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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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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57098.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이후. (2014년) 퓨쳐캐스와 딘이 나옵니다. 말투 조심!

또한 시즌5 파이널 이전에 나온 글이라 약간의 설정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8. Knoxville ~ On the road (3)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카스티엘은 그가 장난치는 줄로만 알았지만,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자신의 피부에 눈물이 뚝 떨어지자 단순한 장난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너무나도 절망적으로 흐느끼는 그의 몸 전체는 자제력을 잃은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는 흐느끼며 자신을 지탱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손가락으로 카스티엘의 어깨를 꽉 끌어잡았다. 카스티엘은 그의 행동에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그를 꽉 끌어안아주었다. 그는 이 일을, 이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혼란스럽고 쓸모없다는 기분만을 느꼈다. 이게 과연 딘이 정말 원하던 일일까? 왜 속상해할까? 최근 그는 훨씬 나아진 상태였다. 전보다 악몽은 확실히 덜 꾸었고 시도때도 없이 농담을 건네며 장난을 쳤다. 카스티엘이 그를 처음 만난 그 때처럼.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카스티엘은 그저 가만히 누워서 딘을 꽉 끌어안은 채 계속 울도록 내버려두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흐느낌이 가시고 딘이 콜록대기 시작하자 카스티엘의 심장은 다시 원래의 속도를 되찾았다.




"미안." 딘이 갑자기 일어나 앉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시선을 피한 그는 눈을 문지르며 비참하게 코를 훌쩍였다. 




"괜찮아." 카스티엘이 다정하게 대답했다.




"미안해." 침대에 다리를 걸쳐앉아 손에 얼굴을 파묻은 딘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결국 자리에 앉아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던 카스티엘은 딘이 주춤하며 물러설 때도 놀라지 않았다. "하지 마."




"만지지 말라고?"




"동정 따위 필요 없어." 딘이 쓰라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톡 쏘아붙이는 그의 말에 카스티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뭘 원하는 건데? 내가 비웃어줬으면 좋겠어?"




딘은 고개를 확 돌려 그를 쏘아보았지만, 얼마 안가 결국 표정을 풀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쳐서 그래, 캐스. 이 모든 일에 너무 지쳤어." 




카스티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딘은 창가를 쳐다보며 손목으로 코를 훔쳤다. "죄책감 느끼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 이 모든 시간동안... 몇 년 동안 죄책감을 느꼈는데 말이야. 루시퍼나 샘 관련된 일 이전에도 쭉. 난 샘이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해서 늘 미안했어. 내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죄책감을 느꼈고. 그리고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을 땐....맙소사, 캐스. 내가 지옥에 보내버린 사람들은..."




"딘. 제발. 네 잘못이 아닌 거 너도 알잖아."




"내 잘못 맞아. 모두 나 때문이야. 첫번째 봉인을 깨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봐." 그는 무릎 위에서 덜덜 떨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미카엘을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난 내가 영리한 줄 알았어. 정말로. 새로운 문을 개척한 줄 알았지. 사람들이 무작정 이용당하는 걸 볼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쓰레기같은 생각이었어. 아무도 내가 하는 말에 뭐라 하지 않았지만, 봐. 천사들을 가르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잖아." 




"그들을 구한거야, 딘. 대재앙이 찾아왔을 때 사람들을 살렸잖아. 그걸 잊으면 안 되지."





딘의 표정은 끔찍한 미소로 뒤틀렸다. "사람들을 구하려고 동생을 죽여야 했다고.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그는 카스티엘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행복해질 수 있지, 캐스?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았는데 어떻게 기쁠 수 있겠어? 오늘 밤에 이러면 안 되는 거였어. 나 하나 행복해지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갑자기 화가 북받친 카스티엘은 그의 손을 잡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마, 알았어? 스스로를 미치게 만들고 있잖아. 아무리 많은 일을 겪었어도 자신을 용서해야지. 그래야만 해. 그럴 자격도 있고." 딘은 그를 밀쳐냈지만 카스티엘은 어깨 위에 손을 올려 그를 진정시켰다. "네 자신을 못 믿겠으면 날 믿어 봐. 행복해질 수 있잖아. 그치?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쁘다고. 네가 아파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어. 그러니까 제발 그만 해." 




딘의 어깨는 미친듯이 떨렸다. "너한텐 하느님이 있잖아, 캐스. 더 이상 내가 필요없을거 아냐."




"정말 그렇게 생각해? 젠장, 딘. 또 이 얘기 할거야? 난 널 떠나지 않을거야. 알았어?" 




"천사들도 다시 돌아오면 어쩔건데? 그 생각은 해봤어? 네 힘이 다시 돌아와서 천사가 되면 어떡해?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는건데?"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에 카스티엘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딘이 생각하는 식으로는 아니었다. 그는 그 생각도 했어야 했다. 딘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리고 있음직한 일이었다.





카스티엘이 가만히 있자 딘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침묵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읽어냈다. "아냐, 캐스. 그쪽으로 합류할거지? 다시 천사가 되면 면죄받고 천국으로 돌아갈거잖아." 




"아니야!" 카스티엘의 외침에 그 자신도 놀라고 말았다. "절대 아니야, 딘! 그러지 않을거야. 그렇게 되기엔 이미 글렀어. 난 달라졌어. 네가 있으니까." 




"난 천국을 포기할 정도로 가치있는 사람이 아니야." 딘이 비참하게 말했다. "거짓말 하지 마. 그저 한 사람일 뿐인데. 고작 나 때문에 그런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카스티엘은 얼굴을 찌푸렸다. "딘...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할지 고민했다. "좋아. 천국은 장소가 아니야. 사람들이 소풍을 즐기는 커다란 공원같은 게 아니고. 물질적인 개념이 전혀 아니야, 딘. 천국은 평화와 안정감, 사랑이 공존하는 곳이야. 네가 누리고 싶은 감정에 따라 만들어지는 곳이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곳이지. 그건 행복이야." 




그는 손을 뻗어 딘의 머리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내가 천사든 아니든 상관없어. 단지 너와 있으면 내가 행복해, 그게 전부야. 천국은 필요없어. 네가 있으니까." 




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저 쓸쓸하게 카스티엘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카스티엘은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어떻게하면 믿겠어?" 그가 필사적으로 말했다. "난 널 위해 죽었었어, 딘. 이미 천국을 등진 적도 있고. 이제와서 마음을 바꿀거라 생각해? 우리가 겪어온 일이 있는데도? 그 이후에도?" 그는 주위에 깔린 구겨진 이불을 가리켰다. "지금까지 널 위해 살아왔고, 넌 날 위해 있어줬잖아. 네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지켜보고 나서도. 그리고 네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도..."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하자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눈물을 삼키고 있음을 깨달았다. "젠장, 딘. 날 못 믿겠어? 모든 일을 겪고 나서도, 내가 너한테 그런 짓을 할 거라 생각해?"




"아니." 딘이 재빨리 대답했다. "그렇게 못하겠지. 내가... 미안해. 난 그냥... 나는..."





"네 자신을 용서해." 카스티엘이 그의 어깨를 흔들며 진지하게 명령했다. "세상 모두가 그랬는데, 너라고 못할게 뭐 있어?"





딘은 눈을 크게 뜨며 힘없이 대답했다. "그 전에 샘이 날 용서해줬으면 좋겠어."





카스티엘은 한숨지었다. "그 애가 널 용서했다는 거 너도 알잖아, 딘. 샘은 네가 행복하길 바라. 세상 그 누구보다 널 행복하길 바란다고."




"그렇다면 루시퍼는 왜 걔를 데려간건데? 왜 제대로 된 대화 하나 없이 가버린건데? 내가 마지막으로 샘을 본 건 같이 벤치에 앉아있다 걸어가는 모습이었어. 그냥 어떤 차 타고 훌쩍 떠나버렸다고.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말이야, 캐스. 그렇게 떠나버렸어."




"샘은 할 일을 한 것 뿐이야. 좋아, 그 애가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이거지. 그래도 샘은 아직 널 사랑해."





"캐스..."




"난 사람들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 딘." 카스티엘이 그의 말을 엄격하게 끊어냈다. "날 믿어. 그 애가 가까이에 있을 때 그 애를 느낄 수 있었어. 샘은 널 사랑해. 그 때는 널 사랑했고, 지금은 널 용서했어."  





딘은 시선을 떨구었다. 그는 불행한 감정을 드러내며 한동안 침대만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카스티엘은 그를 꽉 껴안았다. 





"그러니까 그만 해."




몇 분이 지났을까, 마침내 딘도 그를 껴안아주었다. 




"고마워." 딘이 속삭였다.




카스티엘은 그를 더 단단히 안았다.




딘은 코를 훌쩍였다. "정말 아무데도 안 갈거지?"




"네 품에서 빠져나오는 거 빼면 아무데도."




딘은 마치 웃는 것처럼 몸을 들썩이고는 그를 끌어당겼다. 한동한 키스하다 딘이 어색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다음 번에 섹스할 땐 여자애처럼 안 울게." 그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건, 음. 딱 한 번 뿐인걸로."




카스티엘은 음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해줘서 기쁘네. 아까 내 행동에 꼬투리 잡으려는 줄 알았거든. 그거 좀 상처받는다고."





~~~





다음 날 아침, 카스티엘이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양치하는 동안 딘이 다가와 뒤에서 꼭 껴안고 턱을 그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잘 잤어?"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다른 의미에서도 깨어났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자신의 사타구니를 카스티엘의 엉덩이에 문질러댔다. 




"일어났네?" 카스티엘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에 치약을 가득 문 채로 들고있던 칫솔을 내렸다. 딘은 대답대신 고개를 돌려 치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키스하고는, 그를 끌어당겨 변기에 앉혔다. 카스티엘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자 코웃음쳤다.




"진심이야?"




"살면서 이렇게 진지한 적은 없었다고, 캐스." 딘이 중얼거렸다. 다음 십 분 동안, 카스티엘은 입안 가득 퍼지는 민트맛을 느끼며 새로 찾은 큰 만족감을 얻었다.





~~~





이름조차 모를 도로를 달리는 동안, 카스티엘이 새로 산 폰이 얼마나 빌어먹게 다루기 어려운지 한탄하고 있을 때 딘은 갑자기 핸들을 꺾어 도로에서 벗어나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다다를 때까지 운전했다. 




"뭐하는 거야?" 카스티엘이 주위를 둘러보며 의혹을 품었다.




"차에서 내려." 딘이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스티엘은 그가 차에서 내려 잔디밭을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고 완전히 당황한 채 그를 따라갔다. 몇 걸음 걸어가던 그는 딘이 갑자기 돌아서서 어깨를 꽉 붙잡고 자신을 나무로 밀치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설득력있게 옷을 끌어당기며 굶주린 듯 키스했다. 예상치도 못한 일이라 카스티엘은 신음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러다 딘이 확 끌어당겨 그를 돌아세우고 나무에 꽝 밀쳐버렸다. 카스티엘은 그가 자신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울부짖는 동안 너무 놀라 굳어있었다. 




"진심이야?" 딘이 바지를 벗겨내리자 그가 질색하며 헐떡였다.





"이보다 더 진지한 적은 없었는데, 캐스." 그의 귀에 으르렁대듯 말한 딘은 그를 무작정 나무로 밀어붙여 빠르고, 거칠고, 아프게 박아대기 시작했다. 절정에 이르렀을 때, 카스티엘은 정말로 비명을 질렀다.





~~~





하늘은 노을로 인해 붉그스름해졌고 은색 구름이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카스티엘은 딘이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 동안 손바닥에 찔린 가시를 빼느라 정신이 없었다. 카스티엘은 흥미를 끌만한 무언가가 있나, 하고 앞을 슬쩍 올려다보았지만 차들은 단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앞유리로 보이는 풍경에 이상한 일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는 고개돌려 딘이 싱긋 웃으며 자신의 가랑이를 가리키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의 바지 위로 무언가가 삐죽 솟아있었다. 




"뭐 해주면 안 돼?" 딘이 명랑하게 물었다.




"진심이야?" 




"나 지금 엄청 진지하다고, 캐스."




또다시 반복되는 패턴에 카스티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싫은데."




딘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지나치게?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




"운전 중이잖아, 딘. 네가 펠라를 원한다는 이유로 차에서 죽고싶진 않아." 




딘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어허, 나 멀티태스킹도 가능한 사람이라고."




"안 돼. 바보같은 생각이야."




"실험적인 걸 즐기는 줄 알았는데?" 




"섹스랑은, 그렇지. 근데 죽는 건... 별로."




딘은 진지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실망이야, 캐스. 정말 실망스러워. 남자에 대해 아는 줄 알았는데 말이지..."




"도로에서 벗어나면 그렇게 해줄게. 하지만 그 전에 절대 안 된다고 할거야." 




딘은 카스티엘이 대시보드를 잡아야 할 정도로 거칠게 도로에서 빠져나왔다. 근처의 버려진 주유소로 차를 몰고 간 딘은 시동을 끄고 눈을 반짝이며 그를 향해 돌아보았다. "콜." 카스티엘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딘이 선언했다.




카스티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너무 노출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고속도로의 차들은 으르렁거리며 빠르게 지나가 문제가 된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누군가가 이쪽으로 넘어온다면....




"캐스? 머지않아 좋은 시대가 올거야." 




알게 뭐야. 그가 생각했다.




십 분 뒤 누군가가 차창에 노크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든 그는 정말로 열받은 듯이 보이는 경찰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런." 딘이 말했다.




카스티엘이 당황스러움에 차라리 혀 깨물고 죽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 딘은 급하게 지퍼를 올린 뒤 창문을 내리고는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카스티엘은 경찰관이 악마일 경우에 대비해 딘이 코트 사이로 손을 넣어 칼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가끔은 딘이 이 상황 속에서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것이 누군가의 입 속에 들어가 있던 상황 속에서도 이렇게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는 결국 멀티태스킹을 할 줄 아는 남자였다. 





"신사분께 여기서 지금 뭐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경찰관은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알고있으면서도 물었다. 그는 분명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 틀림없었다. 




"어, 지도가지고 다투고 있었는데요?" 딘이 망설이며 대답했다.




"제가 본 지도 중 가장 재밌는 모습이네요." 경찰관이 코웃음치며 수첩을 펼쳤다. 그가 정말 경찰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악마라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계획을 세울 순 없었을 테니까.




딘은 카스티엘을 쳐다보다 으쓱했다. "걸린 것 같네."




"범죄 기록 남겨줘서 참 고맙다." 카스티엘은 어차피 위조 신분증과 가짜 주소를 가지고 있으니 상관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쏘아보았다. 그러다 신분증에 나와있는 사진은 주술로 다르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딘 본래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숨이 멎었다. 




"운전 면허증이 필요한데요." 경찰관이 차 안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카스티엘은 딘의 얼굴에 지금 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은 오직 경찰관을 제압하고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곤란하긴 해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다시 차 안으로 고개를 숙인 뒤 카스티엘과 눈을 마주치자 얼어붙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깜빡이고선 고개를 다시 들어올려 물었다. "어디서 뵌 적 있던가요?"




카스티엘은 힘겹게 침을 꿀꺽 삼켰다. "모르겠는데요."




경찰은 그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러다 눈을 크게 뜨고 헐떡거렸다. "당신 그 천사 아니에요? 말도 안돼!"




미쳤나봐. 카스티엘이 얼굴을 찡그리자 딘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주술은 결국 먹히지 않았다. 지난 몇 주 동안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결국 그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주문은 실패했다. 그는 경찰의 질문에 뭐라 대답할지 고민하며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아니라고 부정해야 할까? 다른 이들이 말한 것과는 다르게 천사가 아닌 척 빠져나와야 할까? 




"정말 당신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아요. 그 미친 일들이 일어나고 나서도..." 말을 멈춘 경찰관의 표정은 부끄러움 비슷한 무언가로 바뀌었다. "어, 죄송해요. 그 일을 뭐라하려던 건 아닌데. 이미 들으셨겠지만,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들먹이니까...." 




"아뇨. 어, 괜찮습니다." 딘이 그에게 눈썹을 치켜세우는 동안 카스티엘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경찰관은 쥐구멍으로 숨어 사라지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닫으며 카스티엘에게서 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 그러면, 이번 일은 그냥 넘겨야 할 것 같네요." 잠시 후 그가 웅얼거렸다. "이건, 어, 제가 기록할 만한 일도 아니니까요. 당신이라면." 




경찰은 천사가 다른 남자에게 펠라를 해줬다는 사실에서 애써 벗어나려는 듯 보였다. 카스티엘은 "고맙습니다"라는 말 이외에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몰랐지만, 딘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인간이 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어요." 경찰이 어리둥절해 하며 눈을 깜빡이는 동안 그가 씩 웃으며 알려주었다. "인류가 지을 수 있는 잘못을 다 경험하고 나면, 천국으로 돌아갔을 때 다른 천사들한테 우리가 얼마나 음탕하고 짖궃은지 알려줄 수 있을테니까."




경찰이 보는 자리에서 주먹을 날릴 수는 없었으므로, 카스티엘은 딘의 코트 아래 손을 집어넣고 허벅지를 꽉 꼬집었다. 딘은 순간 움찔 놀랐지만 경찰에게서 시선을 돌리지는 않았다.




"그건, 어, 좋은 생각이네요." 불쌍한 경찰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딘의 쾌활한 모습에 기가 빨린 듯 보였다. 카스티엘은 웃음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볼을 꽉 깨물어야만 했다. 경찰은 혼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뒤돌아섰다가, 다시 고개 돌려 그들에게 경고했다. "어, 명령을 받았는데, 저희가 윈체스터라는 남자를 찾아야 하거든요. 어디 있는지 아세요?" 




카스티엘은 오싹함을 느꼈다. 그는 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최대한 용기를 끌어모아 대답했다. "몇 년 동안 못 봤는데, 왜죠? 무슨 짓을 했길래?"




경찰은 고개를 휘휘 저을 뿐이었다. "모르겠네요. 위에 있는 분들이 안 좋은 일을 하려는 모양인데. 전국에 지명수배가 내렸어요."




"무슨 일인지 제대로 알려주면, 그 사람 소식을 들었을 때 알려드리죠." 딘은 평소처럼 아무 기색없이 말했지만 카스티엘만은 그의 목소리 아래 긴장감이 서려있음을 알아챘다. 그는 경찰이 자신의 배지와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동안 최대한 무고한 척 행동했다. 




"그 사람을 찾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요." 경찰이 말했다. "꼭 연락 주셔야 합니다."




"그럴게요." 카스티엘이 확실하게 대답했다.




"음, 어쨌거나 만나서 반가웠어요." 경찰은 살짝 주저하며 다시 자신의 차로 향했다. 그가 차에 올라타 멍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시선을 보내다 떠나자, 그들은 아무 생각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몇 분 뒤 딘은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악마들이 경찰한테 명령을 내렸다 이거지, 응?"




"말 되는 것 같네. 통제력을 가지게 되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테니까. 전에도 그랬고."




"왜 악마들이 날 원하는 거지, 캐스? 단순히 복수라고 보기엔 좀 소름끼치잖아. 왜 그렇게 필사적인 건데? 몇 달 전에는 안 그랬으면서."




카스티엘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다."




딘은 핸들을 내려보다 시동을 걸었다. "이제 정말 짜증나네." 그가 다시 도로로 차를 모는 동안 툴툴댔다. 그러다 카스티엘을 흘끗 쳐다본 그는 얼굴에 주름이 패일 정도로 미소지었다. "네 턱에 뭐 묻었다."




카스티엘은 피부에 묻은 끈적한 것을 손으로 닦아냈다. "말해줘서 고맙다, 멍청아." 그가 굴욕감을 느끼며 딘에게 잔소리했다. 지금까지 얼굴에 쭉 묻어있었다니, 역겨웠다.




"별 말씀을." 딘이 핸들에서 손을 부드럽게 뻗으며 말했다. "이 골칫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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