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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In the dirt 上

제목: In the dirt

저자: Valyria / 출처: https://archiveofourown.org/works/1964595

등급: Teen And Up Audiences (청소년 관람가)

줄거리: 가브티엘은 동생에게 마지막 호의를 배풀어주었다.










딘은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었다. 전에도 이런 게임을 해본 적 있으니까. 일 분 전까지만 해도 모텔 주차장에 있던 그는 성가신 대천사가 이마를 꾹 찌르는 바람에 종이접기 하듯 몸이 구부려진 상태로 이 곳에서 깨어났다... 그보다는 어느 시간대라고 하는 편이 맞겠지만.



(닥터 후에 나오는) 닥터가 이랬을 리는 없는데다 '커닝 페이퍼를 볼 시간이야, 디노.'라는 말에 이 모든 일이 가브리엘이 한 짓이라는 사실은 어느정도 명백해졌다.



따라서 딘은 겁먹지 않았다. 단지 짜증만 날 뿐이었다. 그는 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해야 마땅하지 이런 지겨운 천사한테 무의미한 짓을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재커라이어가 그를 끔찍한 종말이 일어나던 시간으로 보내버렸던 때처럼 노리고 한 것 같진 않았지만, 딘에게는 그 때와 별 다를 것 없는 바보같은 생각이라고만 느껴졌다. 날개달린 얼간이 하나가 고작 인간에게 교훈을 일깨워 주겠답시고 시간을 뚫고 슝 날려버렸으니. 




그는 가브리엘이 자신에게 '무엇을 가르치려하든' 간에 짧고 고통없는 시간이 되기만을 바랐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 이러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아포칼립스는 끝났다. 신은 가브리엘을 비롯해 수트 입은 지루한 천사들을 다시 데려왔고, 캐스는 승격되었다. 루시퍼는 미카엘과 함께 천사들의 일에서 배제됐고 딘과 샘은 뱀파이어나 유령같은 것들을 사냥하는 삶으로 다시 돌아왔다. 몇 년 동안 겪어왔던 천사와 악마 관련된 일에서 해방된 것은 잘 된 일이었다.




잠시 동안, 모든 일은 평범하게 돌아갔다. 그래서 장난을 즐기는 대천사가 딘을 갑작스레 찾아왔을 때 놀란 것도 사실이었고, 자신이 왜 부서진 자동차가 즐비하게 놓여있는 바비의 집 앞에 서있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그곳엔 한 번도 본 적 없던 큰 노란색 개도 한 마리 있었는데, 그래도 그 빌어먹을 대천사는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차차 알아갈 수 있는 곳에 그를 떨어트려 다행이라 해야할지도 몰랐다. 




딘은 시간 여행으로 인해 남은 역겨운 잔여물을 팔에서 털어내고 혐오감을 억지로 삼키고선 - 점심으로 먹은 햄버거와 감자 튀김이 올라오지 않게 애써야만 했다 -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비 아저씨!" 그가 페인트 칠이 다 벗겨진 문을 두드리려 손을 들며 소리쳤다.




다만 그의 주먹은, 아니 그의 팔 전체는 그 자리에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나무를 쑥 통과했다.




"워우."




좋아, 어쩌면 보통 때 하던 게임이 아닐 수도 있었다. 딘은 문에서 손을 빼고 조심스럽게 자신을 만져보았다. 그는 충분히 단단했고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맞았지만, 더러운 유리창에 손을 뻗자 손가락이 유리를 통과해 커튼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날 빌어먹을 유령으로 만들었냐?" 그는 가브리엘이 분명 어디선가 보고 있을 거라는, 어쩌면 그 이상으로 즐거워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에 가득차 낮게 으르렁거렸다. "미친놈."




뭐, 그가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를 지언정 적어도 유체 이탈을 경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한 서너 번쯤 됐을까. 딘은 어깨를 쫙 펴고 바비의 집 안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 지난 것 같지는 않았고, 기껏해야 몇 년 밖에 안 지난 것 같았다. 대부분의 가구들이나 때가 탄 야구 모자 컬렉션은 그대로였으며 바비가 평소 입던 자켓은 문에 걸려있었다. 딘은 집 안을 돌아다니며 소금이나 돌멩이같은 것으로 바비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집은 텅 비어있었지만 딘은 마침내 뒷편에서 바비와 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유령처럼 벽들과 가구들을 가뿐히 통과해 그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카렌 싱어가 살아 생전에 가꾸었을, 그러나 지금은 갈색으로 시든 풀들이 가득한 뜰에 있었다. 딘은 그들에게 가까이 가기 전에 자신이 지금 무엇을 보고있는지 알았다. 장작 더미 위에 키 큰 사람의 모습이 구부러진 실루엣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헌터들의 장례식이었다. 가브리엘은 누군가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를 이곳으로 보낸걸까? 그 정도면 괜찮았다. 다만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가 동생의 가쁜 숨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다름아닌 자신이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가브리엘?" 그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가브리엘은 나타나지 않았다. "역겹다고! 이게 뭐야, 무슨 크리스마스 캐롤에 나오는 스크루지 같은 거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면 이제 멋대로 굴기로 작정한 모양이지?"




천사는 여전히 변명하러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딘은 그 자리에 서서 지금껏 본 것중 가장 애처로운 장례식을 지켜보았다. 바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침을 힘겹게 삼킨 채 발을 움직이고 있었고, 샘은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타오르는 불꽃만 바라볼 뿐이었다. 때때로 그들은 불이 더 잘 타오를 수 있도록 장작을 더 올려놓기만 했다. 몇 시간이 지나면 인간의 몸은 뼈와 잿더미로 남게 될 것이었다. 딘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몇 발치 떨어진 곳에서 타오르는 것이 다름아닌 자신의 육신이라 생각하니, 휘발유와 살이 타는 냄새는 평소보다 더 역겹게 느껴졌다. 




"이거 진짜 거지같다."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너도 그래, 가브리엘."




몇 시간이 지나고, 샘과 바비는 딘이 혼자 남을 수 있도록 물러서서 한 고장난 자동차 보닛에 걸터앉고 밤을 마저 지새웠다. 그곳엔 오직 정적만이 흘렀지만 딘은 그들이 이따금씩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한테 말했냐?" 말을 꺼낸 사람은 바비였다.




"네." 대답한 이는 샘이었다.




"참 엉망진창인데-"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나서 말을 다시 꺼낸 샘의 목소리는 갈라져있었다. "이런 식으로 끝나면 안되는 거였어요." 




"나도 안다, 샘. 하지만 그는 원했을지도 모르지."




그들의 생기 넘치는 대화를 통해 딘은 다른 가족들이 그랬듯이 자신도 극적인 윈체스터 식으로 죽었을거라 짐작했다. 




새벽이 되기 전, 그들은 장작이 무너져 숯으로 변하게 내버려두었다. 시신이 불에 다 타버리자 그들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딘은 얼어붙은 잔디밭에 앉은 채 잿빛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놈의 대천사와 날개달린 멍청이들에 대해 투덜댔다. 그는 허기졌고 엉덩이에는 감각이 없었다.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샘과 바비는 모닥불 앞에서 다투는 듯이 보였지만, 그는 그들이 안에서 술을 마시며 그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혹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애통해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다. 




오전 여섯 시나 일곱 시가 됐을 무렵, 차 하나가 들어오자 딘은 복수로 가브리엘에게 성유를 쓰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심심해 죽을 맛이었던 딘은 호기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들어온 차는 그가 잘 모르는 하얀색 세단이었다. 잠시 동안 그는 차에서 내린 사람이 바비의 오래된 친구인 줄 알고 착각했지만, 그가 익숙한 모습으로 걸어오자 그게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캐스." 그가 말했다. "캐스!" 캐스는 그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므로, 또 그를 원래의 시간대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므로 크게 소리쳤다. 




다만, 그의 친구는 그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잿더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쪽으로 걸어가 시든 잔디 위에 서서 자신의 발만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러자 딘은 그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의 턱은 며칠 째 면도하지 못한 것처럼 까무잡잡했고, 볼은 푹 패였으며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보다 훨씬 말라보였다. 그가 입고있는 낡은 청바지와 자켓이 더 안타까운 모습을 자아내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인간처럼 보였다.




"오." 딘은 좀 더 자세히 그를 바라보았다. 캐스의 인상은 험해보였다. 딘이 거울을 볼 때면 마주하던 그 얼굴과도 비슷하게, 그는 헌터처럼 보였다. 딘은 이 시간대의 그가 인간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재커라이어의 미래에서 볼 수 있던 쇠약한 약쟁이보단 이 편이 나았다. 혹시 그는 세상에 내려와 인간처럼 되기를 택한게 아닐까? 애나가 그랬던 것처럼 은총을 도려낸 거라면? 




딘은 캐스가 이곳에 머무르길 원했을거라 생각했다. 종말이 끝난 지금, 캐스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었지만 딘과 샘이 궁지에 몰렸을 때 기도하면 그는 번쩍 나타나 적들에게 일격을 가하곤 했다. 그가 천사들의 임무를 수행하느라 바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딘이 기도만 하면 그는 어디든지 나타나 사냥을 도와주고는 일이 끝난 뒤 임팔라 뒷좌석에 앉아 있거나 그들이 축하용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딘은 그가 지구에 내려와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혹은 그의) 동료로 지내는 것을 즐긴다고 믿고싶었다.




그 생각이 들자 딘은 그가 날개를 사용하는 것 대신 차를 타고 왔다는 사실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전에도 인간성을 택한 적이 있으니까. 그가 만약 날개 대신 영혼과 선한 판단력을 얻었다면 잘 된 일일지도 몰랐다. 그는 위쪽에 있는 얼간이들에게 늘 과분한 존재였으니까. "빌어먹을 가브리엘 같은 놈들 말이지." 딘이 투덜댔다.




캐스의 예상치 못한 인간성과 성가신 가브리엘에 대해 몰두하느라 딘은 잿더미와 숯더미, 바로 자신의 화장용 장작더미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말았다. 




캐스는 바로 그의 옆을 지나갔다. 그가 입은 물빠진 청바지는 딘의 얼굴에서 겨우 두 발짝 떨어진 곳에 있었다. 딘은 그를 지켜보았다. 캐스는 재와 숯더미로 걸어가 손을 휘저어 매캐하게 피어오른 회색 먼지 구름과 퀴퀴한 탄내를 날려보냈다. 그는 신발이 재로 인해 더러워질 때까지 오랫동안 그곳에 서있다 발을 비벼 먼지를 날려보냈다.




그러자 딘은 이상하고 불편한 심정이 되었다.




비록 인간이 되었을지라도, 캐스는 딘이 태어나기 전에도 자신의 오래된 친구가 죽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수많은 죽음을 봐왔을 것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딘은 그가 죽음을 거의 해탈하듯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했다. 친구든 아니든 말 그대로 지구보다 나이 많은 이 천사에게 죽음은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딘이 뭐라고 그 범위에서 벗어난단 말인가? 캐스가 그를 알아왔던 시간은, 그의 인생을 통틀어 생각하면 눈 깜짝할 새나 다름없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었다.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생각은 가슴에 사무쳐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건 터무니없고 난처한 일이었다. 가브리엘이 분명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그는 자신의 닳고 헤진 외투 소매를 만지작거리다 심란한 마음으로 캐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을린 석고상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재에서 날리는 미세한 가루는 그의 머리카락에서부터 어깨를 따라 쭉 내려와 옷 주름에 내려앉았다. 




"너 거기에 서 있으면 안 된다고, 캐스." 딘이 말했다. "작별인사든 뭐든 하려면 옆으로 가." 




카스티엘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갑자기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미동 없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타버린 뼈와 나무 앞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타고 남은 재가 또다른 구름과 소용돌이를 만들었지만 카스티엘은 그저 사람들이 만든 동상처럼 가만히 있었다. 회색 재가 날려 그의 몸을 뒤덮을 정도였다.




"세상에, 캐스." 딘이 친구의 행동에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그는 적막에 쌓인 집을 흘긋 쳐다보며 샘이 언제쯤 일어날지 궁금해했다. 그라면 이렇게 비탄에 잠겨있는 천사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천사였던 사람을.




쿨럭이는 소리가 들려오자 다시 주의를 뺏긴 딘은 눈을 굴렸다. "잿더미 앞에 앉지 말랬지, 캐스. 네가 인간이라면 숨 쉴 때 그렇게-"




캐스는 방황하는 부처처럼 잿더미 앞에 앉아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앙상한 손으로 머리를 헤집고 있었다. 그 끔찍한 찰나의 순간, 딘은 그가 울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낮을 지언정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딘." 듣고있자니 가슴 아플정도로 슬픈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내 친구여." 




그게 전부였다.




딘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있었지만 카스티엘은 정말 오래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양이 나무 위로 떠오르자 창백했던 하늘은 점점 밝은 색을 띄었고 카스티엘은 그저 앉아있기만 했다. 




딘은 정말로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긴장한 천사와 자신의 무덤에 앉아있는 짓은 우울한 일이지 절대 재밌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가브리엘이 자신을 왜 가장 음울한 시기로 날려보냈는지 궁금해했다. 어쩌면 딘의 죽음이 불러온 나비 효과 때문에, 대천사는 그 일을 방지하기 위해 그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일 수도 있었다.




"한 번도 말한 적 없었지만." 캐스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네가 꼭 알았으면 좋겠다."




그는 마치 죽은 딘이 들을 수라도 있다는 듯이 잿더미를 내려보았다.




"난 네가 원하는 일은 뭐든지 해주었다." 그가 슬픔에 잠겨 말을 이었다. "널 위해 죽고, 널 위해 살았지." 그는 손으로 한 웅큼의 재를 끌어모아 손가락으로 쥐어댔다. "널 위해 떨어졌어." 재로 그을려진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뺨에 한 줄기 밝은 부분이 드러나자 딘은 공포를 느꼈다. 캐스는 울고있었다. "딘." 그가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더러운 손가락으로 머리를 웅켜쥔 카스티엘은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말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해주면 안 되나, 딘? 제발, 정말 모르겠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필사적으로 변했지만 영어로 말하는 게 아니었다. 아마 에녹어나 그 비슷한 언어일 것이리라. 




딘은 자신의 친구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에 충격 받고 말았다.




"애처롭지?" 




가브리엘은 갑자기 그의 옆에 나타나 잿더미 앞에서 흐느끼며 딘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처럼 재와 뼛가루를 그러모으는 카스티엘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장난해?" 딘이 벌떡 일어나 노여움에 쉭하는 소리를 내며 대천사를 내려다보았다. "이건 정말 아니지. 너보다 더 역겹다고!"




"알아. 참 비참하지." 그가 캐스를 다시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하느님이 가장 아끼는 아들인 카스티엘. 얘가 먼지 위를 구르며 널 위해 울고있잖아."




"캐스는 천사잖아." 딘은 캐스가 그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 처신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 얘는 내가 어디있는지도 알고, 내가 무사하다는 것도 알 거 아냐!"




가브리엘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누가 너보고 무사하대, 디노?"




딘은 균형을 잃고 얼굴을 찌푸렸다.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넌 크라울리와 손잡고 악마들의 '일거리'에 신경쓰고 있었거든."




"내가 영혼을 팔았어?" 딘이 의혹을 품으며 물었다. "또?! 나 그럴 사람 아니야!"




"물론 아니지. 영혼은 안 팔았어." 가브리엘이 말했다. "악마의 주문으로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지. 자제하지도 못했고, 사람들을 해쳤어. 샘이 막으려 한 거 너도 알고 있었고, 네 안에 있는 쪼끄만 인간성이 남아있긴 있더라. 그래서 샘 대신 네가 직접 루비라는 애 칼로 널 찌르고 콰과광! 사요나라, 딘."




딘은 바보도 아니었고 가브리엘이 말해준 사실들을 제대로 조합해낼 수도 있었지만, 좀 더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해 머리를 부여잡고 물었다. "방금 뭐라 그랬어?"




"완전 망했다고." 가브리엘이 대답해주었다. "영혼도 없고- 천국에도 못가고."




딘은 침을 삼켰다. "지옥에 갔다고?" 그렇다면 카스티엘이 왜 저렇게 화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었다. 그는 딘을 그곳에서 직접 꺼낸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미친듯이 울어내는 것일지도 몰랐다.




가브리엘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 넌 죽었어, 딘. 사라졌다고. 완전히." 그는 카스티엘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네가 칼로 내장을 찔렀을 때 악마나 다름없었거든. 널 불태워버렸지. 그리고 내 동생도 그걸 알았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파괴된 영혼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힘은 없으니까."




딘은 이곳에서의 자신이 천국에 있는 영혼도, 유령도, 그 무엇도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신경쓰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옥에 가기 전까지 그는 천국을 믿지 않았었다. 또다시 죽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정말 악마가 되었다 한들 어차피 샘은 자신을 구하지 못했을테니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몰랐다. 




"견딜 수 있을거야." 딘이 캐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이제 흔들리는 몸으로 코를 훌쩍이며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아니, 못 견뎌." 가브리엘이 발끈 화를 내며 딘의 이마 한 가운데를 쿡 찔렀다.




"아오, 뭐하려고 이런거야?"




가브리엘은 눈을 번쩍이며 강력하게 말했다. "들어봐!"




딘은 이마를 문지르며 코웃음쳤다. 그는 몇 마일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차가 달리는 소리와 카스티엘의 정신이 무너지는 소리밖에 들을 수 없었다.




"딘 딘 제발 돌아와 사랑하는 딘 제발 날 홀로 두고 가지 마 너는 내 전부고 내 심장이야 제발 떠나지 마 나의 은총이자 나의 빛이여 이렇게 간절히 빕니다 아버지 자비를 베푸시어 그를 데려가지 마시고 다시 돌려주시옵소서 그의 삶과 그의 몸을 돌려주시면 다시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가엾은 한 영혼을 위해 제발 이렇게 비나이다 그가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제발-"




"지금까지 몇 시간 내내 빌고 있었어." 가브리엘이 말했다. "소중한 딘을 다시 돌려달라고 아빠한테 빌고 있었다고." 그가 코웃음쳤다. "캐스는 견뎌내지 못할거야. 마이크랑 루시를 감옥에 집어넣은 뒤로 그 분은 다시 가출하셨거든."




딘의 감각은 마비됐다. 캐스의 말을 통해 아픔과 사랑이 그대로 전해져와 샘이 아자젤로 인해 납치당했던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절망적이었던 건 딱 한 번, 샘이 자신의 품 안에서 죽었을 때 뿐이었다. "나한테 왜 이걸 보여주는 거야?"




가브리엘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불쌍해서? 어쩌면 병적인 호기심 때문에."




딘은 그에게서 멀어졌다. 카스티엘로부터, 그가 내뱉는 끔찍한 말들과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랑하는 딘 딘-), 그의 장작더미로부터 도망쳤다. 하지만 가브리엘의 목소리는 그를 따라왔다. 




"캐스는 죽고있어, 딘! 캐스가 인간이 된 방식은 비정상적이라고. 원래는 천사일 적 기억을 없애는게 정상이지만 내 동생은 날개를 떨치기 전에 기억을 다 가지고 육신으로 돌아왔단 말이야. 물론 너 때문에. 너와 함께 하려고. 네가 없으면 캐스는 오래 살지 못할거야. 그리고 천국으로 올라가 영겁의 세월동안 네 생각만 하게 될거고. 식사하는 동안 네 앞에 앉아있던 일이라던지 네 우스꽝스러운 차라던지. 아니면 너희들이 한 대화라던지 서로 마주쳤던 눈빛들이라던지. 그게 캐스의 천국이 될거야. 그렇게 유령이 될거라고. 널 보면서 만질 수도 없을거야. 너한테 몇 번이든 말해도 듣지 못하겠지." 




카스티엘의 목소리는 또다시 침묵을 뚫고 울려퍼졌다. "- 날 여기 두고 가지 말아줘-"  




그러다 가브리엘이 손가락으로 똑 소리를 내자 딘은 오하이오에 있는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왔고 그의 속은 미친듯이 뒤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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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


영픽 보다가 운 건..아니 울지는 않았지만 정말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글썽였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가브리엘 나쁜너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어ㅠㅠㅠㅜ우휴유휴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찌통!!!앵슷!!!! 캐스가 인간이 된 건 그렇다 쳐도 아버지께 비는 기도가 너무 절절해서ㅠㅠㅠ이건 뭐...하..... 붇 찌통사로 잠들다..RIP... 



교정은 천천히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