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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캐스/번역] Thursday's Child 1-1






1. Camp Chitaqua ~ Zihuatanejo (1)




카스티엘은 딘이 임무에 성공했던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했다.



그는 자신이 크로톤과 싸우고 있는 그 방이, 굶주린 난민이 습격하는 바람에 난장판이 되기 전엔 구내식당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딘이 루시퍼를 상대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을 때 카스티엘은 루시퍼가 죽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루시퍼는 카스티엘을 제외하면 이 행성에 내려왔던 유일한 천사였고, 그가 사라졌을 때 카스티엘은 마치 천상에서부터 연결됐던 마지막, 희미한 연결이 잘려나가 그를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칼이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자 느낌은 더욱 선명해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가 마지막 숨을 내뱉으며 떠올린 것은 바로 딘의 생사여부였다.




~~~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만이 희미하게 존재했지만 썩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눈을 떴을 땐 촛불로 둘러싸인 침대에 누워있음을 깨달았다. 그가 깬 시각은 밤이었고 척은 저만치에 떨어진 의자에 앉아 어둠 속의 올빼미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있었다.



"캐스." 척이 말했고 카스티엘이 첫 번째로 한 생각은 그가 신경과민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가 두 번째로 한 생각은 이 방에 없는 남자에 대한 것이었다.



"딘-."  그는 쉰 목소리로 꺽꺽대며 말했다. 



척은 눈살을 찌푸렸고 그의 눈동자엔 혼란이 스쳐지나갔다. 




"아니야, 캐스. 난...난 딘이 아니야. 딘이 아니라고. 내 이름은 척이지. 이해했어? 어디 맛이 갔다거나 한 건 아니잖아. 난 예언자 척이야. 기억해?"




인상을 찌푸린 카스티엘은 운을 떼기 위해 입술을 핥았다. 그러자 척의 얼굴이 깨달음으로 환해졌다.




"아, 미안. 내가 바보짓했네. 날 부른게 아니라 그가 지금 어딨냐'는 거지?"




허리를 굽힌 척은 손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보였다.




"캐스, 딘은 돌아오지 않았어. 우린 살아남은 것 같지만. 루시퍼는...그러니까 샘은... 죽었거든. 딘은 샘을 차에 태우고 떠났어. 우리가 보기엔 아마 캔자스에 있는 집으로 떠난 것 같아. 어쩌면 딘이 샘을 나머지 가족들이 있는 곳에 묻길 원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확실한 건 아니니까."




카스티엘은 어떻게 하면 딘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렇게 휙 떠날 수 있는지 생각하느라 마냥 안심하지만은 못했다. 그러자 끔찍한 느낌이 몰려왔다. 숨쉬는 게 지옥과도 같았기에 그의 머리는 쿵쿵 울렸고 입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건조했으며, 왼쪽 옆구리와 갈비뼈 쪽에 끊임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자 자신이 담요더미 위에 있다는 것과 셔츠를 입지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였다. 하지만 척은 손으로 황급히 어깨를 밀어 그를 다시 평평하게 눕혔다.




"움직이는 건 나중에 하겠다고 약속해줘, 알겠지? 캐스, 넌 상처를 너무 많이 입었어. 지금까지 며칠 동안이나 정신을 잃었었다고. 최선의 방법은 계속 여기에 누워있는 거야."




"목말라." 카스티엘이 간신히 말했다. 그러다 옆구리에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다시 베개에 누웠다. 척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선 뭔가를 한다는 만족감에 서둘러 달려나갔다. 잠시 후 그는 미지근한 물 한 병을 들고 와 카스티엘의 입술에 갖다 주었다. 면도날로 긁는 듯한 목에 마실 것이 들어간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었다.




"네가 일어날 수 있을 지 몰랐어."  그가 물을 마시는 동안 척이 말했다. 그의 뺨은 붉게 달아올랐다. "출혈이 너무 심한데다 정말, 정말 아파보였거든. 네가 파상풍이나 그런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에드가 생각해 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어떻게 할 줄 몰랐지.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았어. 음, 정말 그렇게 보였거든..."




그가 병을 다시 치우자, 카스티엘은 입술을 훑으며 척이 지금 무슨 말을 한건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황하며 헛기침을 몇 번 하는 척의 모습에 카스티엘은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덧붙였다. 




"내 말은, 넌 칼에 찔렸고 우리가 고쳤는데 금단 증세를 잘 피해갔다는 뜻이야. 내가 보기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것 같고."




그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걸렸다. 갑자기 표정을 바꾼 그의 눈가엔 푸른 빛이 번뜩였다.




"캐스, 이포칼립스는 끝났어. 루시퍼는 죽었고 크로톤은 사라졌지...이제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어."




카스티엘은 그를 올려다 보며 머릿속에 들어온 새로운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매우 피곤한데다 사건들을 정리하기엔 고통스러운 상태였기 때문에 정리는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는 눈을 감고 척의 말을 들었다. "이런, 넌 이제 막 일어났을 뿐인데..." 





그리고 그는 다시 종말이 찾아온 것처럼 잠들었다.




~~~





해독 기간이었던 3일이 6일로 변하고 8일이 되자 카스티엘의 기분은 나아졌지만 그건 아주 약간일 뿐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움직일 때마다 갈비뼈가 비명을 질렸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정말로 힘들었는데, 그건 아마 부상의 후유증 때문이거나 그가 지난 몇 년간 해온 음주와 약 때문일 것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기에 피곤했다. 그는 인간이었다. 순도 백퍼센트의 완벽한 인간. 그 말고도 지구에 내려왔던 마지막 천사는 죽었고, 그가 가지고 있던 흔적도 사라졌다.



카스티엘은 단순히 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취약했고 연약했으며 불행했다. 그는 평범했다.




차디 차고 쓴 생각이었다. 보통 그는 이러한 생각들을 한 웅큼의 약을 삼키거나,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혹은 몸을 가누지 못할만큼 많은 양의 위스키를 마셔 덮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캠프에는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깊은 비탄은 맹렬한 구호와 함께 섞였다. 생존자들의 무리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그들은 자살 임무나 다름없던 마지막 싸움에서 많은 이를 잃었다. 손실은 쓰라렸다. 남은 사람들은 루시퍼의 죽음을 기뻐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 파티와 축제에는 분노와 슬픔이 따랐다. 모든 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했다. 새로 재건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무수한 추측만이 넘쳐났다.




그 특유의 분위기는 카스티엘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일들을 모두 해왔다. 술과 마약, 그리고 쾌락. 그것에 빠진 뒤로는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한 가지를 볼 수 있어 기뻤다. 날이 지남에 따라 척은 점점 긴장을 풀고 진정된 듯 보였다. 그는 마침내 부상에서 벗어나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찌된 일인지 키가 더 큰 것처럼 보였다. 척은 많은 시간을 카스티엘과 함께 보냈고, 여자들에게서 거리를 뒀기 때문에 카스티엘은 오두막에서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스티엘은 캠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척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카스티엘은 그로인해 기뻤지만 그 전임자가 그리웠다. 





"새 공기를 쐬야겠는데." 





어느 날 아침, 그에게 커피를 건네준 척이 밖에서 내리쬐는 햇살에 웃으며 말했다. 카스티엘은 새삼 그가 지금까지 겪어온 것들에 비해 얼마나 젊어보이는지 아직도 믿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리 와, 오늘은 한 번 좀 걷자. 호수가 정말 아름다워. 이제 더 이상 순찰을 돌 필요가 없잖아? 아, 맞다. 마을에서 소문을 하나 들었는데 시내에 전기가 다시 들어오는데다 바도 하나 오픈했대. 나중에 가서 한 번 확인해야겠어. 실제 사람들과의 교류라니! 민간인들 말이야." 





카스티엘은 고개를 가로저은 뒤 손에 들려있는 커피를 내려다보았다.




"너나 가." 다른 생각이 떠오르자 그는 살짝 미소지었다. "사라 데리고 가면 되겠네. 걔도 좋아할 거야."




척은 실망과 분노로 씩씩거렸다.




"왜? 거 참 고맙네요, 큐피드씨. 나도 한 번 그래볼까 생각했는데 걘 내일 바쁘대. 사라 말로는 노트북을 하나 구해서 잘 되나 실행시켜봐야 한다니까 우리가 한 번 나가서 인터넷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거야."




척은 침대에 걸터앉아 목을 긁었다.




"왜 꺼려하는 건데? 캐스,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한동안 술이든 뭐든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너도 바에 가면 좋아할텐데. 아니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한 거야?"




"비슷해." 캐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자 척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넌 참 조용하더라, 캐스. 예전엔 참 재밌는 친구였는데 말이야. 아, 그래도 네가 더 이상 술독에 빠지지 않는건 기뻐. 네 삶을 사는 데 아주 도움되는 일은 아니었을 거야."





이젠 살아야 할 삶이 생겼는 걸. 카스티엘은 그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가 조금 두려워졌다. 난 계획을 세웠어. 앞날을 생각한거지.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결정했고 루시퍼가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는 걸 알아.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할 거야.




"아무도 그에 관한 소식은 못 들었어?" 카스티엘은 여기서 말하는 '그'가 누군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선 물었다.




척의 얼굴이 부드럽게 변했다. "아니, 이 멍청아. 미안해. 아마 그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났을 거야. 내 생각엔 -" 그는 잠시 멈추고 캐스를 바라보다 다시 말을 이었다.  "캐스, 딘은 죽은 사람들을 위해 떠났어. 그도 분명히 자신이 뭘 하는 지 알았을거야. 어쩌면 우리가 더 이상 그를 보고싶지 않아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참 딘다운 짓이네. 딘은 항상 우리 모두가 본인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그는 곁눈질로 자신의 동료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걔를 다시 보고싶대?"  그가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캠프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 중 몇몇은." 한동안 침묵이 깔린 후에야 척이 대답했다. "하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야. 그는..... 그는 친구가 많지 않았잖어. 아니지. 사실 우리 둘 뿐이지. 심지어 나는 딘이 날 좋아했는지도 잘 모르겠어."




"딘은 너도 좋아했어, 척." 카스티엘은 있는 그대로 말했다. "넌 언제나 정직했잖아. 그게 전부야."





척은 의심스러운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난 절대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거든. 너와 딘 사이에 있는 그.... 넌 무슨일이 있어도 그를 절대 놓아주지 않잖아? 그가 하는 일에 대해 태클 거는 사람이 있으면 딘은 진작에 그 사람을 쐈을거야."




"특권이지." 카스티엘이 생각에 잠긴 채 대답했다. "난 딘을 지옥에서 꺼내줬으니." 




"그래. 그거 참 딘이 고마워하는 것 같네." 척은 크게 씩 웃었지만 이내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카스티엘에게는 그가 재채기를 하기 전까지 커피를 치울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에취! 미안. 그놈의 꽃가루 때문에. 이곳에 있는 모든 식물들이 내 코에 안 좋은 작용을 하는 것 같아. 가끔은 여기가 싫어. 태어나서 줄곧 도시에서 자랐으니까."




"어쩌면 나도 시내에 가야할까봐." 카스티엘이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주유소가 다시 오픈했을 것 같아? 지금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기름이 필요해."




"왜? 뭐 때문에?"




카스티엘은 그를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딘을 찾으러 갈거야."




"오." 척은 더 놀라울 것도 없다는 듯이 코웃음쳤다.





"뭐,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겠지. 그가 세상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구해준 걸 감사하는 의미에서."



~~~




움직이는 것은 퍽 힘든 일이었으나, 카스티엘은 이제 그 뻣뻣하고 아픈 느낌에 적응했고 자신의 몸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길 거부했다. 그러나 그는 척이 운전하게 내버려두었고, 조수석 문에 기대어 창 밖에 지나가는 나무들을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 더불어 기쁘게도 - 도로엔 다른 차들이 있었다. 녹슨 쓰레기 더미와 창문이 깨진 현대식 자동차가 한데 섞인 것은 꽤나 이상한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가동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보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의 행동은 카스티엘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척이 씩 웃는 것을 보며 그들이 살아남았음을 깨달음과 동시에 동지애를 느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저 사람들은 우리를 죽이려 했는데." 척이 덜거덕거리는 지프에 탄 두 남녀에게 인사하며 밝게 말했다. "알다시피 딘은 마지막 임무에서 저 사람들이 눈을 파버리려고 했을 때 죄다 쏴버렸잖아." 




"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카스티엘은 오른손을 불끈 쥐어 관절이 하얘지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사람들은 기억할까?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나서 자기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였는지?"




"저들 모두 충분히 행복해보여." 척이 말했다. "어쩌면 바이러스가 기억을 지워버렸는지도 모르지. 나도 몰라."




"누가 책임자일 것 같아? 누가 이 마을을 책임지고 누가 그 모든 도시를 운영하고 있을까?" 카스티엘은 서부 개척지처럼 미국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 수많은 타협을 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척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군대가 점령하고 있을거야. 오랫동안 폭력적이었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썩 좋은 생각이라고는 말 못하겠네." 




카스티엘은 바비가 죽은 날 밤을 떠올렸다. 군인들은 그가 휠체어를 탄 상황이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카스티엘은 정부가 지난 몇 년간 저지른 만행에 대해 생각하며 이마를 문지르곤 한숨지었다.




"괜찮아?" 척이 정중하게 물었다. "너무 무리한 건 아니고?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여전히 아파보여."




"괜찮아질거야." 카스티엘이 대답했다. 




~~~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자욱한 연기 냄새가 났다. 그들은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썩어가는 시체들은 지금까지 약 한 달간 거리에 즐비했지만, 크로아톤에 감염된 이들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선 그 누구도 그것을 치울만한 힘이 없었다. 현재는 센터에서 가져온 시체를 태우기 위한 장작더미들이 쌓여있었다. 시체 태우는 냄새는 지독했다. 타들어가는 시체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엔 검댕이 묻어있었고 꽤나 지쳐보였지만, 조직적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누군가가 확실히 명령했군." 카스티엘이 말했다. 




"술집이 열었으면 좋겠어." 척은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난 지금 마실 게 필요해." 




나도. 카스티엘이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야.




시내엔 전기가 작동했다. 열린 문 사이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보도에 앉아 닌텐도를 하고 있었다. 몇몇 상점은 열려있었고 깨진 창문은 판자로 덮여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원래 있어야 할 사람들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주로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는 점에선 지극히 평범해보였다. 타버린 건물 대신 몇몇 임시 건물이 세워져 있었고 그곳에선 휴지에서 과일까지 다양한 것들을 팔았다.  



놀랍게도, 번화가에는 스타벅스가 열려있었다. 척은 가게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카스티엘은 흘깃 쳐다보았다. 



"모든게 살아남았네." 척이 스타벅스 간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생명력이 바퀴벌레같아."


"공급원이 따로 있나보지." 카스티엘이 깨진 창문 사이로 보이는 바리스타를 바라보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공급원이 없었다면 운영할 수 없었을거야. 물건을 들여오려면 연료도 가져와야 했을거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블록 끝 모퉁이에 주유소가 있었다. 카스티엘이 마지막으로 그곳에 들렀을 땐 모든 간판이 바닥에 쓰러져있었지만, 지금은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할렐루야."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 멀리 차 타고 간다고 쳐, 만약 다른 주유소를 못 찾으면 어떻게 할건데?"  척은 예민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그는 검은 연기가 불어오자 허공에 손을 휘휘 내저었다. "우린 아직 밖에 뭐가 있는지 아무것도 몰라."




"난 기회를 놓치지 않을거야."




"그럼 정말 떠날거야?" 



카스티엘은 슬픔에 잠겨 자신을 쳐다보다 갑자기 긴장한 듯 보이는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에겐 척이 그리워질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에겐 딘을 찾는 일을 이외엔 별 생각이 없었다.




"척, 너도 같이 와도 돼." 그는 척의 어깨를 툭툭 치며 제안했다. "딘을 함께 찾을 수 있을거야." 




척은 손을 추욱 늘어뜨렸다. "두 친구라. 거 참 좋은 생각이야, 캐스. 하지만 난 이미 인생에서 겪을만한 것들은 다 겪었어. 난 그냥 집에 가고싶어. 집에 놓고온 것도 있고..."




카스티엘은 손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딘을 찾게 되면 네가 어디있든 같은 방법으로 널 찾을 수 있을거야."




"나랑 사라겠지." 척이 애써 밝은 체 하며 강조했다. "그 때까지도 진도 나갈 수 있을거야."




"아직 키스는 안해봤지?"




척은 당황스러워보였다. "음, 아직은... 우린 현재 진행형이야,"




세 명의 청소년들이 커피숍을 나오며 그들을 밀치고 지나갔고, 카스티엘은 칼에 베인 상처에서 통증이 느껴지자 헉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통증 때문에 휘청거렸지만 이내 척이 그를 부축했다.




"멍청이들." 척이 그들을 향해 답지않게 으르렁댔다. 소년들은 일제히 어깨를 으쓱하며 조롱하고 우쭐댔다. 약간 우스꽝스러웠다. 소년들은 본인들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카스티엘이 그들을 흘긋 쳐다보자, 세 명 모두 창백해졌다. 





"당신 그 천사 맞지?" 셋 중 가장 키 큰 소년이 말했다. "윈체스터와 함께 다니던."





카스티엘은 머리를 쥐어짰지만 그들이 누구인진 알아보지 못했다. "우리 만난 적 있나?" 그가 고통으로 인해 칼칼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소년들은 갑자기 초조해보였다. 그들은 서로 조용히 눈빛을 교환하다 고개저었다. "아니." 키 큰 쪽이 말했다. "만난 적 없어."




잠시 후, 그들은 서둘러 길을 건너 사라졌고 카스티엘은 그저 무기력하게 쳐다보았다.




"이상하네." 척이 부축했던 팔을 풀며 짧게 말했다.




"저들은 아마 감염됐을 때 날 보고선 기억하는 걸지도 몰라." 카스티엘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기억하고 있어."




척은 힘겹게 침을 삼켰다. "젠장.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거라는 이론이 틀렸네. 내가 말했잖아. 몇 백만의 사람들이 본인들이 감염됐을 때 했던 일을 말할테니 정신과 의사들은 아마 큰 돈을 벌거야."




"걔네들은 내가 천사였다는 걸 알고있었어." 카스티엘이 웅얼거렸다. "딘도 아는 모양이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얼굴을 알고 있을까. 굳이 그들 전부를 만난 게 아니더라도 우리 사진이 루시퍼나 다른 것들에 의해 퍼졌을 거야. 어쨌든 악마들이 우릴 몇 년 간 사냥했으니까."





척은 한숨을 푹 쉬었다. "넌 거의 리얼리티 쇼에 나온 연예인쯤 되겠네."





카스티엘에겐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만약 딘도 잘 알려져있다면 쉽게 추적할 수 있을거야. 목격자가 있을 수 있어. 어떻게 보면 믿음의 논리적 비약이라고도 할 수 있었으나, 카스티엘은 애초에 신앙심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그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단지 다른 점은 신이 관여되지 않았다는 것일 뿐.




신은 몇 년 간 모든 일에서 손을 놨다.




"저기 술집있네." 척이 길 아래 몇 블록 떨어진 곳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간판 봐봐. 오픈했대! 스타벅스도 음료가 제공되니 저기선 술을 팔거야. 커피와 맥주는 21세기 현대인의 주식이잖아? 그 어떤 도시도 이것들 없인 살 수 없어." 




카스티엘은 여전히 딘을 생각하며 두 발짝 걷다 뭔가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향해 발을 천천히 내딛었다. 척은 의아해하며 그를 따라갔고, 카스티엘이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들을 보고 멈춰서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진심이야? 개통하고 싶다고?"




"우린 이게 필요해." 카스티엘이 그 중 하나를 집어들고 요리조리 살펴보며 대답했다. "딘을 찾기 전까진 너와 연락해야 하니까."




"그~래." 척이 미심쩍은 듯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비스가 잘 안 될거야."




테이블 뒤에 서 있던 남자는 수염을 긁어대다 킁킁댔다. "작동 될겁니다." 그가 느릿느릿 말했다. "정부는 의료기관 일들을 마치면 통신이 가장 먼저 고쳐질거라고 하더군요. 일 이주 지나면 이 애기들이 노래를 시작하겠죠." 그는 카스티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에 파나?" 카스티엘이 물었다.




"어떤 걸 원하세요?"



카스티엘은 테이블에 폰을 내려놓고 주머니를 뒤졌다. 돈이 재사용되기 시작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카스티엘은 37달러 29센트 밖에 없었다.[각주:1] 그가 테이블에 돈들을 탈탈 털어놓자 판매원은 코웃음치더니 성의없이 그것을 주워담았다.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척이 호기심에 물었다. 




"너도 폰 하나 필요할 걸."  카스티엘이 척에게 상기시켰다. 그는 척이 총 다섯 개의 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해진 지갑을 찾는 모습을 지켜보며 은근 즐겼다. 10달러 이상 나오자, 그들은 각자 손에 휴대폰을 들고 술집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져보는 폰의 무게감은 익숙치 않았다.





"어, 캠프엔 충전기 없는거 알고있어?" 척이 지적했다. "오늘 사라가 마지막 발전기를 쓰는 것 같더라구."




"어쨌거나 곧 떠날거잖아." 카스티엘이 그를 바라보다 바에 다다르자 안에서 나오는 음악에 움찔했다. "술 정말 마실거야?"





척이 씨익 웃었다. "음. 당연하지. 여기까지와서 시원한 맥주를 놓칠거라고? 미쳤어?"




카스티엘은 결국 코카콜라를 주문했다. 콜라의 맛은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1-2 보기 →



*각주

  1. 한국 돈으로 약 4만원 [본문으로]