고. 카스티엘은 고통스럽게 생각했다. 이렇게는 안 돼. 이럴 순 없어!




그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댔다. 그 둘은 모두 악마가 충격에 비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악마가 물었다.




그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쓸려나오자 그는 숨이 막혀 주저앉고 말았다. 어떠한 힘이, 미지의 영적인 힘이 악마를 놀라게 만들며 그의 안을 휩쓸고 지나갔고 피부 아래 압도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카스티엘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악마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그는 할 수 있는 한 악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이 열리자 악마가 쏟아져 나왔고, 그는 본인 스스로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의 몸은 경련하며 바닥에 쓰러졌고 내부의 침입자를 쫓아내기 위해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거에요! 그거라구!" 니콜라가 그에게 소리치며 그를 붙들자 카스티엘은 그녀의 모습을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싸우세요, 카스티엘! 사악한 것과 맞서 싸워요!"




놀랍게도 그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자, 실제로 그 단어들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네, 자신을...지켜." 그가 헐떡였다. "소금으로!!" 





그녀는 똑똑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손을 뻗어 벌떡 일어나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녀가 카스티엘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카스티엘은 그녀가 종말 이후 모든 가정집의 필수품인 소금을 욕실에서 발견해 본인의 주위에 뿌릴 거라고 생각했다 - 그리고 실제로도 그녀는 소금이 필요했다. 악마가 그의 몸을 떠나면...




그것은 또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카스티엘은 자신의 안에서 힘이 자라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자석이 양극을 밀어내는 것처럼, 모든 에너지가 반발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제서야 그 일을 벌인 것이 자신임을 깨달았다. 그 모든 영향은 밖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안에서 작용하는 것이었다 - 무언가가 악마의 존재에 반응하고 있었다. 내가 천사였음을 몸은 아직도 기억하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몸을 맴돌던 악마는 입 밖으로 올라왔다.




악마는 사라질 것이다. 그가 내쫓을 것이고, 그것이 머무를 방법은 없었다. 그의 몸이 그렇게 놔두지 않을테니까. 그가 악마를 내보내려 입을 벌리자....




...악마는 미친 듯이 날뛰며 그의 생각과 마음, 기억들을 마구 할퀴고 긁고 찢어냈다. 머릿속에 손톱이 들어있어 부자연스럽고 고통스럽게, 잘못된 방법으로 뇌를 두동강내는 기분이었다. 




한 십 초 동안은 계속되는 것만 같았다. 카스티엘이 지난 수 천년간 느낀 아픔보다 가장 고통스러웠다. 




악마는 마침내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와 꿈틀대며 창 밖으로 물러갔다. 하지만 안도감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고, 대신 믿을 수 도,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이 느껴져 카스티엘은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지르는 것 빼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갈기갈기 찢어져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될 지경이었다. 금속성의 물질이 머리를 강타해 생각들을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중에 가장 끔찍한 느낌이 들었고 자신이 과연 이대로 살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는, 빌어먹게도, 살아있었다. 




시야가 흐려져 누가 그에게로 다가와 뺨을 어루만지는지 알 수 없었다. 누가 말하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그의 목에서 피의 비린맛이 느껴졌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그의 코와 입을 만지고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감도 안잡혔다. 그는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다.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하얀 빛이 눈가에 비치자 소리지르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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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LA의 농구팀 이름. [본문으로]
  2.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문 발췌. 뭐 어떻게 번역하려니 힘들더라구요 ;ㅅ; 끙... [본문으로]
  3. God loves you. [본문으로]
  4. 원문은 “I think it’s time you learnt a little something about the birds and the bees,” he hears himself say. “Or maybe that should be ‘the birds and the angel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