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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Grey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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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26654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앵슷+찌통+딘의 POV (딘의 시점)+슈내 시즌9 까지의 스포 주의.









12.



그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여태껏 지켜온 비밀을 왜 이제와서 밝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특별한 경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몇 년간 그랬던 것 중 가장 제대로 취한 상황이었다. 



어쩌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감상적으로 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와 샘은 임팔라의 후드에 기대앉아 약간 따뜻한 감이 없지않아 있는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샘은 지옥에 다녀온 뒤 계속해서 나타나는 환영을 억누르기 위해 손바닥에 난 상처를 꾹꾹 눌러대던 참이었다. 



"좀 나아졌어?" 딘이 묻는다. "모든게 회색으로 보이는 거."



샘은 자신의 손을 누르며 딘을 바라본다. 딘은 동생을 바라보다 밤하늘에 뜬 별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은 지난 몇 년 간 제스에 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응?" 샘은 혼란스러워하며, 혹은 살짝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딘은 뭐라 할 수 없었다. 그가 던진 말은 '감정'에 대해 제대로 말해보자는 돌발 선언처럼 들렸을테니까. 



"아빠가 나한테 가끔 말해주셨거든. 내가 엄마를 많이 닮아서 웃을 때마다 엄마가 겹쳐보인다고. 색이 다시 보인다고." 딘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확실히 난 엄마 눈을 닮은 것 같아. 똑같은 초록색으로." 



"그건 몰랐어." 샘이 조용히 대답한다. "한 번도 말씀해주신 적 없거든."



딘은 뭐라뭐라 웅얼거리다 침묵을 지키며 맥주만을 마신다. 샘은 만지작거리던 손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런 일은 여태껏 없었어." 대신 그가 딘에게 말한다. "제스 이후로는 색을 보지 못했고."



딘은 안에서 화산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부글부글 끓는 속을 느낀다. 그는 샘에게 아무도 모르는, 오직 리사만이 알고있던, 하지만 캐스가 그녀의 기억을 지운 뒤 이제 살아있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픈 충동에 빠진다. 



"차라리 제스를 영영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가끔씩은 생각해." 샘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리워한지 몇 년이 지났으니까. 형이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다른 사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거야." 



딘은 제스 이후로 샘이 관심있어보이던 여자들을 떠올린다. "그럼 사라나 메디슨은..." 그 외에도 여럿 있겠지만 자세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물론 뭔가는 있었지. 하지만...제스처럼은 아니었어." 샘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오히려 형과 리사쪽에 더 가까웠던 것 같은데."



사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허나 딘은 리사와 어느 정도 행복했지만 오메가들이 동거하던 그 '관계'를 뭐라 부를 수 있든 간에 결국 망쳐버리고 말았다. "리사가 내 메이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딘은 순순히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게 더 쉬웠을텐데." 그 말의 진정한 뜻이 무엇이든 간에, 차라리 그가 늘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알파를 만났더라면 일은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제 2의 제스나 리사가 그를 기다릴 수도 있고.



"포기하지 마. 형은 그렇게 늙은 거 아니잖아." 샘은 딘이 하려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통계학적으로 봤을 때도 지금보다 나이가 더 많을 때 진짜 메이트를 찾을 가능성이 더 높대." 



"그사람들이 죽지만 않는다면 그렇지." 딘은 갑자기 밀려오는 분노와 억울함에 현기증을 느끼며 말한다. "정작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천사한테 엮이는 것보단-" 울부짖은 그는 마음껏 소리치고 싶었다.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반 쯤 빈 맥주병을 아무도 없는 고속도로에 던져버리자 그 병은 아스팔트에 제대로 부딪혀 만족스러울만큼 부서지고 만다.



차마 샘을 마주볼 수 없었다. 그는 임팔라의 후드에 무릎을 끌어당겨 걸터앉아 청바지에 얼굴을 파묻고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는다. 가슴이 타는 듯이 아파도 소리내지는 않았지만, 어깨가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캐스야?" 샘이 묻는다. "카스티엘이라고?!"  불신과 연민에 목이 막힌 듯한 동생의 목소리에 딘은 더욱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졌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오메가처럼 수치심을 느끼며 울고있었지만 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옆으로 다가와 딘의 어깨를 감싸고 포옹하듯 끌어당겼다. "젠장, 형...얼마나 그랬어?"



딘은 숨을 껄떡인다. "아..아주 오랫동안?"  흐느낌에 숨이 막혀 거의 병적으로 들리긴 했지만 말은 간신히 꺼낼 수 있었다. "관에서- 일어나서- 땅을 파고 나왔는데- 파- 파란색이었어, 새미." 그는 울음을 힘겹게 삼켰다. "하늘이."



"여태껏 쭉 그랬던 거야?" 샘이 묻는다. "지옥에서부터?" 



딘은 콧물을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깨달았어." 그는 흐느낀다. "그 순간에 내가-" 



샘이 우직한 팔로 자신을 감싸안자 딘은 친숙한 향이 나 위로가 되는 그의 따뜻한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동생에게서 느껴지는 포근함에 딘은 몇 분동안 그의 품에 안긴다. 한편으로는 캐스가 그를 원하지 않은데다 홀로 남겨두고 떠난 것이 얼마나 아팠는지 투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딘은 아무리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어도 그러지는 못했다.



"캐스는 형을 떠났잖아. 형의 메이트인데도. 내가 죽었을 때 캐스는 형을 리사 집에 내버려두고 떠났다고." 샘은 딘이 캐스를 감싸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화가 난 모양이다.



"그 때 그 공동묘지에서, 차를 타고 가는데." 침착함을 되찾은 딘이 말을 잇는다. "캐스가 옆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졌어." 그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다. "아팠어." 그가 인정했다. "캐스는 천국에 있는데, 난 걔가 죽은 것처럼 느껴졌거든. 멍청한 오메가 뇌는 메이트를 잃어서 슬퍼하더라. 모든게 회색으로 변했어. 라파엘이 걔를 죽였을 때처럼." 



샘은 낮은 목소리를 낸다. "그럼 캐스는 두 번이나 죽었는데, 형이 극복하기 시작할 때쯤 내가 형보고 기도시킨거였네."



딘은 동생의 품에 안겨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내 영혼이 문제가 됐고, 크라울리에, 연옥의 영혼에, 그 저수지까지... 젠장, 형. 그러니 형이 무너질 수 밖에 없지." 그의 품에 안겨있던 딘은 샘이 침을 삼키는 것을 가슴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 



"아니." 한숨을 내쉰 딘은 그를 밀어내며 눈을 비빈다. "너도 마찬가지잖아. 제길, 우린 언제쯤 괜찮아질까?" 



샘은 얼굴을 찡그리고 손으로 머리를 북북 문지른다. 그러다 한숨을 크게 내쉰다. "나아지진 않을거야." 그가 딘에게 말한다. "하지만 쉬워질 순 있지. 형이 잊는다면." 



딘도 그렇게 생각했다.




~~~



샘은 손을 꽉 움켜쥔 채 아무도 없는 구석을 바라보며 딘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존재를 겁내고 있었다. 상황은 나아지긴 커녕 악화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대화 중간중간에 딴데로 새고 밤마다 소리치며 흐느끼는 바람에 몇 번이고 딘을 깨우고 말았다.



상황은 매우 나빠졌고 샘은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던 딘은 누군가가 말한 '영혼 치료사'를 찾으러 떠났다. 



~~~



죽은 악마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임마누엘'이라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 딘은.... 정확히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지 확신하지 못했다. 어쩌면 소리치고 싶은지도 몰랐다. 마침내 이 고통스러운 러브 스토리를 끝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캐스의 눈은 파랬고 딘을 꿰뚫어보기라도 할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딘도 똑같이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잠깐동안 그는 샘이 정신병원에서 미쳐 죽어가고 있으며 눈 앞에 선 이 남자가 자신을 아프게 했다는 사실을 잊고말았다. 이 사람은 캐스였고 그의 속에 있는 오메가는 메이트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색종이 퍼레이드를 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메이트는 황금빛 태양을 등진 채 믿지 못할 정도로 진한 초록색 잔디밭에 서 있었다. 



딘은 천둥이 치는 먹구름같은 그의 친근한 냄새에 취해 자신의 메이트, 캐스에게 현혹되어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를 무턱대고 따라갔다. 마음같아서는 캐스에게 팔을 둘러 그의 창백한 목에, 셔츠 옷 깃 위에 있는 그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체취를 들이마시고 싶었다.



집 안에서 캐스는 딘이 창문을 통해 봤던, 갈색 머리에 초록 눈을 가진 예쁜 베타를 - 딘은 그 여자가 다프네 알렌일 것이라 짐작했다 - 풀어줬다. 그녀가 익숙하게 그를 만지자 딘의 속은 의심과 질투로 뒤틀렸다. 지금 이게 뭐지? 그는 자신의 메이트에게서 그 여자를 떼어놓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그러다 캐스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공동전선처럼. 



딘은 숨을 들이마신다. 짝을 맺었다는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있는 무언가는 그의 피부를 따끔거리게 만들었다.



"전 임마누엘입니다." 캐스는 여전히 딘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며 다프네와 잡았던 손을 풀고 처음보는 낯선 사람에게 하듯 손을 내민다.



딘은 이게 속임수라는 냄새는 맡지 못했고, 캐스가 거짓말을 할 때면 그의 향이 어떻게 바뀌는지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딘을 모른다. 기억하지 못한다. 다프네는 그의 옆에서 위안을 구하고 있었다. 딘은 눈을 깜빡이며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잡는다. 딘은 캐스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을 잡으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딘." 딘은 자신의 이름이 그에게 분명 어떠한 의미가 있을거라 생각하며 말을 건넨다. (나의 딘,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 "딘이라고...해요." 



캐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이름에는 반응이 없었다. 아무것도. 그저 진지하게 말할 뿐이었다. "제 아내를 보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이 놀랄만큼 기울어진다. 



"아내...라고?"



그는 결혼했다. 캐스가 결혼했다. 그의 메이트는 결혼했고-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는 못했다. 이 상황이 뭐든간에 그는 뒤돌아서 나가야만 할 것이다. 이 집에서. 그냥...그렇게.



하지만 리바이어던들은 밖에서 돌아다녔고 샘은 정신병원에 누워 죽어가고 있었다. 세상에는 딘 윈체스터와 그의 감정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었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차오르는 감정들을 애써 눌러담았다. 깊고 깊은 안쪽으로.



캐스의...그의 아내는 그의 가슴팍에 손을 올려놓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빨갛고 뜨거운 무언가와 쓴맛의 소용돌이가 딘의 안에서 요동쳤지만, 그는 그것들도 꾹꾹 눌러담아야만 했다. 샘.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샘한테 집중해.




~~~



캐스는 조수석에 앉아있다. 이전 몇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천사였을 때 딘의 옆에 앉아있었듯이. 딘이 팔에 그의 표식을 가지고 있었던 때처럼. 딘이 그에게 약간의 경외감과 사랑을 가지고 있던 그 때처럼. 그러나 캐스는 달라졌다. 그는 신의 천사가 아닌 일반 남성처럼 조수석에 구부정하게 앉아있다. 구겨진 셔츠와 넥타이 대신 남색의 가디건을 입은 채. 옷은 그의 눈 색과도 비슷했다. 딘은 다프네도 그 사실을 알고있을지 궁금했다. 캐스도 그녀에게 색을 보게 만들었을지. 끔찍했다.



모든것은 심히 잘못되고 어딘가가 마구 뒤바뀌어 있었다. 종말이 일어나던 때가 그리울 정도였다.



이제 메그라는 악마는 그의 뒷좌석에 앉아있다. 이제는 결혼한, 기억 상실증에 걸린 캐스는 딘이 자신을 해치기라도 할 것처럼 곁눈질로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 



딘은 입을 다물기 위해, 또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모든 것을 밀어넣기 위해 꽉 악문 턱이 지끈지끈 쑤심을 느낀다. 캐스에게는 딘을 그런 식으로 쳐다볼 권리가, 그를 두렵게 만들 권리가 없었다. 그는 캐스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그는 캐스를 버리고 떠난 적도 없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캐스지 딘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는 운전대를 꽉 쥐고 가죽 커버가 손가락 아래 삐걱거림을 느낀다.




~~~




캐스는 샘을 치료하지 못했다. 그는 악마를 해치우는 법과 날개를 뻗고 날아가는 법, 그리고 딘의 이름 등 모든 것을 기억해냈지만 ... 자신은 못 할 거라고 말했다.



벽에 등을 기댄 딘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는 너무나도 지쳤다.



메그는 크라울리의 부하를 막기 위해 복도에 숨어 망을 보고 있다. 그의 메이트는 그의 앞에 서서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의 동생은 세 발짝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누워 있지도 않은 사탄을 떠올리며 죽어간다. 그를 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다. "그냥 가." 그는 캐스에게 넌지시 말한다.



캐스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그를 유심히 바라보자 딘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캐스는 자신이 머물라고 말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캐스는 남아선 안 됐다. 샘이 죽어가는 원인이 바로 그였으니까. 그동안 딘은 많은 것을 용서했지만 이건? 캐스는 정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마냥 샘의 벽을 무너트렸다. 게다가 그가 그런 행동을 했을 땐 연옥들의 영혼에 감염된 상태도 아니었다. 오로지 그 자신이 한 행동이었다.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그러다 캐스는 그의 옆을 떠나 딘이 틀렸음을 증명하며, 샘의 고통을 자신에게로 끌어들인다. 



"이러는 편이 낫다." 그는 딘보다 자신을 더 설득하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난 괜찮을거야." 딘은 그에게서 거짓말의 맛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저 가만히 서서 그가 샘에게서 루시퍼의 힘을 흡수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샘은 일어나서 충격에 빠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캐스?"



카스티엘은 벽쪽으로 물러나 위축된 상태로 오직 그만 볼 수 있는 무언가를 쳐다본다.



~~~



딘의 메이트는 살아있다. 캐스가 메그와 함께 정신 병원에 갇혀있다 하더라도 그는, 그의 몸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딘은 파란 하늘 아래 초록 들판 위로 차를 몰았다.



세상이 회색으로 변하고 카스티엘이 죽는 것보단 쉬웠다.





13.




샘은 딘이 자신을 보고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면 캐스가 미쳐버린 것이 자신의 잘못인 양 그에게 동정과 연민, 그리고 죄책감이 가득한 시선을 보내왔다. 딘은 또 다시 그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으므로 캐스를 다른 사람도 아닌 메그의 보호아래 병원에 둔 채 떠나고 있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애써 지워야만 했다.



"캐스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고있었어." 그가 샘에게 말한다. "걔는 네 벽을 무너뜨린 장본인이라고. 그 일에 관해서 네 잘못은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그러니 그런 눈은 집어치워."



그의 말에 샘은 한숨을 푹 내쉰다. "우리가 캐스를 그렇게 내버리고 왔다는 게 아직도 안 믿겨져. 메그를 정말 믿을 수 있을까?"



딘은 이를 부드득 간다. 그도 그 빌어먹을 악마에게 캐스를 맡기고 왔다는 사실이 전혀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챙겨주긴 힘들잖아."



그의 말에 샘은 이의를 제기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딘이 먼저 선수쳤다. "그런 걱정은 딕 로만을 없앤 다음 해도 돼." 그가 동생에게 말한다. 게다가 딘은 그 개자식에게 말뚝을 박고싶은 마음이 정말로 간절했다.



샘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




카스티엘과 메그는 뭐랄까, 친구나 그 비슷한 관계임이 틀림없었다.



딘은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딘은 메그가 캐스의 보호자든 뭐든간에, 짐 목사를 죽이고 샘에게 빙의한 적이 있으며 조와 앨런에게 헬하운드를 푼 그 악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그는 메그에게...약간의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그들과 한 약속을 몇 번이나 지켰다 하더라도 착각을 해서는 안 됐다. 그녀는 악마였고 믿어서는 안 될 존재였으니까.



그가 마지막으로 악마에 대한 경계를 풀었을 때, 루비는 샘을 속여 루시퍼를 감옥에서 풀어줬었다. 그 때처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었다. 따라서 그는 그녀를 유의깊게 지켜보고 그녀의 말을 꼼꼼히 따져가며 속내를 드러낼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신경쓰게 되는 건 캐스가 그녀에게 어떻게 행동하느냐였다. 캐스는 평소에 딘에게도 곧잘 그랬듯이 메그에게 지나칠 정도로 가까이 서 있었다. 그녀가 부르면 그는 냉큼 다가왔다. 인간이 지을 법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아름답다고 말해주었다.



딘은 캐스는 미쳤다고, 그러니 아무 의미 없을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그의 메이트가 메그를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에 속이 저절로 뒤틀렸다. 기억상실에 걸린 캐스가 다프네와 함께 있을 때보다 훨씬 안 좋았다. 미쳤든 아니든, 그는 딘 대신 악마를 택한 것이다.



~~~




메그가 그에게 키스한다.



딘은 그녀가 그의 천사칼을 노리고 정신을 흐트려놓기 위해 그런 짓을 하는 것임을 알았지만, 그녀의 손이 캐스의 코트 안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본다. 메그는 그의 메이트에게 키스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등을 확 베어버리고 싶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앞에 나섰지만, 샘은 그의 팔을 붙잡아 그를 다시 끌어당겼고, 딘은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이건 진짜가 아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메그는 탈선을 즐기는 년이고 캐스는 정신이 살짝 나갔을 뿐이다.



그러다 캐스가 그녀에게 키스한다.



천사같은 고귀함이나 어색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는 메그를 벽에 밀치고 그녀를 진정으로 원하는 듯이, 갈망하듯이, 그녀의 목을 물어 자신의 메이트로 삼으려는 듯이 진하게 키스한다. 딘은 자신을 둘러싼, 그의 폭풍우같은 냄새가 짙어짐을 느낀다. 알파이자 자신의 메이트인 그의 향을 들이마실 때마다 오래전에 사라졌던, 팔에 남은 표식이 환각지처럼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메그도 그 상황에 약간은 어리둥절해 보였지만 그녀가 빙의한 베타의 몸은 흥분의 기운을 내뿜었다. 매캐한 그녀의 냄새는 딘의 목을 태울 듯 칼칼하게 만들었다. 딘은 으르렁거림을 애써 삼키며, 캐스에게 다가가 그에게서 메그가 아닌 자신의 향이 날 때까지 몸을 비벼대고 싶은 원시적 욕구를 억눌러야만 했다. 그는 루비의 칼을 꽉 쥔다. 메그의 배에 그 칼을 내리꽂고 싶었다. 지옥에서 영혼들을 다룰 때처럼 그녀의 몸을 열어버리고 싶었다. 알라스테어의 기술을 쓰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에-



-샘의 손가락이 그의 손목을 파고든다. 딘은 침을 삼키고 입을 꽉 악문다.




~~~



캐스는... 여전히 이상하게 굴었지만 ('벌들을 지켜볼거다, 딘') 여차저차 나아진 듯 보였다.



그는 딕 로만을 찾는 그들의 일에 동조했고, 딕을 쫓아 궁지에 모는 동안 계속해서 딘의 옆에 있어주었다. 그가 진정으로 속해야 할 곳에 돌아온 느낌인지라 모든게 정상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이겼다.



결국엔 딘, 샘, 케빈, 메그, 카스티엘이 승리를 이끌어냈다. 두 헌터와 악마와 신이 끄적여놓은 글을 읽를 줄 아는 고등학생 꼬마와 정신이 산만해진 천사가 이긴 것이다. 드디어 리바이어던과 관련된 일을 해치웠다는 생각에 큰 만족감이 들긴 했으나 이겼다는 기쁨을 누릴 수는 없었다.



딕 로만은 폭발하며 딘과 카스티엘을 연옥으로 이끌었다




~~~




이곳은 어둡고 차갑다.



어딘가 잘못된 것 마냥 아플정도로 시리다.



늪지같은 눅눅하고 친숙한 냄새가 딘의 목을 건드린다. 그는 캐스의 모습을 한 리바이어던이 크라울리의 실험실 바닥에 자신을 내리누르며 역겨운 검은색 기름을 뚝뚝 흘려대던 때를 떠올린다. 그 때와 똑같이 고약한 냄새가 공기중에 맴돌았다.



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주위를 빙 둘러보지만 (이곳은 숲이다. 잎사귀들이 그의 발 밑에 밟힌다. 온통 나무들로 둘러싸여있다.) 그의 천사는 찾을 수 없었다.



"캐스?!" 그가 외친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이 번쩍인다. 그르렁거리며 쉭하는 위협적인 소리가 들려온다.



딘은 오로지 혼자였다.




~~~




세번째로 공격을 받았을 때 그는 주머니칼을 놓치고 만다. 칼은 뼈에 굳게 박혀 손잡이가 덜컥거렸다. 그는 루비의 칼을 집어들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두 명을 해치우기 위해 단단히 붙잡았지만, 그들을 죽였을 땐 한 쪽 팔을 물리고 갈고리같은 긴 손톱으로 등을 긁힌 상황이었다.



악취나는 시체를 뒤져도 주머니칼은 찾을 수 없었고 또 다른 인기척이 주변에서 들려왔다. 괴물들이 싸우는 소리인 듯 보였다. 딘은 어둠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무들 사이에 보이는 실루엣이 트렌치코트이길 바라지만 너무 두려운 탓에 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




~~~




연옥.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괴물들을 사냥하는 딘 윈체스터는 괴물들의 천국에 갇혀버렸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지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저 괴물들로 가득찬 끝없는 숲이었다.



그는 덤불과 잎사귀들 밑에 몸을 묻고 그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든 잠을 청했다. 그곳에서 마주치는 몇몇 존재들은 그가 알고있는 것들이었지만 - 뱀파이어, 늑대인간, 루가루, 아라크네 등- 다른 것들은 인간의 모습과는 다르게 이상하게 변형되어 알아차릴 수 조차 없었다. 




~~~



인간이든 아니든, 딘 윈체스터는 숲을 지나다니는 헌터이자 학살자일 뿐이었다. 천국보다는 연옥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는 오래된 존재들을 피하며 다른 괴물들을 쫓아가던 그는 가끔씩은 또다른 사냥을 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45구경 권총과 주머니칼이 그리웠다. 그리고 샘과 임팔라도.



시간이 지날 수록, 딘은 부족한 식량과 사방에 존재하는 흙먼지에도 불구하고 약해지는 대신 날씬해지고 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몇 년 간 느꼈던 것보다 몸이 훨씬 날래고 들어맞는 기분이었다. 연옥에서 지내는 시간들은 힘겨울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랬다.



하지만 그는 늘 불안했다. 캐스를 찾아야만 했다. 하루하루가 흘러갈수록 강박관념은 커져만 갔다. 인간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수록 근심은 그 크기를 키워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는 연옥을 돌아다니며 온갖 괴물들을 마주치는 족족 난도질했다. 캐스를 찾기 위해. 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나무를 헤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들을 끊임없이 찾아다녔다.



60일 쯤 됐을 무렵 그는 길을 잃고 말았다. 물론 빌어먹을 이곳에서의 시간이었다. 이승에서는 몇 세기가 지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샘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 딘은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한 달, 혹은 일 년이 지난 뒤 그는 캐스를 우연히 발견했다.



천사는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다.



딘은 환각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각상처럼 나무 사이에 서서 오랫동안 그쪽을 쳐다보았다.



"캐스?" 루가루를 죽인 뒤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그의 목소리는 쩍쩍 갈라지고 거칠었다.



그 형상은 얼어붙었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대신 그에게 고개돌렸다. 그가 맞았다. 그는 캐스였다. 딘은 그의 메이트가 자신에게 공명하는 기쁨에, 커다란 교회의 종이 딸랑이듯이 온 몸에 울려퍼지는 기쁨에 환하게 미소지었다. 딘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깨닫기도 전에그를 꽉 끌어안았다.



캐스는 그의 팔 안에서 어색하게 굳어있었지만 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열렬한 환영을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까. 어쨌거나 그의 메이트는 천사였다. 딘은 씩 웃으며 그를 단단히 끌어안다, 지난 몇 달간 질식할 듯 역겨웠던 연옥의 악취에서 벗어나 마침내 맡게 된 캐스의 깨끗하고 친숙한 향을 마음껏 즐겼다. "캐스!" 그는 마침내 그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기뻐하며 되풀이했다. 이제 상황은 괜찮아질 것이다. 캐스를 찾았으니 집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캐스는 손을 들어올려 딘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딘."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실망한 것처럼 들렸다.



얼어붙은 무언가가 고통스럽게 딘의 속을 맴돌았다. 그는 뒤로 한발짝 물러나 캐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딘은 그의 표정을 바라보다 숨을 삼키며 발로 차인 강아지처럼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의 알파는 딘이 오래도록 힘겹게 그를 찾아녔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신을 찾지 못하길 바랐던 것이 분명했다.



딘은 캐스가 그에게서 도망치고 있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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