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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Grey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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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26287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앵슷+찌통+딘의 POV (딘의 시점)+초반 어느정도 까지는 슈내 전개를 그대로 따라감 (스포 주의)






3.



딘이 18살이 되던 날, 존은 그와 함께 오메가 치료 센터로 향했다.




대기실은 대부분 아빠나 메이트로 보이는 알파들과 동행한 겁먹은 십 대 오메가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방 한 구석에는 그보다 훨씬 나이들어보이는 오메가가 몸을 웅크린 채 불쌍하게 앉아있었다. 연약해보이고 배가 이미 산만큼 부풀어오른, 임신한 그 남자 오메가는 아직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아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홀로 온 것처럼 보이는 그가 내뿜는 향은 메이트가 없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한편,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비쩍 마른 오메가 하나는 목과 팔에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 오메가는 이미 이 곳에 몇 번이고 와본 것처럼 방 안을 지루하게 둘러보다 아무 알파나 그에게 시선을 던지면 윙크를 날리거나 나른하게 기지개를 펴곤 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희미한 알파의 냄새와 오메가의 매끄러운 향기가 풍겨왔다.




창녀야. 딘의 뇌는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분명 피임이든 뭐든 하려고 온 것일 게 뻔했다.




존은 경직되고 불편한 상태로 아까 입구에 들어설 때 함께 집어들었던 안내 책자를 빤히 보고 있었다. 딘은 팜플렛에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놀랍도록 편안해졌다. 심지어 흥분되기까지 했다. 마침내 억제제를 맞을 수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 히트사이클이나 오메가들의 페로몬에서 해방 될 수 있었으니까.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번만은 사람들이 자신을 슬그머니 쳐다보는 시선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들은 바에 의하면, 억제제를 맞게 되면 밖에 나갈 때 오메가 향을 없애주는 탈취제나 인공적인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되었고 18살 먹은, 짝을 짓지 않은 오메가라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서도 해방될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오메가들보다, 심지어 몇몇 알파들보다 키도 크고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옆에 앉아있는 비쩍 마른 오메가들과 견주어보면 확실히 알파처럼 보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방에 있는 두 여자 오메가들이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실은 딘의 기분을 더 붕 띄워주었다.




의사는 그를 유의깊게 살펴보며 측정했다. 의사는 딘에게 그는 근육과 골격이 잘 발달해 다른 오메가들보다 키가 훨씬 크고 힘이 세며 둔부가 매우 좁다는 등의, 그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존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애엄마가 베타였습니다. 할머니도 마찬가지였고. 내가 알기론 현재 남아있는 가족 중에 오메가는 딱 하나밖에 없을거에요. 얘 엄마 쪽에 사촌이 하나 있었는데, 여자애였죠." 




딘은 아빠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전에 들었던 것보다 훨씬 자세한 가족 이야기였다.




그러자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말이 되네요. 집안에 알파와 베타들이 과도하게 많았기 때문에 딘이 평균치보다 훨씬 큰 체구를 갖게 된 것일테구요."




딘은 건강에 다른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갖가지 호르몬 검사를 받았다. 




"나이대를 생각하면 지극히 정상적인 오메가입니다." 의사는 그들에게 유쾌하게 말해주었다.




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딘은 자신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 실망했다. 의사가 그한테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착오가 있었을거라고, 원래는 오메가가 아니지만 오메가'처럼' 보이게 만든 거라고 말해주길 내심 바랐던 것이다.




의사는 그에게 부끄럽고 사적인 질문들을 마구 던져댔다. 히트사이클을 처음으로 겪은 건 언제였습니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겁니까? 증세는 어떻구요? 딘에게 짝이 있습니까? 알파와 관계를 맺은 적은 있나요? 딘이 아이를 갖기 원하나요?




얼굴이 확 달아오른 딘은 아빠가 꼬박꼬박 대답하는 소리를 애써 피했다. 탈취제가 없으니 그에게서 피어오르는 향은 그를 확실히 불안하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 향에 아빠마저도 자리에서 움찔거리자 딘은 더 큰 굴욕감을 느꼈다. 샘이 향을 내뿜을 때 존은 전혀 불편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그에게 억제제를 맞으면 확실히 안전해질거라며 약물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딘은 베타처럼 보이고 싶다며 가장 센 약물을 맞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오메가들이 흔히 겪는 히트사이클도, 페로몬도, 향도, 임신할 위험도 없을테니까.



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의사는 환자와의 안전한 상담을 위한 진료 방침이라며 존을 밖으로 내보냈다. 마침 존은 거북한 질문들과 이 방에서 빠져나가고 싶어보였고 실제로도 번개처럼 튀어나갔다. 




"딘, 정말 이걸 맞고 싶은거니?" 의사가 물었다. "효과는 굉장히 강력할거야. 대부분의 오메가들은 이것보다 좀 더 적당한 억제제를 원하거든. 향이나 성적인 반응같은 효과는 약한 대신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들 말이야."




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의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대부분의 오메가들은 히트사이클은 멈춰주지만 향은 여전히 남게 해주고...젖을 수 있게 해주는 억제제를 맞았기 때문이다. 딘은 시트가 자신의 몸에 달라붙는 것을 느끼며 침대에서 헐떡이던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쳤다. "아뇨." 딘은 고집부렸다. "이걸로 맞을게요."




그러자 의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아버지와 제대로 논의한 거였으면 좋겠구나. 그분이 걱정하실지도 모르니...."




"괜찮아요." 딘이 말했다. "단순히 히트사이클만 억제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전 남자들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의 목소리는 어색하게 줄어들었다.




"주목을 피하고 싶은거지?" 의사가 짐작했다. "네 향으로 형질이 밝혀지는건... 방해되니까?"




그보다는 등 뒤에 '따먹어 줘'라는 말을 써붙이고 다니는 느낌이라 소름끼치는 것 이상이었지만, 어쨌거나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게 정상인지, 알파들을 싫어하는 것도 괜찮은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해야할지 몰랐다. 의사는 그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여성 오메가들이 알파가 아닌 형질에 관심이 끌리는 건 드문 일이고, 심지어 같은 여자한테 끌리는 건 더더욱 드문 일이지만 남성 오메가들이 여자한테 끌리는 건 아주 평범한 일이란다. 특히 히트사이클이 아닐 때면 말이지."




딘은 자신의 손톱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전 히트사이클이 왔을 때도... 그러니까... 알파한테 끌린 적이 없거든요." 결국 그 사실을 인정하자니 괜히 역겨워졌다. 




"딘, 넌 아주 어리잖니. 오메가든, 알파든, 베타든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성적으로 제대로 끌리지 않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상적인 일이니까 걱정할 건 없단다."




딘은 눈살을 찌푸렸다. 의사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지난 3년 간 자신에게 진정한 메이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에게 메이트가 있다면 분명 알파일텐데 그에게 알파란 딱 두 종류로 나뉘었다. a)아빠와 샘, b) 자신을 강간할지도 모르는 사람들. "진정한 운명의 상대 운운하는 이야기를 믿으세요?" 그가 물었다.




"그건 운명이 아니야." 의사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생물학적으로 맞는 짝을 찾으면 우리 몸이 신호를 보내는 진화적인 전략이지. 사람들은 살면서 한 명 이상의 메이트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하나를 잃으면 다른 상대를 찾기도 한단다." 




딘은 코웃음쳤다. "그러겠죠. 케이블에서 방송하는 로맨스 영화처럼..."




의사는 미소지었다. "드물긴 하지만 일어날 수도 있어." 그가 말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일생동안 잠재적 상대를 몇 번 만난다고 믿고 있거든. 하지만 한 번 상대를 찾게 되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후보들을 놓치게 되는거지."




"그러면 뭐, 제가 특별한 알파를 만나면 갑자기 그쪽으로 이끌릴거다 이 말이에요?" 딘은 경멸의 어조를 숨기지 않았다.




의사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겠지. 하지만 억제제를 맞게 되면 아무도 너한테 예전처럼 관심을 주진 않을거야. 너마저도 알아채지 못할 걸."




그 사실은 전혀 불리하게 들리지 않았다. 영화가 뭐라고 지껄여대든 그가 갑자기 어떤 남자의 소유가 된다는 생각은 로맨틱하지도 않았으니까. 그건 세뇌같은 것에 더 가까웠다. "감수할게요." 그가 대답했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호르몬 주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바뀌고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다 해도, 난 이미 경고했다."

딘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얼간이 같은 놈과 놀아나지도 않을 거라고 말하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의사는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네가 그럴 거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의학적 견해에 따라 말해주는 거야. 아이를 갖게 되는 일은 너한테 힘든 일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남성 오메가들은 여자들처럼 수태 능력이 좋지는 않으니까."

잘 됐네. 딘이 생각했다.




5분 뒤, 딘이 한 팔에 반창고를 붙인 채 안내 책자를 들고서 대기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존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모텔 방으로 돌아왔을 때 샘은 신기한 듯이 공기중에 퍼지는 딘의 냄새를 맡았다. 그는 혼란스러움에 얼굴을 찡그리다 활짝 웃었다. "형 냄새 좀 이상하긴 한데, 확실히 오메가 느낌은 아니야."




딘이 씩 웃는 동안 존의 표정은 안심한 듯 보였다.



코를 다시 킁킁대며 딘의 억제된 향을 분석하던 샘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되게 건방진 베타같아." 




딘은 동생의 뒤통수를 빡 때렸다.




"형!" 샘이 말했다. "바보처럼 굴지마. 다른 사람들을 속일 수는 있어도 난 형 안에 달콤한 오메가같은 향이 남아있다는 걸 아니까." 그는 잘난체 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달콤한 오메가'가 널 발로 차줄 수 있다고." 딘이 그에게 말했다.




"흥. 뭐든 간에."




딘은 잠시 기다리다 동생에게 달려들어 그를 더러운 모텔 카펫에 넘어뜨렸다. 샘은 악을 쓰며 몸을 비틀었고 그들은 웃으면서 엎치락 뒤치락 장난치다 숨이 차서 헐떡였다. 




몇 분 뒤, 샘의 헤드락에 걸려 숨이 막힌 딘은 손으로 그를 마구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디이이이이인!" 샘이 헐떡거렸다. "그만 해! 아!"




딘은 그저 코웃음치며 동생을 마구 괴롭혔다.




존은 문 근처에 있는 작은 식탁 앞에 앉아있었다. 딘이 흘끔 쳐다봤을 때, 그는 고개를 저었지만 입가엔 미소를 띈 채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4.




한동안 모든 일은 순탄히 돌아갔다. 샘이 학교에 있는 동안 딘과 존은 사냥을 나가곤 했다. 전국을 가로지르며 유령이나 구울, 마녀를 해치우는 동안 딘은 베타처럼 행동했고 샘은 다른 알파들처럼 키가 쑥쑥 자랐다. 하지만 샘과 존, 두 알파들은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며 다툼이 잦아졌다. 딘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둘 사이를 중재하는 것 뿐이었다.



딘은 자신이 알파가 아니라는 사실에 거의 기쁠 정도였다. 신은 그 셋이 어떻게 하면 비좁은 모텔 방과 임팔라에서 잘 지낼 수 있는 지 아는 모양이었다. 




조만간 그 일이 닥칠거라고는 예상했지만, 막상 직접 겪게 되자 마음이 아팠다.




샘이 떠난 것이다.




딘은 화가 났다. 그리고 마음이 상했다.




버려지는 느낌이 들어 샘에게 마구 쏘아 붙이고 싶었다. 그러다 새미는 똑똑하니 대학에 갈 자격이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꼈다. 물론 그는 좋은 헌터가 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데에 더 유능했다. 하지만 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딘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었고 그가 세상을 떠나면 일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었으니까. 딘만 알파였더라면 샘이 대학으로 떠나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은 명백했다. 존은 자기가 죽어도 자신의 아들이 노란 눈의 악마를 확실히 복수하길 바랐다. 



딘은 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샘이 떠난 뒤로 오메가 특유의 나약함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존에게 자신은 탁월한 전사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인상을 어필했다. 존이 필요로 하는 건 그가 무엇을 필요로 하든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묵묵히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노력은 어느 정도 소용이 있었다. 억제제 덕분인지 어느 누구도 그를 부르거나 데려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딘은 혈통만 빼면 거의 베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따금씩 존은 그가 자신이 바라던 모습의 아들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못한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





샘이 스탠포드 1학년생일 때, 그는 동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수시로 전화를 걸었지만, 샘은 사냥 관련한 일에 대해서는 전혀 듣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고 딘이 존에 대해 언급할 때면 전화를 끊어버리곤 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샘은 언제나 시험과 에세이같은 이야기만 해댔으며 그 내용을 듣는 딘은 몹시 지루했다. 그나마 그들이 쉽게 대화할 수 있는 주제는 오직 여자애들 뿐이었다.



어느 날 샘은 '성 정체성과 차별'이라는 수업을 듣기 시작해 딘을 분석하려 들었다. 전화기 너머로 그에게 '성 정체성'이나 '남성 오메가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자각한 것' 운운하는 건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샘이 딘이 계속 사냥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그의 알파인 존 때문이라고 말하자 완전히 정점에 이르렀다. 




딘은 동생에게 그렇게 화났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겨우 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넌 내가 알파 아빠의 고분고분한 오메가 같다 이거야?" 




딘은 샘이 말대꾸를 하기도 전에 전화를 확 끊어버렸다.




그는 샘이 당혹스러움을 느끼길 바랐다. 동생이 말하는 사회의 고정관념 같은 것들은 역겨웠다. 딘은 사냥을 좋아했고, 또 그에 능숙했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었다. 괴물들을 죽이고 사람들을 살리는 일들 말이다. 샘처럼 학교 공부에 흥미를 느낀적은 한 번도 없는데다,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바란 적도 절대 없었고 딘은 언제나 헌터가 되길 원했다(물론 아주 어릴 때 소방관이 되고 싶어한 적은 있었지만 그건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래, 딘은 존을 위해 강해졌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려고 아빠를 있는 힘껏 도왔다. 하지만 그는 베타나 알파였다면 했을 일은 영영 하지 못했다.





사는 동안 그는 샘이 그랬던 것처럼 아빠에게서 등을 돌릴 순 없을 것이다.






~~~




존이 어디론가 사라졌을 때 딘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그는 바로 쫓아가 아빠의 흔적을 찾고 싶었지만, 혼자서 여행하고 사냥하는 일은... 좀이 쑤시게 만들었다.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모두가 그의 형질을 알아내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으니까.




아무리 그가 두려움을 억누르려 애써도 - 현재 그는 억제제를 맞은 지 몇 년이 지났고, 히트사이클을 겪거나 알파들이 그의 냄새를 맡지는 못했지만 - 그는 여전히 짝을 맺지 않은 오메가였다. 무척이나 성가신 일이었지만 홀로 있을 때면 미친듯이 불안해지는 건 오메가로서의 자연스러운 본능이었다. 그에게는 그를 보호하고 안심시켜 줄 알파가, 가족이 필요했다. 딘은 그 사실이 싫었지만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알파를 찾으러 본능적으로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샘은 딘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자란 모습이었다. 불쑥 자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나오는 친근한 냄새는 몇 주 만에 처음으로 딘을 안심시켰다. 그는 싱긋 웃으며 동생을 껴안았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동생이 건넨 말은 "형!" 과 "형 눈이 초록색이야!" 였다.




그제서야 딘은 샘의 냄새가 조금 바뀌었음을 깨달았고, 잠옷을 입은 여자애가 나타났을 때 사실들을 하나하나 조합할 수 있었다. 샘은 메이트를 만난 것이다. 




그는 샘이 그 사실을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에 마음이 콕콕 쑤셨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그녀의 이름은 제스였다. 제스는 로스쿨에 다니는 샘이라면 응당 사귈만한 예쁘고 똑똑한 여자였다.




이후 아빠를 찾기 위해 차에 둘이서만 남게 됐을 때, 샘은 딘에게 그녀는 금발이며 푸른 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마치 하늘같아. 파란색은 하늘과 비슷한 색이야." 그가 짓는, 반쯤 취한 것처럼 보이는 몽롱한 표정은 딘이 한 번도 본 적 없던 모습이었다.



그날 밤. 딘이 싸구려 모텔방 화장실에서 면도할 때, 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일종의 질투심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샘은 진정한 상대를 찾았다. 딘의 눈에 담긴 초록색을 볼 수 있었으니까. 샘은 엄마의 눈 색이 어떤지 알게되었다.




매일마다 거울을 바라보는 딘은 그러지 못했다.







~~~





"초록색은 잔디같아, 형. 나뭇잎 색깔이기도 하고." 그건 샘의 답변이었다.



딘은 임팔라의 앞 유리를 통해 눈 앞에 펼쳐진 들판과 나무들을 쳐다보았다. 그에게는 모두 회색으로 보였다. 물론 명암이 있긴 있었지만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무채색일 뿐이었다.



그는 오래 전에 오메가 치료 센터에서 의사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어쩌면 그는 이미 상대를 찾았을 수도 있었지만 억제 효과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지도 몰랐다. 처음으로, 그는 만약 자신이 뭔가를 놓친거라면 의사의 말에 일리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





바로 다음 날, 샘은 조수석에 앉아 딘을 바라보며 더 이상 초록색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스의 죽음은 둘 사이를 무겁게 짓눌렀다. 샘은 생기를 잃고 자신의 메이트를 깊게 애도했다. 밥도 적게 먹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딘이 재촉하지만 않았어도 그는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매일매일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짝을 잃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고, 샘은 삶의 의욕이 거의 없어보였다. 




딘은 샘을 찾아가 기껏해서 도망쳤던, 오랫동안 겪어왔던 일에 또다시 그를 끌어들인 것을 후회했다. 그 둘 모두 후회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제스는 죽었고 그녀는 샘의 메이트였으니까. 딘이 캘리포니아로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제스는 불에 타지 않았을 것이다. 






딘은 운전대를 꽉 쥐었다.



~~~






딘이 죽었을 때 그는 29살이었다.




짝을 만나지 못한 상태였다.




릴리스의 헬하운드들이 그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때, 그는 회색 그림자가 드리운 동생의 겁먹은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초록색이 어떤 색인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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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


두 챕터를 합친 양이라 어마어마한 스압....그나저나 마지막 문장이 너무나도 가슴아파요... ㅠㅠ 짝을 찾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딘이라니..


전에는 이 글이 왜 이렇게 칭송받나, 했었는데 막상 직접 읽어보고 번역해보니 확실히 알겠더라구요. 슈내 원작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오메가버스가 교묘하게 결합된! 크으으으bbb 좋습니다...


뒤로 갈수록 힘이 딸려섴ㅋㅋ큐ㅠㅠㅠ이상한 문장 되게 많을 것 같은데 ㅠ~ㅠ...교정은 천천히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