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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

[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1-2

제목: Thursday's Child

저자: strangenessandcharm / 출처: http://strangenessandcharm.dreamwidth.org/104788.html

등급: NC-17

줄거리: 목요일의 아이는 긴 여행을 할 것이다.

주의: 슈퍼내추럴 시즌5 스포 있음. 배경은 504 아포칼립스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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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amp Chitaqua ~ Zihuatanejo (2)



막상 때가 다가오자 카스티엘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는 딘을 찾아야만 했다. 딘이 없는 그는 그저 인간성이라는 바다에서 방황하며 술에 찌든 존재일 뿐이었다. 그는 다시는 그런 생활을 하고싶지 않았다. 딘 때문에 그랬다. 이 모든 건 딘 때문이었다. 딘이 더 이상 진짜 딘이 아닐지라도, 몇 년이 지나며 서서히 멀어졌더라도 그는 여전히 딘이었다. 그 모든 상처들과 분노, 자기 혐오를 가지고 있던, 카스티엘이 알고있던 사람.



딘은 자신의 동생을 죽였다. 카스티엘은 딘이 동생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 딘이 콜트를 발사하는 순간 샘의 몸은 쓰러졌고, 그 역시도 죽은 셈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부재가 걱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카스티엘은 딘이 절망에 빠져 자살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동안 살아남기 위해 싸워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스티엘은 그가 모든 일을 끝내는 대신에 무의식적으로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 일로 인해 딘은 어쩌면 사람들을 마구 몰아세우거나, 생각없이 위험에 빠져들거나, 혹은 단순히 바보가 됐을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간에 그는 세상에서 종적을 감췄다. 만약 그가 이성을 잃었을지라도 카스티엘은 이해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딘은 그 세상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겪었으니까.



가장 놀라운 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간이 된지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사실이었다. 카스티엘은 잃어버린 능력과 새로운 몸에 적응하느라 중요한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감정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그는 마지막으로 오두막을 확인한 뒤, 빠트린 게 없는 지 살펴보고 재빨리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건강이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길 바랐다. 오늘은 괜찮다고 해서 내일도 괜찮으리라는 법은 없다는 걸 알았기에, 그는 여전히 부상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에 더 머무른다는 생각은 끔찍했다. 그는 딘을 찾아야만 한다. 




"보고싶을 거야." 문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뒤돌아 보았다. 문쪽에 서 있는 금발 여자의 표정은 슬퍼보였다. 카스티엘은 그녀가 누구인지도, 어디서 만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한창 마약하고 있을 때 만났던 걸까? 미친듯이 웃어대던 노르웨이 출신 빨간머리 쌍둥이 남매와 보냈던 그날 밤? 사실, 그녀는 오빠와 잔게 아니.....




"난 리사야." 그녀는 약간 짜증난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카스티엘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표정을 숨기는 데에 익숙치 못했다. 그의 얼굴엔 혼란스러움이 묻어났다. "나도 알아." 그가 설득력없이 말하며 웃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만."




리사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았다. 그녀는 카스티엘보다 최소 열 살 이상은 어려보였기에 전적으로 불법같아 보였다. 이윽고 카스티엘은 그녀가 누군지 깨달았다. 그래, 사실 그녀는 그와 함께 잔 여자였다. 그러나 카스티엘에게 있어서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떠올리지 못했던 거였다. 그녀가 누군지 깨닫고 나자 그는 마치 쇠망치로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찌들어 살았고,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많은 약의 약물을 투여해 일주일 간 필름이 끊긴 적도 있었다. 




"같이 가도 돼?" 리사는 카스티엘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간청했다.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게.' 




"미안하다." 카스티엘이 사과했지만 그건 리사를 데려가지 못해서 한 게 아니었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며 목을 어색하게 가다듬었다. "자, 우리가 뭘 했든 간에 난 잠시 탈선했을 뿐이야. 그걸 감안해서라도 사과를 받아줘.  난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어." 




리사는 그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뭘 했든 간에라고? 정확히 언제였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줄래?"




한 번만 잔게 아니라니. 카스티엘은 여전히 그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구역질까지 날 지경이었다. 여자를 계속 유혹해놓고서는 어떻게 그걸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떤 인간이 그러지?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녀는 당황한 듯 그를 쳐다보았고 카스티엘은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겁에 질려보였는지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제어하려 노력하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어...아마 내가 다른 사람이랑 헷갈린 것 같다. 신경쓰지 마."




"티나일 거다에 한 표." 리사는 대답하고 웃었다. "걔가 말하길 너 정말 터프했다던데."




"아이고, 자비로운 예수여." 카스티엘은 자신의 침대를 저주했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도대체 티나가 누구지?



"뭐, 그래도 티나는 즐긴 것 같던데." 카스티엘의 반응에 리사가 재빨리 덧붙였다. "걔가 해달라고 빌었다며."




"제..제발 생각할 시간 좀 주면 안될까?"




리사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카스티엘은 뒤돌아서 침대를 바라보았다. 그는 인간이 되고나서 한 일을 떠올리려고 해봤지만 헛소용이었다. 그는 절망에 빠져 눈을 굴리다 바닥과 의자도 쳐다보았다. 





그래, 그는 그걸 즐겼다. 하지만 그가 한 일은 그와 주변인들의 품위를 떨어뜨렸다.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엔 공허함이 흘렀다. 있으면 안 될 공백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헤아릴 수 없는 천사로서의 의식의 부재가. 그 당시에 그는 모든 걸 완벽하게 이해하는 듯 했다. 그는 세상의 종말에도 정작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아픔을 가리기 위해 농담을 즐기다 웃고 떠들며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결국 그는 바비의 집 독방에 갇혀있던 샘을 내보냈다. 그는 딘에게 절대로 그 일을 말하지 않았다.그에게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한 이기적인 행동이었지만, 그는 딘의 실망하는 모습을 절대 보고싶지 않았다. 그는 딘을 잃고싶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이제 끝이란 없었으므로 그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심지어 그는 샘을 놓아준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한번도 느껴본 적 없었다. 당시 그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었다...물론 변명이 되진 못하겠지만, 카스티엘은 잘 알지 못했다. 그 뒤로 카스티엘은 자기 멋대로 행동했고 그러한 행동은 인식이 점점 무뎌지게 만들었다. 현재 그는 부끄러움으로 인해 피부가 쿡쿡 쑤시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었다. 그는 침대에 여자를 데려오기 위해 했던 수많은 거짓말에 대해 생각했다. 카스티엘은 그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딘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생각했다. 그는 카스티엘이 얼마나 멀리 나갔는지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카스티엘의 행동은 딘의 난잡한 성생활마저 수녀님처럼 보이게 했으니까.카스티엘은 딘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그를 비난하고 불평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떠올렸다. 당시엔 그가 자신의 힘에 도취되는 것을 그만두고 현실감을 유지하려는 줄만 알았다. 지금은? 그의 분노로 인해 일어난 일임을 깨달았다.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분노.




인간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너무 천천히 진행된 일이라 미처 눈치채지도 못했다. 그의 힘은 점차 하나 둘씩 사라져갔고, 힘을 쓰려고 했으나 쓸 수 없게 됐을 때 비로소 힘이 고갈됐음을 깨달았다. 그 뒤로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의 몸은 점점 느려졌고 마음은 집중력과 초점을 잃어갔다. 그 뒤로는 허기와 갈증을 느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간에 그는 먹고 마시고 즐겼다. 그는 더위와 추위, 그리고 고통을 느끼게 되자 심오해졌다.





내심 속으로는 그의 일부분이 천사라는 걸 알고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원인을 찾기위해 매달렸는데, 이는 인간이 되는 것을 간신히 견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루시퍼가 죽은 뒤로 힘이 사라졌다는 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의 은총은 사라졌다. 지미도 사라졌다. 이제 그는 몸을 '입는'게 아니라 그것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이제 지구상에 남아있는 천사는 없었다. 그가 지난 2년간 한 행동 덕분에 다른 천사들과 달리 시야도 흐려졌다.




~~~



척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카스티엘이 딘과 밖으로 나가거나 다른 임무가 없는 이상 그들은 지난 2년 내내 서로를 매일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쉽게 친해졌고 카스티엘은 편안함을 느꼈다. 물론 신뢰와 절망, 필요성으로 엮인 딘과의 관계같은 것은 아니었다. 척과 있으면 즐거웠다.





"갈비뼈 쪽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지 마. 알겠지?" 척의 얼굴은 꽤 엄격했다. "그리고 충분히 쉬어. 피곤할 때 운전하지 말고. 밥 제대로 챙겨먹고."


"알았어, 엄마." 카스티엘은 무미건조하게 웃었다. 카스티엘은 문득 척이 단 한번도 자신을 함부로 판단한 적 없음을 깨달았다. 그가 술에 취해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때도, 심한 부상을 입어 그가 깨어나길 바라며 척이 불안한 밤을 보내야 했을 때에도.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척은 그저 카스티엘을 받아들였다.




"고맙다." 카스티엘이 그에게 말했다. 그는 척이 예상하지 못했던 포옹을 건넸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카스티엘은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척은 숨에 차서 말했다. "캐스, 진정해. 계속 연락하고."




카스티엘은 운전하며 백미러로 척이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모습은 점점 작아졌지만 완전히 희미해지기 전에 사라와 함께 걸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카스티엘은 친구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뻐하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사라도 자신과 함께 잤다는 걸 깨닫자 입가의 미소가 싹 사라졌다.




~~~




그는 캔자스 북부로 향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가 그곳에 도착했을 땐 캔자스에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다른 주로 가려면 그 길 밖에 없었다. 일부 고속도로는 통과할 수 있었으나, 다른 곳은 지진이나 루시퍼가 한 일들의 부작용으로 인해 쌓인 폐차들과 트럭들로 꽉 막혀있었다. 카스티엘은 많은 우회로를 거쳐가야 했고 여행은 점점 더 길어졌지만 애초부터 쉬울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그를 놀라게한 것은 그가 향하는 곳마다 호텔이 운영중이라는 거였다. 슬프게도 손님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각 호텔들은 집을 잃어버린 이들을 위해 임시 주택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호텔엔 여분의 방이 없었고, 만약 있다 하더라도 그는 자기 대신 머물곳이 절실히 필요한 가족들에게 쓰이길 바랐다. 그가 모텔에 들어설 때마다 아이들은 마치 본인들이 감염당해 고통받았던 것처럼 밖에서 놀며 비명을 지르거나 싸우고 있었다. 그 중 몇몇은 절대 놀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앉아서 그가 걸어 지나가는 것을 쳐다만 보았다. 그런 장면을 이미 많이 본 듯이.




카스티엘은 침대와 샤워 시설 없이도 구형 사륜 자동차에서 지낼 수 있었으나, 그 곳에서 보내는 밤은 다친 부위에 썩 좋지 않았다. 뭐, 그래도 음식을 먹을 공간은 존재했고 휴게소에는 연료가 있었다. 카스티엘에게는 돈이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치솟는 연료값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젠장. 만약 그가 돈을 다 써버린다면 ATM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조만간 운영을 다시 시작할테니까. 카스티엘에겐 딘의 소유였던 세 개의 카드가 있었고 그것들의 사용 방법도 알고 있었다. 그는 카드에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행운이 따를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매료시켰다. 그가 식당에 앉아있을 때나 무슨 물건이 진열되어 있는지 확인하러 매장에 들어갈 때마다 그들은 지극히 평범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를 놀라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골절, 타박상 등의 부상을 입었지만 그저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었다. 카스티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로아톤에 감염됐었을거라 추측했다. 그들은 서로가, 혹은 아직 감염되지 않은 이들과 싸우느라 상처를 입었을지도 몰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크로아톤 바이러스의 지배 아래 있었지만 살아남았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견뎌내는 사람들은 그를 놀라게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카스티엘은 이해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는 걸.




그는 루시퍼와 천사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었다. 어딜 가든 많은 이들이 성경을 들고 있었다. 거리에는 즉흥 예배가 열렸다. 이는 카스티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안 좋았을 때 신은 절대 그들을 도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신에게 감사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딘 윈체스터가 그들을 구한거지 신이 구한게 아니었다. 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지난 5 년 동안 카스티엘은 신이 어딘가에 있다고 믿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그에 반하는 증거가 넘쳐났다. 




카스티엘은 믿음을 잃었다. 하지만 신앙심이 있든 없든간에 믿음을 스위치처럼 껐다켰다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아직도 누가 몇년 전에 자신을 부활시켰는지 알지 못했지만, 어쩌면 루시퍼가 저지른 일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왜냐하면 그 어떤 끔찍한 일이 있더라도 신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기도했고, 카스티엘은 그들의 맹목적인 신앙심으로 인해 격려와 비극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때때로 누군가는 그를 알아보았다. 두 자매가 거리에 멈춰서서 그의 이름이 '캐스'인지 물어보았다. 그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사람들은 곧 울것처럼 굴며 그가 갈비뼈 때문에 아프다고, 그만 하라고 빌 때까지 그를 껴안았다. 어떻게 자신을 아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그저 잘 모른다며 고개를 흔들고는 가버렸다. 며칠 뒤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 흑인 노인이 식당 카운터 앞에 앉아있다 의자를 돌리고 그를 빤히 쳐다보자 카스티엘의 얼굴은 붉어졌다. 




"당신 그 사람 맞지?" 노인의 목소리는 읽을 수 없었다.


"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천사." 노인은 대답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황이 괜찮아지고 나면 당신이 나타날 거라고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넌 숨어있지 않았나? 날개가 더러워지는 게 싫었겠지." 




카스티엘은 흥미로움을 느꼈다. 그는 일어서서 노인 옆에 앉아 고개를 휙 돌렸다.  "어떻게 날 알지?" 그가 물었다.




노인은 한숨쉬며 떨리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댔다. 그의 손톱은 들쭉날쭉했고 피로 덮여있었다. 노인에게선 재와 케케묵은 담배 냄새가 났다.




"당신을 찾으라는 명령이 있더군," 노인은 카운터 뒤에 놓인 깨진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총 2년을 수색하는데 보냈어. 이제 쓸모없어지니까 나타나다니, 이 개자식." 




"누가 명령했는데?"




노인은 쌕쌕거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누구일 것 같나?" 




"당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잖아." 카스티엘은 몸을 숙이며 노인을 똑똑히 응시했다. "홀렸던 거지?"




노인의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흘렀다. "영리한 천사님이시군."



카스티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노인을 쳐다보다 물었다. "딘 윈체스터는?"




"네 각별한 친구? 그래, 그도 같이 찾았어.  약삭빠른 손님이더군. 내가 듣기론 절대 한 곳에 머무르는 법이 없던데."




"난 그를 찾고있다."



노인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지었다. "당신이 최초는 아니야. 악마들이 그를 좇고있다더군. 복수를 원한다던데." 그는 고개를 들어 처음으로 카스티엘과 눈을 마주쳤다. 노인의 눈은 검고 검었지만 가운데 부분이 희었다. 백내장이었다. 카스티엘은 이 노인이 앞을 전혀 보지 못한다는 것에 놀랐다. "딘을 찾고 싶단 말이지, 내가 당신이라면 남쪽으로 향하겠소. 

악마들이 그를 찾고 있는 곳이 남쪽이라더군. 빌어먹을 놈." 




카스티엘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 '빌어먹을 놈'이 사람들을 위해 사탄을 죽였어."




"듣기로는 애초에 사탄을 불러낸 자식이 그 놈이라던데. 세상을 파괴한 놈에 대해 감사함이 막 느껴지는군.  그 자식에 대한 사랑이 막 흘러넘치네 그려." 




"얼마나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나?"




"내가 무슨 GPS라도 되는 줄 아나?"  노인은 놀라울 정도로 강한 힘으로 카스티엘을 밀쳐냈다. "이제 그만 떠나고 날 내버려 두게. 내가 악마에게 씌였을 때도 당신을 싫어했지만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요. 카스티엘, 당신은 우리를 구하기로 하지 않았나?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졌지? 당신은 빌어먹을 겁쟁이라네. 당신과 그 둘 다."




카스티엘은 식당을 나왔다. 그는 손떨림이 멈출 때까지 운전대를 잡고 앉아있었다. 



~~~




캔자스의 로렌스는 깨끗했다.




모든 집은 그대로였다. 모든 상점은 열려있었다. 차들은 윤택이 흘렀고 최고의 성능을 유지했다. 거리에는 10월의 낙엽들로 가득차 있었다. 가로등에는 불이 들어왔고 연기 냄새는 나지 않았다. 카스티엘은 속이 뒤틀림과 심장이 거세게 뜀을 느끼며 그곳을 지나갔다. 




그곳은 샘 윈체스터가 태어난 곳이었다. 




도시에는 카스티엘이 지난 몇 년간 봐왔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나라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본인들의 일을 바쁘게 하고 있었다. 그는 시내에 주차한 뒤 윈체스터가 묻힌 곳을 찾기 위해 지도를 사려고 서점으로 들어갔다. 카스티엘은 노인이 말한 것을 기억했지만 딘이 이곳에 머무르길 바라며 군중속에서 내내 딘을 찾아다녔다. 그는 딘을 계속해서 찾고, 찾고, 또 찾아다녔다. 반복되는 패턴은 두통까지 가져왔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도를 산 뒤 서점을 나온 그는 옆 가게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텔레비전을 파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유리창 앞에 서서 TV를 계속 쳐다보았다. 움직이는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오히려 안심됐다. 정상적인 듯한 기분이 들어서일까. 하나는 드라마로 추정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고 다른 하나는 축구 경기를 보여주었다. 세번째 TV에는 CNN 채널이 틀어져있었다. 그는 폭탄 자국과 혼잡한 병원의 영상 밑에 지난 몇개월 간 백 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죽었다는 자막이 흘러가는 걸 보면서 왜 기운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사망자 수가 더 많을 거라 생각했다. 




카스티엘은 해외의 많은 나라에서도 가뭄,질병,기근 등의 끔찍한 일이 일어났음을 배우며 오랜 시간동안 방송을 계속 지켜보았다. 지구 반대편에선 지진과 태풍, 쓰나미와 허리케인이 있었다. 북극의 얼음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수 많은 사회의 경제는 크로아톤 바이러스의 여파로 완전히 붕괴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죽어가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미국은 그나마 역경에서 살짝 비켜간 것처럼 보였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꺄르륵 대며 그를 지나쳐 달려갔고 그는 다시 뒤돌아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로렌스는 역경을 완전히 피해냈다. 그는 이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운 좋은지 알길 바랐다. 사탄의 탄생지가 바로 이 곳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축복받았다.[각주:1]




~~~




그는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묘지를 찾았다. 메리 윈체스터의 무덤 옆에는 새로 쌓인 흙더미가 있었다. 작은 나무 십자가에는 샘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딘의 애뮬렛은 십자가에 걸려있었다.



카스티엘은 버려진 무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온 몸에 흐르는 전율을 애써 진정시켜주었다. 딘은 이곳에 왔었다. 무덤은 몇 주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딘은 샘을 묻은 뒤 떠났다. 카스티엘은 그가 샘을 왜 화장시키지 않았는지 의아해했다. 딘은 헌터였고 헌터들은 화장을 치루기 마련이었으니까. 하지만 카스티엘은 끝내 이유를 찾지 못했다.



카스티엘이 지금 알고 있는 건 두가지였다. 하나는 딘이 남쪽으로 떠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악마들이 그를 뒤쫓고 있다는 것이었다. 



카스티엘은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샘의 무덤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를 위해 기도했다. 그는 애뮬렛을 향해 뻗어지는 자신의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움켜쥔 애뮬렛은 차가웠다. 그는 한동안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일어섰다.



카스티엘은 샘을 뒤로 하고 그의 형을 찾으러 떠났다.




1-3 보기→

*각주

  1. 어감이 이상하지만 사탄이 태어난 곳이기에 역경을 피해갔다는 뜻으로 보시면 되겠네요ㅠㅠ 어감을 좀 더 제대로 살리고 싶은데 역량부족으로...큽...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