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오브레터스 - 샘 윈체스터의 일기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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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벽돌 쌓기 (Another Brick In The Wall)





작전 개시 8시간 전.



"딘, 리스트에 그 이름을 넣기만 해봐! 그냥 하지 마.. 알았어?"



이따금씩 형의 행동이나 형이 적은 리스트는 나를 미치게 한다. 연옥에서 돌아온 뒤로, 형에게는 메모지에 무엇이든지 적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복권에 당첨된다면 사고싶은 쓸데없는 것들이나, 스티븐 시걸의 영화에 나오는 최고의 액션씬이라던가, "모든게 끝나면" 가고 싶은 장소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게 무슨 뜻이든 간에. 그 종이조각들은 형의 바지 주머니나, 자켓, 더플백등 어디에나 존재했고 종이들을 접었다 펼쳤다 한다던지 내용들을 신중하게 읽어보다 새로 쓴다던지 하는 형의 모습은 그를 죽이고픈 충동에 휩싸이게 만든다. 모텔이나 주유소에서 종이들을 잃어버리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 메모들 중 가장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은 바로 우리 때문에 죽은 사람들의 리스트다. 아빠, 조, 엘런, 바비처럼 우리를 위해 본인들을 희생한 사람들의 명단을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잊을 수라도 있다는 것처럼..



명단에 조디의 이름이 추가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조디가 죽었다는 증거가 없잖아. 그치? 그러니까.."



딘은 한숨을 내쉬고선 펜을 내려놓았다. 내가 잠이 들면 형은 그녀의 이름을 리스트에 올리겠지. 수 년의 시간이 지나니 형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죽었든 안 죽었든 샘, 해가 지기 전엔 총으로 그 개자식 머리에 구멍을 만들어버릴거야."



그는 방을 나섰다. 뒷주머니에 종이를 찔러넣고 펜을 든 손가락을 초조하게 움직이면서. 





#10 대작전 (The Masterplan)





작전 개시 7시간 전.



"악마 수갑이 있어, 새미! 수갑이라고!"



딘의 활기찬 목소리에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다. 함정을 파헤칠 방법을 찾는 동안 잠에 들었었는데, 형은 날 깨우고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고. 그래도 형이 왜 레이스 달린 핑크색 브래지어를 머리에 걸고 있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거 보이지? 새미, 지식의 사람들은 확실히 놀 줄 알았나봐. 서재에 짱박혀있던 좀생이들이 말이지! 이 다이어리 뒤에서 킹키한 소품들을 찾았다니까. 지식의사람들도 언제나 '라틴어로 진행되는 독서회'는 아니었다는 거지. 무슨 뜻인지 알겠지."



딘의 말이 갈수록 이해되지 않았다. 다이어리라고? 무슨 다이어리?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잠을 자는게 나았으니까. 결국엔 내 선택이 옳았지. 너.. 정말.. 아까보다는 나아보이거든. 보그 표지 주인공 해도 되겠네."



하지만 형의 눈동자에는 깊은 걱정이 서려있었다. 지금 내 꼴은 형편없어 보일 것임이 분명했다. 이제 딘에게 점점 흐려지는 내 시력과 불안한 걸음걸이를 숨길 수도 없게 되었다. 테이블을 짚지 않고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깼을 때부터 사라질 생각을 안 하는 무시무시한 '세상과의 공명'은 말할 것도 없다.  오래된 슈퍼8 영화처럼 잊혀졌던 오래전의 기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마치 내가 차 안에 앉아있다는 듯이 임팔라의 가죽시트 냄새가 코를 자극해온다. 몇마일 너머에 있는 고속도로 관리공단의 남자가 말하는 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모든 감각을 차단하려 해도 상태만 심각해질 뿐이다. 참 좋은 나날들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딘이 만연에 웃음을 띈 채 저널을 내 눈 앞에 들이밀었다. "선반 뒤쪽에서 일기장들을 뒤지다가 이걸 발견했거든. 이 멋진걸 보라고. 악마 수갑이래. 휴대용 데빌 트랩이지. 만들기도 쉽고, 그냥 수갑에 몇가지 문양을 그려넣으면 되는거야."



지난 며칠간 딘이 그렇게 웃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몇 달동안.



"크라울리를 잡을 수 있어, 새미. 그 개자식을 잡아서 빌어먹을 치와와처럼 묶어두는거지. 악마를 정화해야하잖아, 그치? 더 큰 걸 보자고. 아바돈에 대한거나, 길가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한테 다짜고자 '그리스도'를 외치면서 성수를 뿌리는 건 잊어버리자는거야. 지옥의 CEO와 이게 바로 열쇠야. 그렇게 되면 우리가 구해준 사람들도 안전할거고 고위급 악마도 잡는 거잖아. 꿩먹고 알먹고,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거지."



민담에서 그러듯 단순한 생각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불현듯, 이게 정말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11 있어서는 안될, 해서는 안 될 것 (What Is And What Should Never Be)[각주:1]






작전 개시 6시간 전.



딘이 부엌을 용접 공장으로 바꾼 뒤 수갑에 문양들을 새겨넣기 시작하는 데에는 3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그동안 나는 왕좌에 앉은 디즈니 공주처럼 뒤에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딘은 내게 멍키 스패너조차 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쪽으로 한발짝이라도 다가가면 내 불알을 태워버리겠다고 위협할게 분명했다. 



파자마를 입은 채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껴졌다.



딘은 지난 몇 시간동안 모든걸 신경써주었다. 날 집까지 데려다주고선, 내가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는지 확인할 때까지 그러지 않는 척 하면서도 세심하게 돌봐주었다. 그러다 광속으로 복잡한 서재를 뒤집어 엎고선 다이어리를 찾아내 마침내 크라울리에 대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냈다. 딘이 무슨 총을 든 근육바보라도 된다는 듯이 아빠가 "샘은 우리 가족의 두뇌다"라고 우기는게 늘 맘에 들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형이 위키피디아를 보지 않고선 미국의 28대 대통령이 누구인지 모르고, 키츠나 바이런의 시의 미적 기준을 알지 못하고, 닐 게이먼과 커트 보니것을 늘 셰익스피어와 착각해서 말하는 사람이라 해도 나로서는 형의 체력이나 영리함, 무엇이든 밀어붙이는 재능을 따라갈 수 없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형이 그러한 것들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그러한 것들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었다. 여섯살이 됐을 때 아빠가 45구경 권총을 손에 들려주고 24시간 동안 동생을 지키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런 것들에게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형 자신은 정작 누려본 적 없는 고급스러운 것들을 내가 누리게 해준 것에 늘 감사했다.



만약 우리 둘 모두 로렌스에서 함께 자랐다면 형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보게 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형은 천성 자체가 그런 사람이라 아빠의 가죽 자켓을 입고 학교에 나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과학이나 연극같은 것에 푹 빠진 사람이었을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영영 얻지 못할 것이고, 내가 하는 모든 가정들은 머릿속에 모호한 상상으로만 남아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정은 벙커를 떠나기 전 딘에게 남길 말 뿐이다.






"내가 죽으면, 시체를 태우고 다시 살리지 마."






*각주

  1. 슈퍼내추럴 2x20의 제목. 딘이 애플파이 라이프를 살아갔다면 어땠을지 보여주는 에피에 빗댄 것.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