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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번역] Grey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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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rey

저자: Valyria / 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978693/chapters/1926610

등급: Explicit (성인)

줄거리: 이 세상의 사람들은 진정한 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색깔을 볼 수 없다. 딘이 무덤에서 나오던 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올렸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딘의 짝이 된 것이다.


주의: 오메가버스+앵슷+찌통+딘의 POV (딘의 시점)+슈내 시즌9 까지의 스포 주의.






그는 초록색을 잊어갔다. 그 다음은 파란색이었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흔쾌히 침대를 내어준 리사는 그가 그녀에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색으로만 보였으나,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이라 딘은 그녀를 맨 처음 봤을 때처럼 회색 대신 갈색을 볼 수 있길 소망했다. 아래층에서 자고 있는 소년은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고, 리사는 자신을 원하는 짝이었다. 그녀는 진정한 메이트가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가 손을 대면 보답으로 그를 어루만져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가 어렸을 때 꿈에 그리던 메이트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는 무슨 생각을 하든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다. 설령 캐스가 그를 원한 적 없고, 그를 떠나며 색깔을 앗아갔다 하더라도 캐스는 여전히 딘의 알파였다. 모든 배신은 그 크기와 규모에 상관없이, 또 캐스의 관심에 상관없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느낌은 막대했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오메가의 본성이었으니까. 



그가 뭐라고 말하든 딘의 몸은 옆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사람은 리사가 아님을 아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그녀를 만질 수는 없었다. 리사는 이해한다고, 곧 괜찮아질거라고 말해주었다.



딘은 그녀에게 초록색과 파란색, 그리고 세상에 있는 모든 색을 보게 해준 메이트를 찾았지만 정작 그는 딘을 원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그가 떠나자 모든 게 회색으로 변했다고.



"그 사람한테 네가 과분해서 그래." 리사가 말했다. "네가 내 메이트였으면 절대 놔주지 않았을 걸."



"그랬으면 좋겠어." 딘이 말했다. "캐스를 만나기 전 그렸던 행복한 모습은 너와 같이 있던 거였으니까." 



그 말이 가리키는 진실에 마음이 아팠다.



리사는 그를 끌어안고 알파는 모두 나쁜 놈들이라 말해주었다.




~~~




리사는 살면서 색을 보지 못했다. 딘은 그녀가 자신에게 그래도 색을 본게 어디냐고, 적어도 메이트를 만났으니까 기뻐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해줄 거라 생각했다.



"네 처지를 보면 내 상황이 낫다고 느껴져." 대신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들을 잃는게 그렇게 나쁜 일이면, 차라리 안 만나는게 낫지."



딘은 리사가 말하는 대상이 색인지 메이트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녀의 말은 옳았으니까.




~~~




벤은 축구와 야구를 했다.



자동차도 좋아했고, 일렉기타를 다루는 것도 즐겼다. 그것도 몹시.



어느 날 아침 벤이 늑장부리다 버스를 놓치자 딘은 임팔라로 그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그가 메탈리카나 모터헤드 음악을 틀어놓으면 벤은 박자에 맞춰 대시보드에 손가락을 두드리며 흥얼거리곤 했다.



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벤에게 가르쳐주곤 했지만 평범한 남자애한테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벤은 총 장전하는 법이나 엑소시즘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딘은 벤에게 차 기름 확인하는 법과 타이어 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센 알파가 싸움을 걸기 위해 다가왔을 때 어떻게 넘어트리는 지도 알려주었다. 그러다 벤이 여자애들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딘은 씩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어떻게 알아요?" 어느 날 벤이 물었다. 그들은 임팔라의 보닛을 열고 타이밍 벨트를 조절하며 벤의 교실에 있는 여자애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참이었다.



"어떤 걸?"



벤은 머뭇거렸다. "엄마는 한 번도 그 사람들을 만난 적 없어서 모르거든요."



딘은 오래도록 침묵을 지켰다. 그는 여러 말을 한꺼번에 내뱉을 뻔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좋지는 않아.' '그냥 생물학적 반응이야. 운명같은 게 아니라.' 하지만 그는 결국 아버지가 십 년도 더 전에 해줬던 말을 그대로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알게 되는거야. 그 순간에 바로."



"색들이 보여요?" 벤이 물었다.



"응." 딘이 대답했다. "너도 보게 될거야." 




딘은 지옥에 루시퍼와 함께 갇혀있는 동생을 생각하며 그가 스물 두살이던 때를 떠올렸다. 샘은 제스와 금발, 파란 눈에 대해 말할 때 바보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었었다.



"마치 하늘같아. 파란색은 하늘과 비슷한 색이야."



딘은 샘이 그랬듯이 자신도 제스를 볼 때 색을 봤었으면 좋았을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샘이 색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줬었으니까. 허나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녀의 모습은 오직 흑백이었다.






9.






그는 카스티엘을 떠올리곤 했다. 그것도 자주.



가끔씩 그는 날개 소리나 그의 메이트, 카스티엘의 움직임을 감지해냈다고 생각했고 캐스가 바로 뒤에, 자신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있을거라 확신했다. 그러다 뒤돌아보면 자신을 향해 가까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와 부스스한 머리칼에 반쯤 찌푸린 얼굴을 하고 서있을거라 믿었다. 미친듯이 뛰는 심장을 느끼며 호흡하는 법도 잊어버린 그가 뒤를 돌아보면-



그는 절대 없었다.



빈 방과 주차장을 바라볼 때마다 심장이 쪼그라들어 가슴에서 배로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




깨어있는 시간은 아픈 기억들의 끊임없는 연속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샘에서 캐스로, 그러다 다시 샘에게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한 생각을 멈추려고 하면 다른 생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뿐이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자 딘은 결국 바비에게 전화를 걸었고 나이 든 헌터는 뒤늦게 전화를 받았다. 바비의 말에 따르면 다른 헌터들은 여전히 사냥을 했고, 예전처럼 그에게 의지하며 때때로 가매장할 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령이나 늑대인간에 관한 주제는 그의 정신을 어느정도 분산시켰고, 바비는 그런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비꼬며 말하는 데에 능숙했다. 물론 그가 어쩔 수 없이 샘에 대해 언급하며 찾은 게 있냐고 물었을 때 대화는 거북하게 변하고 말았다. 바비는 찾은 게 있을 때마다 즉시 알려주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어찌됐든 딘은 그 질문을 건넬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리사와 벤과 함께 지내는 동안, 샘은 거의 네 달 동안 지옥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지상에서의 일주일은 지옥에선 2년이었다. 그렇다면 한 달은? 십 년도 훨씬 넘는다는 소리였다. 딘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날짜를 계산했다. 




~~~



한 달 뒤, 리사의 집 현관에 멈춰선 딘은 (샘에게는 십 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음을 깨달았다. 사냥이 그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혼자서 일을 해내고 조수석에 아무도 없이 휑한 임팔라를 운전해야 한다는 생각은 괴로울 뿐이었다. 



일주일 뒤(12년), 사냥 대신 구인 광고를 찾아본 그는 건축 업체의 노동자로 고용됐다. 바비와 함께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력을 입증하고 진짜 직업을 얻어 스스로 세금을 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리사와 같이 지내는 동안에는 위험성이 전혀 없는 떳떳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를 오메가로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샘이 언제나 했던 말처럼 (형, 너무 과한거 아니야?) '무례한 베타'로서의 모습에 자연스레 빠져들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온통 알파나 베타뿐이었고 모두가 건장한 남자였다. 딘은 그들과 자동차, 총, 여자와도 같은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했지만... 그들이 오메가에 대해 얘기할 때면, 뭐, 안봐도 뻔했다. 사장이 그가 '음탕한 년'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애초에 고용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축구 시합에 초대되거나 다른 가족들의 바베큐 파티에 초대되지도 않았을테고. 



현 상황에서 사람들은 딘 '웨슨'이라는 남자에게 꽤나 깊은 인상을 받은 모양이었다. 베타치고는 키도 크고 건장했으며 리사라는 아름다운 요가 강사를 가졌는데, 그 말인 즉슨 그의 침대를 따스하게 감싸줄 사람이 있으며 알파들에게도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보통의 베타들은 리사처럼 아름다운 오메가를 얻기 힘들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그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 사실은 그를 꽤나 울적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딘은 가끔씩 자신이 오메가라고 밝히면 다른 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려보곤 했다. 불신과 경악. 그리고 아주 안 좋게 끝나겠지만, 이후로 스티브나 제이가 알파의 허세를 부린다면 - 어떻게 하면 오메가를 꼬실 수 있는지 나불대거나 제이의 차 뒷좌석에 그를 밀치거나, 한 오메가가 실수로 향기를 풍기며 다가와 놀려먹고 그 사람을 강간할 때- 딘은 그들을 제압하고 그 '년'한테 알파들이 당했음을 세상에 드러내는 상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는 실제로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에 죄책감도 어느정도 느꼈지만, 자신이 남자 오메가에게 관심이 없는 베타로 보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뻤고 그런 쓰레기같은 대화에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심산이었다. 또 그는 윈체스터 가문의 유전자가 평균치보다 큰 체구를 물려준 덕분에 억제제를 맞는 한 싸구려 향수를 뿌릴 일도, 오메가로 의심받을 일도 전혀 없다는 사실에 두배로 기뻤다.




~~~




리사는 그가 자면서 가끔 샘이나 캐스의 이름을 부른다고 말했다. 그 둘에 대한 꿈을 꾸곤 했으니 놀라울 건 없었다.



샘이 나오는 꿈은 대부분 동생이 구덩이로 떨어지거나, 루시퍼가 그의 모습을 하거나, 딘이 30년동안 매달렸던 사슬에 그가 걸리는 악몽이었다.



반면 캐스가 나오는 꿈은 대부분 떠올리기 힘든 흐릿한 내용이었다. 그나마 떠오르는 꿈들은 주로 기억들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었다. 이미 반쯤 인간이 된 캐스가 딘이 음식을 먹는 동안 맞은편에 앉아서 미소를 보낸다거나, 딘이 임팔라를 몰며 카세트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면 조수석에 앉은 그가 얼굴을 찌푸린다거나. 그 밖의 다른 꿈은 형태가 없었다. 흰 빛으로 가득 찬 곳에 날개소리가 들리고 카스티엘의 냄새가 퍼져오는 꿈. 따뜻한 팔이 그를 포근하게 감싸안고 어깨에 남은 손자국을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딘." 이라 불러주는 꿈.



그는 카스티엘에게 기도하고 싶은 충동을 종종 느꼈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해 그러지 않는 편이 더 좋을거라 생각했다. 소통의 완전한 단절이 더 나을거라고.



어느 날 목 뒤가 따끔거리고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을 때, 그는 캐스가 바로 뒤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마음은 아팠지만 또다시 혼자가 된 자신을 발견하는 것보다야 나았다.




~~~



화요일 아침, 딘은 제이가 자신을 향해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돈 많은 부부의 거실을 짓기 위해 알파가 일을 하는 동안 딘은 반대편 벽에서 석고판을 걸고 있었다. 시공일이 며칠 남지 않은데다 마지막 점검도 해야했기 때문에 서두르던 참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제이는 이상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억제제를 맞으려면 몇 주도 더 남은 상황이었지만 한시라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딘은 밖으로 나가 리사에게 연락한 뒤, 몇 년 동안 늘 그래왔듯 오만한 태도로 걸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선 연장을 집어들었다.



"어디라도 가, 웨슨?" 제이는 평소보다 위협적인 태도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딘은 애써 웃어보였다. "어. 예쁜 오메가가 날 찾아서, 말 안 해도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는 많은 뜻이 담긴 눈빛을 힐끔 던졌다.



그의 말 뜻을 알아차린 제이는 능글맞게 웃으며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딘은 간담이 서늘해졌지만 꿋꿋이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딘, 너한테서 리사 냄새 나." 제이가 말했다. "너 되게 복받은 놈인거 알아? 오메가 여자를 가지다니." 그는 농담조로 말을 건넸지만 딘은 그 아래 묻어있는 질투심과, 그가 오메가라는 걸 알아채면 언제든지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알파의 본성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난 베타나 개같은 년들하고 밖에 못 자거든."



딘은 그가 무엇때문에 열받은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딘의 형질이나 리사에 관한 이야기 둘 다 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딘은 제이의 머리에 드릴을 갖다대고 못을 박는 대신 씩 웃었다. "글쎄, 너도 얼른 새 메이트를 찾으면 좋겠는데."




~~~




딘은 억제제를 맞기 위해 다른 동네로 향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날짜를 골라 한 달 더 빨리 받기로 결정했다. 위장을 날려버릴 감수는 할 수 없었으니까.



~~~



시간이 지날수록, 딘은 상황을 고려하면 나름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삶이 아주 완벽하지는 않아도 두 오메가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 정도로 리사와 벤 모두는 행복했으니까. 보통 사람들은 아직도 '딘 웨슨'을 베타로 여겼고 형질을 들킬 염려는 전혀 없었다. 물론 벤은 그의 정체를 알았지만, 리사가 올바르게 키운 덕분에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찌됐든 딘은 샘과 한 약속을 그럭저럭 지키고 있었다. 정상적인 삶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행복했고, 딘은 샘이 그가 평범한 오메가처럼 살길 바란게 아니었을 거라 확신했다. 제이같은 놈을 만나 억지로 웃으며 그를 받아들이는 것보다야 나았으니까.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동안 딘과 리사는 서투른 요리솜씨로 음식을 만들었다. 칠면조 요리는 사실상 치킨이나 다름없었고 파이는 딱딱했지만 고구마를 으깨고 옥수수 빵을 만드는 일은 할 수 있었다. 다같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동안 딘은 샘의 천국을 떠올렸다. 샘을 만지기 좋아했던, 교정기를 한 소녀의 가족과 했던 저녁 식사를. 샘을 잃은지 한 달이 지났어도 마음이 아픈 건 여전했지만, 이제 딘은 그 때를 떠올리며 조용히 콧방귀를 뀔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는....좋음과 동시에 괴로웠다. 벤과 리사와 함께 보내는 평범한 크리스마스는 샘과 지내야만 했던 끔찍한 크리스마스가 떠올라 기쁘면서도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벤의 학교에서 크리스미스 기념이랍시고 형편없는 연극을 하는 동안 그와 리사는 관객석에 앉아 서로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러다 리사의 친구와 딘이 살인 충동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몇몇 건설업체 사람들이 연 바베큐 파티에 참여했다. 이제 그는 진정한 직업을 찾아 여느때와 다르게 남부럽지 않은 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다. 게다가 파티엔 이것저것 알록달록한 것들로 장식된 큰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었다. 



그와 리사는 벤에게 돈을 절반씩 분담해 기타와 같이 쓰면 좋을 새 앰프를 사줬지만. 이내 메탈리카와 딥 퍼플 음악이 온 집에 울려퍼지자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 결정을 내린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리사가 선물한 값비싼 면도 용품과 옷들은 딘이 자신을 위해서는 절대 산 적 없는 것들이었지만, 그는 새 옷을 입은 자신을 보고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벤은 그에게 67년식 임팔라가 걸려있는 키링을 선물해줬다. 임팔라에 꽂힌 임팔라라니. 어떻게 보면 우습기도 했지만 딘은 그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



그와 리사는 침대를 같이 썼지만 그들의 관계나 우정에 있어선 완벽하고 절대적인 평화로운 단계에 도달해있었다. 딘은 한 때 자신이 카스티엘에 대한 꿈을 꾸지 않고 더 이상 색을 볼 수 없게 되면 그녀와 다시 섹스를 하게 될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따뜻한 체온을 가진 누군가가 옆에서 같이 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처량한 한 쌍의 오메가였다.





~~~



그러다 모든 것은 엉망으로 돌아갔다.



샘은 살아있었다.



바비는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무덤에서 돌아왔다. 그의 사촌들은 거지같았다.



딘이 애써 꾸려나갔던 평화와 고요함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그곳에 남아 리사와 벤과 함께 했던 삶을 지키려고 발버둥쳤지만, 결국 그렇게 빠져들어 휩쓸리고 말았다.





~~~



샘은 그가 카스티엘에게 기도하게끔 만들었다.



그가 나타난 순간 딘은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일 년 만에 처음 깨어나는 것처럼 몸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카스티엘의 냄새에 숨이 턱 막혔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뺨이 저절로 달아올랐으며 마침내 그가 눈을 마주쳤을 때, 딘은 파랗고 파랗고 파란색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은 또다시 색들의 소용돌이로 가득찼다.



압도적이었다.



딘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은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파고들었다.



카스티엘은 그들이 '깊은 유대감'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딘은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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