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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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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105287.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이후. (2014년) 퓨쳐캐스와 딘이 나옵니다. 말투 조심!

(캐붕 아니에요ㅠㅠㅠㅠㅠ)





3. San Diego ~ Arizona (1)




딘은 눈을 뜨자마자 카스티엘이 묘하게 성가시게 구는 바람에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모든 '잠 안자기'는 어떻게 된거야?" 그는 쾌활하게 자신의 친구에게 물었다. "잘 된거지?"



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카스티엘에게 머물렀다. "응?"



"보트에서 나오자마자 기절했잖아." 카스티엘은 살짝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딘은 목을 가다듬고는 눈을 비볐다. "아, 그랬지. 땅 위를 걷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



"그 전에 먼저 네 정신 좀 찾았으면 좋겠다. 잠을 안자니까 기절한 거잖아. 이해하기 쉬울텐데."



"그거 되게 우쭐하게 들리는 거 알아?" 딘은 베개에서 머리를 들어 아래 놓인 부드러운 매트리스의 촉감을 느끼며 부유한 분위기의 방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여기 어디야?"




카스티엘은 씩 웃었다. "미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너도 여기 좋아하게 될 거야."




딘은 눈을 치켜올렸다. "여기 무슨 창녀촌이야? 캐스, 지금 날 창녀촌으로 데려왔냐?"




"별장이야. 쓰나미 이후에 지어졌대. 한 오백만 달러는 할 걸." 




그의 말에 딘은 휘파람을 불었다. "어떻게 얻었는데?" 




"카를로스가 미국 친구를 소개시켜줬는데 그 사람도 네 팬이래." 그가 누구인지 밝히기 전까지 딘은 내심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별장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소유야."[각주:1]




딘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는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긴 침묵이 흘렀다. "너 지금 정말로 우리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집에 있다고 말하는거야?" 그는 결국 믿지 못한다는 듯이 말했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한테 애착이 있는 모양이던데. 네 아버지 역을 맡았잖아."[각주:2]



"그 영화는 평생 날 괴롭히는구나."  딘은 불평했지만 정자세로 앉아 방을 둘러보는 그의 모습은 꽤 기뻐보였다. "와. 보통 사람들 연봉보다 이 벽지가 더 비싸보이는데." 그는 머리를 긁적이다 하품했다. "나 얼마나 쓰러져있었어?"



"한 시간 정도. 아직 좀 쉬어야 하겠지만 그 전에 뭐라도 먹는게 좋겠다. 그리고 이걸 꼭 봤으면 좋겠어..."




카스티엘마저 인정할 정도로 별장은 정말로 놀라웠다. 그는 딘이 거실로 따라올 때까지 기다리다 주위를 둘러보는 딘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별장은 해변 위에 기둥으로 지어졌으며 모래사장와 바다를 볼 수 있도록 유리 벽이 미닫이 문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밀려오는 파도가 저 만치에서 부서지는 해변은 작고 조용했다. 마치 해안을 잘게 나눈 듯한 느낌이 들어 카스티엘은 약간 불쾌했지만 딱히 뭐라하지는 않았다. 안전했으니까. 더불어 해안을 바라보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덕분에 붉게 저무는 하늘을 볼 수 있기도 했고. 작년 캘리포니아 해변을 황폐하게 만들었던 화재로 인해 천연색이 파괴된 건 사실이었지만, 카스티엘은 아름답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카스티엘이 기억하는 한 이번 노을은 그마저도 인정할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헐." 딘의 목소리는 감탄하는 것처럼 들렸다.




"네 표현은 날 놀라게 만들어."




딘은 그를 쏘아보았다. "지금 내가 착각하는게 아니라면 너 미국 지도 외우는 것보다 더 짜증나는 거 알아?" 




카스티엘은 씽긋 웃으며 딘이 비싼 유리 테이블 앞에 바로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꺼내주었다. 자리에 앉은 딘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카스티엘은 식탁에 널려있는 음식들을 가리켰다. "마음껏 먹어." 그는 자신이 먹을 커피를 따르며 말했다.



딘은 한동안 음식들을 쳐다보다가 - 치킨 날개부터 캐비어까지 없는 게 없었다. 손님을 위해 이보다 더 많은 돈이 쓰일 순 없을 것이다 - 카스티엘을 향해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서 카를로스가 로다주를 안다고?"



"확실해." 




"이제 내가 바다에 빠져야 할 차례같은데." 




"마음대로 해. 우리가 원하는 만큼 머물러도 된대."




딘은 일몰을 바라보다 전율했다. "아냐. 여기는....현실같지 않아. 꿈만 같다고. 밤에 잘 곳이 없어서 밖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우리는 이런 것들을 누리고 그 사람들은 그런 걸 누리면 안 돼?"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카스티엘도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카스티엘은 아직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럼 며칠 간만 여기서 묵자." 그가 제안했다. "나도 너만큼이나 휴식이 필요하니까. 일단 좀 자두고 한동안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자고. 해변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우린 안전해."




딘은 접시를 내려보다 한숨을 푹 쉬었다. "나 다시 진한테 공격받아서 꿈꾸는 기분이야. 금방이라도 꿈에서 깨 창고에서 몸이 뒤틀린 채 묶여있을 것 같다고." 




카스티엘은 그가 무슨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도 좀 먹고 잠이나 자자. 아무 것도 안해도 되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잖아." 




~~~




별장에는 두 개의 침실이 있었고, 각 침실마다 카스티엘이 지금껏 누리지 못했던 편안하고 아늑한 고급 침대가 놓여있었다. 카스티엘이 저 멀리 보이는 절벽 때문에 뒷걸음질 치는 동안 딘은 바다 근처에서 머물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행복해보였다. 별장이 방음장치가 되어있는 건 확실했지만, 수백만 달러의 돈이 들어간 벽은 놀라울 정도로 얇았다. 미닫이 문을 닫고 있어도 바깥에서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딘이 코를 골며 부드럽게 꿍얼대는 목소리가 벽을 통해 전해져와 카스티엘도 웃으며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딘이 비명지르는 소리에 깨버리고 말았다.




그가 딘의 방으로 달려가자 딘은 깬 상태로 창가 구석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어깨를 덜덜 떨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는 깬 상태였지만 자신이 어디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 카스티엘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딘의 입에선 "새미.." 라는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나와 진정하길 거부했다. 카스티엘은 그를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딘은 그를 한쪽으로 그를 밀쳐내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저리 가!" 그는 헐떡거리며 소리쳤다. "오지 말라고!"




"딘, 난 단지-" 카스티엘이 설명하려 했지만 딘은 그를 밀치고 지나가 다른 방으로 건너갔다. 카스티엘은 잠시 기다리다 심호흡을 하고는 그를 따라갔다. 딘은 미닫이 문을 연 채로 달빛을 받으며 방 뒤에 있는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밤 공기에 파도 소리는 크게 울려퍼졌다. 




"밤마다 그러는 거야?" 카스티엘이 제어하지 못하고 물었다.




딘의 어깨는 티셔츠 아래 경직되어 있었다. 그는 카스티엘의 목소리에 움찔했다. "응." 그의 목소리는 어둡고 묵직했다. 




"젠장, 딘. 진작에 말했어야지."




딘은 그를 흘끔 쳐다보았다.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래서 뭐? 내가 자는 동안 잡아주기라도 하게? 사랑을 속삭이면서? 아니면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수면제를 먹여주기라도 할거야?"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 카스티엘은 항복하며 손을 들어올렸다. "그래도 혼자 앓을 필요는 없잖아. 난 네 친구야, 딘. 나한테는 숨기지 않아도 돼."




딘은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래, 우린 절친이니까. 아예 내 일기장 뒤져서 네가 모르는 얘기들도 보시지 그래? 네꺼 읽어도 돼? 네가 뭐라고 적을지 상상되네. 다이어리에게, 오늘 나는 딘이 바보처럼 구는 걸 봤고 난 이제 술을 끊었어![각주:3]"




딘의 모욕적인 언사에 카스티엘은 말문이 막혀 눈길을 돌렸다. 딘이 다시 해변가로 고개를 돌리자 둘 사이에는 몇 분동안 정적이 흘렀다. 들리는 거라곤 오직 파도소리밖에 없었다. 




"난 새,샘을 죽이는 꿈을 꿔." 딘이 조용히 말하자 카스티엘은 그의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그에게로 다가갔다. "매일 밤마다 똑같아. 끊임없이 계속해서...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샘은 루시퍼가 아니야. 단지 샘일 뿐이지. 난 샘을 매일 밤마다 주,죽여."



"유감이야." 카스티엘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 밖에 할 말이 없었으니까.



딘은 고개를 저었다. "걔는 주, 죽었는데 난 여기있잖아." 그는 해변과 바다, 하늘, 그리고 모든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개판이지?"




"샘은 자신의 선택을 했잖아." 카스티엘은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현실을 원망하며 그에게 상기시켰다.




딘은 코웃음쳤다. "그랬었지. 그리고 난 아직도 걔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평생을 가도 모를거야. 그래서 내가 그에 대해 꾸,꿈을 꾸는 거겠지." 




그는 말을 더듬었다. 아무리 밤이라 해도 춥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몸을 떨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는 사실대로 단어들을 내뱉는게 힘겨워보였다. 카스티엘은 그에게 다다가 그를 팔로 감싸며 모든게 괜찮아질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딘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카스티엘이 움직이기도 전에 딘은 나무 계단으로 뛰어내려가 모래 위에 곧게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해변을 거닐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누가 따라오는 것도 원치않아 보였기 때문에, 한 시간 뒤 카스티엘은 침대로 돌아갔다. 




카스티엘은 새벽이 될 때까지도 잠에 들지 못했고 바다 소리조차도 그를 편안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




오후에 그가 일어났을 때, 반바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문에 기댄 딘의 표정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뭐야?" 카스티엘은 잠에 취해 눈을 비비며 꿍얼거렸다. 



"너 로버트 다우니 보는거 놓쳤다." 딘은 잘난체하며 알렸다. "카를로스와 같이 와서 인사하고 갔어."



카스티엘은 별 신경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그는 배우를 영화에서 밖에 보지 못했고, 따라서 덕통사고[각주:4] 당하기엔 역부족이었으니까. "너와 잘 맞는 것 같아?" 그는 이미 딘의 표정을 통해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다. 



딘은 씩 웃었다. "내가 여태껏 만난 사람 중 가장 멋진 사람이야. 진짜로, 엄청 쿨해. 나 남자한테 반한 것 같아." 




카스티엘은 침대 옆에서 다리를 붕붕 흔들었다. "둘이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는 아직도 바보처럼 웃고있는 친구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잠깐만, 그 사람은 네 아빠 역을 맡았는데도 반했다는 거 아니야. 그거 되게 소름돋아."




딘은 얼굴을 구겼다. "으, 그건 생각하지 마." 그는 팔짱을 꼈다. "그가 다음에 촬영하는 영화가 뭔지 알아? 데빌스 트랩이래. 정부는 분명히 종말 이후로 사람들을 격려하려고 영화를 촬영하는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나 봐. 사기를 북돋는거지. 그리고 다음 윈체스터 영화가 정부가 만드는 첫번째 작품이라던데." 




그는 황홀하다는 듯이 말했고 카스티엘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영화들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는 부드럽게 딘의 신경을 긁어댔다.




"그랬었지. 하지만 그가 도 넣을거라고 했단 말이야! 심지어 죽는 역할도 아니래! 제작진들은 그가 나이 있는 관객들도 끌어모을거라고 생각하나 봐. 샤이아 라보프와 잭 에프론이 너무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야. 내 말은- 제발, 캐스. <루트 666>에서 로다주가 그렇게 오래 나온 건 아니었지만 연기 완전 잘 했잖아."




"너 그 영화 봤을 때 그 사람이 진짜 너희 아버지였다면 너도 집에 꼬박꼬박 들어갔을 거라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딘은 어깨를 으쓱했다. "대본이 별로였으니까. 그가 말하길 다음 작품은 괜찮을거래 - 심지어 척과 얘기도 해봤대. 걔 아무 말도 안하지 않았어? 허, 음흉한 헐리우드 녀석같으니."




딘이 헐리우드식 자신의 인생 이야기에 갑작스럽게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카스티엘은 정신차리기 어려웠지만, 굳이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딘은 집이 무너져라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었다. 카스티엘은 둘 다 같은 사람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았지만, 곧 이어 깨달았다. 딘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걸.




"그 사람들 이미 데빌스 트랩 이후로 만들 영화 각본도 짜고 있대." 딘은 카스티엘을 따라 거실로 나가며 햇빛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거기엔 도 나온다고 하고."




카스티엘은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그러면 누가 내 역을 맡는대?"




그 날 처음으로 딘의 표정은 진지하게 변했다. "그들은 모건 프리먼이 캐스팅되길 원했는데, 너무 '진지하다고' 하더라."



카스티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진지함은 좋은 거야. 사실 난 그 사람이 저번에 네가 말해준 감옥 영화에 나왔다는 거 빼면 누군지 잘 몰라."



딘은 한숨쉬며 식탁 앞에 앉았다. "그건 별 문제되지 않을거야. 아무도 그 분을 못 찾았대. 다들 죽었다고 생각하던데. 미시시피에서 그를 찾으려고 비밀 조사관까지 붙였는데, 그 사람들은 LA에서 브란젤리나 커플[각주:5]을 찾는 데에 더 집중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는 출연하지 못할 것 같아."




카스티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렌지 주스를 따른 뒤 창 밖의 바다를 쳐다보며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현재 딘은 괜찮아 보였지만 그는 그 모습이 언제까지나 일시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가슴에 문신했던데." 딘이 꿈을 꾸듯 말했다.




"모건 프리먼이?"




"아니, 멍청아. 로다주말야. 여기에 악마 퇴치 문양을 그렸다고."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켰고 얼굴이 둘로 쪼개질 것 마냥 크게 미소지었다. "아이언 맨에서 인공 심장이 있던 곳이잖아. 정말 멋지지 않아? 나 그쪽에 키스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알았어, 딘. 이제 좀 무서워진다."




딘은 한동안 침묵에 빠져 카스티엘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지만 카스티엘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걸 딘도 알고 있다고 느꼈기에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캐스. 오늘은 정말 중요한 일이 있을거야." 마침내 딘이 말했고, 카스티엘이 껄끄럽다고 느껴질 만큼 또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카스티엘은 그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뭔데?"




딘은 미소지었다.



"너한테 수영 가르쳐주기."




~~~




바닷물은 차가웠고 딘은 인내심이 없었지만, 그는 한 시간 동안 카스티엘이 수영할 수 있도록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두 시간이 지나자, 그는 딘보다 수영을 잘하게 되었다.



두시간 반이 지나자, 딘은 샐쭉해져서 별장으로 터덜터덜 올라갔다. 




카스티엘은 수영을 즐겼다. 특유의 무게감은 그가 날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혀 끝에 닿는 바닷물의 날카롭고 강한 맛은 신선했으니까. 그는 피부가 햇빛에 그을릴 때쯤 되자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는 물 밖으로 마지못해 나왔다. 그는 인간의 몸이 얼마나 상하기 쉬운지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는 멕시코에서 이미 충분히 탔으며 그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도록 할 수는 없었다. 



샌디에이고로 향하던 보트에서 딘이 티셔츠를 벗었을 때, 그는 딘의 하얀 피부를 보고 놀란적이 있었다. 그의 팔 아래나 종아리, 얼굴은 갈색에 가까웠기에 카스티엘은 그의 몸 전체가 다 탔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가 왜 그런 거냐고 물었을 때 딘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자신의 어깨를 가리켰었다. 



"네가 남긴 손자국 때문에." 그가 씁쓸하게 말했다. "누가 볼까봐 맨날 옷으로 가렸다고."




오늘도 딘은 티셔츠를 계속 입고있었다. 카스티엘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는데, 몸은 이미 어느 정도 그을린 것처럼 보였다. 그는 딘을 화나게 하는 목록에 손자국을 추가했다. 그 생각은 난 딘보다 더 빨리 헤엄칠 수 있어로 이어졌고, 카스티엘은 매우 흡족해했다. 




그는 모래밭으로 돌아오는 동안 별장 뒤에 있는 나무들의 그을린 자국을 바라보았다. 작년에 샌디에이고에서도 화재가 일어났고 대부분은 캘리포니아로 넘어갔다. 그게 충분하지 않기라도 한 듯이, 연달아 닥쳐온 쓰나미와 화산 분출로 인해 몇몇 집들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곳에 따라서 해안선은 완전히 깨끗해보였다.



어제 딘이 이곳은 현실같지 않다고 했던 말이 옳았다. 정말 꿈만 같았고, 다른 이들이 악몽을 꿀 수 없도록 만드는 곳 같았다. 




"내일 떠나자." 그는 별장으로 돌아가 딘에게 말했다.




"그래, 그러자." 딘은 그에게 수건을 던져주며 대답했다.




"캐스, 너 지금 아이언 맨의 카펫에 물 흘리고 있잖아."




~~~



그들은 함께 집 문턱에 앉아 다리를 달랑거리며 달이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았고, 그들의 뒤에는 은은하게 타는 촛불이 놓여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웠지만 카스티엘은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그를 아프게 만들었다.



"죄책감 없이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딘은 카스티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그를 빤히 관찰하며 말했다. 그는 맥주 한 모금을 마신 뒤 병을 옆에 내려놓았다. 카스티엘은 손에 들린 커피잔을 꼭 쥐며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는 시선을 옮겼다. 



"여기는 천국이야." 그는 딘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길 바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지구에서 찾은거지."



딘은 코웃음치고 수염을 만지작댔다. "에이, 설마. 넌 천국이든 뭐든 다 봤을 거 아니야. 천국에 대한 것도 어느정도 알고 있을거고." 




고개를 끄덕이는 카스티엘의 입가엔 미소가 어려있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여기가 더 나아. 적어도 여기는 인정할래. 무언가가 느껴진다고."



"가끔 넌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느끼더라." 부드럽게 말하는 딘의 눈은 지평선을 향해 있었다.



딘의 마음이 열려있는 듯 보였기에, 카스티엘은 그 기회를 잡았다. "그 꿈은 떨쳐버릴 수 있을거야." 그가 확실하게 말했다. "그냥 시간을 좀 가져."




딘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캐스."



"어젯 밤에 네가 비명을 질렀던 건 그냥 넘어가기 힘들어, 딘. 아니면 네가 지난 몇 달 간 잠을 자지 않았던 일, 혹은 네가 이겨내지 못하는-"



"어떻게 하면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가 '우리 한 번 밤새도록 감성적으로 놀아보자'가 될 수 있는건데, 캐스? 제발. 좀 내버려 둬. 천국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망치지 마."



좌절한 카스티엘은 모래만 내려다보았다. "너처럼 고집센 사람은 처음본다, 딘. 넌 참 난감해."



"네가 바비와 오랫동안 못 지내봐서 그래." 딘은 크게 웃었지만 마음 속에 들어찬 고통을 지우고 싶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다시 맥주병을 집어들고 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들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고, 해안선을 따라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딘이 욕을 내뱉자 카스티엘은 하마터면 뛰어오를 뻔 했다.



"왜 그래?" 그가 놀라서 물었다.



"시계가 움직이지 않아. 젠장, 방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네."



"그거 벗어두고 바람에 좀 말리면 괜찮아 질거야."




딘이 손목에 찼던 시계를 벗고 너무 짧은 손톱으로 도금을 긁어대는 동안 카스티엘은 재밌다는 듯이 웃고있었다. 카스티엘이 딱하게 쳐다보기 전까지 그는 계속해서 짜증 내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손에 든 커피를 내려놓고 그를 향해 좀 더 가까이 움직였다. "줘 봐. 내가 할게."




딘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시계를 찰싹 때리며 한숨 쉬었다. "헛수고야. 완전 꽉 막혔어. 새 거 하나 사야할까 봐."




카스티엘은 3초만에 시계를 열었다. 그는 건전지를 빼고 부속품들을 카펫에 널어놓고는 달빛 아래 시계의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됐다." 그가 말했다. "좀 기다리면 괜찮아 질거야."




그가 딘을 올려다 보았을 때, 딘은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딘의 눈빛 속에는 자기 자신을 두렵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고, 카스티엘은 딘이 오늘 밤에도 자러 가고 싶지 않음을 깨달았다. 딘은 겁에 질려 보았다. 그는 꿈이 시작된 뒤로 매일 밤마다 겁에 질려 보였다.




"좀 기다리면 너도 괜찮아 질거고." 카스티엘은 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딘의 목에서 긴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에도 한 번 들은 적 있던, 굉장히 슬프고 절망적이라 거의 흐느낌에 가까운 소리였다. 카스티엘은 입을 열고 도대체 뭐가 잘못된거냐고 물으려 했지만...






...그가 하려던 말은 딘이 몸을 기울이고 입술을 밀어붙이자 사라지고 말았다. 





카스티엘은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그는 수도 없이 상상하고 수많은 전투를 치러왔지만 딘 윈체스터의 입술은 어떤지 느낄만한 준비는 전혀 되지 않았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뜻밖의 일이었기에, 그는 그저 호흡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의 팔에 있는 모든 털이 쭈뼛 서는 듯 했고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딘의 입술은 따뜻했고 맥주 맛이 났으며 그의 숨결은 따뜻하고 상냥했다. 카스티엘은 눈을 뜨고 있었지만 딘은 감고 있었기에 그는 달빛에 정교하게 비치는 딘의 속눈썹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도 눈을 감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모든게 끝났다. 




딘은 다시 몸을 뒤로 젖혔다. 그는 그제서야 눈을 떴다.




카스티엘은 누군가가 망치로 가슴을 때린 것 같다고 느끼며 다시 호흡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딘이 그에게 키스했기 때문에 모든 세상이 뒤바뀐 기분이었다. 그는 이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젠장." 딘이 말했다.




카스티엘은 말할 수도 없었다. 그는 쳐다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도 안 믿어진다. 내가.... 맙소사. 미안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




카스티엘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딘의 표정은 순식간에 미안함에서 패닉으로 바뀌었다. "시발, 시발. 미안해. 이럴 수가. 진짜 미안해. 나도 내가 그렇게 했다는게...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넌 그냥..." 그는 이를 악물며 숨을 참았고 정신을 차린 뒤 카스티엘에게서 뒷걸음질쳤다. 




"캐스,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아마 술 때문일거야. 내가 하려고 한 게 아니야. 좀 취했나봐. 한동안 멕시코 술만 마셨었잖아 - 역시 우리나라 술이 세네. 그래. 그래서 그런거야."



카스티엘의 얼굴은 그에게 향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딘의 얼굴은 일렁이는 촛불에 묻혀 마치 악마에 씌이기라도 한 것처럼 눈이 검게 보였다. 잠깐동안 카스티엘은 이 일이 일어난 데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딘은 잠시 그를 쳐다보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가버렸다. 침실 문이 세게 닫혀 거실에 있는 촛불 절반을 꺼트리고 말았다. 




카스티엘은 어둠 속에 앉아 몸 속에서 바퀴가 굴러다니는 느낌에 배를 움켜잡았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도 충격받아 딘을 쫓아갈 수도 없었다. 






딘이 그에게 키스했다.






카스티엘은 지난 7년 동안 그를 봐왔지만 한번도, 절대로 딘이 그에게 키스하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들은 친구였고, 그게 전부였으니까. 카스티엘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딘은 여자를 좋아했고, 그도 여자를 좋아했다. 둘 사이에 명백하지 않은 부분은 절대 없었다. 딘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를 그렇게 쳐다보거나 만지고 싶다고 원한 적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일어나고야 말았다.




카스티엘은 카펫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손목 시계를 쳐다보며 이게 무엇을 뜻하는 지 떠올려 보려했다. 앞으로 딘과 그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그 일이 존재할 것이었다. 딘이 그에게 매력적인 모습을 발견했다는 생각은.... 그는 그저 앉아있었을 뿐인데 그런 일이 일어났고... 간단히 말하자면 그도 그것을 즐겼다... 




그의 시선은 딘이 남겨두고 간 맥주병으로 향했다. 갑자기 그는 병을 집어들고 입에 가져다 대 마치 루시퍼를 사냥할 때 했던 것처럼 모든 일을 흐릿하게 만들고 싶다는 충동에 빠졌다. 그의 인생은 너무나도 단순했었다. 복잡하지 않았다. 그는 먹고, 자고, 취하고, 잠자리를 함께하고 다퉜다. 그 이외에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었다. 아주, 아주 단순한 일이었다.



딘도 전에는 단순했었다. 그에게는 루시퍼를 죽여야한다는 목표와 임무가 있었고, 절대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 그 결과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 그는 통제력을 잃었고, 방황했으며, 전에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야 말았다. 카스티엘이 그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딘이 자신을 마주하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이르고야 말았다. 딘은 당황하고, 패닉에 빠져 견뎌낼 수 없는 상태로 카스티엘을 마주하게 될 것이었다. 딘은 약해지는 것을 싫어했는데, 과연 어느 누가 다른이에게 키스했다는 사실보다 더 약해질 수 있을까? 



그 생각과 함께, 카스티엘은 약간의 옷을 챙겨입고 카펫에 널려있던 물건들을 챙겨와 소파에 편안하게 앉았다. 그리고 세 시간 뒤 완전히 차려입고 어깨에 가방을 걸친 딘이 방에서 몰래 빠져나왔을 때, 카스티엘은 간단히 눈썹을 치켜 세우고는 말했다. 



"나 없이 어딜 간다고?"



"아닌 것 같은데."




딘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는 돌아서서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3-2 보기 →


*역자의 말

딘과 캐스는 달달해야 제맛 ;-; 캐스가 자기보다 수영 잘한다고 삐진 딘도 귀엽고 살 탈까봐 걱정하는 캐스도 귀엽구 ㅠㅠ

심지어 딘이 캐스한테 키스라니이이이!!!!!!!!!!!!!!!!! 할렐루야!!!!!!!!!!!!!!!!!!!!!!!!!!!!! 근데 왜 부정하고 그래ㅠㅠㅠ그냥 네가 하고 싶었다고 그래ㅠㅠㅠㅠ어딜봐서 술 때문이야ㅠㅠㅠㅠㅠ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그나저나 귀엽기도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키스 한 번 했다고 부끄러워서 캐스 없이 도망치려다가 딱 걸렸엌ㅋㅋㅋㅋㅋㅋ무슨 아내한테 바가지 맞고 몰래 집 나오려는 남편(...) 이 생각나 뻘하게 웃음터지는 부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pt.3이 제일 진국이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 참 많이 나왔거든요 ㅠ0ㅠ

이 뒤에 이어질 내용도 재밌으니 기대해주세요 X)


교정은 천천히 하겠습니다.


*각주

  1. 롴ㅋㅋㅋ닼ㅋㅋㅋ줔ㅋㅋㅋ랔ㅋㅋㅋ닠ㅋㅋㅋㅋㅋㅋ 이 대목에서 정말 빵 터졌습니다. 작가님의 세계관 재밌어욬ㅋㅋㅋㅋ샤이아 라보프가 딘의 역할을 맡질 않나, 로다주가 딘의 팬이지 않나 ㅋㅋㅋㅋㅋㅋ작가님 센스쟁이!! [본문으로]
  2. 이렇게 되면 이 팬픽속 <루트 666>의 캐스팅은 딘 - 샤이아 라보프, 샘 - 잭 에프론, 존 윈체스터 - 로다주 이렇게 되는거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번역하다가 데굴데굴 구르는 중. [본문으로]
  3. Dear Diary, 하는 부분은 뱀파이어 다이어리나 마매팻다를 떠오르게 만드네요. [본문으로]
  4. starsturck을 찰지게 번역하기 위한 몸부림(...) 요즘 흔히 쓰이는 덕통사고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네요. [본문으로]
  5.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