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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Grey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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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67019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엠프렉+앵슷+딘의 POV (딘의 시점)+슈내 시즌9 까지의 스포 주의.







16. (continued)





딘은 지금껏 먹은 모든 것을 게워냈다. 평생동안 먹어왔던 것들을. 아픈 것도 아니었고, 망할 입덧같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그저-



-또다시 구역질이 올라오자 그는 변기통에 얼굴을 묻고 위액을 쏟아냈다.



캐스가 했던 말이 떠오를 때마다 몸이 덜덜 떨리고 머리가 빙빙도는 기분이었다. 욕실에 어지러이 놓여있는 대여섯개의 테스트기가 그 말을 입증해주었다.



임신이라고.



충격적이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천국에서 깨어나는 일도, 포커 게임에서 50년을 잃어도, 죽는 것도 이것보단 쉬웠다. 물론 그도 이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걸 고려했다거나, 원한 적은 절대 없었다. 심지어 마음 한켠에 있는 그의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도.



그는 임신했다. 뱃속에 있는 빌어먹을 아이 때문에 몸이 부풀어오를 것이다.



풍선처럼, 여자들처럼.



아니, 모든 여자들처럼은 아니었다. 값싼 여자들처럼.



몇년 전 들었던 말들이, 미국 여러 주를 가로질러 바에서 마주쳤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알파들이 귀에서 쉭쉭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열여덟에 처음 억제제를 맞은 뒤 듣지못했던 소리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곁눈질하며 능글맞게 흘리던 웃음들, 여러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이어졌다.




얼마주면 그 예쁜 입술이 내 것을 덮을까?- 널 데려나가서 실컷 좆질하고 밤새도록 질펀하게 놀고싶은데- 끌리지 않아? 아랫도리가 이미 젖은 것 같은데 이 오메가년아- 우린 같이 해도 상관없고 너한텐 구멍이 한개만 있는게 아니잖니- 널 존나게 박아대면 그걸 맞보게 될것같은데- 향이 참 좋네, 아무도 가까이 한 적 없지?- 니년을 엎드리게 만든다음 구멍을 꽉 채워주고 싶은데- 제대로 청하면 원하는 걸 들어줄게 이 멍청한 년아- 내꺼가 되고싶어? 채워지고싶어? 착한 암캐처럼 토실토실해지고 싶나보지?




침이 올라오자 그는 뱉을 수 밖에 없었다. 쓴물은 또다시 변기통으로 쏟아졌고, 역겨움을 참기위해 숨을 헐떡거려야만 했다.



위액의 쓴 맛이 목에서 느껴졌다.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그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그날 밤, 잠에 빠져든 그는 지옥으로 돌아가 알라스테어로 인해 몸이 사슬에 걸리는 꿈을 꿨다.



악마는 그를 도려내고, 잡아당기고, 찢어냈지만 딘은 카스티엘이 곧 구해줄 거라는 생각에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도 했으니까.



다만 이번 그의 몸은 임신으로 인해 크게 부풀어있었고, 알라스테어는 딘의 몸을 벌려 창자에 손을 집어넣은 뒤 힘없이 우는 그 작은... '것'을 꺼냈다. 



파열음이나 밝은 빛, 또는 귓가에 먹먹히 울려퍼지는 천사의 음성은 온데간데 없었다.



딘은 모든 것이 회색임을 깨달았다. 그의 메이트가 그를 원하지 않아 떠났기 때문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알라스테어는 그를 향해 씩 미소지으며, 그 작은 것을 마치 젖은 헝겊을 쥐어짜듯, 손가락 사이로 살덩이가 한점 떨어질 때까지 손으로 반죽했다.




~~~




딘은 캐스의 이름을 부르며 깨어났다. 이마에 희미하게나마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고, 그는 천사가 이곳에 왔다가 휙 떠나버렸음을 느꼈다.




~~~




그는 사냥을 그만두었다. 계속해서 로드 트립을 다니긴 했어도 유령이나 망령, 혹은 뱀파이어의 둥지로 보이는 것들은 무시했다.



그러다 한곳에 머물러 하루에 세끼를 꼬박 챙겨먹었다. 그 중 한번은 샘이라면 골랐을 법한 토끼풀같은 채소를 챙겨먹으며.



그는 그것... 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 일들에 대한 생각은 최대한 줄이려 애썼다. 그는 드라이브를 하며 지난 몇년간 들어왔던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 음악을 들었다. 싸구려 모텔에서 TV를 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우스꽝스러운 영상들을 찾아보며 뭐랄까... 확신하지 못한 채 기다리곤 했다. 



상황은 네브라스카 주의 작은 마을, 한 마트의 건강 식품 코너에서 오메가 임산부 전용 비타민으로 보이는 병들을 빤히 보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달을 때까지 지속됐다. 어느 순간 그는 생각을 계속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아이를 갖게 될 것이다.



그 깨달음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자신이 충격을 받은건지, 아니면 안도하게 된건지 알 수 없었다.




... 아마 충격받은 것일거라 생각했다.



그는 작은 플라스틱 병을 들어 손으로 꽉 쥐었다.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마트에서 태아섭취 비타민을 들고있는 딘 윈체스터? 어떻게 이럴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는 누군가의 아빠가 될 수 없었다. 다른 아빠들처럼 아기는 놔두고 애완용 금붕어나 산다면 무책임한 일이 될지도 몰랐다. 이 시나리오에서 그가 여자역을 맡았으니 정확히는 엄마가 되는 걸까...? 세상에. 그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용어를 알지도 못했다. 그가 이 거지같은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자신 말고 남자 오메가가 임신한 경우는 닥터 섹시 에피나 한 술집에서 백인 알파가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해 데려왔을 때 말고는 본 적 없었다.



모든게 미쳐돌아가는 듯했다.



좋아, 그래서 먼 미래를 보자면... 어쩌면 딘은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는 벤이 자신의 아들이기를 바라며 그를 아꼈다. 또, 새미가 스탠포드로 떠났을 때 그는 팔을 하나 잃은 것처럼 샘을 그리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판타지들은 그가 열 여섯때, 자신의 삶이 똑바른 길을 걷길 바랄 때부터 잊고있던 것들이었다. 



그 환상 속에서, 그는 모두가 바라는 알파처럼 자랐다.



환상 속 딘은 그가 치는 농담을 웃어 넘길 줄 아는 흑발의 예쁜 여자와 결혼했고, 샘과 바비, 여전히 살아있는 존과 함께 주말에 맥주를 마시거나 축구를 보거나, 사슴...같은 동물들을 사냥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맙소사, 아직 살아있는 엄마는 그들에게 파이를 구워줬고 제스도 마찬가지로 타지 않았으며 새미는 유명한 변호사로, 딘과 존은 로렌스의 정비소에서 일했으며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카스티엘의 아이를 밴 채 혼자 남겨지는 것은 사람들이 꾸는 흔한 공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딘은 자신이 들고 있는 병에 적힌 라벨을 내려다보았다. '저희 제품이 새롭게 개선되었습니다!' 그는 병을 좀 더 가까이 들었다. '이제, 건강한 생활을 위해 오메가-3 지방산을 챙기세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아마 생선과 관련이 있나보다 싶었다.



딘은 들고있던 바구니에 병을 담았다. 




~~~



모두가 그에게 소름끼칠 정도로 잘해주었다.



일주일 동안 그의 향은 바뀌었고, 호르몬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딘도 임신한 오메가와 페로몬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임신한 오메가들은 무지개든, 유니콘이든 뭐든 그런 비슷한 향을 내보내 다른 알파들에게 멍청하게 범해지는 대신 모두가 보호될수 있도록 진화되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딘은 한번도 그런 일을 신경쓴 적 없었다. 직업 특성상 임신한 오메가들을 마주칠 일은 흔치 않았으니까. 어쨌든, 다른 이들은 그가 '임신한 것처럼 보이지 않음'에도 '임신했음'을 알았는지 그에게 깍듯하게 잘 대해주며 기간은 얼마나 되었는지 묻거나 그가 얼마나 '건강해'보이는지 말해주곤 했다.




그가 점심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에 들렀을 때, 웨이트리스는 그가 식사를 하는 30분 동안 유독 잘해주며 공짜 파이까지 덤으로 챙겨줄 정도였다.



"오늘 아침에 갓 구운거예요!" 그녀가 딘에게 말했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젊은 커플은, 심지어 딘보다 십년은 어려보이는 남자 알파마저도 딘을 무슨 집에 데려가 꼭 껴안아주고 싶은 작은 강아지라도 되는 마냥 쳐다보았다. 샘을 제외하고는 어떤 알파도 그런 끈적한 눈빛을 준 적 없기 때문에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이상하든 아니든 좋은 변화인 건 틀림없었다.



딘은 웨이트리스에게 매력적인 미소를 건넸다. "멋지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게 파이거든요."



그녀는 딘이 지금껏 만난 사람 중 가장 매력적인 사람인 것마냥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파이는 맛있었다. 기름진 페스츄리는 부드러웠고 안에 든 사과는 달콤했으며 시나몬 시즈닝으로 완벽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그가 떠날 무렵 웨이트리스는 밝게 웃으며 손흔들어 배웅해주었다. 딘은 이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훨씬 나아진 기분으로 차로 향했다.



어쩌면 아주 역겨운 일은 아닐거야. 딘은 엑셀을 밞으며 생각에 잠겼고, 그곳을 주차장을 완전히 빠져나올 때쯤 레드 재플린 2집이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왔다. 



아니면, 딘은 그저 향긋한 오메가 향을 가진 것일 수도 있었다. 누가 알겠는가?  







17. 




상황은 리사의 집에서 보냈던 때와 비슷하긴 해도 훨씬 안 좋았다.



딘은 이제 그들이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캐스가 자신을 살펴보러 온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꼭 침대 옆에 서서 딘이 자는 모습을 지켜봤던 것처럼, 공기중에 캐스의 체향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는 딘에게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고, 몇번이고 날개소리를 들은 딘이 목 뒤의 따끔거림을 느끼며 그의 이름을 불러도 뒤돌아볼 때 쯤이면 그는 이미 사라져있었다.




~~~



딘은 속으로 차오르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꾹꾹 눌러담는데엔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카스티엘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으며, 기본적으로 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의 몸속에서 자라는 사람은 꽤나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그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특정한 주제로 넘어가기 마련이었다. 캐스는 그 생각들에 꽉 얽혀있었기 때문에 딘은 그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딸일까 아들일까? 딘을 닮았을까, 캐스를 닮았을까 아니면 둘을 적당히 닮은 모습일까? 어쩌면 그들을 닮은게 아니라 샘이나 존을 닮았을 수도 있겠지? 그러다 클레어 노박이 일종의 이복형제처럼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미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생각은 딘을 약간 불편하게 만들었다.



딘은 그들이 살아있을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카스티엘이 불러온 모든 혼란들 이후, 그의 베슬인 지미의 가족들을 노리던 이들이 완전히 떠났을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클레어는 베슬이었다. 그녀는 특별한 표적이기도 했다.



이제 불현듯 떠오른 그 생각은 그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결국 그는 조심스레 랩탑을 꺼내들었다. 끔찍한 사건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들이 죽었다는 기록이나 소름끼치는 살인 사건에 관한 건 없었다- 실종자 명단에 올라있었다. 그 보고서는 몇 년 전으로, 딘이 마지막으로 그들을 봤던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어쩌면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바라건대 그 말인 즉슨 그들의 시체와 맞는 치과 기록이 없어 결국 아무도 그들을 찾지 못한다는 뜻일수도 있었다. 



어쨌든 딘은 샘에게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문자로 보냈다. 거의 즉각적으로 진동이 울렸다.



지금 다른 일때문에 너무 바빠. 어쩌면 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나중에 전화할게.



동생이 말한 '다른 일'은 크라울리에게서 도망치던 케빈 트랜에 관한것으로 드러났다. 딘은 지미의 가족들을 떠올릴 때와 마찬가지로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일찍 모텔을 나선 뒤 그들을 만나러 떠났다.




~~~




딘은 샘에게 이...상황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타이밍이 부적절해보였다.



그는 잠시 다른 곳에 들러 데오드란트와 위장용 향수를 샀다. 10대 이후로 쓰지 않은 것들이라 완벽하지는 못해도 샘이라면 형이 캐스의 메이트라는 표시를 별로 내고싶지 않을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런.... 향이 아니라.



당연히 샘은 딘의 위조된 향을 맡았을 때, 얼굴을 찌푸리긴 했어도 별 말이 없었다.



억제제의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는 처음 만난 케빈은 딘의 바뀐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미 열받은 상태라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도, 그의 엄마도 윈체스터 형제들의 열성팬은 아니었으니까. 지옥왕에게 포로로 잡히고 몇 달 동안 샘과 연락이 두절된 일은 확실히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진 못했다.



딘이 괴물들의 천국에 갇혀있는 동안 동생이 감당할 일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탓이었다.



케빈은 톡 쏘아붙이며 찡찡댔고 케빈의 엄마는 의심스럽다는 듯 여러 질문을 던졌다. 샘은 한숨을 내쉬며 몇분마다 머리를 쥐어뜯었다. 딘은 현재 벌어지는 일에 늦게 참여하게 된게 어느 정도 기뻤다.



"그래서, 전화로는 못하는 그 엄청난 '일'이 대체 뭐야?" 그가 샘에게 물었다.



그의 동생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케빈?"



고개를 끄덕인 케빈은 밑에 내려놨던 때묻은 가방을 들어올렸다. "크라울리한테서 이걸 훔쳤어요."



딘은 가방에서 석판을 꺼내며 투덜댔다. "신의 다른 메시지인가보네."



"악마의 석판이야, 형." 샘이 숨죽이며 말했다.



딘은 뭔가를 가늠하려는 시선을 보냈다. "어떤 힘이 있는데?"



"지옥의 모든 문을 닫을 수 있어요." 케빈이 말했다.



딘은 그저 바라만 보았다. "뭐? 진심이야?"



케빈과 샘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테이블 앞으로 몸을 숙이며 석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떻게?"



"아직 다 번역한 건 아니에요." 케빈이 말했다. "하지만 임무들이 쭉 나열되어 있거든요. 이걸 다 하면 지옥문을 닫을 수 있는거죠."



"영원히?"



"넵."



너무 좋은 일이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지만 샘은 흥분되는 듯 눈을 반짝였다. 딘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한번 퇴마한 악마들이 다시는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크라울리가 영원히 지옥에 갇혀 다시는 달콤한 말로 필사적인 사람들의 영혼을 사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대가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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