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c

[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1-3

← 1-2 보기


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104788.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x04 아포칼립스 (2014년)






1. Camp Chitaqua ~ Zihuatanejo (3)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가을은 겨울로 변했지만 카스티엘은 여전히 딘을 찾아다녔다. 그는 항상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날 밤 그가 꿈꿨던 것과는 달리 그가 마주치는 수많은 얼굴들은 모두 낯설었다. 딘이 어디에 있을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남쪽'이라는 말은 크게 도움되지 않았다. '남쪽'에는 수많은 것들이 있음이 확실했으니까. 



그리고 그곳은 그가 지금껏 가보지 못한 광활한 곳임에도 틀림없었다. 텍사스는 봉쇄됐고, 경계선을 따라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있었다. 그곳에서 태어났음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텍사스에 발을 들일 순 없었다. 텍사스는 미국의 일부가 되는 걸 원치않았다. 텍사스는 미국 연방에서 탈퇴해 경계를 폐쇄하고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크로아톤 바이러스에 대항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의 지시로 휴스턴[각주:1]이 폭격을 맞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카스티엘은 뉴스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딘이 그곳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경우를 생각해 텍사스로 갈 예정이라는 거였다. 



그러나 이틀 연속으로 계속해서 군인들과 맞닥뜨리게 되자, 카스티엘은 냉큼 차를 돌려 군인들에게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는 어쩌면 가짜 신분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날 밤 카스티엘은 척이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거라 생각하며 국경 수비대를 설득할 수 있도록 텍사스 억양을 연습했다. 그는 결국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척에게 연락했으며 척은 카스티엘이 텍사스 특유의 느린 말투와 억양을 연습하는 걸 묵묵히 들어주었다. 




"이 답답아."  긴 침묵이 흐른 뒤 척이 결국 말했다. "네가 그들을 설득시키는 건 하늘의 별따기야. 차라리 벙어리처럼 있는게 훨씬 신빙성 있을 걸."




짜증난 카스티엘은 이제 무엇을 할지 생각하며 다음 날을 보냈다. 그는 오클라호마에 있는 웨이노카 외곽으로 향했고, 그곳 도서관이 열린 것을 보자 기뻤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난민들을 위한 임시 대피소로 쓰였기 때문이었다. 2010년 당시 딘이 그에게 해줬던 것처럼, 그는 약 한 시간 가량을 프린터를 사용해 출생지를 샌프란시스코부터 오데사[각주:2]까지 바꿔가며 여권과 신분증 만들기에 보냈다. 완성작을 꼼꼼히 살핀 뒤, 그는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했다. 가짜 신분증은 너덜너덜하고 낡아빠져 보였지만 더욱 더 진짜처럼 보였다.



웨이노카의 도서관 컴퓨터는 작동하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컴퓨터를 무료 사용하기 위해 잠시 기다리다 차례가 되자 얼굴을 찡그리고 앉아 모니터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구글에 단 두 단어를 입력했다. '딘 윈체스터'



190만 개의 검색결과가 나왔다.



그는 깜짝놀라 화면을 보며 눈을 깜빡이다 이미지 버튼을 클릭했다. <루트 666>이라는 영화에 나온 샤이아 라보프[각주:3]의 사진들 속에서 (카스티엘은 그 캐스팅을 보고 딘이 얼마나 욕을 했는지 떠올라 미소지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딘의 흑백 머그샷이 보였다. 그 사진 속 딘은 그를 처음 만났을 당시보다 훨씬 어려보였다. 머그샷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딘의 유일한 사진이었다. 경찰에 의해 찍힌 그 사진은 왠지 상황에 잘 어울려보였다.



사진 속 딘은 건방지고 태연해보였다. 그가 알던 딘처럼. 카스티엘은 오랫동안 머그샷을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슬픈 감정이 몰려왔다.



그는 영화에 나온 딘 윈체스터가 아닌 다른 딘 윈체스터를 언급하는 링크만을 찾아 클릭했다. 수많은 사이트들이 이 남자를 본 적 있는가? 라고 묻고있었다. 그 사이트들은 아마 딘을 찾는 악마들에 의해 개설됐을 것이다. 하지만 딘 윈체스터가 구세주라고 전파하는 사이트들도 몇 보였다. 그 사이트들은 대개 지저분하고 임시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모든 포럼과 블로그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인류의 구세주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 그들은 영화에 나오는 딘 윈체스터와 카버 에들런드의 책이 실제이며 딘이 바로 세상의 종말을 끝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그는 미래를 본 적 있었고, 미래에서 윈체스터 복음은 성경보다 인기가 더 많았지만 재커라이어의 임무로 인해 더 이상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상관에게 척 셜리가 예언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윈체스터가 세상을 구할 거라는 걸 아는 것만 허용됐다. 그러나 그가 2009년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미래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야기인 것만 같았고 영영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가 관리했던 윈체스터 복음의 일부분은 불복종이나 루시퍼의 자유, 혹은 그가 지난 몇 년 동안 겪은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몰랐지만 원래의 미래는 그가 겪은 버전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고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척의 책을 읽었고 이제는 그것을 믿었다. 지난 몇 년간 책이 더 이상 발간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딘이 어떻게 자신의 동생을 죽였을지 논의했다. 책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윈체스터의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과 소문으로 퍼져나가 민담으로 발전했다. 



어쩌면 윈체스터 복음은 결국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카스티엘은 계속해서 딘의 이름을 검색했지만 정확도가 점점 떨어지는게 보였다. 그 누구도 딘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신이 크게 언급되지 않아 기뻤다. 하지만 궁금한 마음에 구글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자 여전히 수 백만이 넘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랐지만 사진이 하나 올라와있었다. 그 사진은 그가 주유소나 쇼핑센터 근처에 있을 때 CCTV로 찍힌 것처럼 흑백인데다 화질이 썩 좋지 않았다. 지미의 코트를 입고 있을 당시 그 코트는 그에게 너무 컸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렌즈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사진은 모든 악마들이 그를 찾으라는 명령과 함께 주어졌을 것이다. 이게 바로 사람들이 그를 알아 본 이유였다. 



카스티엘은 척추가 쭈뼛 서는 기분을 느꼈다. 사진 속의 그는 여전히 천사였다. 자신도 어떻게 그걸 알았는지는 몰랐다. 사진은 흐릿했지만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의 그는 피곤해보이지도, 취해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같이 보였으며 굳건하고 목적이 뚜렷해 보였다. 마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예전의 그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깨달음은 눈물을 불러왔다. 그는 창을 끄고 사람들이 알아채기 전에 조용히 도서관을 나왔다. 




~~~



그 날 밤 그가 할 수 있던 일은 모든 걸 잊어버릴 지경까지 이르지 않게 아예 술을 사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역겨움을 느끼며 취하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냉정함을 유지했다.


사실, 지금으로선 어딜 가도 술을 파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



다음 날, 그는 성공적으로 텍사스로 건너갔다. 



텍사스는 엄청 더웠고 먼지가 풀풀 날렸으며 그가 봤을 땐 아주 무질서했다. 그곳엔 다른 곳에선 잘 볼 수 없던 음식들과 거의 모든 연료가 있었다. 그곳의 물가는 비쌌고 카스티엘은 로렌스의 ATM에서 뽑았던 대부분의 돈을 써버리고 말았다. 그는 샌안토니오[각주:4]에 도착할 때까지 또 다른 ATM을 찾을 수 없다는 것에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텍사스에선 아무도 신용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음식 구입과 연료 구매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그는 후자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만 문제를 가진 것은 아니었고, 샌안토니오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그는 겸손해졌다. 이 도시는 휴스턴 폭격으로 인해 몰려온 사람들(대개는 부상 입은 사람들이었다)로 넘쳐났다. 카스티엘은 거리에 설치된 텐트에서 자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몇 개월간 뉴스를 챙겨보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애초에 대통령이 왜 휴스턴에 폭격을 가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이유를 찾기 위해 그는 충동적으로 난민 중 일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모든 크로아톤을 쓸어버리는 대신 비감염자는 살리는 프로토타입 폭탄을 실험하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있었음을 알아냈다. 그들은 대통령의 기니피그였고, 단지 텍사스가 연방에서 탈퇴하고자 했다는 이유만으로 폭탄을 실험하는 만용을 보였다. 



폭탄은 감염 여부에 상관없이 50만 명의 사람들을 죽였다. 



카스티엘은 자신이 어떻게 이 모든 걸 놓칠 수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는 그 일이 일어났던 날 휴스턴에 가족이나 친구를 둔 사람이 캠프에 있었다면 딘이 어떻게 행동했을지 궁금해했다. 그가 떠올릴 수 있는 건, 리사가 휴스턴이 사라졌다고 말했을 때 그는 상황의 심각성도 모른 채 어깨를 으쓱하고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는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놈이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를 견뎌냈을까? 딘은 도대체 어떻게 그를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는 상황을 설명해준 여자에게 돈을 건네주고 도시를 뒤로한 채 떠났다. 




~~~



카스티엘은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국경선 주위를 달리던 자신이 곧 멕시코로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기름이 다 떨어지기 전에 엔시날[각주:5]까진 도착해야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숨막힐 듯 조용한 거리는 카스티엘을 괜히 소름돋게 만들었다. 그는 커브를 돌다 차를 멈춰세웠다. 그는 여태껏 주유소를 보지 못했지만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을거라 생각했다. 일단 주유소를 발견하게 되면 주유소에 가스가 있는지, 돈은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지 걱정하게 될 것이었다. 



몇 블록 걸어가자 해가 저무는 아름다운 모습이 보였지만 그는 그저 지나가며 흘끔 보고 말았다. 이러한 대기환경마저 모두 루시퍼에 의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날이 거의 저물자 날씨는 선선해졌고 풀벌레들이 찌르르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개 짖는 소리와 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희미한 음악 소리가 전해졌다. 만약 도시에서 오는 소리가 아니라면 엔시날은 정말 정말 멀다는 뜻이 될 것이다.



카스티엘이 들렀던 텍사스의 모든 도시들은 휴스턴 사건으로 인한 난민들로 들끓었다. 그러나 이곳만큼은 그 일과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그는 걱정되었다.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고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음은 틀림없었지만, 카스티엘은 그 일이 뭔지 도저히 감이 안잡혔다. 그가 아직도 천사였다면 바로바로 감지해냈겠지만 보다시피....그는 절망적이었다.



딘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건물로 뛰어들었던 그 날 이후, 카스티엘은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에게 결코 친숙한 느낌은 아니었기에 땀이 저절로 흘렀다. 그는 약간의 현기증도 느꼈는데,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며 도시로 들어갈수록 상황이 점점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여전히 주유소가 있는지 찾아다녔지만 주유소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로 가로등 불빛이 켜지자 그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무기력상태에 접어들고 말았다. 그래도 번화가에 불이 들어온다는 건 좋은 징조였다. 음악소리는 점점 커졌으므로 그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삶으로 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사람들은 이곳에도 있었다. 잘하면 그는 사람들이 자기를 돕도록 설득 시킬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길 잃었어?" 




갑작스런 목소리가 들려오자 카스티엘은 깜짝 놀라 휘청거렸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즉시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길가에서 그를 향해 씨익 웃고있는 남자는 딱히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생각보다 동안인데다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고 최근에 살이 많이 빠졌는지 살짝 커보이는 바지도 입고 있었다. 한마디로 지극히 평범해보였고 카스티엘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모습이었다. 요 근래 사람들의 옷은 모두 헐렁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그는 몇 초간 눈을 깜빡이며 이 사람을 신뢰해야할지 아니면 지옥이라도 만난 것처럼 이 상황에서 뛰쳐 벗어나야할지 고민했다 - 그는 여전히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갖고있었다 - 하지만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



"젊은이, 괜찮나?"



그리고 카스티엘은 더 이상 걱정거리를 만들기엔 너무나도 피곤했기에 무모한 결정을 내렸다.



"차에 넣을 기름이 필요합니다." 목을 몇번 가다듬은 뒤 그가 대답했다. "당신이 옳아요. 길을 좀 잃었죠.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한 네 블럭만 걸어가면 테드가 하는 곳이 있어." 남자가 턱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제 배달왔다고 들었으니 연료로 가득 차 있을거야." 


"좋네요. 감사합니다." 카스티엘은 남자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혹시 카드도 되는 지 알 수 있을까요? 아니면-" 



갑자기 주먹이 날라와 그의 복부를 강타했고 카스티엘의 눈엔 별들이 날라다녔다. 뭐가 자신을 때렸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배를 붙잡고 숨을 쉬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남자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남자는 카스티엘의 허리쪽에 다리를 벌려 앉아 복부를 붙잡고 있던 손을 쉽게 놔버렸다. 카스티엘은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고통에 휩싸여 숨을 헐떡이는 것 뿐이었다.



"너구나?" 카스티엘은 가로등 불빛 아래 남자의 눈이 완전한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가 카스티엘 맞지. 아니라고 하기만 해봐라."



"누-누구요?" 그는 남자를 얼른 보내기 위해 일부러 결백한 사람인 척했다. 카스티엘의 턱은 남자의 손에 잡혀 서서히 뭉개졌다. 턱뼈에 금이 가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어떻게든 숨을 쉬려 노력했다. 



"지금껏 감쪽같이 숨어있더니 얼굴에 철판깔고 악마 소굴로 제발로 기어와? 누가 몰라보겠어, 어?"



악마는 자신의 전리품을 보며 기뻐했다. 



"그리고 내가 첫번째로 널 발견했지."



고개를 들어 길을 바라보니 음악은 바에서 울려퍼지고 있었고, 카스티엘은 그 바가 온통 악마들로 가득찼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악마 하나 대 술집을 꽉 채울 정도로 수많은 악마들이라?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 물론 그는 승산이 있는 쪽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위치는 결코 유리하지 못했다. 악마는 인간이 상대하기에 너무나도 강했고 카스티엘이 흐느낄 정도로 강하게 붙잡고 있었으니까. 그는 악마와 맞서싸우는 대신에 얼굴에 침을 뱉었다. 



카스티엘의 행동은 악마를 웃게 만들 뿐이었다.



"넌 더 이상 천사가 아니지? 그래도 엔젤 모조가 어느정도 남아있을거고. 날개는 잃었어도 사고방식은 똑같을 거 아니야. 안 그래?"



악마는 입술을 카스티엘의 왼쪽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떤지 궁금한 걸."



손에 의해 강제로 벌려진 카스티엘의 입 속으로 검은 연기가 들어갔지만.... 잠시 후 다시 빨려 나와 남자의 몸속으로 되돌아갔다. 남자는 다시 시도했지만 악마는 똑같이 튕겨져나왔다. 언젠가 딘이 카스티엘에게 그려주었던 문신은 제 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잠시 승리에 도취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문신은 모양이 온전할 때만 작동했으므로 조금이라도 지워지면 쓸모없어질 것이다. 



악마도 그걸 알고있었다. 



"그 개같은 문신은 어디있지?" 그는 카스티엘의 얼굴을 세게 때린 뒤 소리쳤다. 손가락은 그의 셔츠를 찢어 문신을 샅샅이 찾아냈고 카스티엘은 악마의 손이 부츠속에 들어있던 칼로 향하는 걸 지켜보았다.



"등에." 그가 헐떡거리며 대답하자 악마는 즉시 그를 뒤집어 카스티엘이 입고있던 셔츠와 티셔츠를 단번에 벗겨냈다. 악마는 카스티엘의 등과 어깨뼈 사이에 그려져있는 칠각형의 표식을 쳐다보았다. 그는 피부에 차가운 칼날이 스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카스티엘은 주문을 실행시킬 단어를 읊었다. 악마는 사나운 힘과 속도로 밀려오는 주문에 급속도로 움츠러들었고 카스티엘의 등에 있는 고대 룬 문자가 의미하는 대로, 악마는 활활 불타올라 소멸하고 있었다. 악마는 비명을 질렀고 엄청난 빛이 몰려들자 카스티엘은 주위가 조용해질 때까지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카스티엘은 그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물을 토해낸 뒤 주위에 널브러진 셔츠를 주섬주섬 주워입었다.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주문의 후유증은 그를 어지럽게 만들었고 악마의 비명이 귀에 웅웅 울려대고 있었다. 그는 거리를 둘러보았지만 그 광경을 목격하거나 엿들은 이는 없어보였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았다. 두통이 있든 없든 간에 감사한 일이었다.



카스티엘은 몇 발짝 걸어가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시 되돌아갔다. 그는 코를 찡그리고 시체 옆에 무릎을 꿇어 자켓 주머니에 든 게 있는지 확인했다. 주문은 옷이 아닌 육체에만 손상을 입혔다. 그는 지갑을 찾아냈고 지갑에는 이백 달러 이상의 지폐가 들어있었다. 



그는 기진맥진해 웃었다.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전 두 번 정도는 길에 멈춰 토했다. 그러고는 근처에 주차되어있던 녹색 닷지 트럭에 올라타 차키 없이 시동을 걸기위해 삼십분 정도 끙끙댔다 - 딘이 했던 건 보기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 그러고는 차를 타고 떠났다.



~~~  



그날 밤 카스티엘은 시트가 불편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그의 등은 불타는 느낌이 들었고 카스티엘은 그게 주문의 후유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통증은 잠을 날려버릴 정도로 심각했다. 그는 35번 국도 갓길에 차를 세워 창밖에서 들려오는 바람이 풀을 헤치는 소리를 들으며 그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죽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적어도 악마에게 씌였을 수도 있었다. 


그는 2012년에, 자신의 능력을 상실한 직후 딘에게 문신을 그려달라고 말했다. 만약 그가 천사였다면 손상된 피부 세포는 다시 재생되어 문신이 사라졌을 것이다. 애초에 그가 천사였다면 문신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신이 새겨졌다는 것은 그가 더 이상 천계의 존재가 아니라는 걸 명확하게 드러내는 증거였다. 카스티엘이 기억하기론 우울한 날이었다. 그는 술에 취해있었다.



카스티엘의 어깨뼈에 딘이 디자인한 문신이 새겨졌다. 문신을 새기는 고통은 엄청났고, 아마 그가 인간이 된 이후 처음으로 겪어보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이를 악물고 묵묵히 견뎌냈다. 물론 술도 도움이 되긴 했다. 문신을 다 그리자, 딘은 그에게 맥주를 건내며 말했다. "절반은 끝냈어. 이제 또 어디다가 그릴까?"



딘은 캠프에 있던 사람들에게 악마 방지 문신을 그려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전사들 중 일부는 머리를 밀고 두피에 문신을 새긴 뒤 모자를 쓰고 다녔다. 여자들은 문신이 멋지다고 생각하고 배꼽 주위에 문신을 새겨 청바지 사이로 그것이 보이도록 했다. 이 때쯤 딘은 약 서른 명에게 문신을 새겨줬고, 카스티엘은 술에 취한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전혀 생각치 못한 곳에 문신을 새기기로 결정했다. 그는 충동적인 결정으로 친구를 충격받게 만들었고, 바지를 내린 뒤 뒤돌아 누웠다. 



"멍청이[각주:6]." 딘이 그에게 말했다. 카스티엘이 그에게서 받은 유일한 반응이었다. 딘은 카스티엘의 왼쪽 엉덩이에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고, 카스티엘은 술을 들이켰다. 문신 새기기를 끝내자 딘은 방금 그린 문신이 있는 엉덩이를 세게 때렸고 카스티엘은 맥주를 마시다 사레들린 고통에 컥컥댔다.



카스티엘은 그 날 밤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딘의 자유로운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그들은 디트로이트와 샘에 대한 소식을 들었고 그 뒤로 딘이 지은 건 쓰디 쓴, 유머스럽기보다는 고통이 잇따르는 웃음밖에 없었다. 



카스티엘은 그와 함께했던 시절이 그리웠다. 그는 딘이 그리웠다. 그는 우정과 대화, 편안한 침묵, 그리고 그에 대해 알고있는 누군가가 그리웠다. 그는 척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그와 딘 사이에 있는 것과는 달랐고, 척은 그가 원하는 대화상대가 아니었다. 딘을 못 본지 꽤 오래되었다. 딘은 언제나 그의 삶속에 있었으며, 친구이자 동료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고 소리치고 얄밉게 행동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언제나 서로를 위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런 것은 없었다. 



카스티엘은 트럭에 누워, 딘도 자신처럼 누군가를 찾고 있을지 상상하며 창 밖으로 반짝이는 별들을 쳐다보았다. 만약 그를 찾는 일이 부질없는 짓이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는 딘을 절대 찾지 못할지도 몰랐다. 딘은 발견되는 것을 원치 않을지도 몰랐다. 지금쯤이면 딘은 죽었을 수도 있고, 악마한테 씌였거나 미쳤을지도 몰랐다. 카스티엘은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는 딘을 만나게 되면 어떤 말을 먼저 할지 떠올려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가 유일하게 아는 건 그 어떤 것보다도 딘을 보고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딘은 그가 가진 전부였기 때문이다. 




~~~~


1-4 보기 →

*각주

  1. 텍사스주 남동부의 도시. [본문으로]
  2. 텍사스 서부에 있는 도시. [본문으로]
  3. 루트 666은 슈퍼내추럴 시즌1 13화 에피 제목.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영화는 아닙니다....있긴 있어도 샤이아 라보프가 나오지는 않아요. 여기서는 실제 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같은데 작가님의 깨알 센스ㅋㅋㅋㅋ 앞으로 이런 조크가 종종 등장할 거에요. [본문으로]
  4. 텍사스 남부 도시. [본문으로]
  5. 텍사스의 도시. [본문으로]
  6. "Jerk." 딘이 샘에게 bitch라고 말하면 샘이 맞받아쳤던 바로 그 말이 맞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