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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Grey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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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26633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앵슷+찌통+딘의 POV (딘의 시점)+슈내 시즌9 까지의 스포 주의.





10.



동생에게는 무슨 문제가 생겼고 카스티엘은 바뀌었다.



그가 여전히 카스티엘인 건 딘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과 얼버무림은 평소의 천사적인 행동을 넘어선 것이었다.



뱀파이어가 딘을 감염시켰을 때 샘과 카스티엘 모두 개입하지 않았다. 결국에 치료되긴 했지만, 샘이 그 일을 보고도 충격을 받거나 바뀐 점이 없다는 것은 명백했다. 어딘가가 잘못됐다.



그는 리사를 지키지 못했다.



외할아버지는 지옥의 왕과 동맹을 맺었다.



샘에게는 영혼이 없었다.



전쟁 중인 카스티엘은 기도를 해도 답이 없었다. 



그러한 일들은 샘이 바비를 죽이려 들었을 때까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지속됐고 딘은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함을 깨달았다.



딘은 자포자기한 상태로 죽음에게 찾아갔다.




~~~



죽음은 어딘가 알 수 없는 놈이었고 딘은 금방이라도 벌레처럼 짜부라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지만, 약간의 아부와 싸구려 패스트 푸드는 결국 통했다. 



영혼과 균형 어쩌고 하는 설교는 진절머리가 났지만 샘은 다시 샘으로 돌아왔다.



상황이 절망적이라도 딘은 동생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적어도 잘못된 일 하나는 다시 바로잡았으니까.



~~~



카스티엘이 천국에서 전쟁을 치루는 동안 딘은 먹다 남은 음식을 구걸하며 주의를 끌기 위해 낑낑거리는 개가 된 기분이었다.



그는 천사가 어떤 일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카스티엘이 딘을 메이트로서 원하는게 아닐지라도 딘의 몸이 그를 자신의 알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딘은 그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냄새, 그의 태도, 얼굴에 살짝 스쳐지나가는 작은 표정 하나까지- 딘은 카스티엘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또 자신과 소원해진 메이트가 둘러대는 거짓말과 근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바비와 샘마저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를 끝까지 믿고 싶었던 딘은 그의 편에 섰지만, 카스티엘은 스스로 무덤을 파 그 사실을 입증해보이고 말았다. 그는 엿들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래도 딘이 설명할 기회를 줘야하지 않겠냐고 주장하자 샘과 바비는 동의했다. 그는 캐스가 자신들을 염탐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지켜보고 있었기를 바랐다. 좀 더 그럴싸한 설명이 있기를 바랐다. 캐스는 천사니까, 어쩌면 대화를 엿들어도 괜찮을거라 생각할지 몰랐다. 그들은 캐스를 성유로 지핀 불에 가뒀고-



"이해하기 힘들거다." 카스티엘이 그들에게 말했다.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날 놔줘. 여기서 나가게 해주면 내가-"



딘은 이미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냄새에서부터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그는 필사적이었다. "날 봐, 캐스." 그가 말했다. "날 똑바로 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말해. 내 눈을 바라보고 크라울리와 일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봐." 딘은 그의 파란 눈을 붙잡으려 했지만 캐스는 그러지 못했다. 바닥으로 시선을 내릴 뿐이었다.



목에 무언가가 꽉 막히는 느낌이었다. 딘은 애써 삼켰다.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 캐스는 그들이 모르는 사이 악마와 함께 일하고 있었다. 그것도 몇 달 동안이나. 딘은 캐스가 이브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는지 궁금했다. 혹시 캐스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브를 놔준 건 아닐까? 또 크라울리의 뼈와 관련된 일은 모두- 속임수였던 걸까?



어리석은 기분이 들었다.



미치도록 어리석은 기분이었다.



딘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캐스가 정말 그 일을 한 건 아니었을거라 생각했다. 그들 사이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은 친구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깊은 유대감을 공유하는. 그는 언제나 캐스를 믿고싶었다. 그 끔찍한 순간 딘은 자신이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샘과 바비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하지만 그들은 이게 전부가 아님을 모르고 있었다. "개자식." 



"설명할 수 있다." 카스티엘은 거의 으르렁거리듯 말했지만 딘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의 말을 듣는다면 또다시 그를 믿어버리는 멍청한 짓을 하게 될지도 몰랐다.



"크라울리와 같이 일한다고? 너와 크라울리가 연옥을 같이 찾고 있었던 거야?" 캐스의 얼굴에는 모든게 다 드러나있었다. "그랬던 거지, 응? 그동안 계속 말야." 칼이 내장을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널 보호하기 위해서였어!" 캐스가 내뱉은 말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가 한 말은... 알파라면 오메가에게 주로 하게되는 말 중 하나였으니까. 



딘은 캐스가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시켰다. 악마와 손잡고 지옥의 길 어쩌고 하는 것들은 모두 바보같은 짓이었다. 하지만 그는 듣지 않을 것이다. 



"너무 늦었어." 그가 말했다. "지금 돌아갈 수 없다. 그럴 순 없어."



악마의 연기가, 어두운 연기 구름이 창 밖에서 웅웅대며 집을 뒤흔들고 있었다. 



캐스는 그들에게 도망치라 말했다.




~~~



딘은 또다시 그 느낌을 받았다. 공기의 흐름이 바뀌고, 날개 소리가 들린 뒤 천사의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왔다. 리사의 집이었다면 그는 상상일 뿐이라며 돌아보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겠지만, 그게 아니었으므로 고개를 돌렸다.



캐스는 바비의 집 거실에 서 있었다.



그는 망연자실해보였다. 그들 사이에 놓인 일을 바로잡고 싶은 것처럼.



"널 위해 한 일이야, 딘." 그가 말했다. "너 때문이었어." 



딘은 울고싶은건지 캐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건지 확신하지 못했다. 



~~~




그들이 벤과 리사를 데려갔다.



딘은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걸까? 아무 대책없이 떠난다고? 리사가, 그가 주위에 있길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크라울리가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둘 거라고? 리사가 무엇을 원하든 상관없었다. 크라울리와 캐스는 아직도 그가 그들을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딘은 그들을 범인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하물며 범인으로 몰아간다 하더라도 상황이 나쁜 건 마찬가지였고.



짝이 없는 오메가인 리사와 그녀의 아들은 딘이 일 년 동안 함께 해온 가족이었다. 벤은 그가 언제나 원하던 아들이었고, 리사는 자신이 한 번도 가진 적 없는 와이프였다. 정말로 - 그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그들에게는 악마를 쫓는 허접한 표식이나 데빌 트랩이 아닌 그들을 정말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었다.



그는 그들을 꼭 찾아내서 집으로 안전하게 데려올거라고 맹세했지만, 리사가 칼에 찔리자 악마를 막기 위해 벤이 샷건과 루비의 칼을 들게끔 만들고야 말았다. 



벤은 용감하게 행동하려 노력했지만, 그의 엄마는 죽을 지경에 이를 정도로 출혈이 심했고 그들은 악마들에게 쫓기는 상황이었다. 벤의 목소리는 덜덜 떨렸다. "아저씨-" 



딘은 그의 말을 딱 잘랐다. "벤! 정신차리라고!" 그가 엄하게 말했다.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어?" 잔인한 처사였지만 딘에게는 벤을 평소처럼 어루고 달래줄 시간이 없었다. 그는 벤을 위협하고 협박하며 무의식적으로 존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동생을 데려가면 좋겠어, 딘? 엄마처럼 샘도 죽게 놔둘거냐?' 



벤의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결국 총을 다시 집어들었다. 



딘은 자신의 아빠도 이런 죄책감을 느꼈을지 궁금했다.




~~~



리사는 죽어갔다. 샘과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딘은 그녀를 잘못된 길로 이끌어 죽게 만들고 있었다. 



벤의 증오심은 뚜렷하게 느껴졌다. 마치 검은 구름처럼, 벤은 딘이 엄마를 찔러 죽인 사람 중 하나라도 되는 듯이 보고 있었다.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벤은 딘의 옆에 있는 것조차 싫은 모양인지 병실에서 나갔다. 딘은 하마터면 그를 따라 나갈 뻔 했지만, 이미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한 상태인데 여기서 더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산들바람이 불어오자 카스티엘이 그곳에 서 있었다.



죄책감과 슬픔의 쓴 맛이 뱃속에서 요동쳤다. 지금 당장으로선 그 무엇도 견딜 수 없었다. "원하는게 뭐야?" 그는 노여움을 숨기지도 않고 말했다.



캐스는 가까이 다가와 슬픔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딘, 들어봐."



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리사는 그의 잘못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줬을 뿐인데... 그녀가 얻은 건 이것뿐이었다. "내가 뭐라고 했으면 좋겠는데? 리사는 오늘 안에 죽을거야." 그리고 벤은 고아가 될 것이다. 리사의 부모님은 죽었고, 벤의 아빠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다른 가족에 입양되어 죽을 때까지 딘을 저주할테고.



"유감이다." 캐스가 말했다. 무슨 뜻이라도 될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은 이 일에 끼어들지 않은 것처럼. 물론 캐스는 벤과 리사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캐스는 지금까지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속여왔던 터였다. 딘은 캐스의 말이 단지 그를 결백하게 보이게 만드는 술수임을 알고 있었다.



딘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신경안써. 다 너무 늦었어." 



"알았다. 어찌됐든 간에 난 너 때문에 여기에 온게 아냐." 캐스는 리사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딘은 심장이 떨리며 경련을 일으킴을 느꼈다. "이제 괜찮다." 캐스가 그에게 말했다. "그녀는 곧 깨어날거야, 딘. 나는 미안하다고 했고 그건 진심이다."



그 말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고, 캐스가 지옥과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도 바꾸지 못했지만...리사와 연결되어 있는 장치는 그녀의 변화를 읽고 더 세차게 삑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게 캐스의 계획일지도 몰랐다. 리사를 구하고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그렇지만 딘은 너무 지친 탓에 제대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살 것이다. 중요한 일은 바로 그거였다.



"고마워." 딘의 목소리는 목에 걸렸다. "이게 뭐라도 바꿨으면 좋을텐데..."



캐스는 슬프게 그를 바라보았다. "안다. 나도 그래." 그의 말은 또다른 속임수일 수도 있었지만, 딘은 그를 믿었다.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내가 고칠 수 있는 건 하고 싶었다." 



딘은 벤의 눈빛에 담긴 증오와, 그가 갖게 될 악몽들과, 앞으로 살아가며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해 느낄 두려움을 떠올렸다. 그리고 리사. 리사는 악마에 씌였던 일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산다 해도, 과연 괜찮아질 수 있을까?



그는 캐스를 바라보았다. "네가 해줄 수 있는게 한 가지 더 있어."




~~~




리사와 벤은 그에 관한 기억에서 안전했다. 일 년 전 그가 현관에 발을 내딛었을 때 끌어들이기 시작한 모든 일로부터. 



캐스는 그들의 기억에서 딘 윈체스터라는 사람을 지우고 세세한 일들은 살짝 비틀었다. 리사는 집을 옮기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죽을 뻔 했던 그녀의 경험은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에 좀 더 영향을 주었다. 그녀에게는 호주에 사는 대학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휴일에 한 번쯤 그쪽으로 놀러가곤 했다. 복도에는 해변가에 그 둘이 서 있는 액자가 걸려있었다.



딘은 다시는 그들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는 리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에게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어주고, 약간의 흠이 있을지라도 삶에 평화를 가져다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그녀는 병실 밖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향해 - 외관상으로는 그녀를 죽일 뻔 했던 남자를 - 바라보며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는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잠깐 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엄마 잘 돌봐드려." 그는 벤에게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눈이 아려왔다.




~~~



샘은 주차장에 있는 임팔라에 기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딘은 운전석에 미끄러지듯 앉았다. 열쇠는 이미 이그니션에 꽂혀있었다.



은색의 작은 부적과 조그마한 임팔라 모형이 차 키에 매달려있었다.



그가 손을 뻗자 그것들은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고, 딘이 손바닥에 꼭 쥐자 딱딱한 가장자리가 살을 파고들었다.



"..기억을 지워버린다고?" 샘의 혹독한 비난이 이어졌다. "다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걸 지운다니..."



딘은 그의 말을 잘랐다. "샘, 혹시 리사나 벤 이야기를 또 다시 꺼낸다면 네 코를 부러트릴 줄 알아."



그는 열쇠를 돌렸다.











11.




라파엘은 폭발했다. 빨간 피투성이로.



아주 오래 전처럼 느껴지는, 캐스가 묘지에서 폭발하던 때처럼.



딘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캐스를 쳐다보았다. 뭐, 사실 약간의 감동도 있었다. 캐스가 해냈으니까. 라파엘을 이겼으니까. 크라울리도 이겼으니까. 또...그는 그런 힘같은 것에 미친 것 같진 않았지만...



어쩌면, 딘이 월식이 끝나기 전에 '수백 만의 영혼들'을 그에게서 떼놓는다면...



"캐스. 들어봐." 그는 필사적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한 번은 가족이었잖아. 난 널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어. 그리고 몇 번 그럴 뻔 했지. 그게 네게 어떤 의미라도 있다면..." 캐스는 아무 감흥없는 얼굴이었다. 딘은 절망적인 기분을 애써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부탁이야. 난 리사를 잃었어. 또 벤도 잃었고..." 그는 작아진 기분이었다. 캐스의 발 밑을 기어가는 작은 생물이 된 기분. "제발 너까지 잃게 하지마, 캐스." 



"네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가 이겼고," 캐스가 말했다.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겠지." 그가 눈을 가늘게 뜬 순간 느껴지는 잔혹함에 더 이상 캐스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넌 내 가족이 아니야, 딘. 나에게는 가족이 없다."



숨이 턱 막힌 딘은 잠시동안 팔에서 사라졌던 손자국이 나타나 뼈 깊숙한 곳까지 태워버리는 고통을 느꼈다. 



그 말은 캐스가 말한 것중 가장 확실한 말이었지만, 그가 더러운 모텔 화장실에서 캐스가 남긴 표식이 사라졌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냉담한 부정과 솔직한 거절이었다. 딘은 눈이 따끔거리고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는 벌레이자, 구더기이자,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캐스는 그를 메이트로는 커녕 형제로도 여긴 적 없었다. 




그러다 샘이 천사칼을 카스티엘의 등에 내리꽂았다.




~~~




영혼들은 다시 연옥으로 돌아갔지만 캐스는 여전히 잘못된 상태였다.



딘은 지미 노박이 햄버거를 먹는 동안 맞은편에서 지켜보던 때를 떠올렸다. 지미에게서는 알파의 향이 났지만 딘의 알파는 아니었고, 그 사실은 딘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현재 그의 앞에 선 존재는 그의 메이트가 아니었다. 캐스 안에 무엇이 있든 메이트-같은-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미 노박도 확실히 아니었다.



까맣고 불결한 무언가가 그의 귀에서 흘러나오고, 치아를 더럽히며 그의 혈관마저 검게 물들여 기름처럼 그의 오른쪽 눈을 적셨다. 



그는 딘에게로 밀려와 갈고리같은 손가락으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도 잘못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넌 뭔가 다르군." 그는 체취를 풍기며 말했다. "특별해."



딘은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그는 강철처럼 딘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나한테서 떨어져!" 그가 외쳤다.



"싫어." 그는 캐스의 얼굴을 하고 미소지었다. "넌 우리꺼거든." 그는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그래, 딘?"



"아냐." 딘이 그에게 말했다.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가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있다면 그 주인은 바로 캐스였다.



"넌 그 천사꺼잖아. 특별한 인간, 걔가 좋아하는 인간." 그는 크게 미소지으며 딘이 듣지 못하는, 익살스러운 농담을 듣는 양 고개를 비정상적으로 기울였다. "오, 걔가 너 때문에 겁에 질렸나봐, 딘! 걔가 소리지르고 있어!"



딘은 마침내 일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파악했다. 캐스는 어딘가에 살아있었다. 악마보다 더 나쁜 무언가에게 씌인 것이다. "캐스를 놔줘, 이 개자식아!"



그는 딘에게 성큼 다가와 얼굴을 잠식시킬 것처럼 뿌연 숨결을 내뱉었다. "쯧쯧, 작은 오메가야. 네 알파한테 말 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단다." 혀가 턱을 한 번 쓱 스치고 지나가자 딘은 몸서리쳤다. "걔는 널 어떻게 다룰지 모르지 않았어, 딘? 널 제대로 대하지 못했잖아. 네가 원하는 걸 줄게." 딘은 그와 맞서싸웠지만 그는 딘을 끌어당겨 밀치고선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트렸다. 



딘은 이 상황이 어떻게 굴러갈지 알고 있었다. 그는 아주 오래 전, 억제제를 맞기도 전이었던 열일곱살 때, 한 알파가 자신을 화장실 벽에 밀치고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딘은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거칠게 밀어내며 몸부림쳤다. 캐스의 안에 들어간 것은 술 취한 남자는 아니었지만 괴물이나 마찬가지였고 이번에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올 샘도 없었다. 



비탄에 잠긴 이상하고 음이 아주 높은 목소리가 그의 안에서 터져나왔다. 그의 몸 일부분은 샘이나 바비가 이 장면을 못본다는 사실에 기쁜 모양이었다. 



그의 이빨은 딘의 목을 날카롭게 위협했다. 딘은 얼어붙었다. 그의 흐느낌이 정적을 뚫고 울려퍼졌다.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고 그는 몸을 벌벌 떨었다. 그 존재는 뒤로 물러나 딘의 귀를 핥고선 살짝 깨물었다. "쉬이이잇. 입 다물어, 이 창녀같은 오메가야." 그가 낮은 목소리로 노래하듯 말했다. "우리가 네 천사님한테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게. 널 돌봐주면서 말이지." 딘은 그의 것이 단단히 서 자신의 엉덩이에 닿는 것을 느꼈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내빼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움직일 수 없었다.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딘의 얼굴을 핥는 그의 혀는 차가웠고 검은색 기름처럼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고인 물에 시체라도 피어오른 듯한 그의 악취에 저절로 욕지기가 올라왔다. 딘은 캐스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오, 네 예쁜 초록눈은 감지 말라구." 그는 딘의 눈가를 한 번 핥아 눈을 뜨게 만들고선 촉촉히 젖은 눈동자 바로 밑으로 혀끝을 놀렸다. 딘은 여태껏 그렇게 소름 끼치는 일을 경험한 적 없었고, 그 존재는 그를 끈적하게 껴안고 애무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차디 찬 뼈같은 손가락이 그의 턱을 파고들었다. "흐으음. 일을 다 끝냈을 때 그게 막 터져나오면 재밌겠는데."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알라스테어가 그의 눈을 뽑았던 게 훨씬 안 좋기는 했어도, 이건 본능적이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캐스." 그가 빌었다. "캐스, 부탁이야!" 그러다 캐스가 아직 안에 남아있다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 사태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는 거의 부드럽게 화를 냈다. "오, 딘." 그의 입은 딘의 턱을 벌렸다. "네가 노래하는 모습을 얼른 보고싶은 걸..."



딘은 이를 꽉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딘에게로 바싹 달라붙어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무겁게 올려놓고 딘이 피할 수 없도록 단단히 받쳤다. 딘의 차갑게 식은 몸은 이내 그가 언제나 원했던 것처럼 캐스가 자신을 따뜻하게, 또 기쁘게 만들어 줄 거라는 생각에 딱딱히 굳어졌다. 그래도 캐스의 얼굴을 한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보단 갈기갈기 찢겨 피투성이가 되는게 나았다.



"딘." 그의 말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공기를 오염시킨 늪의 냄새는 여전히 풍겨왔지만 딘은 그 아래서 자신의 메이트, 캐스의 청량한 폭풍우같은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몸 안의 모든 뼈들이 안도감에 흐물흐물해져 금방이라도 바닥에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캐스?" 딘은 그의 눈을 마주치기 위해 고개를 들어올렸고, 그래, 그는 캐스였다. 딘이 사랑하는 메이트. 딘은 숨을 가쁘게 들이마셨다.



"미안하다, 딘." 그의 구슬픈 말은 그가 했던 모든 행동과 배신들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물론 그 뜻으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딘은 그를 용서했다. 그는 미끌거리는 검은색 기름과 냄새, 자신의 밑에 있는 콘크리트에는 아랑곳않고 캐스를 끌어당겼다. 캐스는 딘이 자신을 팔로 감싸안아 절대 놓지 않을 것처럼 맹렬하고 단단하게, 그렇게 꽉 끌어안게 내버려두었다. 딘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는 것을 느꼈다.



"캐스." 그가 말했다. 



캐스는 아이를 어루달래듯 쉬잇하며 조용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러고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으로 턱을 감싸쥐었다. 딘은 굶주리고 들뜬 듯이 몸을 움직였다. 카스티엘은 그를 만지고 있었다. 그의 메이트가 자신을 만지고 있었다.



"넌 특별하다." 그는 딘에게 잠잠하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어... 나의 딘,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



그 말은 딘에게 다가와 쓰라리고 아프게 만들었다. 딘이 팔에 손자국을 가지고 무덤에서 깨어나 파란색을 보게 됐을 때부터 끊임없이 지속됐던 아픔을 달래주었다. 그는 특별했다. 그것도 카스티엘에게. 그의 메이트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서로 손을 마주잡고 하는 사랑 고백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것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고 아낌을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했다. 카스티엘의 딘이 된다는 것.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없었다. 그가 지금껏 살아왔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캐스의 더러워진 코트를 손으로 감싸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동시에 울며 웃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몇 년 동안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살면서 처음일지도 몰랐다. "캐스." 그러다 그는 감히 속삭였다. "내 캐스." 



하지만 그 상황은 얼마 가지 않았다. 캐스는 천천히 일어났다. 딘은 또다시 얼어붙어 두려움을 느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게 틀림없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됐고, 그 멍청한 입을 닫았어야 했는데 이제-



"그들을 붙들고 있기가 어렵다." 캐스는 인간들이 지을 법한 슬픈 표정으로 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딘에게 화가 난게 아니었다. "안녕, 딘."



날개 소리가 들려오자 딘은 홀로 남게 되었다.



한동안 그는 멍하니 응시하기만 했다. 그러다 서서히 일어서 캐스가 날아갔을 곳으로, 심지어 그곳이 지구 반대편이든 달이든 상관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샘과 바비는 만신창이가 된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지만 아직 살아있었다. 딘은 그들을 지나쳐 달려갔다. 심장은 그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다. 저수지로. 넓고 어두운 깊은 연못으로. 



카스티엘은 물 속으로 서툴게 걸어가고 있었다. 



"캐스." 딘은 소리질렀다. "캐스!"



아냐, 아냐, 이건 절대 안 돼.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물 안으로 침몰할 뿐이었다. 가슴부터 어깨, 그러다 목까지. 물이 완전히 그를 덮었을 때 튀는 물방울이나 잔물결은 없었다. 그가 지나간 흔적은 전혀 없었다. 딘은 칠흑같은 물을 쳐다보다 저 멀리 우거진 초록 나무들을 바라보았지만, 캐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나자 무언가가 수면을 휘저었다. 그러다 검은색 잉크같은 것이 터져나왔다. 



딘은 세번째로 자신의 메이트가 죽었음을 느꼈다. 다른 때보다 훨씬 아팠고 철조망으로 속이 갈기갈기 찢기는 느낌이었다. 그는 땅에 무릎꿇고 연못 너머를 바라보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



물가가 흐릿하게 보이는 동안 갈색과 초록색은 회색으로 번져나갔다.



나의 딘.



샘과 바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 얕은 곳에 있는 무언가가 딘의 시선을 붙들었다. 딘은 물풀을 헤쳐 들어갔다. 그것은 캐스의 더럽고 망가진 트렌치코트였다. 그는 코트를 접어들고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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