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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

[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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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ursday's Child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이후. (2014년) 퓨쳐캐스와 딘이 나옵니다. 말투 조심!
(캐붕 아니에요ㅠㅠㅠㅠㅠ)




2. Zihautanejo ~ The ‘Sidewinder’ (3)



주유소에 도착하고나서야 딘은 그를 깨웠고, 따라서 그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는 세면대 앞에 서서 물로 얼굴을 적셨다. 따뜻한 수돗물에서는 미묘한 흙냄새가 났다. 그에게선 열이 났으며 몸은 땀으로 축축했고 초라해 보였다. 그래도 이제 두통은 가셨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던 복통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햇빛을 가리며 깨진 거울 사이로 악마들이 사진을 통해 뒤쫓고 있는, 지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사진과는 딴 판이었다. 어딜 보나 보통의 인간처럼, 연약하고 망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한숨을 내뱉은 뒤 다시 햇빛 속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순간 지프가 사라져 딘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줄 알고 패닉에 빠졌지만, 눈부심에 적응되자 지프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기진맥진하게 차에 올라타다 딘이 올려놓은 샌드위치를 거의 깔고 앉을 뻔 했다. 



"치킨맛이야." 그의 친구가 무릎위에 올려놓은 지도를 내려보며 말했다. "경고하는데 그거 되게 맛없어."



"고맙다." 카스티엘이 말했지만, 그는 대시보드 위에 샌드위치를 올려놓고 창밖을 쳐다보았다. 



"우리 라파즈[각주:1]로 떠날거야." 딘은 그가 볼 수 있게끔 지도를 들어 라파즈를 콕 집어주었다. "만에서 배 타고 건너가야 돼."



"라파즈에 뭐가 있길래?"



"샌디에이고로 갈 보트."



카스티엘은 얼굴을 찌푸렸다. "배를 타고 국경선을 넘는다고? 국경 수비대는 어쩌고?"



"국경 수비대가 ?" 딘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지도로 눈을 돌렸다. "걔네 아직도 쓰나미 뒷처리 하느라 바쁘대. 카를로스 말로는 지난 몇 개월 간 배타고 미국으로 간 멕시코인들이 십 년 간 국경 넘은 사람들보다 더 많다더라. 난장판이지."



"카를로스는 누구야?"



딘은 또다시 어깨를 으쓱였다. "헌터. 멕시코에 처음 왔을 때 나랑 연락한 사람인데 도움을 많이 주셨어. 음...내 팬이더라."



카스티엘은 혀로 입술을 적시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팬이라고?"



"어. 그 책 있잖아." 그는 손사래를 쳤다. "영화쪽은 아니고. 취향이 좀 있나봐."



"너 이름값 하는구나." 카스티엘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와, 멋지네. 팬도 생기고."



"잘 된 거 아니야?" 딘은 지도를 치우고 시동을 걸었고, 카스티엘은 그의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은 카스티엘을 웃게 만들었고, 딘이 경멸조로 쳐다보자 그는 더 크게 웃어재꼈다. 



"나 아직도 네가 <루트 666> 좋아하는 거 용서 안했다." 딘이 씩씩거렸다.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너한테 완전 실망했어." 



"그걸 어떻게 안 좋아하고 배겨? 샤이아 연기 잘하던데."



"걔 완전 얼간이니까 아무 말도 하지마." 



"잭 에프론이 샘 역할 잘 맡은건 인정해야 할 걸." 



"쓰레기야."



"마이클 베이가 트럭가지고 잘 했잖아. 그게 CG라는게 안 믿겨져."



"캐스, 경고하는데..."



"너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마, 딘. 난 예수와 전혀 안 닮은 사람을 캐스팅한 영화들 숫자 세는 것도-" 



"캐스! 제발! 그냥 좀 닥쳐!"




카스티엘은 입을 다물고 그저 웃기만 했다. 그는 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도로를 쳐다보다 샌드위치를 집어들었고, 포장지를 까다가 도로 집어넣고 말았다. 그가 이틀 째 아무것도 안 먹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는 아직 음식을 먹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먹기 싫으면 내가 먹을게." 딘이 그에게 말했다.



"엄청 맛없다면서." 



"뭐, 그랬지. 그래도 나 아직 배고프다고."



카스티엘은 고민하다 샌드위치를 넘겨주었다. "나 지금 돈 한 푼도 없어." 그는 술집에서 자신이 카드로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떠올리며 말했다. "너는?"



"아직 충분해." 딘이 콧방귀치며 웃었다. "이제 스페인어 뿐만 아니라 영어도 못하는 척 해야할 차례네."



"어떻게 하는지 배워야겠어." 



딘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너 형편없잖아. 그래도 포커치는 건 봤는데 꽤 잘하던데. 아쉽게도 포커치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카스티엘은 침묵에 빠져 창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멕시코에서 그가 본 풍경은 선인장과 관목밖에 없었다. 그것들은 길에 있는 모든 차들과 함께 간신히 버티고 있었고 지프가 지나간 자리에는 먼지 구름이 날렸다. 그것 때문에 카스티엘은 목 뒤쪽에서 먼지 맛이 올라온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왜 여기로 왔어?" 그가 물었다.



딘은 심호흡을 한 뒤 내뱉었다. "뭐 어때? 어디든지 내가 있는 곳보단 낫겠지."



~~~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 운전하다 모텔을 찾기엔 도시에서 꽤 먼 곳까지 왔기에, 그들은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불을 지펴 잠자리를 만들었다. 딘은 카스티엘이 모르는 어떤 이유 때문에 불안해보였다. 그가 말할 때마다 딘은 예민하고 불안하게 손가락을 딱딱거렸다. 잠시 후 카스티엘은 그를 자극하지 않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카스티엘은 아직도 내일 일어나면 딘이 자기를 사막에 내버려두고 떠날 거라고 반쯤 확신했다. 딘은 동료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는 이번에 딘이 자신을 떠난다면 자신이 영원히 무너질 거라는 걸 알았기에 그 사실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난 밖에서 자는게 싫어." 그들이 누워 별들을 쳐다보는 동안 딘이 투덜댔다. "견뎌야 하는건 아는데, 늘 빌어먹게 불편해." 



정말 피곤했던 카스티엘은 적어도 쓰레기 더미에서 자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 침묵이 흐르고 그들 사이에 벌레들이 우는 소리와 장작 타는 소리만이 들릴 때, 그는 딘이 움직이며 슬프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너 아직도 안 자?"



"잠이 안 와서." 카스티엘은 딘이 성가시게 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 그가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며 중얼거렸다. 



둘 사이에는 또다른 침묵이 흘렀는데, 카스티엘이 깜빡 졸기 시작할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그가 거의 잠에 들었을 즈음 딘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다시 봐서 기쁘다, 캐스."



그저 꿈이란 걸 알았기에, 카스티엘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



카를로스는 40대의 어부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햇빛에 오래 그을린 탓인지 피부에 주름이 가득 패여 훨씬 나이 들어보였다. 카를로스의 눈은 선명한 파란색이었고 그의 치아는 카스티엘이 지금까지 봐온 것중에 가장 하얬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그는 정말 눈에 띄었으며, 카스티엘은 그를 보면 볼수록 정감이 생겼다.




그건 카를로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홀라, 엔젤."[각주:2] 그는 카스티엘의 손을 잡고 흔들며 초조하게 말했다. 그러다 그는 성호를 그은 뒤 카스티엘과 눈을 마주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마냥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카스티엘이 한숨 짓자 딘은 자신의 얼굴에서 짜증난 표정을 감추려했다. "이젠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그는 카를로스의 팔을 두드리며 말했다. 헌터는 약간 당황한 것처럼 보였고, 카스티엘의 손을 꽉 붙잡았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도우라고 당신을 보내셨잖소." 그가 두껍고 경쾌한 억양으로 말했다. "그게 가장 중요한거지."



카스티엘은 종교적 믿음에 대처하는 법을 알지 못했기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지만, 딘이 그를 구해주었다. "자자, 애무는 그만 하시고. 라파즈로 데려다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 그 다음엔 어떻게 하죠? 샌디에이고에 같이 갈거에요?"



카를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을 돌봐줄 친구가 있긴 하지만, 그 전까지는 내 눈 밖에 내보내고 싶지 않네. 둘 모두 우리에겐 특별한 존재니까."




이제는 딘이 불편해보였다. 카스티엘은 그를 향해 짓궃게 웃었다. "아, 그렇죠. 딘은 아주 특별해요."



"사탄을 죽였으니까." 카를로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을 지켜줄 만한 이유지."




딘은 금방이라도 토할 것처럼 굴었고, 카스티엘은 딘이 애초에 사탄이 지옥에서 나오게끔 도와준게 자기 자신이라고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래 전, 카스티엘이 식당에서 만난 노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가 한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카스티엘이 온라인에서 읽은 글들이나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어보면 말이다. 모두가 샘이 루시퍼를 승낙했다고 알고있었지만, 카스티엘은 샘이 그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 궁금해졌다. 




"그럼 언제 떠나요?" 딘은 약간 숨이 막힌 듯한 목소리를 냈다. 




"아침에. 오늘 밤은 나랑 같이 보내자꾸나. 딘과 카스티엘. 굉장히 영광이라네."  그가 카스티엘의 이름을 '카스틸-' 로 발음하는 바람에 카스티엘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와, 우리 영광스러운 사람이네." 그의 말에 카를로스는 마치 누가 빛이라도 켠 것처럼 환히 미소지었다.




~~~




다음 날 그들은 배를 타고 라파즈로 향했고, 카스티엘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물을 무서워하는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간신히 배 난간을 붙잡고 서있었지만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히 젖어있었고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는 다른 일은 다 제쳐두고 바다에 빠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모든 본능은 그에게 죽을지도 모른다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카스티엘은 이유를 찾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 멀미해?" 어딘가에서 딘이 나타나 그의 등을 두드리는 바람에 카스티엘은 하마터면 뛰어오를 뻔 했다. 



"아니." 그는 투덜대며 갑판에 주저앉았다. 딘은 난간에 올라타 킁킁대다 내려와 카스티엘을 내려보았다.



"그럼 왜 그렇게 죽을 것같이 보이는데?" 



"난 천사였잖아." 그는 목소리에서 두려움을 숨기며 애써 당당한 척 말했다. "날개가 있었다고."



딘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래서?"



"날개와 물은 섞이지 않아. 만약 내가 바다로 떨어지면 무게때문에 점점 가라앉을 걸. 내 생각엔... 내 잠재의식은 아직도 기억하는 것 같아. 그리고 그건 날...불안하게 만들어."



딘은 씩 웃었다. "물이 무섭다고? 그거 좀 한심한데." 



카스티엘은 콧방귀를 뀌었다. "적어도 누구보다는 나는 거 안 무서워해."



딘의 얼굴은 즉시 굳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탔던 비행기들은 정말로 사고날 뻔 했다고. 좀 예민하다고 해서 뭐라 할거야?"



파도에 배가 넘실대는 동안 카스티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을 거야. 걱정마." 딘은 그의 표정을 읽으며 약속했다. "이 배가 샌디에이고까지 갈 거라고는 장담 못해도, 꽤 튼튼해보이거든." 



"덕분에 안심된다." 카스티엘이 음울하게 대답했다.




딘의 목소리가 한동안 들리지 않았기에, 카스티엘은 그가 어디로 갔을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눈을 뜨자 난간에 몸을 숙여 손으로 물장구치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보라는 그에게서 무지개를 튀겨냈고, 카스티엘은 어깨 너머로 그를 쳐다보았다. 카스티엘이 다가오자 그를 향해 고개 돌린 딘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적어도 십 초 동안은 예전의 딘이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는 내리쬐는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뜨고 바지에 손을 닦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카를로스가 음식을 가져왔대." 그가 말했다. "물에 빠진다는 생각은 잊게 만들 걸. 가자."



이상하게도 그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그가 예상한 대로는 아니었다. 딘이 웃고 떠들며 세 병의 맥주를 마시고 난 뒤 엄청난 멀미를 겪자, 카스티엘은 웃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





로렌스를 제외하면, 라파즈는 루시퍼가 지상으로 올라온 뒤 카스티엘이 본 장소 중 가장 정상적이었다. 라파즈는 종말이 시작된 후 주요 산업이었던 관광 수요가 줄어든 어촌이었지만, 그에 상관없이 번창한 듯 보였고 마을 주민들도 명랑해보였다. 그들이 환영받는다는 점에서도 잘 된 일이었는데,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배를 타려면 나흘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나흘 동안 카를로스는 그들을 돌봐주었고, 카스티엘에게는 안정을 취할 시간과 다른 걱정할 것 전혀 없이 딘을 탐구할 기회가 주어졌다. 



딘이 걱정되기 시작될 때 까지는.




딘은 남의 눈을 피해 잘 숨어있었지만 - 카스티엘도 알고 있듯이 그는 속임수의 대가였으니까 -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는 예전보다 더 쾌활해 보였는데, 그건 아마 캠프에 갇힌 죄없는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일이나 루시퍼를 죽이는 방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러나 쾌활함은 겉치레일 뿐이었다. 그의 웃음 뒤에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고, 카스티엘은 그 모습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그 이유가 샘 때문이라는 걸 알았지만, 딘은 애써 피하고 있었다.




딘이 잘 때도 마찬가지였다. 딘은 카를로스가 구한 넓고 멋진 하숙집에서도 방을 따로 쓰자고 우겨댔다. 카스티엘은 여태까지 딘이 각각 다른 방에서 자자고 꾸준히 제시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별을 보며 함께 누웠던 그날 밤은 사실 딘이 무척이나 피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카스티엘은 그가 어떠한 이유 때문에 일부러 깨어있을거라고 추측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잠을 자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는 게 두렵다는 듯이.



라파즈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 카스티엘은 딘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꾸는 악몽이 얼마나 심각할 지 떠올려보았다. 




"여기가 그리울 거야." 딘이 길 건너편에 있는 밝은 색깔의 마켓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기가 넘치는 곳이잖아."




카스티엘은 빵 한 조각을 북 찢으며 한숨 쉬었다. "미국은 멕시코의 절반도 못할 것 같아."




"텍사스가 다시 연방에 합류했다는거 들었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했나 봐." 




카스티엘은 샌안토니오의 거리에 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잘 됐네. 자존심은 사람들을 먹여살리지 못하니까."




딘은 자신의 수염을 긁적였다.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카스티엘은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딘이 멕시코를 떠나게 된 데에는 자신의 잘못이 컸으니까. 그는 국경을 넘을 때까지도 자신을 쫓아오는 악마를 보진 못했지만, 딘은 그렇다고 거의 확신했다. 그들은 미국으로 가서 악마들을 따돌려야만 했다. 이 곳은 평화를 누릴 마지막 기회였다. 




딘은 그에게 딸기를 던져 그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카스티엘은 순간 움찔했다. "미국으로 가면 어디로 떠날거야?" 그가 물었다.




카스티엘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딘은 눈을 찌푸렸다. "나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야, 캐스. 우리 이제 제 갈길 가야한다고." 




"그럼 그 때까지는 같이 있고 싶은데."




"고집센 자식."




"최고한테서 배웠지." 그는 딘을 향해 웃어보였지만 딘은 아니었다. 서로에게 버릇없이 굴고 서로가 한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모욕을 주는 일은 지나치리만큼 일상적이라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건 짜증나는 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편안하기도 했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상실감을 덜어주는 데에는 충분했다. 



"너 많이 달라졌다, 캐스." 그들이 한동안 건너편에 있던 마켓을 쳐다본 뒤에 딘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너 진짜 너 안 같아."




"뭐, 지금은 정신이 말짱하니까." 




"그래, 그러겠지. 근데 너 천사였을 때처럼 뻣뻣하고 융통성 없는 애는 아니었잖아. 약간 어중간한 상태인 것 같아. 넌 너만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거지 누가 군대식으로 주입시키거나 한 건 아니잖아." 



카스티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난 네가 어딜 가든지 칭찬을 좀 받았으면 좋겠어."




딘은 킬킬 웃어댔다. "난 그냥 입 다물고 네가 알아서 생각하길 바라야겠네."




"멍청이."[각주:3] 카스티엘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내뱉었지만, 그의 말에 딘의 눈가가 긴장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그 말이 원래 샘이 주로 사용했던 단어임을 깨닫고는 딘을 미안하게 쳐다보았다. "미안해."




딘은 고개를 저었다. "괘,괜찮아."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가서 커, 커피나 가져올게."




카스티엘은 그가 말을 더듬었다는 점을 통해 얼마나 속이 문드러졌을지 생각하며 그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무도 잠 없이는 살 수 없었다. 아무도 죄책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순 없었지만 딘은 그것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애써 숨기려 했다. 딘은 이미 공허해보였다. 그는 지난 몇 달간 그래보였다.




그가 아무 불평도 하지 않는다 해도 카스티엘은 그를 붙잡아야 할 거라고 확신했다. 




~~~



샌디에이고로 가는 데엔 사흘이 걸렸다. 그렇게까지 시간을 오래 보낼 필요는 없었지만 그들은 다른 배들의 시야에 걸리지 않도록 불안하게 지내야 했으며,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넓은 바다에 도착할 때 까지는 해안선을 타고 움직였다. 카를로스와 그의 일행은 사이드와인더라는 배 앞에 모였다. 더불어 그들과 함류하기로 한 이들 모두는 헌터였고, 그들은 본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숙이고 사방이 바다라는 사실과 그가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애써 잊으려 했다. 그를 진정시키는 사실은 딱 하나 뿐이었다. 바닷물은 소금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악마들도 헤엄치지 못한다는 것.




~~~



셋째 날 아침, 딘은 망가졌다. 그는 배에 오른 뒤로 절대 자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였다. 밤낮을 깨어 있으면서 휴식은 죄라고 여기는 듯이. 카스티엘은 정말로 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악몽이 얼마나 심하길래 눈을 감는 것 대신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 일을 택했을까?  



물론 자존심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었다. 딘은 자신이 악몽을 꾼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해보이지 않으려고 그 비좁은 보트 안에서도 잠을 자길 거부했었다. 카스티엘은 그를 말릴 수도 있었지만 대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딘이 자신을 해치든 말든 그의 선택은 존중받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카스티엘은 좁디 좁은 오두막에서 나와 아침 햇살을 맞으며 사이드와인더의 뱃머리에 앉아있는 자신의 친구에게로 향했다. 그는 딘 주위를 돌아다니며 그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딱딱 거리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도 신경쓰지 않고 그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주었다. 사흘이 지나자 그는 다른 이들이 자신을 찬양하며 마치 거룩하고 강력한 누군가처럼 여기는 일 때문에 많이 지쳐있었다. 첫날 밤, 카를로스는 그에게 친구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카스티엘은 그 일이 자신을 위선자처럼 만든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지만, 쳐다보는 시선은 여전했다. 카스티엘은 그들이 그에게서 무엇을 보든 간에 자신이 그 기대에 부응하길 바랬다. 



"캐스, 이것 좀 봐!" 




딘의 말에 카스티엘은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물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으며, 카스티엘은 마지 못해 난간에 손을 꽉 붙잡은 채 배 가장자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해볼만한 일이었다. 돌고래 한 무리가 파도를 가로질러 헤엄치다 바다를 향해 미끄러지며 어리석은 인간들로 가득 찬 보트에 쉽게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딘은 그의 옆에서 웃고있었고 카스티엘 자신도 본인이 물 공포증이 있다는 걸 잠시 잊어버린 채 웃고 있음을 깨달았다. 돌고래들로 인한 즐거움은 전염성이 있었다. 




"얘네 정말 뭔가가 있는 것 같아." 딘이 카스티엘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전에는 이런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즐거워 보이네." 카스티엘이 돌고래를 관찰하며 말했다.



"물고기니까 그렇지. 걔네가 걱정할 게 뭐 있냐? 당연히 즐겁겠지!"



"얘네는 물고기가 아니야, 딘. 포유류지."



딘이 콧방귀를 뀌었다. "와우, 캐스. 너 말하는 거 꼭 샘같아."



카스티엘은 돌고래를 쳐다보던 시선을 급히 그에게로 옮겼지만 그는 생각보다 차분해보였다. 딘은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에 드러나는 피곤함을 감춰주진 못했다. 그의 눈은 충혈됐고 피곤함으로 인해 부어있었다. 




"넌 잠이 필요해." 카스티엘은 자신이 천사였을 적 냈던 목소리로 딱딱하게 말했다. 



하지만 딘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잠은 죽어서도 잘 수 있잖아." 그가 뒤돌아서 난간에 몸을 기대 길게 젖히자, 카스티엘은 반사적으로 그가 떨어질까봐 옷깃을 붙잡았다. "만약 자고 있었으면 이런 광경도 못 봤을거라고."



"오후쯤에 샌디에이고에 도착한다고 하니까, 그 땐 자겠다고 약속해."




딘은 손을 으쓱하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이고, 이제 그만 하지?"




"네가 걱정돼서 그래, 딘."



"글쎄, 그냥 그만 해." 그는 조금 더 위협적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캐스, 내가 이래서 너와 같이 안 가겠다고 한거야.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잖아. 내 할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아무도 내 일에 대해 뭐라 할 자격도 없고."




카스티엘은 한숨 짓고 돌고래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그래. 알았어. 끄떡없다 이거지. 내가 잘못했네. 잠 안자도 문제 없고 괜찮다 이거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인간이 된지 3년 밖에 안 됐는데."



"거 참." 딘은 끙 소리를 냈고, 뭐라 말하려다 입에 물보라를 제대로 맞았다. 짜증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카스티엘은 그가 충격받은 표정을 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들이 샌디에이고에 도착했을 때, 딘은 부두로 두 발짝 걸어가다 까무러쳐 카스티엘을 죽을만큼 두렵게 만들었다. 



3-1 보기 →






*각주

  1. 멕시코 서부의 도시. [본문으로]
  2. “Hola, ángel,” 스페인어라 어감을 살리기 위해 발음만 번역. [본문으로]
  3. "Jerk."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