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c

[딘캐스/번역] Scarlet and Gold - 5

*이전 화 보기


제목: Scarlet and Gold

저자: Ren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286159/chapters/2297343

등급: General Audiences (전체관람가)

줄거리: 딘 윈체스터는 막 호그와트 5학년이 된 마법사다.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의 새 주장이 된 뒤 그의 꿈은 후플푸프와의 대결에서 이겨 우승컵을 따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모든 것은 후플푸프의 학생 카스티엘 밀튼을 만난 뒤 바뀐다. 캐스는 수줍음이 많고 유머감각이 뒤떨어진 학생이고 딘은 무턱대고 나서다가 사고를 치고 마는 학생이다. 그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친구가 되기 시작하며, 딘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퀴디치 우승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자각하게 된다.






Chapter.5 : 오래된 비밀과 새 친구들




빅터의 낙천적인 예견에도 불구하고 고든은 여전히 바보천치처럼 굴었다. 새로운 선수들은 실력에 발전이 없었고 고든은 무조건 딘의 탓으로 돌렸으므로, 지난 퀴디치 연습은 대재앙 그 자체였다. 빅터는 두 사람 사이를 최대한 중재하려 했지만 최근에 파멜라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그와 고든 사이는 증오와 불신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오후, 아자젤 교수는 지난 과제에서 각각 P를 받은 딘과 고든을 교실에 남게 했다.




"도시 지역의 뱀파이어 행동에 관한 규약이라니. 이런 걸 배우는 건 시간낭비야." 아자젤이 그들을 보내주자마자 고든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완전 쓸모 없는 거지. 퀴디치 주장처럼." 




그 말에 딘은 복도를 가다 멈추고 뒤돌아서 고든과 얼굴을 마주했다. 빅터라면 인내심있게 충고해줬겠지만 그는 여기에 없었고 딘은 그의 행동에 충분히 진절머리가 난 상황이었다. "내 얘기야?"




"네가 무슨 귀거머리냐?" 고든이 대답했다. "쓸모없는 주장이 몇이나 될 것 같아?" 




"래번클로를 이기게 만든 사람이 누군지 잊었나본데." 딘이 그에 지지않고 응수했다.




고든은 그를 비웃으며 흉내냈다. "내가 래번클로를 이겼어." 그가 노래하듯 말했다. "누가 그렇게 생각한대? 너만 선수야?"




"그건 아니지만." 딘이 대답했다. "적어도 그딴식으로 파울은 내지 않지. 득점이랑 파울 수랑 맞먹겠던데 아주." 




고든이 자신의 말을 끊으려하자 딘은 거의 소리치듯이 말했다. 딘은 더 이상 고든의 헛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가방을 열고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맹세컨대 이번엔 반드시 박쥐로 만들어줄게, 워커!" 딘이 소리쳤다.




고든은 그와 마찬가지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모양이었다. "해보시지, 윈체스터." 그가 지팡이를 휙 내두르며 응수했다.




주문을 읊을 준비가 되어있던 딘은 엄청나게 흥분한 탓에 싱어 교수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놈들 지금 뭐하는 거냐?" 그가 딘과 고든의 목덜미를 콱 붙잡으며 물었다. 바비는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으로 유명했지만 그렇게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웬만해선 화를 내지도 않았고, 그리핀도르 팀이 근소한 차이로 우승컵을 놓쳤을 때도 이렇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어..." 허를 찔린 딘이 말을 더듬거렸다. 바비가 그들이 결투하려는 모습을 다 본 이상 제대로 된 거짓말을 생각해내기란 힘들었다.




고든은 마지못해 지팡이를 내리고 침묵을 유지했다. 




"너희가 일학년짜리 멍청이들인게냐? 무슨 생각이야?" 바비가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 "한 번도 아니고 계속 이런다면 점수를 깎을 수 밖에 없지." 




그 말에 딘은 숨이 탁 막혔다. 호그와트에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딱히 정해진 규칙은 없었지만, 만약 규칙이 있다면 제일 상위에 있을 항목이 바로 결투였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다른 사람에게 마법을 부리는 학생을 엄벌에 처했다.




"두 그리핀도르 학생이 결투라니!" 교수가 말을 이었다. "그나마 목격한 사람이 나라서 다행인 줄 알아라. 그리고 아직 다 끝난 거 아니야. 앞으로 멍청하게 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그냥 넘어가주마. 자, 마음 바꾸기전에 얼른 가. 워커 군."




"감사합니다, 싱어 교수님." 고든이 중얼거렸다. 그는 딘을 한 번 째려봐주고 계단을 향해 쏜살같이 올라갔다.




딘은 반대편으로 가려고 했지만 바비가 그를 가로막았다. "너는 말고, 윈체스터. 따라와라."




그의 말은 예의바른 초대가 아닌 요구였으므로 딘은 지팡이를 가방에 쑤셔넣고 바비를 따라 몇 층을 내려간 뒤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은 책들로 꽉 차있었고 가끔 수업시간에 보여주는 동물들이 들어있는 새장과 수조가 군데군데 놓여있었다. 딘은 바비의 사무실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이곳에 들러 다음 수업 때 배울 동물들을 알아내기 위해 갖가지 변명을 내세우곤 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타이밍이 아니었다. 




바비의 얼굴은 여전히 엄격했기 때문에, 그가 오래된 주전자를 다루며 바보같이 구는 학생들에 대해 한탄할 때 딘은 그저 가만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홍차를 받아든 딘은 목을 가다듬고 무언가를 말하기로 결심했다. "교수님." 그가 말했다. "점수 안 깎아주셔서 감사해요."




교수는 툴툴대며 말했다. "원래는 깎일 만 했지만." 그가 말했다. "슬리데린이 바짝 쫓아오고 있는데다 크라울리 교수를 도저히 못 참겠더구나. 그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보단 차라리 점수를 안 깎는 편이 낫지." 




그 말에 딘은 킥킥대며 웃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바비가 그를 노려보자 딘은 서둘러 시선을 내리고 차를 한 모금 꿀꺽 마셨다. 차는 맛이 너무 강하고 쓴데다 뜨거워서 혀를 데이고 말았다.




"그렇게 놀지 말고 다음 경기에서 슬리데린을 이기는 데에 힘 쓰도록 해라." 바비가 말했다.




"고든 잘못이에요." 딘이 항변했다. "완전 바보처럼 군다구요. 절 팀 주장으로 보지도 않고."




바비는 얼굴을 찌푸리고 차를 마저 마셨다. "그게 변명거리는 되지 않지. 그런 식으로 하면 고든이 널 제대로 된 주장으로 받아줄거라 생각한거냐? 그것도 아자젤 교수의 교실 바로 앞에서?" 




딘은 고개를 떨궜다. "죄송해요." 그가 중얼거렸다. "다시는 그런 짓 안할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바비가 말했다. "아자젤 교수가 봤으면 어쩔 뻔 한거냐. 20년 전에 그런 짓을 했다면..."




바비는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은 것처럼 말을 멈췄지만 딘이 이미 그가 한 말을 충분히 들은 뒤였다. 20년 전 호그와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들 알고있었으니까.




딘은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교수님. 지금 악마들 대해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가 물었다.




수 년 전, 딘이 태어나기 전 당시 교장이었던 마법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얼마 안 있어 교감도, 다른 두 교수들도 자취를 감췄다. 오러들은 자신을 악마라고 부르는 어둠의 마법사들이 한 짓일거라 추측했지만 그 사실을 확실하게 입증할수도, 사라진 교수들을 되찾을 수도 없었다. 




호그와트는 그 사건으로 인해 몇 달간 혼돈에 빠졌다. 몇몇 교수들은 악마의 다음 타겟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학교를 사퇴했으며 청소부마저도 호그와트의 지위를 맡기 꺼려했다. 




그러다 척 셜리가 나타나 호그와트의 새 교장이 되었다.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당황했지만 척 셜리는 그 자리를 맡을 만큼 충분히 용감했다 (혹은 멍청한거겠지만). 그리고 기적적으로, 그는 다른 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일을 훨씬 더 잘 수행해냈다. 




그가 처음으로 호그와트에 발을 내딛던 날 학교는 이미 폐쇄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다음 해에 모든 것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그가 부임한 뒤 수수께끼같은 실종은 멈췄고 새 교수들이 고용되었으며 호그와트 역사의 어두운 부분은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딘은 바비가 신기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가르쳐오며 그러한 일들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바비는 단 한 번도 그 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사실 악마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하려들지 않았다. 악마의 이름을 언급하면 그들이 잡아갈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미신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딘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지만 악마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일학년들이 잘 속아넘어가는 무서운 전설이 되었다. 그래도 그는 바비에게서 직접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싶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럴만한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다. 바비는 얼굴을 찌푸리고 잔에 담긴 차를 모두 비웠다. "네가 관여할 일은 아닌 것 같구나, 딘." 바비는 그의 호기심을 단칼에 제지했다.





~~~




호그스미드에서 보낸 시간 이후 딘과 카스티엘은 친구가 되었다. 




처음에 딘은 그리핀도르 탑 복도를 돌아다니는 그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이내 쉬는시간에 성 밖에서 만난다거나, 퀴디치 연습이 끝나고 운동장 뒤에서, 혹은 화창한 날에 호숫가에서 만나는 일에 익숙해졌다. 




딘이 물수제비를 뜨는 동안 카스티엘은 자신에겐 친구가 많지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누나와 사촌들은 모두 슬리데린이라서." 카스티엘이 말했다. "사실 가족들 모두가 슬리데린이야. 그래서 내가 후플푸프로 배정받았을 때....다들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지."




그는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할지 몰라 얼굴을 찌푸린채 말을 이었다. 그 모습으로 보아 기숙사 이야기는 그의 감정을 건드리는 화제임이 분명했다. 




"그래도 넌 3학년이잖아." 딘이 말했다. "이제 다들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캐스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가브리엘은 내 기숙사가 어디든 신경쓰지 말라고 했어. 하지만 라파엘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얘기하는 걸 꺼려해. 그리고 모두가 라파엘의 말에 따르지. 제일 나이가 많으니까." 




딘은 돌을 꽉 움켜쥐고 라파엘에게 던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호수를 향해 있는 힘껏 날렸다. 




"라파엘은 멍청해." 그가 경멸하듯 말했다. "나도 동생이 다른 기숙사로 들어가서 실망하긴 했지만, 어쨌든 샘 잘못은 전혀 아니거든." 




하지만 딘은 캐스에게 자신도 가끔 그런 느낌이 든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배정식 당일 날 동생과 싸웠던 것과 한동안 대화조차 안했던 일을 말하기엔 너무 부끄러웠다. 자신도 라파엘처럼 멍청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뺨이 달아올랐다. 




"넌 내 사촌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야, 딘." 




예기치 못한 카스티엘의 말에 딘은 돌 던지는 것을 잊어버렸다. 돌멩이는 그의 손가락에서 스르르 빠져나와 물에 풍덩 빠져 잔물결을 일으켰다. 




카스티엘은 종종 그런식으로 말을 내뱉어 딘을 당황스럽게 만들곤 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게 익숙치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지만 단순히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있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었다. 카스티엘은 엉뚱한 소년이었지만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 혼돈을 마주하는 것보단 그를 만나는 편이 훨씬 나았다. 




카스티엘은 딘의 투정을 아무 말 없이, 또 이상한 조언은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들어주었다. 물론 캐스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눈치없이 행동하곤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오후, 딘이 흠뻑 젖은 채 화가 난 상태로 퀴디치 운동장에서 돌아왔을 때 캐스는 그의 팀 선수들이 잘 하고있는지 물어봤다. 그렇게 묻는 그의 표정에는 악의가 전혀 없었지만 연습은 완전히 시간 낭비였고 선수들은 엉망진창으로 굴었기 때문에 참 고마운 일이었다. 딘은 그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지 않게 마음을 잘 다스려야만 했다. 




그런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하더라도 둘은 변함없이 잘 지냈다. 딘은 카스티엘에게 개구리 초콜릿 카드를 모으도록 설득시켰고 캐스는 그의 약초학 과제를 도와주곤 했다. 카스티엘은 두 학년 어렸지만 딘보다 훨씬 많은 약초와 식물에 대해 알고있었다. 딘은 카스티엘의 도움없이 지금껏 어떻게 과제들을 해왔는지 알 수 없었다.




~~~




12월이 시작되자 딘은 아빠에게 2주 뒤면 이번 학기가 끝날거라며 크리스마스 휴일 때 샘과 함께 킹스크로스 역에서 만날 수 있을지 묻는 편지를 썼다. 하지만 일주일 뒤, 존은 그 날도 일하러 갈지 모른다며 제대로 된 계획이 잡히기 전까진 샘과 함께 기다리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오지 말라는 뜻인가봐." 딘에게 편지를 건네준 샘이 말했다.




"아닐거야." 딘이 우겼다. "바쁘셔서 그래. 그게 전부야."




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든 간에." 그들은 이미 이런 대화를 수도 없이 해왔었다. "난 데쓰 교수님께 크리스마스에 학교에 있을거라고 말씀드리러 가볼게." 




키가 크고 깡마른 데쓰 교수는 변신술 교수이자 래번클로의 사감이었다. 바비가 그리핀도르 학생들 중 학교에 남아있을 사람들 명단을 만들었을 때 딘은 주저하며 일단 킹스크로스로 데리러 갈거라는 아빠의 답장을 기다려 온 참이었다. 그는 이미 편지를 두 번이나 보냈지만 답변은 여전히 막연하기만 했다.




결국 휴일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월요일에 그는 바비에게 가서 학교에 남아있을 학생들 명단에 자기도 추가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바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동정심 가득한 눈빛에 딘은 자신이 명단에 있는 유일한 학생일거라고 생각했다. 화요일 아침 식사 시간, 딘은 존에게서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일하게 됐다고 확정짓는 편지를 받게 되었다. 그는 딘에게 사과하며 부엉이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딘이 편지를 건네줬을 때 샘은 '내가 말했지'라고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꽤 낙담한 모습이었다.





~~~





"제스가 휴일에 집으로 돌아가서 네 동생이 많이 슬픈 모양이더라." 4번 온실 밖에서 베키가 비밀을 털어놓았다.




딘은 꽁꽁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입김을 후 불었다. 래번클로 학생들은 막 수업을 마치고 재빨리 성으로 올라가고 있었지만 베키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면 딘은 그저 따뜻한 온실로 얼른 들어가고 싶을 뿐이었다. 딘은 그런 가십을 신경쓰는 타입도 아니었고, 샘이 슬퍼하는 이유는 크리스마스를 호그와트에서 보내서 그런거지 한낱 여자애 때문에 그런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가야겠다." 딘이 온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주리 교수님이 수업을 시작하실거야. 늦고 싶지 않거든." 그는 교수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위해 수업시간에 늦곤 했지만 베키는 잘 알지 못했으므로 상관없었다. 




그녀는 활짝 웃었다. "물론이지." 그녀가 말했다. "나도 그렇거든. 이 다음 시간이 점성술인데 교실이 정 반대편에 있어서." 하지만 그녀는 급하게 떠나려는 것 같지 않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그녀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다음 주말에 호그스미드 같이 갈래?"




딘은 전에 했던 약속을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사실 약속이라기보다는 거짓말에 가까웠지만.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베키와 함께 호그스미드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겨우살이 밑에서 그녀와 키스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어째 그 생각은 영 끌리지 않았다.




"미안. 그 날 선약이 있어서."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베키가 뭐라 따지기 전에 재빨리 온실로 들어갔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딘은 아빠가 시간을 잘 지킬지 확실치 않은데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샘이 빈 손으로 있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어 카스티엘과 쇼핑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점이 줄줄이 늘어선 거리를 함께 걸으며 창가에 진열된 물건들을 보고 웃고 떠들었다. 캐스는 여전히 자신을 위해 물건을 사려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보통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 이제 캐스는 기괴한 물건을 가리키며 딘의 주의를 끌었다.




"이건 어때?" 그가 커다란 꽈배기 스웨터를 집어들며 말했다. 캐스가 집어든 건 순록이 떡하니 그려져있는, 빨간색과 녹색이 어우러져 있는 스웨터였고 그가 순록을 가리키며 탁한 목소리로 징글벨을 흥얼거리자 상점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딘은 고개 저었다. "샘이 좋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은데." 그가 다른 선반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제대로 된 선물에 대한 개념이 없는 캐스는 미련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는 스웨터를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동생이 순록 싫어해?" 그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차라리 장갑을 사주는게 나을 것 같아." 화두를 바꾼 딘은 장갑 몇 벌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장갑은 화려한 색인데다 털방울이 달려있었다. 




"털방울들 귀엽다." 캐스가 말함과 동시에 딘은 코웃음쳤다. "색맹인 사람이 뜬 장갑같은데."




카스티엘의 표정은 시무룩해졌다. "마음에 드는데." 그가 방어적으로 자신의 목도리를 움켜쥐며 말했다. "실이 부드럽다고!" 




그곳에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딱히 없었으므로, 그들은 스크리벤샤프트의 깃펜가게에 들린 뒤 더비시와 뱅스로 향했다. 이곳에는 샘이 좋아할만한 물건들이 많았고, 딘이 마법사 체스 세트를 집어들자 캐스의 기분은 훨씬 나아진 모양이었다. 샘이 얼마나 너드스러운지 생각하면 딱 알맞는 선물이었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게임 룰을 물어봐야할지도 몰랐다. 딘은 체스에 젬병이었으니까.




딘은 허니듀크에서 빅터를 위해 버티 보트의 온갖 맛 다 나는 강낭콩 젤리를 골랐다. 그는 아빠와 고든에게 아직도 화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살 선물이 없었다. 한편 카스티엘은 몇가지 과자와 마시멜로 세트를 골랐다. 




가게는 혼잡했고 계산대 앞의 줄은 무척이나 길었다.




"군것질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딘이 카스티엘에게 물었다.




"지난 번에 해준 충고대로 퀴디치 팀원들에게 주기로 했다." 캐스가 말했다. "다들 고마워 하겠지." 그는 마치 마법의 약 시간에 할만한 까다로운 실험을 설명하는 투로 말했다. 딘을 만나기 전엔 아이들이 단 것을 좋아하는 줄 전혀 몰랐던 것처럼.




딘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여간 못말린다니까."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금방 돌아올게. 내 자리 맡아줘." 그는 상자를 카스티엘에게 안겨주고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그는 글래드래그스[각주:1]로 돌아가 카스티엘이 눈여겨봤던 괴상한 스웨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순록이 그려져있는 스웨터는 가지고있는 돈에 비해 너무 비쌌지만, 대신 그는 천사가 그려진 스웨터를 발견했다. 딘은 계산하기 전에 스웨터에 그려진 천사 그림이 노래를 하는 모습인지 확인한 다음 샘의 선물이 담긴 쇼핑백에 밀어넣고 캐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얼른 달려갔다. 




딘이 숨을 헐떡거리며 허니듀크로 걸어들어왔을 때 카스티엘은 아직도 줄에 서있었다. "괜찮아, 딘?" 캐스가 물었다.




"응. 잊어버린 게 있어서." 고맙게도 카스티엘은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딘은 마지막으로 스리 브룸스틱스에 들리기로 결정했다. 카스티엘은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지만 추위때문인지 뺨이 빨개진 상황이었고 딘은 다시 성으로 걸어 가기전에 몸을 녹일 필요가 있었다. 그건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가게는 꽤나 붐볐고 딘은 자리를 잡기 위해 애를 먹었다. 결국 그들은 테이블이 밀접하게 붙어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다른 사람과 부딪히기 마련인 창가자리에 자리를 잡게되었다. 카스티엘이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며 휘핑크림에 시나몬 가루가 뿌려진 핫초코를 주문하는 동안 딘은 버터 맥주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까지 테이블은 조용했다. 딘은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몰랐고 캐스는 그런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무슨 첫번째 데이트라도 되는 것 같았지만, 보통 이럴때면 딘은 여자애에게 눈이 참 예쁘다는 말로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그제서야 딘은 캐스의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 사실도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다. 캐스한테 눈이 참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캐스가 워낙 사차원이라 그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 한다고 해도, 또 그게 사실이라 해도.




딘은 목을 큼큼 가다듬고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점성술 수업은 어때?"




그 질문에 카스티엘의 얼굴이 환해졌다. "윌슨[각주:2] 교수님이 휴일이 끝나면 찻잎으로 점보기를 배운다고 했다." 




딘은 윌슨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카스티엘은 그녀가 진정한 예언자라고 주장했다. 마침내 음료가 도착하자 카스티엘은 책을 통해 찻잎에 대해 배운 지식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래를 보고 말할 수 있다는게 좋아." 캐스가 말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몇 년간 연습해야 제대로 된 예언을 할 수 있다고 하셨어. 찻잎이라면 더더욱." 




"초콜릿으로 연습해봐." 딘이 말했다. 그는 카스티엘이 농담을 알아듣지 못해도 딱히 놀라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기술이 아닌 것 같은데." 그가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컵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교과서엔 안 나와 있었거든."




딘은 농담을 그만두고, 버터 맥주를 쭉 들이킨 뒤 냅킨으로 카스티엘의 입가에 묻은 초콜렛을 쓱쓱 닦아주었다. 




Next→


*역자의 말


으아 정말 오래기다리셨죠!!! 몸살이다 뭐다 해서 며칠 째 붙잡고 있다가 드디어 끝낸 ㅠㅠㅠ얼른 교정부터 해야겠습니다. 엉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여요ㅠㅠㅠㅠ

그나저나 캐스가 징글벨 흥얼거리는 것도 딘이 캐스 입가에 묻은 초콜릿 닦아주는 것도 왜이렇게 귀여운지ㅠㅠㅠㅠ역시 크리스마스 호그스미드 여행은 사랑이죠..그렇죠..!! 캐스보고 눈이 참 예쁘다고 말해줬어도 위화감은 없었을 것 같은뎈ㅋㅋㅋ게다가 호숫가 장면에서 딘이 돌 떨어트리는거.. 뭔가 저 장면은 캐스의 말 덕분에 딘의 마음에 잔물결이 일어났다고 봐도 될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네요. 으이구 귀여운 것들... 마지막이 어떻게 끝날지 +_+



*각주

  1. 마법사 옷가게. 다이애건앨리에도 있는 체인점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ㅅ' [본문으로]
  2. 시즌2에 나왔던 에바 윌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