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c

[캐스딘/번역] Grey - 4

*이전 화 보기


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26606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앵슷+찌통+딘의 POV (딘의 시점)+슈내 시즌9 까지의 스포 주의.








7.




카스티엘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와있었다. 그의 숨결이 딘에게 닿을 정도였으니까.



그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그의 눈은 파란색이었다.



딘은 그를 믿지 않았지만 자신이 그의 소유물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 카스티엘이라는 천사는, 그의 알파였다. 더불어 딘은 그의 오메가였다.



히트사이클이 왔을 때 딘은 바로 그를 위해 타올랐었다. 그가 자신의 몸을 채워주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카스티엘은 그에 대해 아무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딘에게 가까이 올 때마다 공기는 긴장감으로 가득찼고 딘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 사실은 딘을 무섭게 만드는 동시에 흥분되게 만들었다.



딘은 예쁘장한 여자애들이 아닌 파란 눈과 검은 머리에 대한 꿈을, 바비의 다락방에 있는 낡은 침대에서 자신을 억누르고 박고 채워주는 꿈을, 밖에서는 번개가 치는 가운데 귓가에 카스티엘의 천둥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꿈을 꿨다. 



꿈에서 깼을 때 그는 단순히 서기만 한 게 아니라, 억제제의 효과에도 상관없이 미끌거리는 액때문에 바지가 착 달라붙어 있었다. 샘은 냄새를 맡고선 인상을 마구 구겼다. "으윽, 형. 역겨워."





~~~





그들은 봉인을 추적하며 루시퍼의 부활을 막으려 노력했다. 카스티엘은 종종 딘에게 들렀지만 그의 피부 아래 타오르는 감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오직 의무와 전투만이 그가 하는 말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딘에게 가까이, 너무나도 가까이 다가와 따스하고 달콤한 숨결을 내뱉었다.



딘은 메이트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을 맛보고 싶었다. 다른 것보다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카스티엘은 혼란스러움에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눈을 가늘게 뜰 뿐이었다.



카스티엘은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다.



카스티엘은 딘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딘은, 그는 천사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카스티엘은 딘의 진정한 메이트가 맞았지만, 딘은 카스티엘의 것이 아니었다.



카스티엘은 딘을 원하지 않았다.



천사들은 원하는 것이 없었다.



오직 명령에 복종했다.



"천사들은 짝을 맺지 않는다." 바비는 천사들에 대해 샅샅이 조사한 뒤 딘이 안도하길 바라며 말해주었다.



딘은 그러지 않았다.





~~~




카스티엘은 그의 꿈에 찾아왔다.



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것도 사적으로.



딘은 바비가 틀렸기를, 천사들도 원하기를 바랐다. 아니면 적어도 이 천사는, 그의 천사는 그를 원하기를 바랐다.




~~~




그들은 그를 데려갔다. 카스티엘. 딘의 메이트를.



천사들이 그를 천국으로 끌고간 것이다.



딘은 그의 부재를 느꼈다. 공허함에 마음이 아렸다. 그가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곳에 있는 남자의 이름은 지미 노박이었다. 



그는 딘의 메이트가 아니었다. 그의 냄새도, 목소리도 다르게 느껴졌다. 딘이 카스티엘을 쳐다볼 때면 으레 느껴졌던 따스함이나 따끔거림은 온데간데 없었다.



딘이 양치하러 욕실로 들어갔을 때, 거울에 비치는 눈동자는 또다시 회색으로 보였다. 



그 사실은 그를 확실하게 강타해 속을 뒤틀리게 만들고 머릿속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확 잡아끌었다. 



카스티엘은 죽었다. 그의 메이트, 그의 알파가 떠나버린 것이다. 오래 된 창고에서 그가 딘에게 말하려던 것은 결국 전해지지 않은 채 남게 될 것이었다.



그는 눈물이 멈추지 않아 욕실 문을 닫고 샤워기를 틀었다.



그러고선 자신의 엄마와 제스에 대해 생각했다. 샘과 존은 그들을 잃었을 때 색도 함께 잃었다. 딘은 이미 초록색이 어떻게 생겼는지 잊어버렸는데, 푸른색은 얼마나 더 오래 갈 수 있단 말인가?





~~~





클레어 노박의 눈은 파란색이었다. 딘은 안도감과 기쁨을 느끼기엔 잘못된 거라고, 특히나 그의 메이트가 아이의 몸에 들어간 상태라면 더더욱 잘못된 거라고 느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




그의 메이트는 죽었다. 카스티엘이 천국으로 끌려갔을 때 색이 천천히 사라졌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의 깊은 곳 어딘가를 갑작스럽게, 맹렬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갈기갈기 찢어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공허함이 흘렀다.



딘은 동생과 릴리스와 루비라는 두 악마 앞에 서서 색들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바닥에 흩어진 릴리스의 피(빨간색)는 그가 마지막으로 본 색이었다.



그가 마침내 루비를 찔렀을 때, 그녀의 몸에서 뺀 칼은 검게 물들어있었다.




~~~




예언자 척의 거실에 서있는 딘은...감각을 잃었다.



척은 그를 동정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유감이에요. 카스티엘은 죽었거나 떠났어요. 대천사가 그를 끝장냈어요."



그의 어조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그는 이미 캐스가 딘의 메이트임을 아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랬었거나. 어쩌면 그는 딘이 자위하는 모습이나 다른 모습을 봤을지도 몰랐다. 딘은 그저 경련하듯 고개를 끄덕인 뒤 떠나기 위해 뒤돌아섰고, 샘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서 침묵을 지켰다.



그는 이게 최선이라고 여겼다. 애초에 인간과 천사는 함께할 수 없었고, 카스티엘은 그와 사랑에 빠지는 등의 일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아픈 것은 마찬가지였다.





~~~





아버지의 오래 된 창고에서, 딘은 다시 색을 보게 되었다.



몸에 상처 하나 없고 틀림없이 완벽한 모습으로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딘은 불현듯 다시 호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카스티엘을 붙잡고 꽉 껴안아 친근한 냄새를 맡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는 없었다.



카스티엘은 돌아왔고, 어떻게든 살아남았지만, 그는 여전히 천사였다. 딘을 원하지 않았으니까.





~~~





샘은 그를 떠났다. 카스티엘은 그의 임팔라 조수석에 앉을 기회를 얻었다. 




딘은 카스티엘이 그를 인간처럼 원할 일도, 그의 진정한 메이트가 될 일도 없을 것임을 알았다. 하지만 카스티엘이 지상에 오래 머무르면 머무를수록 딘은 거울 속에서 초록색을, 하늘에서 파란색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일이었고, 자신이 받기엔 이미 과분한 일이었으므로 그거면 충분했다.




딘은 그의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미소지었다. "점심 먹을래?" 그가 물었다. "파이 먹은 적 있어?"




천사가 건넨 어리둥절한 미소에 딘은 아찔한 행복감을 느꼈다.





~~~





캐스는 햄버거, 감자튀김, 딸기 밀크쉐이크, 초콜릿 케이크와 블루베리 파이를 좋아했다.



그는 베이컨과 맥주나 커피같은 것들은 싫어했지만, 마멀레이드는 한 번에 들이킬 수 있었다.



딘은 식당 테이블 맞은 편에 앉은 그를 열심히 쳐다보며,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음식들을 까다롭게 먹는 동안 바보처럼 미소지었다. 





~~~





루시퍼는 부활했고 카스티엘은 천사의 능력을 천천히 잃어갔다.



딘이 지켜보는 동안 그는 고통을 느끼며 은총을 잃어갔고, 그렇게 인간에 가까워진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가끔씩 캐스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딘은 그가 자신을 햄버거나 밀크쉐이크, 혹은 단잠처럼 원하게 되는 건 아닐지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의 메이트는 마침내 그를 만지고, 키스할지도 몰랐다.




그러지 않았다.





~~~





라파엘은 캐스보다 훨씬 강했고 그는 둘 모두가 죽을거라 예상한 모양이었다. 



밤새도록 메이트의 맞은편에 앉아서 그의 촉감이 어떤지도 모른 채로 죽어간다는 생각을 감당하기엔 너무 괴로웠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곳 중 가장 훌륭한 창녀촌으로 캐스를 데려갔다. 캐스는 딘을 원하지 않겠지만, 여자라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딘은 형편없는 오메가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가장 간단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딘이 카스티엘에게 해줄 수 없는 일을 창녀가 대신 해줄 때, 밖에서 기다리는 것.



금발의 여자가 그의 메이트를 데려갈 때 무언가가 가슴을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그녀가 울면서 뛰쳐나오고 캐스가 어쩔 줄 몰라하며 뒤따라 나왔을 때, 이기적이게도 그는 안도감을 느끼며 캐스가 만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는 끔찍한 오메가였다.



그는 지옥에 갔다 온 뒤로 가장 크게 웃어댔다.



캐스는 그가 자신을 만지도록, 딘이 어깨에 팔을 두르도록 내버려두었다. 캐스가 환하게 미소짓자 잠시동안 딘은 그가 천사이며 그들은 진정한 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그의 알파는 자신을 향해 웃고 있었고 세상은 그가 준 색들로 가득 빛났으니까.




딘은 행복했다.





~~~





"천사는 사랑을 하지 않아." 미래의 그가 딘에게 말했다. "진짜 사랑은 아니지."



그의 목소리에 담긴 씁쓸함은 면도날로 긁는 듯 날카로웠다.



딘은 입을 굳게 다물고 캐스의 오두막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세 명의 여자들이 그와 함께 있었다. 두 명의 베타들과 한 명의 오메가. 그곳에 있는 사람은 딘의 캐스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 "진짜처럼 느껴지는데." 그가 천천히 말했다. 



나이가 많은 쪽은 코웃음쳤다. "그래, 우리한텐 그럴지도 모르지. 걔한테는 아니고."



"하지만 이제 인간이잖아." 딘은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말했다. "그럼 걔도 알텐데...."



"어떤 걸? 캐스가 우리의 진정한 짝인가 뭔가하는 거? 그게 운명이라는 거?"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간이 된 캐스라면 그 사실을 알지도 몰랐으니까. 어쩌면 그는 자신의 메이트를 원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돌아가야 정상이었다.



"캐스의 관심사는 마약밖에 없어. 섹스는 그저 다른 즐거움일 뿐이지. 누가 그 즐거움을 주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나이든 딘은 주먹을 꼭 쥐었다. "캐스는 인간이 아니야, 추락한 천사라고. 걔는 그냥....이해하지 못해." 한숨을 푹 내쉰 그가 말을 다시 꺼냈을 때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말해보려고 했어. 오래 전 걔가 인간이 되기 시작했을 때 이해시켜보기도 했지. 하지만 걔는...걔는 그런식으로 영향을 받지 않아. 뭔가가 잘못 연결된거야." 어깨를 으쓱여보인 그는 아픔과 욕망이 가득한 시선으로 캠프 저편에 있는 캐스의 오두막을 쳐다보았다. 



스스로에게 동정심을 갖는다는 건...이상한 기분이었다.



이 시기의 딘은 이미 비탄에 잠겨있었고 그의 메이트는 그러한 사실을 잊어버린 것임이 분명했다. 아니면 신경도 쓰지 않거나.



딘은 미래의 자신이 자살 임무를 고집해도 별 놀라울 게 없었다.





~~~





딘의 천국에서, 샘은 불꽃놀이를 했고 엄마는 파이를 구워줬으며, 그의 메이트는 식당에서 초콜릿케이크를 먹으며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모든게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밝게 빛났고, 회색처럼 어두컴컴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조슈아가 신은 그들이 뭘 하든 신경쓰지 않을 뿐더러 그들은 루시퍼를 죽일 수 없을거라고 말했다.



모텔에서 다시 일어났을 때 딘은 자신이 여전히 죽은 상태이기를 바랐다. 시선을 돌리자 캐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





캐스를 쫓아내는 일은 신체적으로도 아픈 일이었다. 메이트를 배신하고 상처주는 일은 딘의 본능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런 미래가 일어나도록 놔둘 수는 없었으니까.




그는 미카엘을 승낙하는 대신 몇가지 조건을 걸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사탄이 동생의 몸을 하고 돌아다니는 동안 세상이 크로톤 바이러스에 잠식되고, 자신의 메이트가 아무하고나 난잡하게 자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보다야 나았다.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뒤 천사와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캐스는 그를 찾아냈고 딘은 자신이 찾던 천사가 아닌 다른 천사에게 나뒹굴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얼어붙은 그는 맞서싸우지 못했다. 캐스는 그를 골목길로 끌어와 벽돌담에 확 밀치고 재킷을 끌어당겨 땅에서 거의 들어올린 뒤, 불길한 예감을 가져오는 천둥이 치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이러려고 반역을 저지른 줄 알아?"



엄청난 분노와 실망감이 담긴 그의 목소리에 딘의 안에 있는 오메가의 본능은 그에게 용서를 빌며 무릎을 꿇고, 항복의 표시로 목을 드러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캐스는 그를 덮치고 세게 때려 딘이 겨우 일어서게 만들었다. 캐스가 때리고 또 때리는 동안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고 귓가에는 바람소리가 윙윙 울렸다.




"그들한테 항복하겠다고?" 그가 쉭쉭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딘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지금까지는 아무에게도 위축된 적이 없었지만, 그의 메이트는, 그의 알파는 딘에게 자신을 배신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또 그가 천사고 실제로는 딘을 짝으로 삼은 적이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오메가로서의 본능은 그를 저절로 위축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캐스는 그를 골목길 너머로 휙 던져 반대편 벽돌담에 밀치고 그를 치고 또 쳤다. 강렬한 맹습이 만들어낸 아픔은 그의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내고 갈비뼈마저 부러트렸지만, 그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맞서 싸울수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팔을 들어올릴 수도 없었다. 



카스티엘의 주먹은 돌과도 같아 벽돌로 그를 계속 내리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귀가 울리고 피가 절로 토해졌다. "제발, 캐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비는지도 모른 채 간청했다. 카스티엘이 이해할 수 있기를, 자신을 용서해주기를,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거나 동정심 이상의 그 무언가를 주기를. 




하지만 카스티엘은 대답 대신 그를 밀치고 다른 벽으로 털썩 날려 압박할 뿐이었다. 분노로 가득 찬 그의 동공은 크게 확대되어 있었고 딘의 얼굴에 닿는 숨결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카스티엘은 단 한 번도 그런식으로 가까이 온 적 없었다. 천사는 벽돌담에 그를 밀어붙이고 짓눌렀다. 공격적이고 불만이 가득한 알파의 페로몬은 딘을 어마어마하게 압도했다. 그는 생각을 제대로 할 수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왜 그들이 싸우고 있는지 떠올릴 수도 없었다. 그가 아는 것이라곤 오직 복종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해 그의 알파를 화나게 만들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널 위해 모든 것을 줬어. 허나 네가 주는 건 고작 이런 건가?" 




그가 벽에서 끌어내자 딘은 간신히 서있을 수 있었다. 그런 다음 그는 딘의 뺨에 주먹을 날렸다. 머리가 이미 윙윙 울리는 상태라 타격감마저 제대로 느끼지 못한 딘은 젖은 콘크리트에 신발이 미끄러져 휘청거렸다. 그는 캐스가 턱을 발로 차 자신을 날아가게 하는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쇠사슬로 엮인 철창에 날라가 바닥에 떨어진 그는 일어서려고 하지도 않았다. 얇은 청바지 아래 무릎이 땅에 쓸렸다. 고개를 든 그는 시야가 흐릿한 가운데 자신의 메이트가 가까이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캐스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딘은 그가 자신을 또 가격할 거라 확신했다.




그는 이래야 마땅했다. 당연히 마땅했다. 자신의 알파를 실망하게 만들고 배신했으니까. 그는 끔찍한 메이트였다. 이게 바로 캐스가 그를 원치 않는 이유였다. 캐스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가질 수 있었다. 딘을 없앨 수도 있었다. 고통에서 제해 줄 수 있었다. 루시퍼의 세상 아래 5년 동안 끔찍한 고통을 겪는 것보단 차라리 골목길에서 카스티엘에게 죽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해." 그가 요청했다. "하라고!"




하지만 캐스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조용히 서 있었고, 딘은 그의 분노가 서서히 사라지며 가차없는 알파의 페로몬이 부드러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딘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그저 바라보았다. 딘은 자신의 메이트가 코 앞까지 다가오자 그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거라 믿기라도 하는 듯이 멍청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캐스가 손을 뻗어 자신을 건드렸을 때, 딘은 눈부신 빛이 자신을 태울거라 생각했지만 어떻게 방어하지도 못하고 전보다 더 벌벌 떨었다. 캐스는 그를 죽이는 대신 깊은 잠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8.







"이건 아주 불편하다." 캐스는 바비의 집 거실에 몸을 뻗고 누우며 푸념했다. "둔부에 있는 타박상이 더 늘어날 것 같군."



딘은 베개에 얼굴을 올려놓고 콧방귀를 뀌었다. "내 알 바 아니야, 캐스. 소파는 내가 먼저 찜했는데."



분개한 캐스는 다음 몇 분 동안 몸을 굴러 이불을 바로 잡으며 투덜댔다. 딘은 그가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나쁜 놈' 어쩌고 하는 단어는 가려낼 수 있었다.



어쨌거나, 오 분쯤 지나자 딘은 그가 코를 골며 숨을 쌕쌕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양이가 건초열이라도 앓는 듯한 소리를. 딘은 옆으로 누워 그를 내려보았다. 그는 잠잘 때도 얼굴을 찌푸렸다.



가끔씩 그는 카스티엘이 세상의 일에 적응하는 모습을 -신발끈을 묶거나, 면도 하거나, 차에서 나올 때 문을 여는 방법이나, 자는 것 등 - 지켜보며 무섭도록...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딘은 단지 그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의 메이트여서 그런 게 아니라 친구라서 그랬고, 사실 딘에게는 친구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딘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좌절된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얼마나 있어야 적당한 욕을 쓸 줄 알게 되고 우스꽝스럽지 않게 자동문이나 치약을 쓰게 될지 궁금했다.



어떻게든 그들이 살아남는다면, 딘과 캐스가 살아남고 루시퍼와 미카엘은 살아남지 못한다면 - 딘은 캐스가 인간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좋아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딘과 샘 사이에 한 명이 더 끼게 될지도 몰랐다. 천사로서의 능력과 힘이 없어도 캐스는 자신이 가진 지식만으로도 얕잡을 수 없는 헌터가 될테니까.



캐스는 한 번 시끄럽게 코를 곤 뒤 벌떡 일어났다. 



딘은 키득거렸다.





~~~





그의 동생들은 죽었다.




샘과 애덤은 흑백으로 물든, 하지만 실제로는 붉은색으로 점철된 지옥에서 불탔고 캐스는 떠났다.



그는 또다시 죽었다. 피와 살점과 뼈들은 공동묘지를 뒤덮었고 딘의 자켓과 얼굴에도 검은색으로 튀었다. 더 이상 빨간색이라곤 보이지 않았으니까. 바비는 몸이 꺾인 채 그 중간에 누워있었다.



딘은 임팔라에 몸을 기대 호흡하려 노력했다.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였다.



그러다 캐스는 다시 살아나 온전한 몸으로 딘의 앞에 섰다. 그의 뒤에 있는 하늘은 별안간 파란색으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가 딘의 얼굴에 따뜻한 손가락을 내리누르자 딘은 깨끗이 낫게 되었다.



바비는 얼굴을 찌푸린 채 일어났다. 딘은 자신의 메이트가 실제로는 천사가 아니라 신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다, 딘." 캐스가 그에게 말해주었다. 부드럽고 다정한 그 목소리에 딘은 따뜻함을 느꼈다.



샘과 애덤은 여전히 사라진 상태였지만 캐스와 바비는 살아있었다. 딘은 어쩌면 자신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샘에게 행복하게 살겠다고 약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평범하게 살겠다고.



그는 동생을 잃었지만 자신의 짝, 그리고 바비와 함께 있는 상황이었고 하늘은 여전히 파랬다.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바비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딘은 이해했다. 그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캐스가 임팔라 조수석에 꾸역꾸역 앉아있는 동안 딘은 차를 몰았다. 동생들을 삼킨 구멍에서부터 차를 몰고 떠났다. 그 중 하나는 그가 사랑한, 다른 하나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동생이었다. 그는 적당한 목적지도 생각지 못한 채 그렇게, 그렇게 떠나갔다. 캐스는 천국과 평화와 자유 의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만 딘은 단지 그가 일 분이라도 조용히 있길 바랐다. 가만히 앉아 있길.



그는 한 단어를 내뱉고 사라졌다.




임팔라의 빈 좌석을 바라보던 딘은 어리석게도 속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정말 질리도록 겪어온 것이었다.



물론 캐스는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딘을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었으니까. 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의무로 인해 이곳에 내려온 것이었다. 이제 그 의무는 끝났고 신은 그에게 거룩한 보상을 내릴 참이었다. 그는 절대로 딘을 원하지 않았다. 머무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는 재커라이어의 미래를 기억했다.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 미래에서의 딘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천사는 사랑을 하지 않아. 진짜 사랑은 아니지."




이제 세상을 구했으니 그 미래는 사라질테지만 그가 캐스에 대해 한 말은 아직도 진실처럼 느껴졌다.




딘은 차를 몰았다. 해가 떠오르자 하늘은 주황색과 보라색, 빨간색으로 물들었지만 딘에게는 오직 회색뿐이었다.






~~~




그의 몸은 자신이 정말 그의 사람인 적도, 그의 메이트인 적도 없었다는 사실을 애도했다.




캐스와 함께 한 몇 달 동안 모텔 방과 가죽 제품에 밴 그의 냄새는 멍청한 오메가의 뇌에게 그가 자신의 메이트라고, 진정한 상대였다고 납득시켰다. 천천히 사라지는 그 체취에 몸이 젖어가는 동안 딘은 케케묵은 모텔 침대에서 밤낮으로 뒹굴었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정말 고통스러워서 카스티엘을 미워할 수 밖에 없었다.




샤워를 하는 동안 딘은 자신의 팔에 남은 표식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캐스가 그것마저 낫게해준 것이다.




딘은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었다. 그의 메이트는 그것마저 남겨두지 않고 가져가버린 것이다. 딘은 캐스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쉽게 상처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아픔을 그대로 잊어야할까? 어떤 천사도 그렇게 잔인해질 수는 없으니까?



딘은 인간이었다. 그것도 결점이 있는 인간. 어쩌면 캐스는 자신이 얼마나 그에게 스며들었는지 알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캐스가 팔에 남긴 손자국은 정말 우연히 생긴 것일지도 몰랐다.




딘은 아무 이유 없이 상처받았다. 캐스는 단 한번도 그의 짝인 적이 없었다.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