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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Grey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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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26315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앵슷+찌통+딘의 POV (딘의 시점)+슈내 시즌9 까지의 스포 주의.



 




5.





지옥은 검은색이자ㅡㅡㅡ



하얀색이다.







까만 피.



까만 살점들.



하얀 이빨.



하얀 뼈들.





알라스테어는 불타오르는 그림자였다. 눈은 마치 석탄같았고, 손톱은 갈고리처럼 길게 구부러져 있었으며, 이빨은 매우 뾰족했다. 그의 숨결은 매캐한 연기와도 같았다. 매일 딘이 하얗고 멀쩡한 상태로 일어날 때마다, 알라스테어는 상냥하게 그를 무너트리며 검게 물든 핏덩이만 남을 때까지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딘은 이제 초록색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지 않았다.





~~~





지옥에서 보내는 시간은 지상의 시간보다 훨씬 길게만 느껴졌다.



한 주가 몇 주가 되고, 몇 주가 몇 달이 되자 사슬에 묶인 딘은 자신이 이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세다가 놓쳐버리고 말았다. 



알라스테어는 자신의 이빨, 손, 갈라진 혀,그리고 면도날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몸이 찢기고 불타오르는 것 밖에 더 되지 않았다. 결국 새로울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고문관의 각본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어리석게도 딘은 이 뒤로 쉬워질 거라 생각했다.



만약 알라스테어가 지옥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 중 가장 최악이고, 그의 고문들도 모두 견뎌냈다면 더 이상 두려워할게 뭐가 있겠는가?




물론 딘은 틀렸다. 알라스테어는 지독하리만치 침착했다. 그는 아침마다 딘의 새로 생긴 몸에 손을 미끄러트리며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고문하길 즐겼다.




등에 채찍질하거나 손가락에 난 손톱들을 하나하나 빼는 것은 알레스테어가 쓰는 방법 중에 가장 특이하고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흉곽을 쪼개 뼈를 부러트리며 가슴 속을 이리저리 파고드는 것은 새가 날개를 펼치는 모습과도 같았고, 그렇게 만들고 나면 그는 검은 피가 번들거리는 딘의 몸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알라스테어는 딘을 안에서부터 어루만지며 폐에서 공기를 콱 짜냈다. 그가 얼굴과 입에 난 살점을 깨문 뒤 조심스럽게 안구를 늘려주면 딘은 말도 안 되는 각도에서 자신의 너덜너덜해진 살덩이를 공포에 질린 채 볼 수 있었다. 알라스테어는 그의 허파와 비비꼬인 장기들에 손을 집어넣어 그것들을 꺼내 어루만졌다. 그의 어둡고, 드러나지 않았던 부위들 말이다.




그 일은 여러 번 반복됐다. 




그리고 매일 밤. 딘에게 뒤틀린 살덩이들 밖에 남지 않았을 때, 알라스테어는 그를 귀머거리로 만들고 끓는 물에 던지거나 못을 박기 전에 늘 똑같은 질문을 물어댔다. "오늘이 그 날인가, 디노? 칼 잡아보는 건 어때?"




딘은 싫다고 말했다.




백 번, 천 번, 만 번이고 반복됐다. 




한 평생 계속됐다. 너무나도 긴 시간이라 딘은 자신이 지상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더 오래 이곳에 있었을거라 확신했다. 




그가 살았던 삶, 그가 사랑했던 것들, 애초에 빌어먹을 거래를 하게 된 계기를 담은 기억들은 점차 희미해져 떠올리기조차 힘들었다. 그가 아는 건 오직 엄청난 고통과, 귀에 속삭이는 알라스테어의 목소리 뿐이었다. 




알라스테어가 질문을 던진 어느 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구역에 묶여있는 한 여자의 영혼을 베어냈을 때, 그는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꼈다. 그녀는 어차피 지옥에 떨어진 사람이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결백한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녀의 비명소리는 달콤하게 들렸다. 




자신의 비명이 아니었으니까. 






~~~





헬하운드들이 그를 불구덩이에 집어 넣은지 5000일이 됐을 무렵, 카스티엘이라는 천사가 딘에게 살포시 손을 얹었다.




고개를 들자 파란색이 보였다.




그는 십 년 만에 자신의 동생을 떠올렸다. 제스에 대해 얘기할 때 미소 짓던 동생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그녀의 황금색 머릿결과 파란 눈을.




"초록색은 잔디같아, 형. 나뭇잎 색깔이기도 하고."




주변에 있던 그림자들은 갑자기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붉은 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충격적이게도 사방에 튄 피들은 붉은색이었다.




그는 손에 쥔 칼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 공간에 제물로 바쳐진,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는 사람들은 밝게 불타고 있었다.




딘은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의 날개는 검은색 먹구름과도 같았고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퍼졌다.




환하게 빛나는 천사는 딘의 팔을 붙잡고 끌어올렸다. 그에게 구해진거라 말해주었다. 




그는 마치 별처럼, 또 태양처럼 타올랐다. 딘은 카스티엘의 모든 걸 불태워버릴 듯한 빛을 깊이 들이마셨다.





~~~





관은 검은 그림자로 가득차 있었다. 




잠시동안 딘은 알라스테어의 새로운 놀이라고, 이것도 일종의 환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갑한 공기와 (소나무와 썩은 내, 땀과 흙냄새) 그의 몸은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단단하고, 두껍고, 생생했다.



그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만져보았다. 피부는 따뜻했고 그 아래 느껴지는 맥박은 세차게 요동쳤다. 지난 40년 간 느껴본 적 없던 것이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그는 살아있었다.



라이터가 내는, 주황색의 노랗고 푸른 빛은 그의 눈을 멀게할 정도였다. 그는 손톱이 뜨겁게 달구어져 더 이상 붙들 수 없을 때까지 완전히 매료된 채 지켜보았다.




그는 울퉁불퉁한 관을 부수고 나와 땅을 헤쳐나가기 위해 몸부림쳤다.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 같았고, 흙 때문에 눈이 저절로 감겼지만 딘은 눈 앞에 펼쳐지는 색을 보고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건 수 십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의 무덤 위에 드러누웠다. 눈은 감은 채였다. 내리쬐는 햇빛은 그를 따뜻하고 개운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살며시 눈을 떴다.



높게 펼쳐진 하늘은 파란색이었다.




귓가에 낮게 윙윙거리는 소음이 들려오자, 몸이 저절로 떨렸고 팔에 남은 표식이 타오르는 듯 쑤셨다. 




그는 누군가가 있을거라 기대하며 돌아보았지만 - 그게 사람인지, 무엇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 오로지 혼자였다.





~~~





바비의 눈은 파란색이다.



그의 칼은 은색이다.



딘의 피는 빨간색이다.






~~~





딘은 바비의 하얀색 욕조에서 몸에 덕지덕지 묻은 갈색 흙덩이들을 씻어내렸다. 뜨거운 물 아래 그의 피부는 분홍색으로 변했지만, 팔에 남은 손자국처럼 진한 건 아니었다. 



거울에 비치는 그의 눈은 초록색이었다.



딘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이 따끔거릴 때까지 눈꺼풀을 깜빡이지 않았다.




~~~




그는 샘을 다시 만나고 싶었지만, 바비는 무례하리만치 콧방귀를 뀌며 그 생각은 몇 주 뒤로 미루는 게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잠깐동안 딘은 이해할 수 없었다. 뒤죽박죽으로 섞인 감각들의 향연을 느껴본 적은, 혹은 그 징조를 알아차린지는 꽤 되었다. 그러나 지금, 몸 속에서 뜨겁고, 이상한 떨림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히트사이클이 찾아온 것임이 분명했다.




"젠장." 그가 웅얼거렸다.




바비는 코웃음쳤다. "샘에게 가서 그 냄새를 풍기면, 그 애가 얼씨구나하고 너라는 걸 알아차리겠구나."




딘은 그를 쏘아보았다.




"위로 올라가, 멍청한 놈아." 바비가 말했다. "냄새가 풀풀 풍기잖냐. 거기 가 있으면 예전처럼 음식도 올려다 주고 네 자존심도 지켜주마." 




딘은 그를 좀 더 강렬하게 쏘아보았다. 바비는 완고하고 능글맞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윗층의 방은 딘이 마지막으로 히트사이클을 겪었던 17살 때 그대로였다.




먼지가 쌓인 건 맞았지만,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




침대 옆 작은 선반에는 책들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중고가게에서 사온 너덜너덜해진 SF소설들. 아이작 아시모프와 커트 보니것, 그 외 다른 소설들은 십 대 시절의 그가 한창 빠져있던 장르였다. 딘은 그 중 맨 위에 펼쳐진 채 놓여있는 책을 집어들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딘은 몇 줄을 훑어보았다. '... 그는 금발의 오메가를 향해 색다르고 열정적인 욕정을 품었다. 그녀는 반항했지만, 그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원하는 것을 좇느라 몸부림치는 순간, 라이벌이 나타났다...'




아니나 다를까, 17살의 그는 섹스씬을 펼쳐놓고 간 것이다. 




'잘생긴 세 명의 젊은 알파들은 오메가를 무사히 구출했다.' 당연히 그랬겠지. '... 금발의 오메가는 자신을 구해준 세 명의 알파들을 위해 애인이 되어주었다.'




그 문장에 비웃은 딘은 책을 옆으로 내던지고선 좀 더 가볍고, 도덕성이나 성관계가 자세히 드러나지 않은 것을 찾아보았다. 그의 히트사이클은 이제야 막 시작된 참이었다. 기억에 따르면 그를 완전히 지배하기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몇 시간 뒤, 그가 희미하게 머릿속에 남은 한 캐릭터에 대한 기억에 집중하고 있을 때 바비가 문을 두드렸다.




"음식들 여기다 놓고가마!" 그는 소리치고선 얼른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문을 열자 샌드위치 한 접시와 맥주가 바닥에 놓여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리운 음식들이었다. 맥주만 제외하면 딘이 십 대 시절 겪은 히트사이클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딘은 아무렇지 않게 잠을 청했지만, 한 밤 중에 찾아온 히트사이클로 인해 몸부림치며 깨어났다. 히트사이클은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심각했다. 훨씬 심각했다. 그는 오랜만에 겪어보는 일이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게다가 저승에서의 시간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기도 했고).




피부에 닿는 옷들은 고통스러웠다. 살을 파고들어 질식하게 만들었다. 그는 옷을 벗고 시트 위쪽에 누워 땀에 젖은 채 헐떡거렸다. 그는 어차피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용을 썼지만 결국 손은 자연스레 사타구니로 향했다. 그의 구멍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보통 때보다 액이 더 질질 새나왔다.




몇 시간 동안, 몇 번의 불만족스러운 절정을 겪은 뒤 그는 머릿속에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더 나빠지기만 했으니까.



자위를 한다고 해서 아픔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페니스는 매트리스에 구멍이라도 뚫을 것처럼 무겁고 뜨겁게 달아올라 요동치고 있었다. 딘은 엉덩이 사이에서 미끄럽게 흘러나오는 액이 허벅지를 적시고 있음을 느꼈다. 역겹도록 달콤한 냄새는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강했다.




바비가 두고 간 음식은 잠깐 동안 그의 주의를 흐트려놓았지만, 딘에게는 하루하루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히트사이클이 온 지 사흘 째, 증상은 약해지지 않고 더욱 더 심해졌다. 그는 몹시 흥분한 상태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는 재난 구역이나 다름없는 침대에 페니스를 미친듯이 문질러댈 수 밖에 없었고, 팔에 남은 표식은 활활 불타올랐다.




딘이 음식을 남기자 바비는 걱정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차마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딘이 무슨 말을 소리치면 바비는 그가 살아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확신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바비는 결국 굳게 결심했는지 문을 열고 방으로 살짝 들어왔다.




딘은 옆으로 누워 몸을 웅크리고선, 정신을 잃지 않고 호흡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기에, 그는 손을 어깨에 남은 표식에 갖다눌렀다. 어디론가 흩어진 의식은, 자신은 현재 발가벗고 있으며 바비가 방에 들어왔으니 온갖 부끄러움이 몰려옴을 느꼈지만, 신경쓰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바비는 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었지만, 딘에게 달려들지 않을 정도로 분명히 그와 가까운 사람이었다. 바비가 아무리 대화를 시도하려 해도 딘은 앓는 소리 말고는 어떤 단어든 제대로 입에 올릴 수 없었다. 바비는 젖은 수건을 가져와 몸을 닦아주며 그의 체온을 내려주었다. 도움은 되었다. 딘은 열이 약간 가셨음을 느꼈고, 의식도 약간이나마 선명해졌다. 



"바비 아저씨." 그가 쉰 소리를 내뱉었다.




"도대체 왜 나한테 짝을 맺었다고 말해주지 않은거냐?" 나이 든 알파가 호통쳤다.




딘은 그가 한 말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예? 짜, 짝이요?" 딘은 짝을 맺은 적이 없었다.




"너에게서 냄새가 난다." 바비가 그에게 말했다. "네 망할 알파는 어디있는 게냐? 짝 맺은 오메가는 히트사이클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 



짝이 맺어졌다면 그의 히트사이클이 왜 더 강력해졌는지 설명이 되었지만, 딘에게는 메이트가 없었다. 살면서 그가 가까이 한 알파는 아빠와 새미뿐이었다. 물론 바비도 포함해서. 하지만 그는 색깔을 볼 수 있었다. 혹시 그를 다시 돌려놓은 존재의 효과 때문인 건 아닐까? "메이트는 없어요." 그가 바비에게 말했다. "색이..나타나긴 했어요. 그래도...메이트는 없어요. 아무도 없고, 절대 그러지도 않았어요."



"그럼 이건 뭐냐?" 바비가 딘의 팔에 있는 손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딘은 움찔했다.




"모르겠어요. 그냥...여기... 있었어요." 열이 다시 달아오르자, 딘은 말을 이어나가기 힘들었다.




바비는 그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글쎄, 네게 알파가 없다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거다."




그는 딘의 입에 물병을 가져다 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주었다. 




"먹을 순 있는거냐?" 그가 물었다.




그 생각에 배가 이리저리 뒤틀렸다. 딘은 고개를 저었다.




바비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구나, 딘. 몇 시간 뒤에 다시 와서 돌봐주마."




딘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고맙기는 했지만, 홀로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바비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자 딘은 그게 사실이면 어떨지 생각해보았다. 정말 누군가가 그를 데려오며 그가 깨기도 전에 자신의 짝으로 만들어버린 걸까? 손자국은 깨문 표시는 아니었지만, '표식'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종류였다. 딘의 뼛속에 있는 무언가는 그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메이트가 생긴거라고.




낡은 침대에서 몸을 비틀고 뒹굴며, 딘은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타올랐다. 그는 이제 그 사실을 받아들였고, 압박감은 커져만 갔다. 저 어딘가에는 그의 메이트가 있다. 몸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그 사실은 그를 아프게 만들었다. 부풀어오른 구멍은 페니스만큼이나 고통스러웠고 허벅지 사이로 미끌미끌한 액이 끊임없이 새나왔다.




음란한 것들이나 할만한 더러운 일이었지만, 때가 오자 딘은 결국 자신의 그곳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 행위는 그가 언제나, 심지어 히트사이클이 찾아왔을 때에도 기피해온 것이었고 딘은 그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러지 못했다. 축축히 젖은 탓에 두 손가락이 아무런 리스크 없이 들어가자 딘은 부끄러운 안도감에 신음을 내뱉었다. 그건 자위보다 훨씬 나았고, 열을 살짝 식혀주었다. 




딘은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그저 열을 식히는 것일 뿐이라며 여자애들에 대한 상상을 해보았다. 아무렇게나 몸을 굴리는 오메가들이 자위기구로 하는 것과는 달랐으니까.




하지만 그런 의도와는 달리 딘은 엉덩이를 위로 치켜들고 손가락을 마구 쑤셔넣었다. 그러다 잠시 후 그 자위기구 중 하나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암캐처럼 보인대도 상관없었다. 손가락으론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는 머릿속에 예쁜 여자애들 대신 알파를 그려보았다. 얼굴 없는 한 남자가 그를 내리깔고 안으로 들어와 마구 박아대며 구멍을 채워주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자 신음이 절로 터져나왔고, 구멍은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꽉 조여댔으며, 단지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페니스가 씰룩거리듯 움직였다. 손가락으로는 불충분했다. 그는 자신의 메이트를, 자신의 알파를 원했다.




팔에 남은 손자국은 그가 부르기라만 하면 누구라도 찾아올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6.




히트사이클은 그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확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딘은 1) 도대체 어떤 것이 그를 지옥에서 끌어올렸는지, 그리고 2) 그가 짝이 지어졌는지 아닌지 알아낼 때까지 일단 히트사이클 억제제를 맞기로 결정했고, 바비는 고맙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바비의 눈을 마주하기는 어려웠다. 차가운 물수건으로 그의 몸을 닦아주고 물과 주스를 먹여줬던 기억이 남아있었으니까. 바비가 자신이 흐느끼거나 손가락을 집어넣는 모습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도 들었다. 젠장, 어쩌면 동시에 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 생각에 엄청난 굴욕감이 들어, 어디론가 기어간 다음 죽기 위해 떨어질 구멍이라도 찾고싶었다. 



딘이 다락방에서 풀려난 다음 날, 바비가 부엌에서 그에게로 다가왔다.




"카렌은 오메가였다." 그가 말했다. "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나도 본 건 없으니, 애기를 물에 빠트린 표정은 그만 지어." 




바비는 딘이 반박이라도 할 것처럼 엄한 표정으로 그를 혼냈다. 딘은 당혹스러움에 얼굴을 붉혔지만, 바비는 역겹거나 혐오스럽다는 등의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기분이 조금 풀렸다. 아주 조금.




"빌어먹게 성가시구나." 바비가 걸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샘은 예민하게 굴거다."





~~~





샘의 눈은 갈색이었다.



임팔라는 검은색이었다.



딘이 앞좌석 글로브박스에서 꺼낸 테이프에 존이 아무렇게나 써 놓은, STOOGES MC5라는 글씨는 파란색이었다. 



그는 동생에게 일종의 짝을 맺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정말 짝이 맺어진 건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관에서 썩어가는 동안 알파와 짝이 맺어진거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죽은 상황에서 메이트를 찾을 수 있었던 걸까?



도대체 어떤...존재가 팔에 손자국을 남긴 걸까?



메이트가 생겼다고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샘은 이미 형이 죽음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에 반쯤 넋을 잃은 상황이었다. 



바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이 그를 지옥에서 꺼내온 건지 알아내기 위해 샅샅이 조사했다. 딘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며 두려움, 경이로움, 조급함을 동시에 느꼈다.




팔에 남은 손자국은 아프게 요동치고 있었다. 





~~~




딘은 그를 마주친 바로 그 순간 알게 되었다. 그의 메이트, 진정한 메이트. 딘에게 그는 오직 단 하나의 의미였다.




몇 년 전 의사가 했던 말이 옳았다. 딘이 그동안 남자를 원한 적 없다는 사실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그를 한 번 본 순간 빠져들고 말았으니까. 트렌치코트를 입은 형상을 본 순간, 원시적인 오메가의 본능이 깊은 곳에서 꿈틀댔다.




섬광이 번쩍이고 빛이 우수수 쏟아지는 헛간에서 딘은 그의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 존재가 딘의 메이트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딘에게는 그게 느껴졌다. 그리고 알았다. 셔츠 아래 남아있는 손자국이 따끔따끔 쑤셨다.




그 남자는 - 악마든 뭐든 간에 - 벽을 뒤덮은 표식들을 둘러보고선 땅에 애써 만들어놓은 데빌 트랩을 아무 생각없이 넘어왔다.




차가운 불안감이 엄습해오자 딘은 샷건을 겨냥했다. 오메가의 본능은 그의 알파라며 소리질렀지만 딘은 몇 년 동안 그 본능을 무시해온 터였다. 딘은 예고없이 방아쇠를 당겨 그의 심장을 명중했다. 바비도 딘의 옆에서 거들었다.




하지만 그 존재는 물러서지 않았다. 단지 딘에게로 척척 다가올 뿐이었다. 그는 피를 흘리지 않았지만,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알파인 것은 분명했다. 확실히 인간은 아니었다. 그저 인간의 몸을 입은 존재일 뿐이었다. 




딘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지만, 뒤로 물러나며 오래된 벤치에서 루비의 칼을 뽑아들었다. 




그 존재는 타오르는 푸른 눈으로 딘을 쳐다보며 다가왔다. 딘은 노란 눈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되었다. 이제 그는 딘이 냄새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딘은 눅눅한 건초의 악취와 타버린 전구, 탄약의 냄새 사이에서 폭풍우처럼 정적이고 선명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딘이 맡아온 알파의 향과는, 또 그가 지금까지 봐온 인간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래도 딘의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이 섹시한 놈의 향을 들이마셔봐. 어떤 여자도 이런 향은 안 나잖아. 훨씬 좋을 거라고!' 라는 말들을 속삭였으며, 새로 맞은 억제제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열이 오르고 알파가 선사해줄 황홀경에 대비해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흥분의 떨림과 짐승적인 본능은 갑작스럽고 새롭게 찾아와 딘이 돌아서서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




"누구야?" 대신 그는 칼을 손에 꼭 쥔 채 물었다.



그의 메이트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널 꽉 잡고 지옥에서 들어올린 장본인이지."




대체 무슨 목소리가 그렇단 말인가?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바보같은 오메가의 목소리가 그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핥아 마시라고 미친 듯이 소리질러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악마야. 뇌의 한 부분은 그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은 없었다.




그는 이 곳, 그의 몸이 실제로 존재하며 오메가라는 형질이 남아있는 바로 이 곳에서 알라스테어같은 존재가 그를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악마와 짝을 맺는다라, 악마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몸을 구부려 그를 창녀처럼 범할 것이다.




머지않아 그는 다시 쇠사슬에 걸릴 것이다.




"그래?" 딘은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래줘서 고맙군." 악마는 감사 인사라도 바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그의 가슴에 칼을 내꽂았다.




그는 움직이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 고통에 찬 숨소리도, 악마가 죽어가며 뼈가 다 드러나는 빛도 보이지 않았다. 딘은 불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 존재는 몇 번 눈을 깜빡이고선 빌어먹을 미소를 지은 채 가슴에 내리꽂힌 칼자루를 내려다보았다. 칼은 쓸모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딘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소금과 데빌 트랩에도 불구하고...그 남자는 꽤나 확고해보였다. 딘은 자신처럼 깜짝 놀란 것은 마찬가지지만 철을 들고있는 바비를 공포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악마는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무 힘도 안 들이고 쇠지렛대를 붙잡았다. 그는 바비를 끌어당겨 나이 든 헌터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바비는 힘이 풀려 바닥으로 스르르 주저앉았고, 그의 눈꺼풀은 깜빡이긴 했지만 자리에서 움직이지는 못했다. 딘을 향해 돌아본 그 남자는 미안하다는 듯이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딘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할 지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게다가 그의 눈동자는 정말, 정말로 파랬고- 그의, 아니 악마의 냄새는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으며- 




"대화를 해보자, 딘."




딘은 빌어먹을 목소리 때문에 흐느낌을 삼켜야만 했다.




"둘이서만."





~~~





딘의 메이트. 그의 이름은 카스티엘이었다. 



그는 딘에게 자신은 신의 천사이며, 신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딘을 지옥에서 끌어올린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딘의 목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그의 냄새, 폭풍우같이 완고한 그의 냄새는 딘을 아프게 만들었다. 눈 앞에 타오르는 빛이 떠올라 다른 것들은 거의 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딘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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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


드디어 캐스 등장!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훜훜...


교정은 천천히 할게요>.<

다음부터는 다시 목요일의 아이로 돌아오겠습니다! 너무 밀린 것 같아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