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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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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106294.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이후. (2014년) 퓨쳐캐스와 딘이 나옵니다. 말투 조심!

또한 시즌5 파이널 이전에 나온 글이라 약간의 설정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10. On the road (3)




딘이 방을 돌아다니며 그에게 입힐 옷을 찾기 위해 묵묵히 옷을 뒤지는 동안, 카스티엘은 타워로 몸을 돌돌 말고선 침대 끝에 앉아 몸을 떨었다. 공기는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얼어붙을 듯 싸늘했기에 그가 헤로인의 기운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고, 몸 전체가 얼음으로 가득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는 어지러웠고 속은 부글거렸지만 그가 느낀 건 오직 실망감뿐이었다.



그는 다시 약을 하고 말았다.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이 해야 이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 



옷더미들이 그의 옆에 놓여졌다. "여기. 옷 입어. 오늘 밤 여길 떠날거야."



카스티엘은 옷더미를 내려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떻게 찾은거야?" 그가 비참하게 콜록거렸다.




"컴퓨터에 남겨두고 갔잖아. 검색 기록이랑 네가 구글맵에서 얼마나 흥청망청 쇼핑해댔는지 봤을 뿐이고." 말을 멈춘 딘은 평정심을 찾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러다 다시 눈을 뜨고선 그를 위협적으로 쳐다보았다. "도대체 그랬어, 캐스? 왜 하필 지금인데?"




카스티엘의 입에선 두번 고려할 시간도 없이 말들이 줄줄 새나왔다. "척이 네가 죽는 꿈을 꿨대서."




딘은 얼어붙은 채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서 척이 어제 전화한...어제였나? 기억도 안난다." 카스티엘은 몸을 벌벌 떨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보는 동안 목이 잘려나갈거라더라." 




딘은 몇초간 침묵을 유지하다 확고하게 말했다. "글쎄, 걔가 틀린거야. 일어날 리는 없어."




"예언자잖아."




"전에도 틀린 적 있는 사람이지. 그런 일은 없을거야, 캐스. 그런 일은 없도록 하면 되잖아." 




딘은 그의 옆에 앉은 뒤 한숨을 내쉬었다. "왜 말 안해준거야? 갑자기 뿅 사라지고선 왜... 그런 짓을 한거고?" 그는 카스티엘의 팔을 잡아든 뒤 혈관에 난 세 개의 바늘 자국을 훑어보았다. 카스티엘은 당황하며 팔을 휙 빼냈다.




"잠깐만이라도 잊고 싶었어." 그는 시선을 피하며 톡 쏘아붙였다. "내가 이기적인 놈이라서 그래, 딘. 예지몽은 너와 관련된 거였고, 너 대신 내가 그렇게 되길 원했어. 넌 아마 벌컥 화냈을 걸." 



"너도 참 예민하구나, 그치?" 딘은 예민하다는 말을 강조하다 카스티엘이 고개 돌려 눈을 마주치자 미소지었다. "연약한 꽃처럼 말이야." 



"엿 먹어." 카스티엘은 툭 쏘아붙이긴 했어도 정말로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딘은 몸을 기대며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캐스, 나한테 비밀을 만들 생각은 하지 마. 척이 했던 말을 나한테 전해줬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 아냐. 널 막을 수 있었을거라고. 정말이야. 너 거기서 죽을 뻔 했잖아."




"별 일 없었잖아." 카스티엘이 방어적으로 대답했다. "전에 했던 것과는 다르니까."




그러자 딘은 코웃음쳤다. "네가 쾌락을 즐기는 동안 널 죽일수도 있던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밀매소에서 정신을 잃었잖아. 왜 이래. 농담하는건 내가 아니라 너같은데. 그거 진짜 멍청한 짓이었다는거 너도 잘 알거야."




"자제하기 힘들었어." 카스티엘은 자신의 목소리가 갈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불현듯 흐르는 눈물에 그는 어떻게든 진정해보려 필사적으로 눈물을 삼켰다. 젠장.



"바늘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썼어?" 



"아니."



"뭐, 적어도 하나는 잘했네." 딘은 그를 부드럽게 붙잡았다. "나한테서 거리두려 하지 마. 그런 일도 하지 말고." 



"척이 맞으면 어떡하지? 네가 죽는다면?"



"아닐거야."



"넌 그게 뭔지 모르잖아, 딘! 네가 만약 내가 보는 앞에서 죽으면 어쩔건데? 너 없인 아무것도 못해. 나도 죽을거라고!" 병적으로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지친데다 지난 몇달간 그를 괴롭혀온 슬픔은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또 그 말은 사실이기도 했다. 만약 딘이 죽는다면,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었다. 척은 한 명의 죽음만 본 게 아니라 두 명의 죽음을 본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딘이 죽으면 그가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신 그를 꽉 붙잡았고, 카스티엘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애처롭긴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딘은 따뜻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다 한숨쉬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리를 구부린 그는 카스티엘의 다리를 들어올려 그가 베개에 누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좀 쉬어." 카스티엘은 눈을 깜빡여 눈물을 흘려보내고는 그를 올려보았다. "오늘은 그냥 여기에 머무를거야. 좀 자두면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미안해." 카스티엘은 이미 백번이도 더 한 것처럼 느껴지는 말을 내뱉었고, 딘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네가 사과할 일은 하나도 없어, 캐스. 네가 말한대로 자제하기 힘든거였으니까." 그는 카스티엘의 눈을 한동안 응시하다 시선을 피하며 그의 코를 엄지와 검지로 꼬집었다. "난 언제나 내 자신이 엉망이라 생각했어. 수많은 심적 장애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근데 네가 이긴 것 같네." 그는 고개를 젓고는 다시 그를 마주했다. "캐스. 몇년이나 됐지만 난 아직도 네가 왜 나한테 집착하는지 모르겠어. 네가 천사라서 그런건지 그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어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죽는다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하는 건 진짜 심각한 일이거든, 캐스. 제발 그런 말은 하지마. 내가 없으면 못 살 정도로 나한테 몰두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나도 이런 기분은 사양이야." 카스티엘은 힘없이 말하며 떨리는 손으로 딘의 목을 쓰다듬었다. 피 없이 말끔한 목이었다. 아직은.



"그럼 그만 해." 딘은 그가 뭘 하고 있는지 깨닫고선 그의 손을 잡아 목에서 내려놓았다. "나도 네가 날 사랑한다는 건 알아. 이 미친 자식아.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아진 것처럼 보여도 무너지지 말라고. 강해져." 



카스티엘은 주저하며 그를 올려보았다. 몇 초 뒤 딘은 으쓱하며 손을 놓아주었다. "잠이나 자."



그가 깜빡 잠이 드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절망과 비탄으로 가득찬 꿈을 꿨다. 이번에는 아멜리아나 니콜라와 관련된 꿈이 아니었다. 이제 그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딘만큼은 아니었다. 




딘만큼은 아니었다.






~~~




카스티엘이 마약을 사는 데에 돈을 다 쓴 모양인지, 다음 날 아침 딘은 척에게 전화해 돈을 더 보내달라고 부탁해야만 했다. 척은 기꺼이 도와주었다. 서로 합의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척은 그들의 유일한 수입원이나 다름없었다. 어쨌거나 척이 번 돈도 윈체스터 영화에서 나온 것이었으니까. 



척이 그에게 말을 거는 동안 딘은 예지몽에 대해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카스티엘은 침대에 드러누운 채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 통화를 끊자 길고 불편한 침묵이 흘렀지만, 딘은 이내 매트리스에 무릎을 댄채 위쪽으로 올라와 베개를 치우고는 고개 숙여 카스티엘의 이마에 키스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거야." 그는 그렇게 말한 뒤 침대에서 일어났다.




카스티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뒤로 척의 예언을 다시 입 밖으로 꺼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삼 주 뒤, 작은 지역 신문사에 속한 창고 인쇄기 앞에 서있던 카스티엘이 뒤를 돌자 딘이 그에게 미소지었다. 그들은 아무 이유없이 가족과 친구들을 죽이기 시작한 ㅡ 악마임이 틀림없었다 ㅡ 여자를 쫓았지만, 그녀는 크고 시끄러운 빌딩 속으로 숨어든 뒤였다. 딘의 표정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그 여자를 찾은 것이 분명했다.




"딩동. 그 자식은 죽었어." 그가 카스티엘쪽으로 점잔빼듯 걸어오며 자신의 목소리가 인쇄기 너머로 잘 들릴 수 있게 큰 소리로 선언했다. 그러다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몸의 주인도 마찬가지고." 




카스티엘은 너무 지친 탓에 걱정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악마가 죽기전에 그 여자가 한 말은?" 그가 소리쳤다.




딘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없어.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저주걸면서 토해냈을 뿐이야." 그는 인쇄기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거 좀 멋진데. '1면은 인쇄를 중단합니다!' 요즘에도 이런 말을 쓰나?"




그를 흘긋 보다 눈을 돌린 카스티엘은 뭐라 지적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불편한 심정이 되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다 이내 잠을 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으로 이번 사냥은 끝났다. 내일은 다른 일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은 그런식으로 진행되었다.




"확인하고 싶으면 그 여자는 뒤쪽에 있어." 딘은 다른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더라. 여자가 아니라 악마가 저장한 번호가 몇개 있는 것 같아."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인 뒤 인쇄기 기계음에 주춤하며 그를 따라 건물로 내려갔다. 어쩌면 그들은 악마가 켜놓은 것처럼 보이는 그 인쇄기를 끌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고, 인쇄기들은 정말로 무언가를 인쇄하는게 아니라 그저 소름끼치게 철컥대며 웅웅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사실, 카스티엘은 이곳이 정말 사무실인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큰 롤로 둘둘 말린 종이는 약간 눅눅하고 곰팡이가 슬어보였으며, 어떤 것들은 찢어지고 축 늘어져있었다. 이 신문사는 언젠가 다시 운영될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닌 듯했다. 이번주 그들이 방문한 앨라바마 주의 몇몇 도시들은 여전히 시민에게 제공할 보금자리를 찾고있었다. 이곳은 미국의 궁핍한 지역이다. 루시퍼의 자취는 여전히 존재했다. 




딘의 뒤통수를 보며 걷던 그는 별안간 배가 따끔거렸다. 아마 위험을 알리는 신호일 가능성이 컸다. 무언가를 놓친게 분명했다. 곤혹스러움에 얼굴을 찡그린 그는... 딘이 바지에 쑤셔넣었던 콜트를 쳐다보다 깨달았다. 총성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는 것. 인쇄기 소리가 아무리 시끄러웠어도 콜트가 그 소리에 묻힐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딘이 악마를 죽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녀를 죽일 수 있었겠는가?




걸음을 완전히 멈춘 그는 주머니에 손을 뻗어 악마칼을 꺼내들었다. 딘은 몇 발짝 가다 멈추고는 뒤돌아보았다. "캐스?"




"넌 딘이 아냐." 캐스는 위협적으로 쏘아붙였다. 




딘은 놀란듯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곤 한숨을 내쉬며 셔츠를 벗어보였다. "나 악마 아니야, 캐스. 보여? 있어야 할 건 다 있잖아."




여전히 미심쩍었다. 카스티엘은 의심을 품은 채 그를 쳐다보았다. 딘의 표정은 짜증에서 즐거움으로, 그러다 다시 짜증으로 돌아갔다. "왜이래, 캐스. 정신차려! 악마 아니라니까!"




"콜트 없이 어떻게 죽인거지? 총소리를 못들었는데." 




"이 소음 안들려? 장난해? 당연히 못들었겠지!"




"들었을거야, 딘." 카스티엘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총 보여줘. 총알 썼는지 보게." 




딘은 그를 보며 눈을 깜빡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몇번 뻐끔거렸다. "좋아." 그의 입술은 자만심 가득한 미소로 뒤틀렸다. 




"잡혔네."



순식간에 그는 카스티엘을 향해 몸을 던져 손가락으로 눈을 할퀴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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