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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Grey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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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26654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앵슷+찌통+딘의 POV (딘의 시점)+슈내 시즌9 까지의 스포 주의.









15.



다시 깼을 때 딘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온 몸이 욱신거리고 허벅지는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캐스는 그의 맞은 편에 멀찌감치 떨어져 불을 지핀채 앉아있었다. 딘은 또다시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참았다. 히트사이클은 물러갔다. 그러니 나약함을 드러낼 변명거리가 없었다. 대신 그는 바지를 끌어올려 자리에 앉았다. 몸 여기저기가 지끈지끈 쑤셨다. 앉아있기 힘들정도로 엉덩이가 불타올랐고, 흠씬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다. 이건 정말 더럽고, 불결하고 -



- 이제 충분하잖아.



그만 해.



딘은 눈가를 문질러 잠을 쫓아낸 뒤 숨을 들이마시고 어깨를 쫙 폈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거면 되었다.



지옥에서 그를 끌어올리고, 알라스테어에게서 그를 구해준 천사를 오랫동안 갈망한 끝에 드디어 이루어졌다. 이미 그걸로 되었다. 더 이상 바랄게 없었다.



이래도 자칭 그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이보다 훨씬 안 좋은 일들이 있었다. 그는 그런 일들을 두 눈으로 직접 봐온 터였다. 무너진 마음이 과연 지옥이나 악마보다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캐스가 그에게 준 상처는, 이것보다 더 심할 수도 있었다.



바비는 악마가 아내에게 씌이는 바람에 그녀를 죽여야만 했다. 빵굽기를 좋아하고 꽤나 친절했던, 순진무구한 카렌 싱어를. 딘의 아빠는 악마가 지핀 불이 엄마를 산채로 태워버렸기에 그녀를 떠나보내야 했다. 샘도 같은 방식으로 제스를 잃었다. 그의 아빠는 그 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바비나 샘은 10대 소녀처럼 질질 짜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는 그들을 따라하기를 멈춰야했다. 그런 생각도 그만둬야 했다.



캐스는 그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비나 샘은 메이트를 잃었어도 견뎌냈으니, 딘도 메이트가 자신을 원치 않는 것을 견뎌야했다.



~~~



딘은 피부가 붉게 달아오를 때까지 살을 북북 문질렀다.



물은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비누 대신 한 줌의 모래로 몸을 닦아내야 했지만, 그는 자신에게서 카스티엘의 냄새가 나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딘은 지난 몇 달간 씻을 필요가 없었고, 그건 캐스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그렇고 옷까지 깨끗하게 빨 방법은 없었기에 손과 얼굴만 적당히 봐줄만 하게 유지했고 - 가지고 있는게 대형 칼과 악마칼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면도는 거의 불가능했으니까 - 머리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지냈다. 어쨌든 연옥은 신체의 생리작용을 늦춰주었으므로, 그는 먹을 필요도 없었고 물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비록 몸에선 땀이 났지만 지상에 있을 때처럼 끈적하지도 않았다.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오직 피와 괴물들의 체액이었다.



딘은 숨을 들이마신뒤 몹시 차가운 물에 고개를 담그고 머리를 북북 감았다. 그러자 굳은 피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녹아 내렸고, 몇 분동안 문지르고 나서야 그나마 깨끗해졌다.



흙과 피, 그리고 잡다한 것들을 몸에서 씻어내린 딘은 잠시동안 주저앉아 침을 꿀꺽 삼켰다. 개운해진 몸으로 더러운 옷을 입자니 불쾌했으므로 시간을 질질 끌기 시작했다.



캐스는 강둑에 걸터앉아 망을 보고 있었다. 나무 사이를 응시하는 그의 모습에 딘은 조금이나마 진정할 수 있었다.



그는 손톱 밑에 묻은 때를 긁어내며 몇분을 보냈다. 왼손 엄지를 긁어대고 있을 때 무언가를 감지한 그는 고개를 치켜들고 냄새를 맡았다. 그는 잠시 혼란스러워 어깨 너머를 쭉 훑어보았지만, 캐스는 가만히 있는 상태였다. 그는 또다시 공기를 들이마시며 고개를 돌리고는 자신의 피부 냄새를 맡았다.



그 즉시 오랫동안 잊고있던 역겨운 기분이 몰려왔다.



악취가 풍기는 옷과 정액냄새, 액의 냄새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의 체향은 확실히 바뀌었다. 그에게선 더 이상 짝이 없는 오메가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미 카스티엘의 소유라는 듯이.



차가운 물에 누워 얼굴까지 담근 그는 자신의 몸을 감쌌다.



그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단어로 표현하기엔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 중 대부분은 다른 것보다 가장 먼저 이 일을 처리해야한다는 상황에 대한 분노와 상처였지만, 약간의 행복감도 따랐기에 딘은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오메가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짝을 맺을 수 없었다. 모든 얼간이들은 오메가들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 수는 있었지만, 오메가들이 순응하지 않으면 범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딘은 결국 짝을 맺었다. 그는 카스티엘이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자신들이 빌어먹을 메이트로 엮여버렸다는 사실에 동정적인 연민을 가지게 되었다.



더럽혀진 옷을 입었을 때 그는 안도감을 느꼈다. 옷에서 풍기는 악취는 그의 변화된 체향을 가려줄테니까.



~~~



캐스는 그의 히트사이클과 관련해 진지한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 날 이후 사흘이 지난 뒤였다.



"네 히트사이클 말이다, 딘... 내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다면 사과하지."



딘은 그를 보지 않았다. "괜찮아, 캐스." 그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천사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넌 굉장히... 제정신이...."



"그 상황에선 정상적이야." 그가 대답했다. "그래서 오메가들이 억제제를 맞는거고."



카스티엘은 그를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침묵을 유지하다, 마침내 알겠다고 대답했다.



아니, 넌 몰라. 딘이 생각했다. 절대 모를거야.



잠시 후 캐스는 조용하지만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다시 회복돼서 기쁘다. 네가 그렇게....그런 모습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었으니까, 딘."



딘은 잠깐동안 눈을 감았다. 캐스는 거의 예전의 캐스처럼 말하고 있었다. 친구였던 그 때처럼. "그러게, 장난 아니었지." 그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한동안 침묵만이 흘렀다.



딘은 이번이 캐스에게 자신들이 완전히 짝이 맺어졌다고, 이제 그들 사이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임을 알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 전에, 그 말을 한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건 캐스와는 딱히 관련이 없는 말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원하는 건 캐스가 자신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런식으로 자신을 돌봐주는 척이라도 해주기를, 아니면 차라리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했다고 자신을 미워하기를.



캐스가 알아차린 게 없다면 딘도 굳이 말을 꺼내지 않을 심산이었다.



게다가 이게 일방적인 거라면? 천사들은 인간을 좋아하지 않고 캐스는 그와 제대로 짝을 맺지도 않았는데, 딘은 캐스와 메이트가 되기를 원한다고? 꿉꿉한 악취가 풍기는 연옥에서, 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집에 돌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할지 걱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외 다른 건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





~~~





일주일 뒤, 주변의 공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들 밑에는 세 명의 뱀파이어 무리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있었다. 딘은 숨을 고르지 못한 상태였지만, 이게 무엇이든 간에 새롭게 나타날 존재에 대비해 자신의 칼을 들어올려 발치에 내리꽂았다.




말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연옥의 대자연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딘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죽음?!" 불쑥 말을 꺼내버린 그는 뒤늦게야 한 사실을 떠올려냈다. 죽음과 같이 강력한 존재를 상대할 때는 예의를 지킬 것. "...님?" 그가 어색하게 덧붙였다.




카스티엘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딘은 그가 자극을 받은건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는 있는건지 알 수 없었다.




죽음은 그들을 훑어보았다. "그래서?" 그가 뒤쪽의 빛을 향해 손짓하며 물었다. "올건가? 아니면 여기에 더 있고 싶나보지?" 죽음은 집들이 하면서도 별 감흥을 받지 않은 사람마냥 울창한 나무들과 죽은 뱀파이어들을 둘러보았다.




"음, 우리를... 끌고가는 건가요?"




"아니." 죽음은 느릿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인내심이 고갈되고 있거든. 제대로 익힌 초콜릿 바와 '한번만 봐달라'는 샘 윈체스터의 말 덕분인 줄 알도록." 죽음은 돌아서서 빛 속으로 사라졌다.




딘은 캐스를 흘긋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이곤 그를 따랐다. 그러나 캐스의 손이 절박하게 자신의 손목을 붙잡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천사는 기묘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난 못가." 그가 말했다.



딘은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



"딘..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 널 찾지 않은 이유는 내가 이곳에 속하기 때문이다." 캐스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저지른 일들은...이래도 마땅해."



딘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죽음이 만든 출구는 빛을 내며 서두르라고 요동쳤지만, 딘은 "안 돼."라고 말하곤 발걸음을 내딛어 캐스의 어깨를 그러쥐었다. "싫다 이거지. 쉽게 나가기 싫다 이거지, 캐스."



"딘-"



딘은 그를 쏘아보았다. "안 된다 그랬지, 캐스! 네가 일을 말아먹고 세상에 종말을 불러왔다 쳐! 그래서? 너랑 샘이 수갑차고 감방에서 시나 읊으면 되겠네. 하지만 돌아오란 말이야."



캐스는 한숨지었다. "딘, 부탁이다. 갈 수 없어."



"안 돼. 나랑 같이가." 딘이 말했다. "속죄라도 하길 원해? 그럼 다시 돌아와서 네가 한 일들을 처리하란 말야! 여기서 이기적인 놈처럼 우울하게 있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바로잡을 수 없다고!"




캐스는 분개한 듯 그를 노려보았다. 이승으로 가는 출구가 끽끽대며 불길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딘은 신경질적으로 그 문을 휙 쳐다보다, "캐스."라고 말하며 한 쌍의 푸른 눈을 다시 마주했다. "제발 믿어주면 안 돼? 응?"




뿐만 아니라, 지난번 자신이 캐스에게 믿어달라고 빌었을 때, 하지만 캐스가 그러지 않았을 때 그 일이 어떻게 끝났는지 언급하기도 했다. 비겁한 일일지도 몰랐지만 딘은 이곳에 앉아서 자신의 메이트와 말다툼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죽음은 인내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럼 여기 있던가. 그게 옳지 않다는 것만 알아둬. 내 말 믿고."



캐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침을 삼켰다. 그는 출구를 향해 경계하는 시선을 던졌다. "좋아."





~~~




하얀 섬광에 눈이 멀어버린 딘은 자신을 억누르는 힘에 의해 몸이 조여지다 단단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모텔의 바닥이 그의 밑에 깔려있었다. 공기 중에는 캐캐묵은 카펫과 싸구려 에어콘, 그리고 샘 윈체스터의 냄새가 감돌았다.



즐거운 그의 집이었다.



죽음은 자취를 감췄지만 작은 테이블 위에는 기름진 음식들이 놓여있었다.



동생의 눈이 촉촉해지자 딘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샘은 그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다 그에게서 악취가 난다고 말했다.



딘이 샘의 바디워시와 민트향 샴푸를 쓸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욕실에서 나왔을 때, 카스티엘은 사라진 뒤였다.



그는 스스로에게 신경쓰지 말자고 되뇌었다. 이미 그를 챙겨줬으니까. 딘은 그가 돌아오게 만들었고, 캐스는 안전했으니 죄책감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었다. 캐스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털어버려도 된다는 말이었다.




한편, 샘은 충분히 화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딘을 바라보며 코를 살짝 킁킁댔다. "짝 맺었구나."




샘의 책망하는 듯한 목소리에 딘은 한숨을 푹 쉬었다. "연옥산 억제제는 없으니까."



샘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형이랑 캐스가..?"



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 자세히 알고싶어?"



"아니, 절대!" 그의 동생은 재빨리 대답했다. "자세한 건 됐어!... 그냥...무슨 일이 있던거야?"



딘은 샘의 눈을 마주하기 힘들어 자신의 손톱만 내려다보았다. "히트사이클이 찾아와서 캐스가 도와줬음. 끝."



"형을 도와줬다고?"



딘은 고개를 굳이 들지 않아도 동생이 빗치페이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형! '친구끼리 돕는다'고 해서 짝을 맺는게 아니잖아!"



"그건 알아!" 딘이 버럭 말했다. "나도 안다고!"



그의 동생은 항복하듯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럼 어떻게 된건데?"



"나 때문이야." 딘이 인정했다. "캐스는...걔는 정말 날 도와줬어. 나한테 영향을 받은 게 아니니까."



샘은 입술을 오므리며 팔짱을 꼈다. "형, 그런 식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 오메가들은 '어 네가 내 메이트야!'라고 결정하고 '짠 끝났네' 라고 할 수 없다고."



"우연히 그랬을거야. 캐스가 날 지옥에서 구해줬을 때."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은 그것뿐이었고 딘은 오랫동안 그걸 믿어온 터였다.




"우연히 메이트가 생기는 건 없어! 나도 안다고!" 샘이 주장했다.



갑작스럽게도 딘은 더 이상 그 주제에 관한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말 들어봐, 샘. 캐스는 내 메이트가 되는 걸 원치않아. 네가 만약..." 그를 보고, 그를 들었다면. "..그래, 나도 안다고. 알았어?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어."



"캐스는 형 메이트인데, 남겨두고 떠났다고? 또?" 샘은 기가차다는 듯 말했다.



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천사잖냐." 그가 대답했다. 그 말 하나로 모든게 설명된다는 듯이.



샘이 다시 입을 열자 딘은 그의 말을 막았다. "너 미래의 나 알아? 2014년의 성깔있는 딘?"



그의 동생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



"거기서 캐스는 완전한 인간이었어. 능력은 하나도 없었고. 그곳의 딘이 나한테, 그래도 캐스는 실제 인간은 아니라고 했단 말야." 한숨을 내쉰 딘은 머리를 박박 긁었다. "새미, 나도 네가 가족의 알파로서 날 돌봐줘야하는 뭐시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는데, 이건... 이건 네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야. 나도 고집부리거나 멍청하게 굴지 않을거고, 캐스는 우리처럼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잖아. 받아들이지 못할거야." 딘은 힘겹게 침을 삼켰다. "난 캐스가....뭐... 그럴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샘이 소리쳤다. "캐스는 형을 메이트로 삼았어-" 그는 딘이 자신의 말을 끊는 것을 막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게 사고였다고 말하지 마. 그런게 아니니까. 캐스는 형 때문에 반역을 저질렀어! 맙소사. 형을 위해 죽기까지 했다고!"




딘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캐스가 자신을 신경써줬던 방식을 고려했을 때, 그렇지 않을 때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음을 떠올리며. "그래, 그게 그 이상한 천사의 방식이 날 뭐, 편애받든 뭐든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줬다고 쳐. 하지만-" 그는 말이 목에 콱 막혀 더듬을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엔 네가 모르는 일들이 있어."



"그래서, 내가 다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샘이 물었다. "형은 내 친형이고, 캐스는 형을 아프게 했잖아."



딘은 가까운 침대로 가 풀썩 누웠다.



모텔 방은 퀸 베드 두개짜리였다. 딘은 이게 샘의 습관이 된건지, 아니면 죽음과의 거래를 위해 만든 조건인지 궁금했다. 그는 샘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의 분노와 초조함이 그들 사이를 무겁게 짓누름을 느꼈다. "애나가 천사들에 대해 했던 말 생각나? 걔네는 감정을 가지지 못한다는거?"



"캐스는 달라." 샘이 제기했다.



딘은 한숨지었다. "걘 아직도 천사야, 샘. 그러니까.. 그만해. 알았어?"








16.




딘이 없는 동안 샘은 사냥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곱슬머리에 예쁘고... 건강해보이는 여자친구가. 그리고 강아지도.




딘은 비록 그 빌어먹을 강아지가 자신의 차를 더럽혔다는 걸 알았어도 그들에게 잘 대해주려 애썼지만, 이내 샘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떠나겠다고 말했다. 차안에 밴 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창문을 열고 드라이브를 한 결과, 일주일이 돼서야 냄새가 가셨다. 샘이 그를 연옥에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딘은 화가 폭발했을지도 몰랐다.




그는 사냥거리를 찾지 않았지만,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 잊기 힘든 자잘한 것들 위주로 - 처리하곤 했다. 그는 끝내주는 괴물들의 천국에 머물렀었고, 혼자서 일을 도맡아도 문제될 건 없었으니까. 





딘은 며칠마다 샘에게 문자를 보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려주었지만, 동생과 대화까지 할 마음은 없었다. 샘은 그와 연옥에 대한 일이나 앞으로의 계획들을 말하고 싶어 했지만, 이내 딘에게는 약간의 휴식 시간이 필요함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현실 생활에 적응하기란 어려웠으니까.





모든 냄새가 기묘했다. 훨씬 밝은 불빛은 눈을 따끔거리게 만들었으며, 그가 숨쉬는 공기는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특별한 중력이 그를 밀어내듯 짓눌리는 느낌도 받았다.




그는 먹어야 한다는 것도 잊고있었다. 물 한 모금으로 하루를 버티기란 역부족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손에 칼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피와 진흙으로 더럽혀진 옷은 그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잠자기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메이트가 근처에 없었기에 일어날 때마다 늘 불안함과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깨어났다. 한번은 캐스가 옆방이나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잠에 취해 그의 이름을 부른 적도 있었다. 모텔의 침대는 너무 부드러워 이불을 깔고 바닥에 누웠다. 만일 카펫에서 냄새가 심하게 났다면, 그는 차라리 욕실에서 잤을지도 몰랐다.




대화를 따라잡기도 어려웠다. 그가 말하는 것들은 현재 트렌드와는 살짝 뒤쳐진 것들이라 사람들은 그를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곤 했다.




몇 주 뒤 그는 결국 굴복하며 마지못해 랩탑을 샀다. (연옥에 있던 시간을 포함하면) 샘과 그의 구글링 실력 없이 사냥을 한지는 일년이 넘었지만 요즘같은 날에는 꽤나 필수품이었다.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의심을 사지 않고 수상한 사건들을 조사할 수 있었으니까. 또한 고양이들이 장난치는 비디오라던가, 그동안 밀린 아시안 뷰티 화보와 영상 일년치를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그녀들이 그를 예전처럼 유혹시키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그래도 빌어먹을 물건들을 사는 일은 여전히 트라우마틱했다. 한 상점의 열두살짜리 어시스던트는 딘에게 영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말들을 쫑알대며 그를 졸졸 쫓아다녔다. 결국 그는 거의 랜덤으로 물건을 집어들어야만 했다. 샘이 지난번에 썼던 것과 같은 상표였으므로 그리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캐스는 그가 여행을 떠난지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딘이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이름모를 악마를 막 처치하려던 찰나 - 정말로, 그는 손에 루비칼을 든 채로 악마를 잡아끌고 있었다 - 캐스는 인간의 몸에서 악마를 태워 없앤 뒤 얼굴을 찌푸리며 딘을 내려보았다  한달이나 지났지만 그렇게 가까이 마주한다는 건 -




- 딘은 애써 메이트의 눈을 피하며 그의 어깨 너머를 쳐다보았다. 캐스가 내민 손을 무시한 그는 본인만의 힘으로 일어나 바지를 털어낸 뒤 재킷을 바르게 다듬었다.



딘은 캐스가 도와줘도 고맙다는 말이나 인사를 건넬 마음이 전혀 없었다. 대신 "뭘 원해?"라고 물었다.




캐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저.. '잠시 들려서'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싶었을 뿐이다." 그는 딘을 응시하다 어색하게 덧붙였다. "샘이 '안녕'이라 전해달라더군."




딘은 심하게 베인 팔의 상처에 몰두하느라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부서진 나무바닥에 박힌 못 때문에 생긴 것이었는데, 그의 재킷과 셔츠에는 찢긴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의 산만한 행동은 캐스가 상처를 알아채고 더 가까이 다가오게 만드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딘은 고개들지 않았다. 캐스의 파란 눈동자를 정면으로, 또 가까이서 마주보고싶지 않았다. 친숙한 그의 체향이 숨막힐 듯 덮쳐와 아픔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또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들이마시고 싶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일이었다.




캐스는 그의 상처를 비난하듯 숨을 내쉰 뒤 딘의 얼굴에 손을 올리고 그를 치유했다.




딘은 몸안에 파고드는 은총의 열기를 애써 무시했다. 쓰러지는 바람에 생긴 등과 옆구리의 타박상은 서서히 나아졌다.




별안간 캐스가 화들짝 물러섰다. "아." 충격받은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달랐기에 딘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호기심에 눈썹을 치켜올린 채.




"네게 아이가 있다." 캐스는 겁에 질린 듯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더 먹어야 할거야."




딘이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는 사라졌다.




NEXT


*옮긴이의 말


와 블로그에는 네 달만에 올리는 그레이라니...!!!! 번역은 몇달 전에 해둔게 있었는데 분량 맞추려다보니 이제야 올리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그나저나 딘이 임신하다니....롤링의 징조가..흑흑...캐스가 좀 잘해줬으면 좋겠는데 힘들겠죠..8ㅅ8


교정은 천천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