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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Grey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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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26654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앵슷+찌통+딘의 POV (딘의 시점)+슈내 시즌9 까지의 스포 주의.






14.



카스티엘은 또다시 바뀌었다.



그는 예전처럼 제정신으로 돌아와 침착함을 되찾았지만, 행동거지는 아주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몇 년 전 딘이 기억하던, 천국의 충성스런 군인이었을 때와 같이 그의 눈빛에서 즐거움이나 애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캐스는 딘과 함께 있어줬지만 대화를 시도하면 늘 단답으로 끊기고 말았다. 딘이 그를, 그의 어깨나 팔을 건드리려고 하면 -단순히 친근함의 표시일 뿐인데도- 그는 뒤로 폴짝 물러났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하고 딘이 모닥불을 피우자마자 캐스는 그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딘은 추위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재킷을 꽉 여몄다.



카스티엘이 말하지 않아도 딘은 크고 분명한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메이트는 그의 옆에 있는 것보다 괴물로 가득한 숲에 홀로 남아 길을 헤매는게 나을지도 몰랐다는 것.



딘은 한동안 잊고있던, 오래 전부터 느껴왔던 아픔을 들추며 스스로를 저주했다.



카스티엘은 천사였다.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었고, 인간과의 우정을 바라지도 않았고, 동료조차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머릿속에 고통과 쓰라림이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천사는 사랑을 하지 않아. 진짜 사랑은 아니지.'




~~~




딘은 캐스가 원하는 것을 존중해주려 했다. 쉽사리 억누르기 힘든, 자신의 메이트이자 알파를 기쁘게 만들어주려는 그의 오메가적 본능이 이번만큼은 도움이 되었다. 딘은 캐스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의미없는 대화들로 그를 성가시게 하지도, 그와 접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그의 메이트는 가까이에 있었다. 잠이 들 때면 그의 향은 딘을 진정시켜주었고 다른 존재들을 사냥할 때도 쭉 함께했다. 끝없는 숲에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 체력이 다시 충전되는지라 딘에게 필요한 것이라곤 오직 약간의 수면과 물 몇 모금뿐인 그곳에서,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지옥에서 돌아와 바비의 집에서 지냈던 그 때 이후로 딘은 히트사이클을 겪은 적이 없었다. 억제제를 일 년에 두 번 맞는다는 건 오메가의 형질이 드러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건 몇달 전 일이었다. 게다가, 딘이 이 낯선 곳에서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해도 다른 욕구가 사라졌다는 건 아니었다.



처음 며칠간, 딘은 그 증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히트사이클을 겪은지는 꽤 된데다 연옥에서의 일상에 적응이 된지라 달아오르는 피부와 떨리는 몸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생생한 꿈에서 깨 바지가 흠뻑 젖고 자신의 것이 단단히 서 액을 질질 흘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캐스는 넘실대는 모닥불 너머에서 얼굴을 찌푸린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딘은 오랫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냄새가 어떨지도, 히트사이클이 온게 확실하다는 것도, 이곳이 공공연히 노출된 장소였다면 두려움을 느꼈을 거라는 사실도 알고있었다. 히트사이클이 찾아온 오메가를 감지한 알파는 공격적이었고 싫다는 말도 듣지 않았다. 그들의 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오메가의 달콤한 향은 알파들을 발정으로 이끌어 본능적으로 옷을 벗게 만들었다. 박고 구멍을 채우고 자신의 소유임을 주장하는 생물학적 의무를 거부하기란 거의 힘들다는 뜻이었다.



딘은 수염을 깎지않아 꾀죄죄한 몰골로 때가 탄 정신병원 환자복을 입은 캐스를 바라보며 좀이 쑤셨다. 사춘기 시절의 딘이 겪었던 히트사이클처럼 흐릿한 형상은 온데간데 없었고, 그는 오로지 카스티엘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딘의 젖은 몸은 그를 위해 열려있었다. 오직 그만을 위해서. 그의 메이트를 위해서. 캐스를 위해서.




캐스, 캐스, 캐스.



모닥불 너머로 천사이자 알파인 그의 친숙한 냄새가 풍겨오자 입에 침이 절로 고였다. 쿵쿵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은 두 뺨에까지 느껴질 정도였고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듯한 신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앙다물어야만 했다.



히트사이클이 찾아 온 그의 체향은 공기중에서 점점 짙어져 익어가는 설탕처럼 달콤한 향기를 내뿜었다. 그의 볼은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듯이 예민해진 그의 피부를 포근하게 감싸는 꿀처럼 눈썹에서부터 뒷목까지 땀이 또르륵 흘러갔다.




딘은 원했다. 캐스를 원했다.



그가 필요했다.



카스티엘의 이름일지도 모르는 숨소리를 내뱉은 그는 자신의 메이트에게 손짓했다.



캐스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움에 얼굴을 찡그렸다. 길고 긴 시간동안 미간을 찌푸린채 그를 쳐다보다 이내 나무 사이로 시선을 돌렸다.



정신이 혼란스러운 딘이 방금 일어난 일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캐스는 그가 내민 손을 혼란스럽게 바라봤다. 그의 메이트는 왜 그를 무시하는 걸까? 딘은 그가 필요했다. 그는 자신의 더러운 손가락을 바라보다 캐스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열때문에 혼잡한 머릿속에 무언가가 파고들었다. 그는 침을 삼켰다. 아. 손을 옆으로 내렸다. 아. 카스티엘이 아닌, 별이라고는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연옥의 회색 하늘을 보려했다. 아. 



그의 알파는 그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 무심한 거절은 명치를 세게 강타하는 듯한 아픔을 불러왔다.



딘의 카라멜 향은 씁쓸하고 날카롭게 변해 소리없는 눈물이 이끌어낸 소금기와 섞였다.



카스티엘의 무관심이 불러온 아픔에 딘은 땀에 젖은 채  고통스러워 하며 불 옆에서 눈을 감고 자는 시늉을 했다.




~~~



 

몇 시간이 흐르고 새벽이 되자 그들은 강을 건넜다.  그가 씻어야할 것 같다고 말하자 천사는 그를 위해 다른 곳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딘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알았다.



첫 히트사이클을 겪은 뒤, 존이 그를 앉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성관계에 대해 말해줬던 그 때 딘은 몇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거북한 대화속에서 딘이 기본적으로 알아낸 것은 간단했다. 메이트를 맺은 오메가는 골칫거리라는 것. 메이트가 없는 오메가는 며칠만 이성을 잃으면 되었지만 메이트가 있는 오메가는 히트사이클이 왔을 때 알파가 필요했다. 그가 계속 사냥을 하고 싶다면 '평범한 척'을 해야했다. 베타처럼. 만약 알파가 그를 가지게 놔둔다면, 그건 단순히 그에게 얽매인다는 뜻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손수 자신의 삶에 그것들을 끌어들였다.



메이트가 있는 오메가가 알파에게 버려진다면, 억제제로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오메가를 만족시켜 줄 알파가 없다면 히트사이클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그 사실을 알려주는 존의 목소리에는 애써 숨겨 가려진 역겨움뿐만 아니라 걱정의 어조도 담겨있었다. 딘은 그 말을 가슴에 새겨두었다. 18살이 넘어 억제제를 맞게 된 이후 히트사이클이 찾아온 건 지금껏 단 한 번 뿐이었다.



따라서 그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다.



메이트가 있는 오메가는 히트사이클 때문에 죽을 수도 있었다. 탈수 증상이 오든지 의식이 불타듯 없어져버리던지 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짝을 '맺은' 건 아니었다. 캐스는 그를 자신의 오메가로 만들었지만,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도 않았고 그를 원하지도 않음이 분명했다. 그러니까....그러니까 그는 살 수 있었다. 어쩌면.



그러나 딘은 지옥에서 돌아온 뒤 겪은 마지막 히트사이클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지독하게 훨씬 나쁠 것이었고 곁에는 그를 돌봐줄 바비같은 사람도 없었다. 머릿속에서 딘이 멍청하게 굴고 있다는 말이 아버지의 목소리로 들려왔다. 그 중 다른 것은 바비의 목소리로, 그가 잘 이겨내야 한다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그의 메이트가 딘을 돌봐줘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를 돌봐주는 건 알파로서의 캐스의 임무였다.



하지만 딘은 캐스에 대한... 캐스를 억지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생각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딘을 바라보는 천사의 무관심한 시선은 냉담했으니까.



딘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걸어갔다.



히트사이클로 인한 체취는 역겹게 느껴졌다. 지난 몇 달간 음식을 먹지 않았어도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밤이 되었다.



새벽이 찾아왔다.



그는 지쳐버렸다.



또다른 강을 건넌 그는, 물을 한 입 가득 마시고선 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옷입은 그대로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 몸을 눕혔다.



또다시 밤이 찾아왔다. 그제서야 딘은 캐스가 따라오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현기증에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대자로 엎어진 그는 피부에 와닿는 축축한 잎사귀들이 시원하게만 느껴져 그대로 뒤로 누워버렸다.




~~~



그는 새벽이 찾아와 머리 위의 하늘이 희뿌옇게 변했을 때에야 일어났다. 머리가 욱씬욱씬 쑤셨다. 모든 게 아팠다.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시야가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그는 나무에 기대 헐떡거리며 호흡을 유지하려 애썼다. 몇 분이 지나서야 그는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진정되었다.



몸 전체를 뒤덮은 땀은 피부를 뜨겁게 했다가, 추위가 찾아오면 시리도록 얼어붙게 만들었다.



늦은 오후가 됐을 무렵 그는 솟아오른 바위 아래있는 눅눅한 동굴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딘은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판단할 힘조차 없어 그곳이 비었다는 걸 눈으로만 대강 훑고 흙과 나뭇잎으로 가득한 그 곳에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




놀랍도록 차가운 무언가가 입 안에 들어오자 딘은 퍼뜩 깨어났다. 그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마셨다. 물이었다. 눈을 뜨자 캐스의 모습이 보였다. 턱이 젖은 채 몸을 숙인 그에게선 폭풍우와도 같은 향이 났다. 딘은 그제서야 그 천사가 마치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주듯 자신에게 물을 먹여줬음을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그의 맛이 여전히 입가에 맴돌았다.



"너는 아픈 상태다." 그는 인상을 구긴 채 딘에게 말했다. "먼 곳에서 해매고 있더군."



딘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캐스는 왜 그를 혼자 있게 놔두지 않는 걸까?



"이곳에서도 네가 아플 수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캐스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딘의 심장은 충격으로 인해 뛰는 법을 잊어버렸다. 캐스는 몰랐다. 캐스는 지금까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딘이 얼마나 아픈지, 자신이 그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딘은 히트사이클이 찾아올 때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특히나 이런 상황에서라면 더욱 깨지기 쉬웠다.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캐스는 얼굴을 찌푸리고 딘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낙인을 찍는 듯한 그 손짓에 딘은 간절한 욕망으로 몸을 떨다, 흐느끼며 애써 고개를 돌렸다.



"나에겐 약이 없다." 천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딘에 대한 걱정과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담겨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어도 딘의 열이 천사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했다. 그 사실이 만들어낸 아픔에 눈물을 멈추기란 거의 불가능했지만, 마침내 딘은 말을 할 수 있었다.



"저리 가, 캐스." 그가 빌었다. "제발... 그냥... 가버려."





~~~




딘은 타오르며 죽어갔다.



몸을 아무리 비튼다 한들 진정되지 않았다. 몸 전체가 타오름과 동시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캐스의 체향은 그를 무겁게 짓눌렀고 딘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 냄새에 빨려들어 아픔이 극대화되었다.



게다가 벌써 며칠이 지났다. 딘은 안에서부터 수세미로 벅벅 긁어 피부가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제발." 그는 신음하며 앓았다. "캐스, 제발... 네가 필요해." 딘은 가끔씩 자기가 캐스를 애타게 부르고 있음을 어렴풋이 인식했지만 그래도 자존심은 가지고 있었다.



옆에 있는 캐스의 손은 고맙게도 차가웠다. "이해가 안 된다, 딘. 제대로 말해주면 안 되나."



딘은 흐느꼈다.



"딘?" 수심가득한 캐스의 목소리에 딘은 비로소 설명할 힘이 생겼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힘겹게 말을 이어나가며 자신의 나약함을 저주했다. "히트사이클이야. 그게 찾아왔어."



"아." 캐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표정을 보고싶지 않았던 딘은 계속해서 눈을 감았다. 역겹다는 듯한 표정을 피하기 위해. "인간의 성별로 따지면 남성 오메가였지." 캐스는 그 사실이 딘의 머리색을 말해주는 것과 같이 대수롭지 않은 일인양 말했다.



딘은 '내가 네 오메가야. 네 메이트가 바로 나라고!' 라며 울부짖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캐스는 또다시 침묵에 빠졌다. "그 말은...네 생식주기를 만족시켜 줄 삽입적 성관계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는 학교같은 곳에서 배운 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사실을 서술하듯 확신하지 못하며 말했다.



너무나도 창피한 탓에 딘은 그렇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그의 흐느낌은 뚝뚝 끊어졌다. 가슴이 두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캐스는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를 진정시켜주었다.



"잘 들어, 딘. 내가 도와주겠다." 캐스의 목소리는 몇년 전 그가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창녀촌에 데려갔을 때와 비슷하게 들렸다. 딘은 눈을 뜨지 않아도 그의 휘둥그레진 눈과 겁먹은 표정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딘은 몸을 말고 팔꿈치 사이로 "미안해, 캐스."라고 말했다. 숨을 겨우 내쉬느라 그의 말은 엉망으로 들렸고 헐떡임은 도저히 진정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거다, 딘." 캐스는 침착하고 초연하게 말했다. "네가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어."



"알아-" 딘이 대답했다. "아는데... 넌 원하지 않잖아."



캐스는 조용했다. "그래서 떠난건가?" 그는 놀란 듯이 물었다. "내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고?"



"너한테... 부탁하고 싶지 않았어." 딘이 부드럽게 항변했다.



"나는 네 친구다, 딘." 캐스는 그의 어깨를 살짝 움켜쥐었다.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게 훨씬 많아."



'너한테 내가 해준' 것도 많지. 딘이 생각했다. 이런 일 대신 상사병에 걸린 멍청한 오메가처럼 숲을 걸어다닌 것도 그렇고.





~~~




저수지에서의 포옹 이후 딘의 메이트는 처음으로 그를 만졌다.



눈을 바라보며 하는 따스한 키스나 경건한 손으로 몸를 어루만지는 행위는 없었다. 그는 더러워진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딘을 돌려눕혀 어색하게 자세를 취했다.



남자와 하는게 처음인데도 구멍을 넓힐 준비나 전희라고는 전혀 없었다. 히트사이클로 인해 구멍이 부풀어오르고 매끄럽다 하더라도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 타는 듯이 늘어났다. 숨이 턱 막히고,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며 캐스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자 딘은 찢어지는 고통에 흐느끼며 주춤했다. 그는 자신의 일부가 드디어 알파에게ㅡ캐스에게 그가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ㅡ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음을 저주하는데에 정신을 쏟았다.




그의 뒤에 있는 캐스는 조용했다. 딘의 엉덩이는 기계적으로 씰룩거렸다.



딘은 입술을 악물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캐스와 그가 맞닿은 곳은 구멍 사이의 페니스와, 좀 더 확실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그의 엉덩이 위에 올린 손 뿐이었다. 애정이 담긴 손길은 전혀 아니었다. 딘은 지금 일어난 일을 최대한 초연히 받아들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위협을 느낀 그는 손바닥의 살을 세게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딘은 지난 몇 년간 카스티엘을 사랑했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인디애나 주의 헛간에서 그를 마주쳤을 때부터, 흙더미에서 일아나 파란색이 어떤 색인지 깨달았을 깨부터 그를 원했다. 그의 메이트를. 그의 캐스를.



이건 끔찍했다. 고문이었다. 캐스가 그를 조금이라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이 명백했다.



딘은 그가 메그에게 했던 것과 같은 키스를 받지 못했다.



임마누엘이 다프네에게 했던 부드러운 미소나 손짓도 받지 못했다.



오직 이것뿐이었다. 딘이 얻은 건 고작 이게 다였다. 진흙탕에서 마지못해 관계를 맺는 것.



가슴속에서 심장이 부서져 얇은 조각들로 찢겨나갔다.



그는 특별한게 아니었다. 아낌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캐스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천사는 사랑을 하지 않으니까.




그가 아무리 히트사이클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어도 그의 메이트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그를 만졌다.




울음이 절로 터져나왔다. 어차피 카스티엘에게서 숨길 수 못했을 흐느낌이 새어나왔고, 숨길 수 있었다 하더라도 열 때문에 만들어진 설탕같은 그의 향은 슬픔과도 섞여 더 자극적으로 변해갔다.



그의 몸을 붙잡은 손은 떨어졌지만 캐스는 그대로 있었다. 그가 아무리 몸을 비틀어도 터져버린 눈물샘은 막지 못했다. 죽어가는 동물이 낼 법한 괴로운 신음이 울려퍼졌다. 그는 차라리 캐스가 자신을 찾지 못했으면 하고 바랐다. 다른 괴물에게 쫓기다 캐스가 구해주기도 전에 이 고통에서 해방되는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어떤 것이든, 정말 그 어떤 것이든 지금 이 상황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딘? 내가... 내가 널 아프게 했나?"



딘은 고개를 저었다.



캐스는 머뭇거렸다. "열 때문인가?"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는 거짓말이 쉬웠으므로.



"만족을 위해서는 사정이 필요하겠지." 그의 말은 초연하고 분석적인 말투였다.



딘은 쓴물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멈추고 싶으면 말해."



딘은 눈을 질끈 감고 최대한 울음을 삼키려 노력했다.



카스티엘이 절정에 다다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딘은 그가 메그나 다프네에게도 이런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기쁨으로 가득찬 헐떡임이나 신음은 들리지 않았고, 소리내어 부르는 딘의 이름도 들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노팅이 시작된 건 이미 오래 전부터였지만 카스티엘은 그저 행위를 계속해서 이어나갔고, 딘은 몸 깊숙한 곳에서 그의 맥박이 빠르게 뜀을 느꼈다.



캐스는 조각상처럼 그의 뒤에 엎드려 따뜻한 온기를 내뿜었지만 딘과 최대한 거리를 유지했다. 뜨겁고 크게 팽창한 그의 페니스는 딘의 속을 아프도록 꽉 채웠으나 그가 파정하자 구멍이 씻겨내려가며 온 몸이 진정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딘은 눈물을 멈추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